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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25화 (225/314)

225화.

“사천무림의 일을 생각한다면 나머지 사파삼세의 움직임도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네. 장주.”

“호남의 천웅방과 절강의 천사교는 무당의 검선과 남궁세가의 검왕께서 계시니 견제가 가능하지만, 운남 지옥성은 견제할 사람이 없는 상황이오. 장주.”

이현성의 위치가 바뀌었기 때문인지 그를 대하는 무림맹주의 태도도 바뀌었다. 이는 무램맹주의 말에 설명을 보충하는 제갈윤호 역시 다르지 않았다.

천웅창제와 천사존이 태극검선과 검왕을 무시하고 섣불리 움직일 리가 없었다.

설사 움직인다고 해도 무림맹 총단이 있는 하남무림이 지원군을 보낸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그러나 운남은 너무 멀다. 일이 터진 후에 움직인다면 제때 도착할 수 없었다.

“무슨 말씀인지는 알겠습니다. 허나 제가 운남으로 갈 명분이 없지 않습니까? 오히려 제가 운남으로 가는 것이 지옥성을 자극하는 것일 수도 있습니다. 게다가 저로서는 지옥대제와 독왕을 감당할 수가 없습니다.”

“…지당한 말이오. 원래는 사천무림과 독종에게 기대를 했으나… 일이 그렇게 되었으니…….”

지옥성이 운남성의 절반만 차지하고 있는 것은 점창파를 위시한 운남무림이 강하기 때문이 아니었다.

지옥성은 언제든 운남성 전체를 차지할 힘이 있었다.

그럼에도 절반으로 그친 것은 점창파를 밀어내면 또 다른 구파일방이 움직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된다면 결국 사파사세들 역시 움직일 수밖에 없었다.

사파사세 간에 끈끈한 우정이 있기 때문이 아니라 그들 중 하나라도 무너진다면 그만큼 자신들이 감당할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다.

결국 정사대전으로 번지게 되어 필요 이상으로 피를 볼 수 있었다.

그런 운남성에 검신이라고 불리는 이현성이 간다는 것만으로도 지옥성의 심기를 건드릴 수 있으니 그가 우려를 표하는 것도 당연하였다.

“명분은 우리가 만들어 주겠소. 장주.”

“명분…을 만들어주시겠다고요?”

이현성의 되물음에 백무강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들도 검신의 존재가 지옥성을 자극할 거란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운남성에는 그가 필요하였다. 그렇기에 없는 명분을 만들어서라도 그를 운남성에 보내야 했다.

“독왕을 만나서 이 협정서를 전해주면 되오. 장주.”

“협정…서라시면…….”

“운남의 남부. 즉, 남만의 자치구를 인정하는 불가침조약을 맺자는 협정서라오.”

“……!!”

맹주의 말에 이현성은 눈이 커졌다.

전혀 예상치 못한 내용이었다. 무엇보다 파격 그 자체였다. 중원을 지배하는 민족은 한족이지만, 그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수많은 소수민족이 존재한다. 요녕의 모용세가는 한족이 아닌 선비족이었다. 그리고 운남성은 한족만큼이나 묘족이 많이 살고 있었고, 여러 소수민족들 역시 존재했다.

운남성의 중심에 있는 애뇌산과 석림을 기준으로 북부를 운남무림, 남부를 지옥성의 영역으로 삼았다.

그리고 운남성의 최남부에 묘족들이 중심적으로 살고 있기에 그곳을 비공식적으로 남만이라고 칭했다.

한때는 운남 전체를 남만으로 칭하던 시절도 있었다.

“장주도 알다시피 독왕은 묘족이오. 그와 묘족이 지옥대제와 손을 잡은 것은 중원으로부터 자신들의 생존을 보장받기 위함이오. 그러니 그들의 보금자리를 보장해주고 불가침조약을 맺는다면 더 이상 지옥성에 머물 이유가 없을 것이오.”

“…이건 맹주님만의 생각이십니까? 무림맹 전체의 결정입니까?”

“나와 총군사의 결정이오.”

“무림맹은 언제 해체될지 모르고, 맹주님 역시 언제까지 그 자리에 계실지 모릅니다. 그런데 독왕이 뭘 믿고 협정서를 받아들이겠습니까? 지옥성이 무너진 후 자신들을 다시 탄압할지 모르는데 말입니다.”

“…….”

허를 찌르는 이현성의 물음에 두 사람은 쉽게 대답할 수 없었다. 틀린 말이 아니었다.

