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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21화 (221/314)

221화.

얼마 전에는 아들인 당자성이 속을 뒤집더니, 이번에는 그 아비인 당철영이 일을 냈다.

사해련과 싸우기 위해서 무림맹에 나가 있는 사천무림의 고수들을 돌려보내달라는 내용이었다.

다행히 무림맹을 탈퇴하겠다는 말은 없었다. 허나 그것과 다를 바가 없었다.

형식만 무림맹 산하이지, 독자 노선을 걷겠다는 것과 다를 것이 없었기 때문이다.

“하~ 대라신군, 그분을 믿었건만… 결국 그 개념 없는 놈을 제어하지 못하셨단 말인가!”

말은 그렇게 했지만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천웅방으로 향하는 사해련의 대표단에 폭마와 색불이 있는 이상 사천당가와 아미파가 이를 그냥 두고 볼 리가 없다는 것을 모르지 않았다.

허나 이렇게까지 극단적으로 행할 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제갈윤호는 두통이 몰려왔다.

“하…! 거절할 명분도 없고…….”

제 집을 지키겠다는데 막을 수야 없지 않은가. 오히려 무림맹에서 지원을 해줘야 할 판이다.

그러나 그것도 여의치가 않았다.

사천성과 인접한 감숙의 공동이나 운남의 점창에서 지원해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건 어려운 일이었다.

공동파가 움직인다면 사해련이 사천만 아니라 감숙까지 압박할 가능성이 높았다.

그렇다고 점창파에 지원요청을 할 수도 없었다.

자칫 지옥성까지 움직일 명분을 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여력이 되는 곳이 섬서성이었다.

섬서성에는 무려 구파일방의 화산과 종남파가 있으며, 그 외에도 수많은 명문정파가 건재한 곳이니 충분히 여력이 된다.

그런데 문제가 하나 있었다.

사천무림만 움직인다면 사해련으로부터 자신들을 지키겠다는 명분이 선다.

허나 섬서무림 등 무림맹이 움직인다면 나머지 사파무림이 들고 일어날 수 있었다.

그걸 알기에 사천무림은 파견된 사천무림인들의 복귀만 요구한 것이다.

“하…! 다른 곳부터 방비를 해야겠어.”

사천무림과 사해련의 충돌이 그들만의 싸움으로 그친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안타깝게도 그럴 가능성은 매우 낮았다.

사파무림. 나아가 나머지 사파삼세 역시 길고 긴 침묵을 깨게 만들지도 모른다.

천사교와 천웅방도 문제였지만, 지옥성은 결코 운남 무림만으로 감당할 수 없다.

지옥성의 막강함도 그렇지만, 지옥성주와 부성주를 상대할 화경고수가 없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였다.

“미안하지만 그에게 부탁을 해야겠군…….”

* * *

“먼저 가서 미안해. 사매.”

“아니에요. 사저.”

이가장에 기거하고 있던 화산파 제자들은 돌아갈 채비를 하고 있었다.

사문의 복귀령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사파사세. 특히 사해련의 움직임으로 인해 전 무림이 긴장하게 되었다.

화산파 역시 만약을 위해서 외부에 나가 있는 본산 제자들을 복귀시켰다.

물론 무림맹에 파견된 제자들과 이현영은 제외되었다.

“많이 배우고 돌아갑니다. 대협.”

“도움이 되었다면 다행입니다. 신룡표국이 화산까지 편안하게 모실 겁니다.”

많이 배웠다는 것은 화소군의 과장이 아니었다.

이가장은 무림의 흔하고 흔한 장원이 아닌 이미 용담호혈이라고 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곳이었다.

화산파의 제자들은 그런 이가장 고수들에게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있었다.

화산파는 장주의 여동생인 이현영의 사문인 만큼 이가장 고수들이 각별히 신경 써줄 수밖에 없었다.

무림인으로서 화산파 제자들은 좋은 경험을 한 셈이다.

“신룡표국이라면 남궁세가주님의 사위가 계신다는 그곳이지요?”

“맞습니다.”

신룡표국주인 유백은 얼마 전 남궁세가에 다녀왔다.

안휘성으로 향한 의뢰를 받았기에 그가 직접 표행을 진두지휘했다.

오대세가의 수좌인 남궁세가. 그런 남궁세가의 꽃인 검화(劍花) 남궁설지.

그녀를 채가려는 사내가 나타났으니 남궁세가 사내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허나 유백이 누군가. 남궁설지가 선택한 사내였다.

그리고 검신 이현성의 친우이기도 했다.

