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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18화 (218/314)

218화.

하지만 그 충격이 가볍지 않은지 순간 휘청거렸다. 그때를 노려서 의협대는 살수의 앞을 막아설 수 있었다.

의협대원들이 정주를 수색하느라 흩어져 있다고 하지만 그를 포위한 인원만 오십여 명이다.

절대 쉽게 빠져나갈 수 없었다.

“더 이상 도망칠 수 없다!”

“정말… 짜증나게 하는군.”

살수는 두려워하는 기색이 전혀 없었다. 그저 짜증스러워할 뿐이었다. 그런 살수의 태도에 의협대는 무시당한 기분이 들어서 더욱 불쾌했다.

아무리 그들이 대단한 배경이 없어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했으나 실력만은 자랑할 만했다.

그런 자신들이 살수 따위에게 무시를 당했다고 생각하니 불쾌해지는 것은 당연했다.

“감히…! 살수 나부랭이…헉!”

챙!

“…었큭!!”

“현 조장님!”

의협대원의 말에 불쾌했는지 살수가 검을 휘둘렀다.

그 검속은 결코 부상자의 것으로 보이지 않았다.

곁에 있던 의협대 조장이 막지 못했다면 또 한 명의 의협대원이 목숨을 잃었을 것이다. 허나 살수의 검을 막은 대가로 의협대 조장은 나가 떨어졌다.

의협대를 포함한 별동삼대의 조장들은 무림맹의 비무대회에서 32강에 오른 실력자들인데도 불구하고 벌어진 일이었다.

“하찮은 것들이 감히 주제도 모르고 지껄이는구나.”

“이노~옴!!”

동료의 부상에 의협대는 분노했으나 쉽게 달려들지는 못했다. 살수라는 점도 있지만 백호당주의 도강에 의해 부상을 입은 것을 알기에 방심한 마음이 없지 않았다.

하지만 만만치 않다는 것을 깨달았다.

허나 살수라고 해서 여유롭지만은 않았다.

‘젠장! 베질 못했어. 평소라면 일검에 벴을 텐데…….’

그의 입장에선 의협대 조장이라고 해봤자 그저 절정고수에 불과했다.

절정고수는 결코 하찮은 존재가 아님에도 초절정고수의 눈에 차는 존재는 아니었다. 그런 그였건만 고작 의협대 따위에게 발이 잡히는 상황에 짜증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오냐… 죽여주마!’

살수는 의협대를 무시했지만 그들은 결코 무시당할 저력이 아니었다. 일개 대원들조차 일류고수이며, 조장급 이상은 모두 절정고수였다.

즉, 살수를 포위한 오십여 명은 최소 일류고수이며 몇몇의 경우는 무려 절정고수란 뜻이다.

부상으로 6할 이상 기량을 발휘할 수 없는 그가 감당하기에는 다소 버거운 전력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때 살수의 손이 움직였다.

그 모습을 본 의협대원들은 더욱 경계했다.

푹! 푹! 푸푹!

살수의 손가락이 자신의 혈도들을 눌렀다.

하나 같이 사혈(死穴)이었다.

“도대체 무슨 짓을… 헉!”

“으…으…으…어윽!”

순간 살수의 입에서 신음이 흘러나왔다. 잡히는 것이 두려워서 자결을 하려는 줄 알았건만 그건 아니었다.

그의 전신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그 기운은 점점 커져갔다. 더 이상 시간을 줘선 안 된다고 생각한 몇몇 의협대원이 움직였다.

“죽어라!”

“아, 안 돼!!”

조장을 포함한 네 명이었다.

그들의 판단은 틀리지 않았다. 살수에게 시간을 주면 안 되는 것은 사실이니까.

그들의 움직임은 이미 늦은 뒤였다.

이를 눈치챈 부대주가 소리쳤으나 그들의 도검은 이미 살수의 코앞까지 도달했다.

번쩍!

살수의 눈에서 혈광이 번쩍였다.

“하찮은 것들이… 주제도 모르고…….”

“살수 나부랭…….”

말이 끝나기 전에 조장을 포함한 네명이 토막 났다. 그 모습이 너무도 잔혹했다.

이를 본 의협대는 순간적으로 멍해졌다.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 수 없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살수가 차가운 목소리로 읊조렸다.

“내게 분혼술(焚魂術)을 펼치게 만든 대가를 받아야겠지?”

* * *

“아…….”

철푸덕.

백여 명의 무림인들이 망연자실했다. 특히 긴 창을 쥔 사내는 자리에 주저앉고 말았다. 그들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은 그야말로 지옥도 그 자체였다.

