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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23화 (223/314)

223화.

소가주인 당자성과 같은 항렬의 직계방계들을 통틀어서 가장 뛰어난 팔인 당가팔수(唐家八首).

당가의 피가 흐르지 않으나 당철영에게 당씨 성을 허락받은 당외삼비(唐外三秘).

독암기를 허락받은 독암대(毒暗隊).

고작 이백여 명에 불과하지만, 웬만한 문파는 쑥대밭을 만들 수 있는 엄청난 전력이었다.

그런 그들이 본가의 기관장치를 이용해서 수성을 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황급히 떠나는 그들을 보며 태양마종은 비웃었다.

“과연… 제때 도착할 수 있을까?”

사천풍파

“쿨럭…….”

홀로 가부좌를 튼 노비구니의 안색이 좋지 않았다.

그것을 증명하듯 그녀는 거칠게 기침을 했다.

기침에 검은 피와 정체를 알 수 없는 덩어리가 섞여 나왔다.

이는 그녀가 극심한 내상을 입었음을 알려주었다.

“분명… 당가의 인물은 아니…쿨럭…거늘…….”

노비구니는 믿을 수가 없었다.

사천당가의 고수가 아님에도 자신에게 이런 중독을 일으킬 자가 또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기 때문이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대정신니.

아미파 전대 장문인인 금정신니와 함께 아미파를 대표하는 원로고수였다.

대정신공을 대성한 그녀는 내공에 한해서는 아미파 제일이었다.

덕분에 웬만한 독은 통하지 않는다. 그런 그녀가 중독되어서 극심한 내상을 입게 되었다.

정확히는 독혈(毒血)에 당한 것이다.

사천당가를 포함한 독문(毒門)은 어린 시절부터 독을 복용해서 독에 대한 내성을 기른다.

그렇기에 자연스럽게 그들의 피에는 독성이 흐른다.

허나 그렇다고 한들 초절정고수인 그녀를 중독 시킬 정도로 지독한 독혈을 품은 자는 사천당가조차 없었다.

독인이 아닌 바에는 피에 절독을 머금고 살아 있을 수 없었다.

만약 복면인이 독인이었다면 자신이 지금까지 살아 있을 수 없었다.

즉, 독인이 아님에도 절독을 품에 머물게 할 수 있는 특수한 독공을 익히고 있단 뜻이다.

“설마… 지옥성? 아니, 그들이 왜…….”

대정신니가 모든 독문에 대해서 알고 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지금 상황에서 가장 먼저 떠오른 곳이 바로 사파사세의 지옥성이었다.

지옥성의 부성주가 바로 독왕(毒王).

사천당가만큼 독을 잘 다루는 묘족을 이끄는 자가 바로 그였다.

묘족이라면 분명 이 정도 독혈을 품은 자가 몇몇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이 없었다.

게다가 독왕의 명령을 받고 자신을 노린 거라면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문제는 지옥성이 자신을 왜 노리느냐는 것이다.

자신은 물론 아미파는 지옥성과 아무런 원한관계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런 일을 벌인 이유를 알 수 없었다.

다만 한 가지 걸리는 점이 있었다.

“…분명 본파의 복호승들이 지키고 있을 터인데…….”

“고작 그들이 날 막을 순 없지.”

초절정고수인 그녀가 눈치채지 못할 정도로 엄청난 은신술을 터득한 묘족의 전사가 있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거처 밖에는 아미파의 호법승인 복호승들이 지키고 있었다.

그런 그녀들을 소리 없이 제거하고 이곳에 나타났다는 점이 더더욱 놀라게 만들었다.

“아미타불… 다시 돌아올 줄… 몰랐구려.”

“빚을 지고 그냥 넘어갈 수는 없으니까.”

대정신니는 몇 안 되는 즐거움 중 하나인 차를 즐기고 있었다.

허나 차에서 평소와 다른 비릿함을 느끼고 의문을 품는 순간 암습을 받게 되었다.

아미파가 자랑하는 고수답게 그녀는 호신강기를 일으켜서 암습을 막아냈다.

그와 동시에 복면인의 복부에 권격을 날렸다.

갑작스러운 상황이기에 검을 쥘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그때 문제가 생겼다. 대정신니의 권격을 맞은 복면인이 피를 뿜어낸 것이다.

거리가 너무도 가까웠기에 대정신니는 복면인이 뿜은 피를 피할 수가 없었다.

피의 일부가 대정신니의 입으로 흘러들어갔고 그것을 통해서 그대로 중독되고 말았다.