내심 떨리긴 했으나 당당하게 그녀의 부친이자 가주인 남궁영호와 대면했다.

두 사람은 한동안 말없이 서로를 바라봤다.

그리곤 얼마 지나지 않아서 검으로 대화를 나누었다.

당연한 결과였지만, 처절하게 당한 쪽은 유백이었다.

그가 절정검객이고 신룡검법을 상당히 복원했다고 해도 상대는 무려 창천검군이었다.

그러므로 애초에 상대가 될 리가 없었다.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끝끝내 검을 놓치지 않고, 오히려 무혼을 불태우는 그를 보며 남궁영호는 흡족해 했다.

덕분에 유백은 정식으로 남궁설지의 정혼자로 허락받을 수 있었다.

그로 인해 이현성은 신룡표국을 독립시켜줄 계획이었다.

허나 유백의 거절로 유보된 상황이었다.

“그럼 사저, 사형들 조심해 가세요.”

“사매도 몸조심 해.”

화산파에 있을 때 이현영과 친한 사람은 화소군 정도였다.

그런데 북경과 석가장 등에서 함께 고생을 하다 보니 다른 일대제자들과도 나름 친분을 쌓을 수 있었다.

그녀의 입장에선 매우 잘된 일이었다.

그렇게 화산파 제자들은 신룡표국의 마차를 타고 화산파로 향했다.

멀어져가는 마차를 한 없이 바라보는 이현영에게 이현성이 다가갔다.

“기회가 되면 함께 화산파에 다녀오자.”

“고마워요. 오라버니.”

그녀의 어깨를 토닥여 준 이현성은 자신의 집무실로 돌아갔다.

그곳에는 누군가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철우야 무슨 일이냐?”

“운비 녀석에게 연락이 왔습니다.”

철우의 말에 이현성은 표정이 밝아졌다.

드디어 초운비를 만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 운비가 뭐라고 하더냐?”

“형님께서 직접 보시지요.”

철우는 초운비로부터 온 서신을 이현성에게 건넸다.

그의 서신을 받은 이현성은 잠시 감격에 빠졌다.

[형님… 살아계셔서 정말… 고맙습니다. 빨리 형님을 뵙고 싶습니다. 허나…….]

초운비의 진심이 묻어나는 서신이었다.

문제는 그가 지금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 아니란 점이었다.

철우와 달리 그는 혈살객들을 장악하지 못한 상황이었다.

즉, 지척에 감시자를 둔 상황인 셈이었다.

그렇기에 이렇게 서신을 보내는 것도 조심스럽다고 했다.

물론 그들을 죽이고 도주하는 것은 가능하겠지만, 그렇게 되면 혈천의 추적을 받게 될 터였다.

이현성에게 폐가 될 수 있기에 지금 움직이는 것은 어려울 거란 내용이었다.

“흑오…라는 친구도 같은 상황이더냐?”

“녀석도 비슷할 겁니다. 성님.”

혈천신단의 약효를 이겨낸 두 사람은 금제로부터 해방되었으나 혈살객이란 감시자들 속에 있었다.

덕분에 행동의 제약이 있었다.

오히려 혈살객들의 마음을 얻은 철우가 특이한 경우였다.

“후… 그렇구나. 운비가 어디에 있다고 했지?”

“호남입니다. 성님.”

“호남이라…….”

호남성은 예로부터 삼향일지(三鄕一地 : 생선, 쌀, 광물의 고향)라고 불릴 정도로 풍족한 땅이었다.

그만큼 이름난 부호들 역시 많았다.

게다가 오악 중 남악 형산과 동정호 때문에 풍류객들의 사랑을 받는 땅이기도 하였다.

그렇기에 호남성을 탐내는 세력도 많았다.

과거에는 형산파나 동정십팔채 등 수많은 무림세력들이 활개를 쳤으나, 지금은 하나의 세력에 의해서 평정되었다.

그들은 바로 천웅방이었다.

천웅방은 막강한 무력과 호남성이라는 막대한 부를 이용해 거대세력으로 성장할 수 있었고, 결국 지금의 사파사세의 하나가 되었다.

‘하필이면 호남이란 말인가.’

과거 천웅방의 입방 제의를 거절한 적이 있는 이현성이었다.

게다가 팔패의 한 명인 암월영패가 탈방 후 그의 곁에 있었다.

천웅방의 입장에선 그가 곱게 보일 리가 없을 것이다.

움직일 수 없는 초운비를 대신해서 자신이 다녀올 생각이었던 이현성으로서는 곤란한 상황이었다.