온전한 시체조차 찾기 힘든 잔혹한 살육의 현장이었다.

무엇보다 그들을 절망케 만든 것은 시체들의 정체가 얼마 전까지 웃고 떠들었던 전우들이란 점이었다.

“우리…가 늦었구려.”

“죽여…버리겠어!!”

의협대주 조현은 천명했다. 자신의 든든한 동료 수십 명을 죽인 살수놈을 기필코 죽이겠노라고.

그만이 아니었다. 그와 함께 온 의협대원들의 마음 역시 다르지 않았다. 그런 그들을 보는 이현성의 마음은 착잡하기 그지없었다.

‘철우야… 왜 그랬느냐.’

이런 잔혹한 손속은 이현성도 오랜만에 봤다. 갈기갈기 찢겨 죽든, 깔끔하게 베이든 죽은 것은 매한가지다.

허나 이렇게 잔혹한 살인은 두둔할 명분이 없었다.

아무리 검신 이현성이라도 잔혹한 살인을 한 그를 두둔한다면 전 무림의 공분을 살 수밖에 없었다.

단순히 무림맹과 틀어지는 것과는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음?”

그때 이현성의 귀에 미세한 무언가가 포착되었다.

그건 검과 검이 부닥치는 소리였다. 그 소리가 이현성의 귀에만 들린다는 것은 제법 거리가 있다는 뜻이었다.

허나 이상했다.

“조 대주님. 살수가 한 명 아니었습니까?”

“예… 한 놈이라고 들었습니다.”

이현성은 미간을 찌푸렸다. 뭔가 이상했다.

“저쪽에서 싸우는 소리가 들리는군요.”

“그, 그게 정말이십니까!”

화들짝 놀란 조현이 벌떡 일어났다.

그런 그를 보며 이현성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현은 절망하던 모습과 달리 위엄 있는 목소리로 외쳤다.

“살수놈이 동료들과 싸우고 있다! 전 의협대는 이동한다!”

“명!”

그 싸움이 꼭 살수로 인한 거라고 단언할 수는 없다.

하지만 조현과 의협대는 확신을 하는 눈치였다.

이현성 역시 그럴 가능성을 매우 높게 생각했지만, 확신할 순 없었다.

하지만 입 밖에 꺼내진 않았다.

‘한 명이 아닌 것 같은데… 어떻게 된거지?’

* * *

챙! 챙! 챙!

한 명을 상대로 수십명이 싸우고 있었다.

“큭! 절대 놓치지 마라!”

“하가의 무혼(武魂)들이여! 의협대 전우들을 도와 악적을 물리쳐라!”

정주 일대를 수색하던 의협대원들은 무림맹 정주지부 역할을 수행하는 정주하가의 무사들과 합류했다.

그러던 중 수상한 자를 발견했다. 그들은 그가 자신들이 쫓고 있던 살수라는 사실을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죽여… 우웩!”

의협대와 정주하가의 무인들과 전투를 벌이던 살수가 갑자기 피를 토하기 시작했다.

무림맹 고수들에게 부상을 입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그건 분혼술의 부작용이었다.

진원진기를 격발시켜서 일시적으로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괴공답게 부작용 역시 심각했다.

“살수 놈도 다쳤다!”

“당장 잡… 컥!”

“이런 개…개 같은…….”

살수는 분혼술의 부작용을 겪으면서도 무림맹 고수를 베었다. 또 한 명의 동료의 죽음은 무림맹 고수들을 분노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섣불리 움직이지는 않았다.

쥐도 궁지에 몰리면 고양이를 무는 법이다.

살수가 눈에 띌 정도로 약해지고 있으나 그렇기에 더욱 무슨 짓을 벌일지 모른다.

그럴 바에는 살수가 스스로 지쳐 쓰러지면 그때 제압하는 것이 쓸데없는 피해를 줄이는 길이었다.

‘젠장! 젠장!’

살수는 이 상황이 너무도 자존심 상했다.

평소라면 눈에 차지도 않은 하찮은 자들에게 자신이 궁지에 몰린 이 상황에 미칠 것만 같았다.

무림맹 고수들이 우려했던 일이 벌어지려고 했다.

“오냐… 모두 데려…….”

치욕을 느낀 살수는 폭혈공으로 동귀어진을 할 생각이었다. 죽을 때 죽더라도 마지막 자존심만은 지키려 했다.

허나 그는 폭혈공을 펼치지 않았다.

“적을 섬멸하고, 공자님을 구하라!”