설마 독혈. 그것도 절독을 머금고 있는 독혈일 줄 몰랐던 그녀로선 최악의 실책을 한 셈이었다.

복면인은 내상을 입을 것을 감수하며 일부러 대정신니의 권격을 맞은 것이다.

그 대신 독혈로 그녀의 목숨을 취한다면 결코 밑지는 장사는 아니었다.

허나 대정신니의 내공은 복면인의 예상 이상으로 심후했다.

덕분에 절명만은 면할 수 있었다.

할 수 없이 복면인은 직접 대정신니의 목을 취하려고 했으나, 소란을 듣고 몰려오는 아미파 고수들의 기척 때문에 급하게 피할 수밖에 없었다.

“이번에는 냄새나는 비구니 년들이 몰려와도 소용없을 것이다. 나 역시 수하들을 데려왔거든.”

“…….”

대정신니는 말없이 옆에 있는 검을 쥐었다.

중독 상태를 벗어나지 못한 상황에서 눈앞의 복면인을 감당하는 것이 쉽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허나 아미파를 위해서도 눈앞의 복면인만은 반드시 저승으로 데려갈 생각이었다.

“아미타불…! 각오하셔야 할 것이오. 시주.”

* * *

“커억!”

“으아악!!”

당가타가 불타고 있었다. 수많은 사람의 비명 소리가 끊이질 않았다.

당가의 사내들은 대부분 격전지로 향했다.

그렇기에 당가타에 남은 인원은 힘없는 노인과 아녀자 그리고 어린아이들뿐이었다.

그들은 만약을 대비해서 사천당가 본가 대장원에 몸을 숨겼다.

허나 아무리 본가의 대장원이 크다고 한들 당가타의 모든 방계혈족들을 수용할 수는 없었다.

당가의 방계혈족들이 사는 당가타는 그 자체가 하나의 마을이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수용 못 한 이들은 그대로 당가타에서 지낼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당가타를 침범해 당가의 혈족을 죽인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은혜는 열 배, 원수는 백 배 갚기로 유명한 사천당가였으니까.

하지만 그런 일이 벌어지고 있었다.

“임무를 완수했습니다. 대공자님.”

“임무를…….”

4, 50대의 중년 사내들이 조카뻘로 보이는 30대 중반의 사내에게 군례를 취하며 보고를 했다.

이런 일이 익숙한지 대공자라는 사내는 고개를 끄덕여서 대답을 대신했다.

그들 모두의 임무 보고를 받은 사내는 제법 힘 있게 말했다.

“장군들께선 모두 아시겠으나 이 일은 본가의 미래가 걸린 일이외다. 결코 실패해선 아니 되오! 혈천 놈들에게 얕보여서 본가의 이름에 먹칠을 한다면 죽어서 아버님의 얼굴을 뵐 수가 없소!”

“……!!”

장군이라고 불린 중년 사내들은 사내의 말에 이를 악물었다.

주군을 지키지 못하고 먼저 보낸 그들로서는 당연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천씨세가 출신 동부군 천호급 무장들이었다.

그런 그들에게 명령을 내린 인물은 천진룡의 장남인 천운성이었다.

천씨세가의 대공자로, 아우인 천운현과 경쟁하는 인물이기도 하였다.

이가장의 일로 천운현이 나락으로 떨어지면서 그가 천씨세가의 후계자로 부상되었다.

대업만 성공했다면 정식으로 천씨세가의 소가주가 되었을 터인데, 실패와 함께 역적이 되어서 신분을 숨긴 채 움직이고 있었다.

천운성을 위시한 천씨세가와 칠웅방은 혈천 부천주의 밀사의 도움으로 은밀하게 총단으로 향했다. 그런 도중 비사를 듣게 되었다.

역적 천진룡과 그의 심복 서황명의 목이 황궁 앞에 걸리게 되었으니 그들의 죽음을 모를 수가 없었다.

석가장의 공백을 천씨세가로 메우려던 혈천에게 천진룡의 죽음은 예상 밖의 일이었다.

그렇다고 버리기에는 아까웠다.

화경고수의 부재는 아쉽지만, 아직 천씨세가의 세력이 쓸 만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다시 한번 기회를 주었다. 자신들을 증명할 기회를.

“당가의 대장원 곳곳에 기관장치가 있다는 것은 유명하니 모두 알 것이오. 그렇다고 한들 당가 고수들이 없는 상황에서 피해가 크다면 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니겠소?”

“물론입니다. 대공자님!”

