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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15화 (215/314)

215화.

푹!

“컥!”

“아우들을 보내줘! 아니면 이자는… 죽는다!”

쓰러졌던 철우가 갑자기 우문 호법의 가슴에 비수를 꽂았다.

튕겨날 때 검을 놓친 철우를 보며 방심하다가 당한 것이다.

비수는 우문 호법의 가슴을 제법 깊숙이 찌른 상태였다.

조금만 더 힘이 들어가면 심장이 찢어져서 치료가 어렵다.

짜증나지만 우문세가의 장로를 눈앞에서 버릴 수는 없었다.

“좋다. 저들을 놓아주지. 대신 자넨 남아야 하네. …싫다면 저들을 지금 죽여주마.”

“……!!”

더 이상의 타협은 없다는 단호한 맹주의 표정에 철우는 결정을 내려야 했다.

그리고 고민은 오래가지 않았다.

“…뭐하느냐! 빨리 가지 않고!”

“혀, 형님…….”

“대, 대장…….”

혈살객들은 이를 악물었다. 그리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들이 남는다고 해서 달라질 것이 없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허나 그들의 반골 기질은 어디로 가는 것이 아니었다.

“먼저… 갑니다. 형님!!”

“안 돼!!”

가장 큰 부상을 입은 백경의 몸이 부풀어 오르기 시작했다.

한때 무림을 공포로 물들였던 혈교의 폭혈공(爆血功)이었다.

혈교의 광신도들은 폭혈공을 배운 후 자살공격을 자행했다.

그 무자비함으로 인해 혈교를 무림공적으로 만들었다.

그들이 무림에서 사라지게 된 이유이기도 했다.

오래전에 사라진 혈교의 폭혈공이 이곳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셈이었다.

콰쾅!!

“으아악!!”

“사, 살려…줘…….”

일개 광신도들의 폭혈공도 무시무시한 위력을 발휘했다.

하물며 절정지경에 오른 백경의 폭혈공이 약할 리가 없었다.

주변에 있는 무림맹 고수 십여 명이 휘말리게 되었다.

“미친 새끼… 죽기 왜… 큭!”

백경의 죽음에 철우는 감정이 격해졌다. 그때였다.

무형이 그의 혼혈(昏穴)을 눌러버렸다.

예상치 못한 무형의 행동에 철우는 당황하며 의식을 잃었다.

―적묘, 대장을 모시고 숨어! 시간은 내가 끌 테니까!

―미안, 무형… 나도 곧 따라갈게.

백경의 행동을 눈치챈 적묘과 독안 그리고 무형은 폭혈공으로부터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어차피 그들은 살 생각이 없었다.

혈천에 의해 가해진 금제 때문이라도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

그럴 바에는 철우라도 살리자는 것이 그들의 생각이었다.

거칠고 우악스럽지만 자신들을 아우로 동료로서 대해준 그만은 살리고 싶었다.

“어리석군. …제갈 군사, 우문 호법을 구하게.”

“예, 맹주님.”

방심했다가 당할 뻔했으나 제갈윤호 역시 초절정고수였다.

그렇게 죽어가는 우문 호법을 제갈윤호에게 맡긴 백무강은 자신에게 달려드는 무형에게 손짓했다.

“크윽!”

“혈교의 폭혈공을 어찌 익혔는지 모르나… 나에게는 통하지 않네.”

무형은 분명 뛰어난 살수였지만, 화경고수 앞에선 무의미했는지 너무도 쉽게 제압되었다.

백무강의 무형지기가 그가 폭혈공을 운용하기 전에 옥쇄했기 때문이다.

콰쾅!

‘크윽… 독안!’

폭혈공을 운용한 자는 무형만이 아니었다.

독안 역시 추적으로부터 적묘와 철우가 벗어날 수 있게 그 역시 폭혈공을 운용해서 무림맹 고수들과 동귀어진을 했다. 남을 믿지 못하던 그들답지 않은 너무도 희생적인 모습이었다.

정에 굶주린 만큼 진심을 보여준 철우에게 그들은 심장을 내준 셈이었다.

쾅!

예상치 못한 독안의 동귀어진에 무형을 제압하던 무형진기가 느슨해지자 그 역시 폭혈공을 운용했다.

지척에서 폭발했으나 백무강에겐 전혀 피해를 줄 수 없었다.

화경고수의 호신강기는 격이 달랐다.

“과연 지독하군. 허나…….”

백무강은 이 와중에도 흔들리지 않았다. 그저 검지에 기운을 모았다.

피융―!

“컥!”

“허― 그걸 맞고도 참는다? 대단하군. 대단해.”

무려 백무강의 탄지공을 맞았다. 그럼에도 도주를 강행하고 있었다.

