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2화.
그렇다 해도 사천무림은 사해련의 3할도 채 되지 않는 전력에 의해서 두 번이나 패배한 셈이었다.
이렇다 할 피해도 입히지 못한 채 그리되었다.
만약 한번 더 뚫린다면 사천성도까지 길을 열어주게 되니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더 이상 쓸데없이 간을 봐서 안 돼! 전력을 총동원해야겠어!”
앞선 이전(二戰)의 경우도 사천당가가 앞장을 섰으나 최정예라고 할 순 없었다.
사천무림의 중소문파들과 무림세가가 주축이었다.
물론 그들만으로 막아낼 수 있을 거란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애초 그들은 사해련 고수들의 힘을 빼는 용도였다.
잔혹한 결정이었지만, 사천당가의 주인으로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
최악의 경우 본가의 기관장치를 앞세워서 수성할 수 있겠지만, 그건 말 그대로 최악의 경우였다.
그들이 사천성도에 도달하기 이전에 막아야 했다.
이미 사해련은 청성산 인근까지 도달한 상황이었다.
청성파는 초비상 상황으로, 지원을 요청한 상황이었다. 사천성의 기둥인 청성파는 여타 문파들과는 격이 다르다.
그런 그들이 무너진다면 사천당가의 입장에서도 무척이나 곤란하다.
그렇기에 그들의 요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내가 직접 가겠다! 본가를 보호할 최소한의 인원을 제외하고 모두 집결해!”
당가주인 당철영의 결정은 본가만이 아니라 당가타 전역에 전해졌다. 방계혈족들 중에서도 싸울 수 있는 모든 인원이 소집되었다.
그 인원이 물경 이천에 이르렀다.
싸울 능력이 없는 노인과 어린아이 그리고 아녀자를 제외한 대부분의 사내들이 모인 셈이다.
싸움에 배제된 이들마저도 숨어 있는 것이 아니라 불을 지르거나 저항할 수 있도록 나무와 돌을 모았다.
피에 대한 유대가 천하제일이라는 당가인들다웠다.
그렇게 사천당가가 대대적인 움직임을 보이자 침묵하던 사천무림의 기인들이 은거를 깨기 시작했다.
그리고 앞서 이전(二戰)으로 큰 피해를 입은 문파들 역시 복수를 불태우며 합류를 희망했다.
그렇게 오만에 가까운 대군이 속속들이 모이기 시작했다.
* * *
쾅! 콰쾅!!
“으아악!
“사, 살려…….”
선발대인 이만이나 되는 사천무림인들이 손도 쓰지 못하고 계속 밀려났다.
벽력마군의 친위대가 준비한 벽력탄 때문이다. 그 막강한 화력에 다가오기도 전에 막대한 피해를 입고 말았다.
허나 사천무림도 아무런 대비를 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장문인!”
“좋소! 일진 투창!”
“투창!!”
현재 사천무림인들을 이끌고 있는 청성 장문인의 외침에 이백에 달하는 사내들이 단창을 쥐고 앞으로 나왔다.
그리곤 하늘을 향해 단창을 높이 던졌다.
이백의 단창이 사해련의 무리 위에서 떨어졌다.
사해련의 고수들은 하나 같이 고수들인 만큼 날아온 투창을 쳐내거나 피했다.
“이진 투창!”
“투창!”
사천무림인 이백 명이 이어서 투창을 던졌다.
사해련 고수들은 이번에는 투창을 막기 위해서 도검을 휘둘렀다.
그때였다. 숨어 있던 궁수들이 활을 쏘기 시작했다.
“컥!”
“크윽!”
쾅! 콰쾅!!
사천무림인은 바보가 아니었다.
정예고수들로 구성된 그들에게 투창이 통하지 않을 것은 이미 예상하고 있었다.
투창은 그들의 방심과 시선을 돌리기 위한 방편이었고, 화살이야말로 진정한 노림수였다.
예상치 못한 수에 사해련의 고수들 수십 명이 활에 맞았다.
그리고 일부는 벽력탄에 맞으면서 2차 충격을 받았다.
하지만 투창에 사용할 단창과 활 그리고 화살의 수가 얼마 되지 않았다.
아무래도 부피가 클 뿐만 아니라 평소 투창을 사용하는 일이 없었던 만큼 준비된 것이 얼마 없었다.
그런 면에서 본다면 활과 화살이 적격이었다.
문제는 활은 군부에서 통제하는 무기라는 점이었다.
생계를 위한 사냥꾼이나 소규모라면 몰라도 대량의 활을 보유하는 것은 금지되었기에 사천무림인들이 준비할 수 있는 활의 개수는 적었다.
