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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24화 (224/314)

224화.

“이런다고 죽은 네놈의 새끼들이 살아 돌아오는 것은… 헉!”

“네놈… 죽여…버리겠…다!!”

태양마종의 조롱에 당철영은 결국 선을 넘어버렸다.

순간 녹안이었던 당철영의 눈이 투명하게 변했다.

뿐만 아니라 녹빛의 독강 역시 투명하게 변했다.

그 변화만으로도 많은 것이 바뀌었다.

특히 조금 전까지만 해도 여유로웠던 태양마종의 안색이 변했다.

“미, 미친!”

“죽여… 버리겠…어!”

당철영의 손에 아무것도 없었다.

허나 그건 눈에 보이지 않을 뿐 정말로 아무것도 존재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그것을 증명하듯 뒤로 물러나던 태양마종이 나가떨어졌다.

그뿐만 아니라 검은 피까지 게워냈다.

“어이…가 없군. 무형지독이라니… 설마 독인이 될 줄이야…….”

“죽여… 죽여 버리겠다!!”

무형지독(無形之毒)은 무색무취무미무형(無色無臭無味無形)의 특성을 가진 천하제일독이다.

색은 물론 향, 맛 그리고 형태가 없으니 그 누구도 무형지독을 감지할 수 없었다.

게다가 그 위력이 얼마나 강력한지 금강불괴지체는 물론 만독불침지체라도 무형지독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였다.

독의 종주라는 사천당가조차 무형지독을 제조하지 못한다.

해약이 없기 때문에 자칫 세가를 멸문시킬 수 있음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세상에 알려진 무형지독은 사실 독인(毒人)의 무형지독을 보고 독문들이 인위적으로 흉내 낸 것에 불과했다.

그 어떤 것도 태워버린다는 태양마공도 무형지독만은 태울 수 없는지 태양마종의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나, 나만 죽을… 순 없지… 벽력마군!”

“젠…장!”

태양마종은 바보가 아니다.

그가 이끌고 온 일천고수만으로 사천무림을 무너트리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그는 이 일을 강행했다.

사전에 사해련주인 사망도제의 언질이 있었기 때문이다.

음양색불과 벽력마군을 미끼로 사천무림만 끌어낸다면 그들의 뒤통수는 다른 자들이 칠 거라는 언질이었다.

그걸 증명하듯 사천무림의 세 기둥 중 아미파가 이곳에 없었다.

태양마종은 계획대로 그 사실을 당철영에게 살짝 흘려서 그의 심기를 흔들었다.

독종 당철영을 죽일 수 있다면 제일 좋겠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다면 적당한 선에서 발을 뺄 생각이었다.

물론 쉬운 일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런데 설마 스스로 독인이 되어서 무형지독을 펼치는 것은 계산 밖의 일이었다.

콰쾅! 콰쾅! 쾅쾅쾅!

당철영을 중심으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났다.

벽력탄이 한 번에 수십 개라도 터진 것일까?

“미, 미친……!”

“사, 사람 살…으아악!!”

그 거대한 위력에 이, 삼십장 떨어진 자들까지 폭발에 휘말리고 말았다.

폭발 속에 휘말린 자들은 흔적조차 없이 사라졌다.

하물며 그 중심에 있던 당철영이 무사할 리가 없었다.

허나 세상은 언제나 믿기지 않는 일이 벌어지곤 했다.

사람들은 그것을 기적이라고 한다.

“크으윽…….”

“마, 말도 안 돼! 진천뢰를 한 번에 터트렸거늘……!!”

천하제일의 화탄인 진천뢰. 수십 년 전 산서 벽력당과 함께 사라진 천하제일의 화탄 진천뢰가 세상에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

진천뢰는 그 명성에 걸맞은 어마어마한 위력을 자랑했다.

만약을 대비한 태양마종의 마지막 패이기도 하였다.

허나 독인이 된 당철영을 죽이지는 못했다.

독인이야말로 천하무적이란 말인가!

허나 삼라만상에 불멸은 존재하지 않는 법이다.

그게 군림자의 권력이든 끝없는 금력이든… 절대적인 무력이든 말이다.

“쿨럭! 우웩!”

“하, 하하하! 그럼 그렇지. 회광반조였군! 우웩!”

피를 토하며 쓰러진 그를 보며 태양마종은 헛웃음이 나왔다.

당철영이 벽을 넘어서 화경에 버금가는 독인지경에 오른 것으로 생각했다.