그건 정말 놀라운 일이었다.

내심 드는 찜찜함에 백무강은 그들을 추살하려고 하다가 그냥 놔두었다.

그들보단 다친 무림맹 고수들부터 챙겼다.

“의약당주와 의원들을 부르지 않고 뭐하느냐!”

“조, 존명!”

백무강은 살수들이 사라진 방향을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

‘뭐지… 이 찜찜함은?’

재회

쾅! 콰쾅!!

“살수 따위가 제법이군.”

뇌옥을 습격한 이십여 명의 혈살객들은 이미 주변을 포위한 감찰단과 백호당 고수들 그리고 정파명숙들에 의해서 제압되었다.

그 과정에서 적지 않은 피해가 발생했으나 명색이 무림맹 고수들이었다. 처음과 달리 침착하게 대응하자 혈살객들로서도 더 이상은 막아낼 재간이 없었다.

이제 남은 것은 혁련후뿐이었다.

그러나 그를 맡고 있는 황보관영을 돕는 자는 없었다.

뇌옥은 감찰단의 관할이고, 황보관영은 감찰단주이자 황보세가의 차기 주인이었다. 그의 명예에 먹칠을 할 수 없다는 이유로 황보관영은 혼자서 혁련후를 상대했다.

그런 황보관영을 상대로 전혀 밀리지 않는 혁련후를 보며 모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힐끔.

‘위험하지만 어쩔 수 없군.’

수족인 혈살객들이 죽거나 제압된 상황이었지만 혁련후는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자신이기 때문이다. 그는 임무만 완수한다면 뒤도 돌아보지 않고 도주할 생각이었다.

무림맹 고수들이 겹겹이 포위한 상태였지만 개의치 않았다. 언제나 최악의 상황을 대비하고 있는 그였다.

쾅!

“어디를 보느냐!”

“귀찮게 하는군.”

황보관영의 천왕삼권은 수년 전, 신마릉 때와 달리 상당히 완숙해져 있었다.

부친인 권왕에게 혹독한 가르침을 받은 덕분이었다.

물론 그 역시 당시와 같은 치욕을 다시는 겪지 않기 위해서 이를 악물고 수련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허나 혁련후도 괜히 혈살객의 수좌라고 불리는 것이 아니었다. 순간 그의 검에서 심상치 않은 기운이 흘러나왔다. 검붉은 기운은 무척이나 불길한 느낌을 주었다.

“어림없다!”

“…죽어라!”

더 이상 시간을 끌어서 좋을 것이 없다고 판단한 황보관영은 내공을 극한으로 끌어올려서 천왕삼권을 펼쳤다.

황보세가 최고의 절학답게 천왕삼권의 기세가 무시무시했다. 허나 그건 혁련후의 노림수이기도 했다.

그걸 뒤늦게 간파한 팽홍원이 서둘러 외쳤으나 이미 황보권영이 천왕삼권을 펼친 이후였다.

“천왕……!”

“이런…! 안 되오!”

콰지직 쾅?!

“으…아―악!!”

권강은 혁련후에게 향했다. 순간 혁련후의 검로가 기묘하게 변하더니 황보관영의 권강을 감쌌다.

그럼에도 충격은 대단했다.

혁련후는 그 반발력으로 인해 튕겨나갔다.

문제는 그가 튕겨나간 방향이 하필이면 중요한 수감자가 있는 곳이란 점이었다.

바로 혁련세가주인 혁련용후가 수감된 장소였다.

“죄송…합니다.”

서걱!

혁련후의 검이 혁련용후의 목을 지났다. 순간 혁련용후의 목에서 피가 솟구쳤다. 당황한 무림맹 고수들이 뒤쫓았으나 이미 그는 절명한 후였다.

혁련후는 황보관영의 권강에 당한 것이 아니라 이용한 셈이었다. 덕분에 황보관영은 무척이나 흥분한 상황이었다.

“미친! 네놈이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마라!”

피식.

흥분한 황보관영을 보며 혁련후는 피식거렸다.

이 모든 것이 그의 계산 안에 있었다. 그때 혁련후의 입이 열렸다.

“혈살객들은 목숨으로 임무를 완수하라!!”

“존…명!”

순간 제압된 혈살객 중 한 명의 몸이 부풀었다.

혁련후의 명령을 받고 폭혈공을 운용한 것이다.

“뭐, 뭐야!”

“피, 피해…….”

쾅!

폭혈공을 운용한 혈살객의 곁에 있던 무림맹 고수 대여섯 명이 휩쓸리고 말았다. 허나 그건 시작에 불과했다.

“으아악!”

“사, 살려…….”

쾅! 콰쾅!!