백의무제(白衣武帝) 백무강의 말에는 분명 무게감이 있지만, 이를 뒷받침해줄 세력이 없기에 약조가 이어질 거란 보장이 없었다.

제갈윤호는 제갈세가라는 배경이 있으나 그것만으로는 부족하였다. 최소한 소림과 무당 그리고 오대세가의 세 가문 정도가 보장을 해줘야 한다.

아니라면 독왕의 마음을 움직이긴 힘들어 보였다.

“무림맹 수뇌부를 모아서 결단을 내리면 좋겠으나…….”

“자칫 정보가 샐 수 있소. 그럼 독왕을 만나는 것도 힘들 것이오.”

지옥대제가 지옥성의 전력이 급감하는 일을 두고 볼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 일은 은밀하게 처리할 필요가 있었다.

“소림의 협조를 받는 것이 어떻소? 마침 개방의 태상호법께서 소림에 계신다고 하더이다. 그리고 무당과 점창까지 협조해준다면 독왕도 마음이 흔들리지 않겠소? 장주.”

“구파일방의 네 곳이라면… 다만 오대세가의 협조 역시 필요합니다.”

정파무림에서 구파일방의 영향력은 어마어마하였다.

허나 그들은 불가와 도가의 문파였다. 속가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끼치는 곳은 무림세가와 대문파들이었다.

그리고 그 정점이 바로 오대세가였다. 그렇기에 오대세가의 협조는 선택사항이 아닌 필수사항이었다.

“백호당주와 감찰단주를 부르게 총군사.”

“예. 맹주님.”

사신당의 하나인 백호당을 맡은 인물이 바로 하북팽가주인 팽홍원이었다. 그리고 감찰단주는 황보세가의 소가주인 황보관영이었다.

비록 소가주였지만, 권왕이 거의 일선에서 손을 놓은 상태이니 황보관영이 실질적인 가주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하북팽가, 황보세가 그리고 제갈세가. 오대세가의 셋이었다. 백호당주와 감찰단주만 협조해준다면 최소한 조건을 갖추게 되는 셈이었다.

“이제 되었는가? 장주.”

* * *

“으음… 부련주가 죽다니… 곤란하게 되었어.”

사파사세의 하나인 사해련의 주인이자 오제의 한 명인 사망도제(死亡刀帝).

그는 사파사세의 회동을 미끼로 사천무림을 흔들었다.

성과만 본다면 성공이라고 할 수 있었다.

사천 3대 기둥인 사천당가, 아미파 그리고 청성파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고 사천무림인 일만 이상의 사상자를 만들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확신하지 못했던 독종 당철영의 죽음은 가장 큰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허나 그 과정에서 부련주인 태양마종의 죽음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설사 독종을 죽이지 못한다고 해도 그만은 무사히 빠져나올 수 있을 거라 판단했기 때문이다.

그의 죽음은 사해련은 물론 사망도제 본인에게도 큰 손해라고 할 수 있었다.

“아쉽군, 아쉬워. 미끼였던 색불과 폭마라면 몰라도 그 친구는 아직 내게 필요한데 말이야. 허… 어쩔 수 없지. 이미 죽은 자에게 미련을 가져봤자 달라질 것은 없으니… 그보다 천진룡이 죽어서 버릴까 했는데, 아직은 쓸 만하군. 적당히 희망을 주면 요긴하게 써먹을 수 있겠어.”

사망도제. 그는 사천당가의 본가를 쓸어버린 천씨세가에 대해서 알고 있었다. 그건 그가 사해련주인 동시에 혈천의 부천주이기 때문이다.

아미파의 원로인 대정신니를 암살하기 위해서 혈독살객이 움직인 이유이기도 하였다.

물론 사해련 전체가 혈천의 하부조직인 것은 아니었다.

사해련의 고수들 중에서도 혈천의 존재를 모르는 자들이 더 많았다.

사해련은 덩치만 컸지, 충성심이 높은 집단은 아니었다.

청해성 자체가 무림에서 사고를 치고 도망쳐 왔거나 돈을 받고 칼을 휘두르는 낭인들이 머무르는 곳이었다.

그런 자들을 힘으로 굴복시켜서 키워낸 것이 사해련이었다. 이득이 된다면 언제 배신할지 모를 자들이 수두룩하였다.

물론 그렇지 않은 자들도 적지 않았다.

그중 한 명이 부련주인 태양마종이었으니 사망도제가 아쉬워하는 것은 당연했다.