허나 그게 아니었다. 남은 생명을 불태운 마지막 발악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 역시 당철영의 발악에 의해서 중독된 상황이었다.

그나마 태양마공의 강력한 힘으로 최대한 억누르고 있으나 더 이상은 버틸 여력이 없었다.

“제, 젠장! 무, 물러난다!”

“이봐 색불! 빌어먹을! 우리도 물러난다!!”

적장인 독종만 아니라 부련주인 태양마종마저 죽어가니 음양색불은 위기감을 느꼈다.

애초 제 목숨이 가장 중요한 그로서는 더 이상 목숨을 걸고 사천무림과 싸울 이유가 없었다.

결국 그가 제일 먼저 도주를 시작했다.

음양색불과 색승들이 도망치자 그와 다를 바 없는 벽력마군이라고 해서 더 이상 버틸 이유가 없었다.

게다가 준비했던 벽력탄과 진천뢰 역시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그 역시 초절정고수라지만, 홀로 수만 명을 죽일 능력은 없으니 당연한 결정이었다.

총책임자인 태양마종이 죽어가고 음양색불과 벽력마군은 도주한 상황이다.

이제 백수십 명밖에 남지 않은 광풍살인단은 눈치만 보다가 음양색불과 벽력마군의 뒤를 따랐다.

그러나 태양마종의 친위대는 달랐다.

“태양의 전사들아! 적으로부터 종주님을 지켜라!”

“우와~와!!”

그 수가 이백 명도 채 되지 않았으나 그들의 투지는 결코 작지 않았다.

허나 이미 수천의 전우를 잃은 사천무림인, 특히 사천당가인들은 눈이 뒤집어졌다.

“죽여라! 우리 사천을 짓밟으려는 저 버러지만도 못한 것들을! 죽여라!”

“가주님의 원수!!”

“사천무림의 원수를 갚자!!”

태양마종을 중심으로 이백의 전사들이 대항했다. 그들은 강했다.

사해련의 부련주 태양마종을 지척에서 지키는 전사들다웠다.

아무리 무림이 한 손으로 열 손을 감당할 수 있는 곳이라지만, 백 손 천 손을 감당할 수는 없었다.

사천무림인들은 죽고 또 죽었으나 태양마종의 전사들 역시 한 명 또 한 명 죽어갔다.

그들은 본의 아니게 음양색불과 벽력마군에게 도주할 시간을 벌어준 셈이다. 허나 사천무림. 특히 사천당가는 그걸 두고 볼 생각이 없었다.

“절대 놓치지 마라! 단 한 놈도!!”

* * *

쾅!

“사해련 이 미친놈들! 도대체 무슨 짓을 벌이려는 거야!”

사천성에서 날아온 비보에 무림맹 총군사인 제갈윤호는 화가 머리끝까지 났다.

사천성을 침범한 사해련 고수들에 의해 죽은 사천무림인이 수천이고, 부상자는 그 몇 배였다.

즉, 사상자만 일만이 넘는다는 뜻이다.

사해련이 아무리 강해도 고작 일천 고수만으로 이런 막대한 피해를 줄 순 없었다.

그건 벽력마군의 벽력탄 때문이다.

문제는 아미파의 원로인 대정신니와 사천당가주인 독종 당철영이 죽고, 청성파의 대라신군과 건곤신군이 극심한 부상을 입었다는 점이다.

덕분에 사천무림은 초상집 분위기였다.

허나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그 다음의 일이었다.

사해련에서 적반하장으로 죽은 당철영과 사천무림을 비난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사전에 사천성을 지나가겠다는 양해를 구했음에도 당철영을 위시한 사천무림이 사해련의 대표단을 습격해서 이런 큰 사달을 일으켰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한 사과와 보상을 요구해왔다.

사천무림으로서는 미치고 팔짝 뛸 일이었다.

“문제는 반박할 명분이 없다는 건데…….”

실제로 사해련의 대표단은 사전에 양해를 구했고, 이를 무시한 쪽은 당철영과 사천무림이었다.

그렇다고 그대로 비난을 수용할 사천무림이 아니다.

그들 역시 사천당가의 본가를 습격해서 혈족들을 죽이고 쑥대밭으로 만든 것과 아미파의 원로 대정신니를 암살한 것을 지적했다.

이에 사해련은 뻔뻔하게도 그 일과 자신들은 아무런 연관이 없다고 발뺌을 했다.