“명!”

갑자기 정체불명의 무리가 나타났다.

그들의 등장에 무림맹 고수들은 당황스러웠다.

허나 한가지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저들이 적이라는 사실을.

챙! 채챙!!

가벼운 충돌만으로 그들이 범상치 않은 고수들이란 것을 알 수 있었다.

그로 인해 무림맹 고수들은 잔뜩 긴장을 했다.

“공자님! 괜찮으십니까!”

“너는… 누구냐?”

자신을 구하려는 자이건만, 살수는 경계심을 숨기지 않았다. 그런 그를 보며 괴한은 쓴웃음을 지었다.

“소인은 잠영(潛影)이옵니다. 공자님.”

“그대가?”

그제야 살수는 경계심을 거둘 수 있었다.

잠영은 선친의 숨겨진 심복이었다.

그런데 고아인 철우에게 선친이 있을 수가 없었다.

물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것이 아닌 만큼 부모가 없을 수는 없다. 허나 철우는 자신의 가족을 찾지 못했다. 그럴 여유도 단서도 없었으니까.

“저희가 이곳을 맡을 테니, 공자님께서 먼저 떠나십시오.”

“나도 같이…….”

살수의 말에 잠영은 고개를 저었다. 그건 옳은 선택이 아니기 때문이다.

“저들의 지원이 합류할 겁니다. 그땐 더욱 빠져나가기 힘듭니다. 그러니 공자님께선 먼저 떠나셔야 합니다.”

“……!!”

“뒤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살수를 도망치게 만들기 위해서 저들은 무림맹의 시선을 잡고 있으려는 것이다.

은연 중 자신을 지지해주었던 선친의 마지막 심복조차 이렇게 잃어야 하는 상황이 무척이나 불쾌했고 짜증스러웠다.

하지만 결정은 길지 않았다.

“…뒤를 부탁하네.”

“…명!”

의협대도 강했지만, 정주지부를 맡은 정주하가도 만만치 않았다. 그럼에도 적들을 제압하지 못했다.

적들은 육골참단, 동귀어진 등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물고 늘어졌다.

때문에 그나마 지금까지 버틸 수 있었다.

허나 균형은 한 순간에 깨져버렸다.

쾅!

“컥!”

“크윽!”

단 한 사람의 등장으로, 적은 추풍낙엽처럼 쓰러졌다.

의협대원들은 그의 신위에 입을 다물지 못했다. 그에 반해 정주하가의 무사들은 그의 정체를 아는 듯싶었다.

그 직후 한 무리가 나타났다.

“한…놈도 놓치지 마라!”

“대주님이시다!!”

조현이 이끄는 의협대 본진과 이가장의 흑룡대가 합류한 것이다. 허나 그들은 전투다운 전투를 할 수가 없었다. 이미 적들은 전부 쓰러진 뒤였다.

“대주님… 저분은…….”

“이가장주님이시다.”

“이, 이가장주이시라면… 검신!”

“뭐! 검신이라고!!”

적들을 순식간에 쓰러트리는 신위를 보여준 인물은 바로 이현성이었다. 그런 그의 주위에는 흑룡대가 호위하며 적을 쓰러트렸다.

이를 알게 된 의협대원들은 경악과 감탄을 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질투심은 아예 들지도 않았다.

질투를 느끼기에는 격이 너무도 달랐다.

잠시 후 살수들을 제압한 이현성과 흑룡대가 돌아왔다.

“살수가 한 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아, 아닙니다. 대협! 살수놈을 제압하기 직전에 나타났… 어! 사, 살수가 사라졌다!”

“뭐, 뭐라고!”

의협대와 정주하가의 무사들은 망연자실했다.

정신없이 싸우는 와중에 정작 그들이 노리던 살수가 사라진 것도 눈치채지 못했으니까.

이현성은 마음속이 복잡했다. 철우가 잡히지 않은 것에 대한 안도와 그가 지금껏 벌인 만행을 생각하면 당연히 마음이 복잡할 수밖에 없었다.

“놈도 그리 멀리 도망치지는 못했을 겁니다. 저희는 계속 추적할 테니, 하가의 형제들께선 수습을 부탁드리겠습니다.”

“알겠소. 그리하리다.”

“대협과 이가장 여러분들과 함께 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럼 저희는 이만…….”

그렇게 반토막이 난 의협대는 분노를 불태우며 서둘러 살수의 뒤를 쫒았다.

* * *

“어? 네가 어떻게…….”

장원으로 복귀한 이현성은 깜짝 놀랐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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