‘하… 어설프게 움직이면 피를 보게 될 텐데…….’

이현성은 한숨만 나왔다.

초운비의 소재를 알게 되었음에도 만날 수 없으니 마음만 더 답답해졌다.

그러던 중 손님이 찾아왔다.

“장주님, 무림맹 총군사님께서 사람을 보내셨습니다.”

“처조부님께서? 알겠네. 안으로 모시게. 철우 너는 돌아가 있거라.”

“예. 형님.”

아무리 이제 혈천과 연을 끊을 생각이라도 철우는 혈살객이었다.

괜히 무림맹 사람과 부딪친다면 아직은 좋을 일이 없었다.

‘무슨 일이시지?’

* * *

“미친 것들, 그냥 길만 열어주면 될 것을… 쯧쯧쯧.”

천웅방으로 향하는 사해련의 대표이자 부련주인 태양마종은 혀를 찼다.

사해련 십대고수인 음양색불과 벽력마군도 강하였지만, 부련주인 태양마종은 격이 다른 고수였다.

비록 화경에 오르지 못했으나 화경고수에 비견될 정도로 강하였다.

그렇기에 ‘정파에 독종(毒宗)이 있다면 사파에는 태양마종(太陽魔宗)이 있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였다.

그의 태양마공은 강철조차 녹일 정도로 강력해서 스치기만 해도 피부가 녹을 정도였다.

화경고수인 사망도제조차 태양마종에겐 한수 접어준다는 소문이 돌 정도였다.

그런 그가 사천무림의 반응에 어이없어했다.

“부련주님, 어찌할까요?”

“뭘 어찌하는가. 어리석은 것들에게는 당연히 가르침을 줘야지.”

독종 당철영의 독공은 무시무시해서 스치기만 해도 중독되며, 마음만 먹으면 한 수에 수십 명의 목숨을 앗아갈 수 있었다.

당철영이 본격적으로 나선다면 일천 명을 죽이는 것도 불가능하지 않았다.

그러나 문제는 사해련의 대표가 태양마종이란 점이었다.

불은 독의 천적이다. 그렇기에 독종의 독도 태양마종에게는 통하지 않을 거란 생각을 갖고 있었다.

태양마종이 독종만 쓰러트려 준다면 나머지는 벽력마군의 화탄과 음양색불의 색공으로 사천무림을 흔든 후 광풍살인단으로 쓸어버리면 된다.

사천무림인이 십만이 넘는다고 해도 어중이떠중이를 제외하면 그 절반도 채 되지 않는다.

고수들만 무너진다면 나머지는 지리멸렬할 것이 뻔했다.

“그럼 흑천마옹(黑天魔翁) 님과 육참도부(戮斬刀父)를 부를까요?”

“됐어. 그들은 감숙을 견제해야 하니 놔둬.”

사해련의 대표단에 음양색불과 벽력마군을 포함시킬 때, 이미 사천무림의 반발은 예상하고 있었다.

그럼에도 충분히 감당할 자신이 있었다.

허나 감숙이나 섬서무림이 움직이면 곤란했다.

그렇기에 사해련 십대고수인 흑천마옹과 육참도부를 위시한 사해련 정예를 청해성 서쪽에 배치했다.

감숙과 섬서무림을 압박할 요량으로.

음양색불과 벽력마군은 내심 불안했다.

명령이었기에 대표단에 합류했지만, 사천무림과의 싸움은 사실 무모하였다.

수차례 세외의 침공에도 중원을 지켜낸 사천무림은 결코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물론 사해련의 막강함을 믿지만, 그로 인한 피해 역시 막심할 것이 불 보듯 뻔했다.

그럼에도 본련에 지원을 요청하지 않으니 불안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슨 생각이 있겠지.’

명색이 사해련의 이인자인 그가 이런 무모한 짓을 할 리가 없었다. 분명 그만한 안배가 되어 있을 거란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그들은 몰랐다. 태양마종 아니, 사망도제의 의중이 다른 곳에 있다는 사실을.

그렇게 사해련과 사천무림의 격돌이 시작되었다.

* * *

“젠장! 또 밀렸단 말인가!”

사해련은 예상 이상으로 엄청나게 강했다.

사해련의 전력(全力)이 총동원된 것도 아니고 고작 1할도 되지 않은 인원으로도 충분할 정도였다.

물론 사해련의 정예고수들로 구성한 만큼 3할에 가까운 전력(戰力)인 것은 사실이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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