초절정고수인 대정신니를 암살하는 것은 물론 사천당가의 본가를 습격하기 위해선 사해련 십대고수와 그만한 전력을 보내야 한다.

허나 감숙의 공동파를 압박할 요량으로 흑천마옹과 육참도부를 청해성 동쪽에 배치한 것을 제외하곤 고수를 파견한 적이 없다는 것이 그들의 주장이었다.

실제로 나머지 십대고수들은 사해련에 잔류한 정황이 입증되었다.

“도대체 어떻게 한 거지? 사해련 십대고수가 아니라면 대정신니와 기관장치로 보호받는 사천당가 본가를 없앨 수가 없는데…….”

다른 곳도 아닌 사천당가의 본가와 아미파의 본산에서 벌어진 일이다. 어중이떠중이 몇 명 움직여서 할 수 있는 일이 아니었다.

만약 진정 사해련에서 벌인 짓이라면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도 그들의 흔적이 없다는 것은 사해련의 짓이 아니라는 방증이기도 하였다.

덕분에 사천무림은 물론 무림맹에서도 그 어떤 특단의 조치도 내리지 못한 채 속만 끓이고 있는 상황이었다.

“설마 조력자가 있단 말인가! 도대체 누가…….”

그나마 유력한 쪽은 운남의 지옥성이다.

지옥성이라면 대정신니의 죽음에 깊은 연관이 있는 절독도 설명이 되고, 기관장치로 보호받는 사천당가의 본가가 뚫린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허나 개방의 눈을 속이고 지옥성이 움직였다는 것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비록 운남성에서 개방의 힘이 약하다고 하지만 전혀 힘을 쓰지 못하는 것도 아니다.

게다가 사천성은 정파의 힘이 강성한 곳인 만큼 개방이 왕성하게 활동하니 그들의 눈을 피했다는 것은 놀라운 일이다.

“고도의 살수집단 혹은 개방의 정보까지 조작할 수 있는 엄청난 정보집단이 있다는 말인데…….”

개방도 감지 못할 정도의 살수집단은 살종이라고 불리는 살막 정도였다.

허나 살막은 살왕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잔당이 남았다고 한들 그 정도의 힘은 없었다.

개방의 정보를 조작한다는 것은 더욱 말이 안 된다.

개방은 3대 정보집단의 한 곳이다.

다른 두 곳인 하오문과 흑점이 손을 잡았다면 몰라도 어려운 일이다.

“설마… 혈살객이라던 그들인가!?”

알게 모르게 많은 무림기인들이 죽음을 맞이했다.

그중 상당부분은 그들이 관여했을 것으로 추정되었다.

게다가 무림맹 총단까지 침입할 정도로 과감한 집단이기도 하였다. 정말 그들이라면 아미파와 사천당가의 일이 불가능할 것 같지 않았다.

제갈윤호는 반만 맞았다. 아미파의 원로 대정신니의 암살만 그들의 소행이기 때문이다.

혈살칠객의 하나인 혈독살객(血毒殺客)이 바로 그 주인공이었다.

“그들이 맞다면 설마… 사해련과 혈살객 아니, ‘그들’과 연관이 있단 말인가!”

그게 아니라면 사천무림과 사해련의 대표단이 충돌할 시기를 맞춰서 누가 이런 짓을 벌일 수 있겠는가.

반대로 그게 맞는다면 사해련의 무모한 행동도 이해가 된다. 애초 그들의 목적이 사천무림의 상징인 사천당가의 본가와 아미파의 원로였다면 말이다.

“후… 그는 언제 도착하는 거지. 그의 도움이 필요하거늘…….”

“총군사님, 이가장주님께서 방금 맹에 도착하셨…….”

“그게 정말인가! 당장 모시게!”

제갈윤호가 그토록 기다렸던 인물이 도착했다. 그는 바로 이가장주 즉, 이현성이었다.

사적으로 두 사람은 손녀사위와 처조부였다.

허나 공적으로 무림맹 총군사와 화경고수였다.

“드디어… 드디어 그가 도착했구나!”

“두 분의 말씀은 제가 운남무림을 도와주었으면 한다는 말씀이시군요.”

“그렇소. 장주.”

며칠 전 제갈윤호의 서신을 받은 이현성은 무림맹으로 향했다.

처조부의 청을 무시할 수 없었고, 혈살객의 일로 한번 방문할 생각이었기에 차라리 잘 되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총군사인 제갈윤호 그리고 무림맹주 백무강의 청은 예상을 조금 벗어났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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