“피해 없이 임무를 완수하겠습니다!”

선친의 이름을 내세우고, 그들의 자존심을 건드려 무장들을 움직인 천운성은 칠웅방 대방주인 현휘군에게 제안했다.

“이번에는 귀방 역시 도와줬으면 하오. 대신 당가의 계집들과 당가의 재산 절반은 양보하겠소.”

“오호?”

강행군으로 인해 칠웅방은 욕정을 해소하지 못했다. 덕분에 불만이 점점 쌓여가고 있었다.

천씨세가의 여인들이 있으나 철저하게 보호받고 있기에 헛물만 켰던 차였다.

아무리 현휘군이 강력한 힘으로 군림하고 있다고 하지만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당가의 여인들은 포기할 수 없었다.

게다가 당가의 재산 역시 탐이 났다.

단순히 재화가 아니었다. 사천당가가 어딘가. 독과 암기의 명문이었다.

창고를 연다면 분명 독과 암기들이 잔뜩 있을 것이다.

정파의 고리타분한 위선자들은 비겁하다고 배척하는 독과 암기였지만, 흑도무리인 칠웅방에게는 오히려 환영할 것들이었다.

독과 암기는 잘만 사용하면 위기에서 목숨을 부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중에 딴 소리하면 재미없어.”

“우린 전우 아니오? 그런 인색한 소리를 할 이유가 없지 않소?”

“믿어보지.”

천운성의 제안을 받아들인 현휘군은 수하들을 모았다.

그런 그를 지켜보는 천운성의 미소가 일그러졌다.

그리고 조금 전과 다른 거친 말투가 나왔다.

“천한 것이 주제도 모르고…! 아직은 필요하니 놔두지만, 언제까지 건방을 떠는지 보자.”

천씨세가의 혈족으로서 모든 영광을 누렸던 천운성에게는 칠웅방의 흑도 고수들이 천박하게만 보였다.

그럼에도 지금은 비위를 맞춰줄 수밖에 없었다.

천박한 작자들이지만, 의외로 쓸 만한 전력이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초절정지경에 오르지 못한 자신과 달리 칠웅방의 수장인 현휘군은 초절정고수였다.

물론 천씨세가에도 초절정고수인 집사장과 종조부가 건재했다.

그렇다고 굳이 칠웅방과 싸워서 세가의 전력을 감소시킬 필요는 없었다.

천씨세가를 다시 반석 위에 올릴 때까지 칠웅방은 좋은 장기말이 되어줘야 한다. 가문의 영광을 위해서.

물론 그러한 천운성의 속셈을 모를 현휘군이 아니었다.

전(前) 천웅방주였던 천잔마왕의 아들로 영광된 삶을 살다가 나락까지 떨어져 본 그가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러나 그 역시 천운성을 이용하기 위해서 적당히 어울려주고 있었다.

‘혈천이라고 했던가? 그놈들이 들은 대로라면 나의 복수를 앞당길 수 있겠어.’

재기를 꿈꾸는 천씨세가처럼 현휘군 역시 선친의 원수를 갚고, 자신의 자리를 되찾으려는 야망을 꿈꿨다.

그런 그들에게 사천당가는 그저 제물로밖에 보이지 않았다.

‘나를 위해… 죽어줘야겠어.’

* * *

“죽여…버리겠다!!”

광분한 당철영은 독강을 난사했다.

사해련의 수작으로 인해 본가가 위험해졌음을 알게 되면서 눈이 뒤집어진 것이다.

늦게나마 고수들을 복귀시켰으나 끓어오르는 분노는 좀처럼 가라앉지 않았다.

물론 태양마종은 이 점을 노리고 기밀을 밝혔으니 목적을 달성한 셈이다.

“흐흐흐… 네놈은 나에게 안 된다는 것을 아직도 모르느냐.”

“닥쳐!”

태양마종의 조롱에 당철영은 더욱 눈이 뒤집어졌다.

애초 독종과 태양마종의 무위는 백중지세.

상성관계로 태양마종이 조금 우세할 뿐이었다.

그런 상황에서 독종이 흥분까지 했으니 싸움은 일방적으로 흘러갔다.

쾅! 콰쾅!!

“으아악!!”

“사, 살려…….”

독종의 공세가 강렬해질수록 위험해지는 것은 태양마종이 아니었다.

근처에서 싸우고 있던 태양마종의 친위대와 사천당가 고수들만 휘말려서 죽어갈 뿐, 정작 태양마종은 큰 피해를 입지 않았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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