그로 인해 사천무림은 다시 수세에 몰릴 수밖에 없었다.
“청성의 제자들은 사천무림의 형제들을 도와라!!”
“존명!”
청성 장문인의 명에 따라서 본산 제자들과 속가제자 수백이 사해련을 향해 달려들었다.
사해련이 정비할 시간을 주지 않기 위함이었다.
이를 본 태양마종은 피식거렸다.
“음양색불, 광풍살인단주. 본련의 무서움을 제대로 보여주시오.”
“충!”
“맡겨주십시오. 부련주님.”
초절정고수인 음양색불을 위시한 색승들이 앞장을 섰고, 그 곁을 광풍살인단이 따랐다.
“벽력마군, 사천놈들이 방해하지 못하게 만들게.”
“예. 부련주님.”
음양색불과 광풍살인단이라면 청성파와 일전을 벌일 만하다.
머릿수도 비슷하고 실력도 밀리지 않는다. 허나 이만의 사천무림인들이 끼어들면 귀찮아질 수 있었다.
아무래도 머릿수에 장사는 없으니까. 그렇기에 벽력마군과 그의 친위대로 하여금 견제하게 만들었다.
머릿수는 백배 차이가 나지만, 그들이 준비한 벽력탄은 그걸 가능하게 만들었다.
‘당가놈들은 도대체 언제 오는 거야?’
“물러나지 마라! 우린 이길 수… 컥!”
절대적인 수적 우위를 차지하고 있음에도 사천무림은 밀리고 있었다.
머릿수야 많지만 그들 대부분은 이삼류 무인들이었다.
때문에 벽력탄을 앞세운 벽력마군과 그의 친위대로 인해 도망가기 바빴다.
그나마 청성의 초절정고수인 건곤신군이 벽력마군을 견제해준 덕분에 최악의 경우는 면할 수 있었다.
허나 문제는 대라신군을 위시한 청성파 본진이었다.
음양색불과 색승들의 사이한 사술도 문제였지만, 광풍살인단의 미치광이들 역시 문제였다.
실전경험이 적은 청성파 제자들과 달리 광풍살인단은 명칭에서 알 수 있듯 살인에 익숙한 자들이었다.
“칠십이파검(七十二波劍)!”
“청운적하검(靑雲赤霞劍)!”
밀리는 청성의 속가제자들과 달리 본산 제자들은 달랐다.
음양색불과 광풍살인단이 강하다고 하지만 청성파는 구파일방이었다.
그런 청성파의 진산절학으로 무장한 본산 제자들은 오히려 광풍살인단을 베며 명문의 힘을 보여주었다.
덕분에 시간이 흐를수록 승기는 청성파 쪽으로 흘렀다.
‘태양마종이 움직이기 전에 막아야 해!’
태양마종과 그의 친위대는 이들과 격이 다르다.
그런데 무슨 생각인지 그들은 나서지 않았다.
대라신군의 바람은 오래가지 못했다.
드디어 침묵하던 태양마종과 그의 친위대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아미와 당가는 도대체 언제 온단 말인가!’
사해련과 싸움을 주장했던 그들이 정작 이 자리에는 나타나지 않자, 대라신군은 혈루를 머금으며 그들을 탓했다.
애초 자신의 의견대로 타협을 했으면 이런 큰 희생은 없었을 것이다.
허나 하늘은 아직 청성파와 사천무림을 버리지 않았다.
“사해련 망종들에 한해서 본가의 금제를 풀겠다! 더러운 망종들을 사천에서 밀어내라!”
“추~웅!!”
이천의 당가인들과 이만에 가까운 사천무림인들이 합류했다. 그들의 등장에 청성파와 선발대로 온 이만의 사천무림인들은 희망을 가질 수 있었다.
독종이 이끄는 사천당가가 태양마종과 그의 친위대만 막아준다면 충분히 해볼 만한 싸움이 된다.
게다가 당가주인 당철영은 금제를 풀었다.
당가인에게 금제란 팔대극독과 팔대암기의 사용허락을 말한다.
이천의 당가 사내들 대부분이 이삼류 무인임에도 합류시킨 것은 이를 위함이었다.
당가인이라면 누구나 암기를 던질 줄 알고 하독술을 할 줄 안다.
비록 그들이 사용할 수 있는 암기와 하독술이 한정적이긴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런 대규모 전투에선 큰 힘이 된다.
“어리석은 것들…….”
그렇게 사해련 대표단과 사천무림의 재격돌이 시작되었다.