혈살객들은 연쇄적으로 폭혈공을 운용했다.

그로 인해 그들 주변에 있던 무림맹 고수들은 죽거나 크게 다치게 되었다. 물론 설사 폭혈공의 직접적인 충격을 받지 않았다고 해도 다들 혼란에 빠트리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혁련후는 혈살객들의 희생을 제물삼아서 탈출을 감행했다.

혼란스러운 상황에 절대살수인 혁련후의 도주를 눈치챈 자는 없었다. 아니, 한 명 있었다.

“이―노옴!!”

순간 벼락이 쳤다. 죽어가는 동료들을 보며 격노한 팽홍원이 혼원벽력도를 펼쳤다.

그의 도강은 분명 무언가를 베었다. 그 증거로 그가 벤 장소에 피가 비산한 흔적이 곳곳에 남아 있었다.

허나 정작 시체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것을 맞고도 도주하니… 백호당은 서둘러 살수를 추격하라!!”

“조, 존명!”

살수는 분명 뛰어난 실력을 갖추었으나 혼원벽력도를 맞은 이상 멀쩡할 리가 없었다.

그렇기에 찾아내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혁련후는 팽홍원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뛰어난 살수였다. 덕분에 백호당이 눈에 불을 켜고 추적했으나 결국은 놓치고 말았다.

“진즉에 나섰어야 했거늘…….”

* * *

“하… 아쉽네. 있기를 바랐거늘…….”

이현성은 서신을 읽으며 한숨을 내쉬었다.

그 서신은 귀림오령이 보낸 것으로, 혈천의 비밀안가 중 한 곳을 조사했으나 관리인을 제외하고 혈살객은 발견되지 않았다는 내용이었다.

칠령과 팔령의 서신에도 내용은 다르지 않았다.

즉, 이현성이 알고 있는 혈천의 비밀안가 중 최소한 세 곳에는 혈살객이 없단 뜻이었다.

그때 누군가 그의 집무실로 왔다.

“장주님. 들어가도 될까요?”

“림주? 들어오시오.”

그를 찾아온 사람은 귀림주인 야래향이었다.

현재 귀림은 이가장에서 가장 바쁜 부서 중 하나였다.

이현성이 맡긴 일도 있고, 정주에 정착하는 일도 마냥 쉽지는 않았다.

일차로 정주로 온 인원만 이백일 뿐, 차후 그만큼 더 올 예정이었다.

장원에 그들 모두를 수용할 순 없었다.

물론 일부는 상주할 예정이었기에 장원을 또 다시 증축하고 있으나 귀림만의 거처가 필요했다.

그 외에도 그녀가 관여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었다.

“할아버지께서 보내신 서신이에요.”

“귀백 장로께서 말이오?”

그녀가 건넨 서신을 읽은 이현성의 표정이 묘했다.

귀백이 보낸 서신을 확인하지 않았는지 야래향은 조금 궁금한 눈치였다.

“무슨 안 좋은 내용이라고 적혀 있나요?”

“아니오. 산서에도 그들은 없었다고 하오. 다만… 근래까지 머문 흔적을 발견하셨다고 하더이다.”

“그 말은 활동을 시작했단 뜻이군요.”

“그렇소.”

다만 임무를 완수했다면 비밀안가로 되돌아왔을 텐데, 복귀하지 않은 점이 걸렸다. 게다가 산서성에서 혈살객이 움직일 만한 대상은 항산파를 포함해서 몇 명 되지 않는다. 그러나 누군가 살해되었다는 말은 들은 적이 없었다.

“참, 이야기 들으셨어요?”

“무슨 이야기 말이오?”

“무림맹에 살수들이 나타났다고 해요.”

“……!!”

그들의 정체가 혈살객이 맞다면 자신들에게 제압되어서 압송된 우사와 혁련용후 때문임을 알 수 있었다.

아무리 혈살객들이 뛰어난 살수들이라지만 너무도 무모한 짓이었다.

“수감된 자들에 대해서 들은 것은 없소? 림주.”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전부 죽은 듯싶습니다. 그리고 그들 중 몇몇이 도주한 것 같아요. 무림맹 하남지부들에 협조 요청이 있는걸 보면요.”

번쩍!

순간 이현성의 눈이 번뜩였다.

‘어쩌면… 이곳에 왔을지도…….’

하남성에도 혈천의 비밀안가가 몇 개 존재했다. 그중 하나가 이곳 정주에 있었다. 혈비살객 사공우명과 그 휘하 혈살객들이 이가장을 습격하기 전에 숨어 있던 장소이자, 회귀 전 무림맹이 정주에 위치했을 때 이현성이 숨어 있던 비밀안가이기도 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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