“문제는 동행했다는 칠웅방 놈들인데… 킥킥 아니, 오히려 재밌겠어. 창제 놈이 어떤 반응을 할지 기대가 돼.”

칠웅방의 대방주인 현휘군이 천웅창제에게 죽은 천잔마왕의 아들이란 사실은 비밀이었다.

하지만 사망도제는 이미 알고 있었다. 그가 익힌 천잔마공을 알아본 자가 있기 때문이다.

칠웅방은 사해련이 아닌 혈천으로 오고 있었다.

때문에 당장 천웅창제의 눈에 띄지는 않을 것이다.

허나 천씨세가와 마찬가지로 칠웅방 역시 대업 달성을 위해 요긴한 장기말이 되어야 한다.

“결국 마지막에 모든 것을 차지할 자는 바로 나야. 나뿐이다! 하하하하!!”

혈살성

“분부대로 처리했습니다.”

“수고했어.”

중년 사내는 딸뻘로 보이는 여인에게 조심스럽게 보고를 했다.

여인은 사내의 보고를 대충 받고는 눈앞의 시체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의식이 없을 뿐 맥이 완전히 끊어지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 그녀를 보며 중년 사내는 안절부절못하였다.

“정말 하실 겁니까, 요후 님. 이 일이 알려진다면 대호법께서 가만있지 않으실 겁니다.”

“그렇겠지. 제 손자가 내 장난감이 된 걸 안다면 길길이 날뛰겠지.”

무림에서 요후라고 하면 환희루주인 환희요후뿐이었다.

허나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요후가 한 명 더 있었다.

현재 의봉 백인혜로 연기하고 있는 천요후가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천요후의 앞에 있는 중년 사내는 대외적으로 그녀의 부친으로 알려진 성수 백우종이었다.

그가 안절부절못하면서 언급한 대호법은 바로 혈천의 혁련중광이었다.

“아시면서 어찌… 지금이라도 중단해야 합니다! 요후 님!”

“닥쳐! 혁련세가가 무너진 후 별 볼일 없는 늙은이가 그렇게 무서워!”

“허, 허나 대호법께선 화경고수이지 않습니까.”

“건방지게 어디서 내 말에 따박따박 말대답이야! 이제 대가리가 좀 컸다 이 말이야!”

그녀의 강력한 기세에 백우종은 얼굴이 시퍼렇게 변했다.

천요라고 불릴 정도로 강력한 요기를 가진 그녀였다.

무림에서 자취를 감추었던 시간만큼이나 더욱 강해진 그녀를 상대하기에 백우종은 너무도 부족한 상대였다.

천요후는 사색이 된 그를 보며 요기를 거두었다.

마음 같아서는 단죄하고 싶었으나 백우종은 아직 필요한 존재이기 때문에 경고로 그친 것이다.

“혈마신(血魔神)만 완성하면 더 이상 혁련 늙은이를 두려워할 필요는 없어! 네놈이 더 잘 알지 않느냐!”

“마, 맞습니다.”

‘허나… 그건 완성되었을 때의 이야기가 아니더냐!’

백우종은 차마 뒷말은 입 밖으로 꺼낼 수 없었다.

그랬다가는 그녀의 손에 진짜 죽을 수도 있었다.

마교의 전설적인 강시인 천마강시에 비견되는 최강의 마물이 바로 혈마신이었다.

살아 있는 인간으로 제련하는 반인반시(半人半屍)로, 제련 조건이 무척이나 까다롭다.

그렇기에 제련에 성공할 가능성이 매우 낮았다.

하지만 성공만 한다면 최강의 마물을 손에 넣게 되는 것이니 시도할 가치는 충분하였다.

까다로운 조건 중 하나에 부합되는 신체를 가진 자를 천요후가 가지게 되었다.

황하를 통해서 섬서로 넘어온 누군가의 시체였다. 아니, 시체나 다름없는 사내였다.

놀랍게도 그는 정주에서 도주하였다가 황하에 빠진 혈검살객 혁련후였다.

애초 그가 황하에서 배를 탔던 이유가 성수의가로 와서 치료를 받고자 함이었다.

그런데 반 시체가 되어서 도착하게 되었다.

천요후도 처음에는 그를 살려서 대호법에게 빚을 지우려고 했으나 곧 생각이 바뀌었다.

혁련후를 이용한다면 혈마신을 완성할 수 있을 거란 야망이 생겼기 때문이다.

“그러니 무조건 완성해. 아니면… 널 죽여 버릴 테니까.”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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