쾅! 쾅! 콰쾅!
사천무림의 전설답게 독종 당철영은 강했다.
허나 독의 천적은 불. 극양지공인 태양마공을 대성한 태양마종과는 상성이 너무 좋지 못했다.
“흐흐흐… 그 잘난 독공도 나에겐 통하지 않지.”
“과연 그럴까!”
독종의 독공은 무시무시하였다. 화경고수도 중독 시킬 수 있다고 자부하였다.
그렇기에 그는 화경에 오르지 못했음에도 화경고수에 비견된다는 평가를 받고 있었다. 그런 그의 독공도 태양마종의 극양지공에는 통하지 않았다.
태양마종에게 닿기도 전에 독이 불타버렸기 때문이다.
독종 당철영은 진심으로 분노했다.
당가야말로 진정한 독의 종주. 극양지공조차 태울 수 없는 최강의 독공이 뭔지 보여주고자 했다.
순간 당철영의 양소매가 펄럭이기 시작했고 그의 눈빛이 녹색으로 변했다. 당철영은 자신의 양손에 피어난 녹광의 기운을 보이며 말했다.
“이것도 받아낼 수 있다면 인정하지.”
“오호! 제법 세게 나가는데?”
태양마종 역시 당철영의 기세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허나 그 이상으로 자신의 태양마공을 믿었다.
어떤 독도 태양마공 앞에서는 무의미하다고 믿었다.
그의 전신에서 검붉은 불길이 치솟았다. 극한으로 끌어올린 태양마공이었다.
그런 태양마종을 향해 당철영이 녹광의 독강(毒罡)을 쏟아냈다. 누구도 중독 시킬 수 있는 독강과 무엇이든 태우는 태양마공.
그야말로 모순이라고 할 수 있었다.
쾅!
당철영의 독강이 태양마종에게 작렬했다.
“크윽… 아아악!!”
“헉… 헉… 흐흐흐… 하하하!!”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당철영이 전심전력을 넘어 무리까지 하며 펼친 독강이었다.
덕분에 그는 숨을 헐떡일 정도로 지쳤다. 그가 무리한 보람이 있게 태양마종이 비명을 지르며 고통스러워했다.
중원 독종의 자존심을 지키는 순간이었다.
하지만 그런 기쁨도 오래가지 않았다.
태양마종을 괴롭히던 녹광의 독강이 점점 사그라지더니 검붉은 불길이 그를 보호하기 시작했다.
“커억… 퉤! 젠장… 과연 사천당가의 독종이로군.”
“…….”
이 상황이 믿고 싶지 않은지 당철영의 입에서는 아무런 말도 나오지 않았다. 물론 당철영의 독강을 이겨내긴 했으나 태양마종 역시 온전하지는 못했다.
그가 뱉은 피의 색이 검은 것을 보면 더욱 그랬다.
그렇지만 결국 당철영의 독강이 태양마종의 태양마공을 넘어서지 못한다는 것을 증명한 셈이었다.
태양마종은 당철영을 보며 히죽거렸다.
“이렇게 된 것 한가지 알려주마. 이렇게 너희가 다 몰려오면 본가는 누가 지킬까? 그리고 아미파 비구니들이 보이지 않는 것이 이상하지 않나?”
“……!!”
태양마종의 말에 당철영의 눈이 커졌다.
사천당가의 본가에는 직계와 방계혈족 중 힘없는 노인과 아녀자 그리고 당가의 미래인 아이들이 있었다.
그리고 그들을 지킬 최소한의 인원만 잔류했다.
물론 사천당가의 본가는 수많은 독과 암기로 점철된 기관장치로 보호받고 있었다. 그렇기에 설사 본가 고수들이 자리를 비웠다고 해도 안전하였다.
하지만 태양마종이 이를 지적한 거라면 사정이 다르다. 게다가 그의 말대로 아미파 고수들 역시 보이지 않았다.
금정신니의 성격상 결코 숨어 있을 리가 없었다.
“뿌리를 잃은 당가가 과연 얼마나 갈 수 있을까?”
“…당가팔수, 당외삼비! 독암대를 이끌고 본가로 복귀하라! 빨리!!”
당철영의 갑작스러운 명령에 호명된 자들은 당황했다.
이제 곧 사해련의 망종들을 사천 땅에서 지울 수 있었다. 그런 지금 갑작스런 복귀 명령이라니…….
당황하는 그들을 보며 당철영은 다시 호통을 쳤다.
“당장! 움직여라! 본가가 위험하다!”
“헉! 존명!”
귀환살수
— 문지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