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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83화 (183/314)

183화.

“호조참정 아니, 전(前) 호조참정의 감찰 결과 그의 비리가 발견되었습니다. 이에 그의 직책이 해임되었고 현재 황실로 압송되었습니다. 물론 그에 관련된 자들 역시 조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황실의 녹을 먹고 있는 한 사람으로서 대신 장주께 사과드리겠습니다.”

“아닙니다. 그게 어찌 윤 어사님의 잘못이겠습니다. 이렇게 잘 해결되어서 제가 감사합니다.”

이현성은 그의 말에 안도할 수 있었다.

장원에 가해진 압박이 사라진 것이 호조참정 우양의 수작이 아님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동시에 그러한 사실을 왜 자신에게 보고를 한단 말인가.

그의 입장에선 자신은 일개 무부일 텐데.

그가 워낙 인정이 넘치는 인물이라서?

당연히 그럴 리가 없었다. 도찰원의 귀신이라고까지 불리는 그에게는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이유가 있을 터인데…….’

윤평은 이현성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예상한다는 듯 나직하게 말했다.

“그분께선 장주님과 전우지의(戰友之義)가 상할 것을 우려하십니다.”

“그분…이라시면… 혹시?”

윤평이 그분이라면서 극존대를 할 만한 사람은 많지 않았다.

명색이 좌도어사의 아들이 아닌가.

그 순간 그의 머릿속에 떠오르는 얼굴이 있었다.

좌도어사라도 극존대하기에 부족함이 없는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 것이다.

이현성의 되물음에 윤평은 고개를 끄덕였다. 그제야 이현성은 지금 상황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 수 있었다.

‘공주님의 배려였군. 하… 곤란하군. 곤란해.’

장공주 주가려에게 빚을 진 셈이었다.

빚을 져선 안 되는 사람에게 그리되고 말았다.

‘느낌이 좋지 않아. 설마… 벌써 황실에 일이 있는 것은 아니겠지?’

그의 기억 속에 황실의 전복은 일어나지 않았다.

그러나 속단할 순 없었다.

이미 세상은 너무도 많은 변화가 일어나고 있었다.

수년 후에나 창설될 무림맹이 벌써 창설된 것은 물론 무림공략에 큰 역할을 수행하던 혁련세가가 무너졌다.

물론 대호법인 혁련중광과 악연이 깊은 혁련후가 건재했다.

이미 새로운 세상이라 말해도 될 정도로 바뀌었으니 황실의 정세가 바뀐다고 해도 이상할 것은 없었다.

“어찌 그런 일이 있겠습니까.”

“그분께는 그리 말씀드리겠습니다.”

윤평은 주가려의 명으로 정주에서 은밀하게 활동했다.

그러다 보니 이가장 그리고 이현성에 대해서 잘 알았다. 이가장의 저력은 물론 이현성의 힘까지도.

물론 황실에 영향을 줄 정도라고 판단하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는 태천광과 달리 이현성을 높게 평가했다. 특히 주가려의 관심을 받는다는 점 역시 크게 작용했다.

구룡검주에 대해선 모르지만 주가려의 존재가 외부에 드러난 것과 다르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황제의 명을 수행하는 감찰어사임에도 그녀의 밀명에 따라 정주에 남아서 감찰하고 있었다.

윤평이 돌아간 후 이현성은 한숨이 나왔다.

“황실과는 최대한 거리를 유지하고 싶었는데…….”

* * *

“처음 뵙겠습니다. 대인, 제갈가의 인겸이라고 합니다.”

“와룡선생님의 후예를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대협.”

이가장을 떠난 제갈인겸은 문종학을 만나게 되었다.

한 사람은 당대 내각의 수장이고, 또 다른 사람은 천재의 대명사인 제갈공명의 후예였다.

비록 제갈인겸이 문보다 무에 치우쳐진 인물이라고 하지만 학사로서 제갈공명의 후예를 어찌 괄시할 수 있겠는가.

“이렇게 대인을 찾아뵌 것은 예상하시겠지만, 아이들의 혼사 때문입니다.”

“그렇군요.”

“이가장의 일로 질서가 준비할 여력이 없는 듯싶습니다. 그러니 저희가 논의해서 진행하는 것이 나을 듯싶습니다.”

“알겠습니다. 그리 하시지요.”

문종학 역시 이가장의 일을 전해 들었기에 이해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현성에게 부모님을 포함한 가문의 웃어른이라 할 수 있는 분이 없음을 알고 있었다.

그렇기에 제갈인겸의 말처럼 자신들이 조율해서 진행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했다.

“어차피 치를 혼사, 지체해서 좋을 게 뭐가 있겠습니다. 아이들의 나이가 그리 어린 것도 아니고…….”

“서두른다고 해서 좋을 것은 없으나… 준비만 잘 된다면야 그것도 나쁘지 않겠지요.”

혼인은 인륜지대사(人倫之大事)라 할 정도로 중한 일이었다. 괜히 서두르다가 그르친다면 그만큼 어리석은 일도 없었다.

허나 두 가문이 아닌 세 가문의 일이었다.

때문에 자신의 생각만 고집할 수가 없었다.

게다가 제갈세가라면 그걸 모를 정도로 가벼운 가문이 아니었다. 분명 서두른다고 해도 실수를 범하지 않을 거라 판단했다.

“혼례는 지리상, 이가장이 좋으나… 대인께서 황도를 비우시기 어려우실 테니, 이곳에서 진행하시지요.”

“그래도 괜찮으시겠습니까? 대협.”

“물론입니다. 가주와 아버님께서도 이해해주실 겁니다.”

제갈세가의 입장에선 이가장에서 혼례를 치르는 것이 낫다.

무림맹의 총단은 허창에 존재한다.

허창에서 정주는 그리 먼 거리도 아니니 무림맹의 총군사인 제갈윤호의 입장에서도 나을 수 있었다.

허나 내각대학사인 문종학은 여식의 혼례를 위해서 긴 시간 황도를 비울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의 입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어차피 혼례 이후 거리상 문종학은 이가장과 자주 왕래할 수 없었다.

허나 제갈세가 그리고 제갈윤호는 다르다. 그러한 점도 고려하면 혼례 장소는 제갈세가에서 손해를 봐주는 게 낫다.

“감사합니다. 대협.”

“저희가 남입니까? 이제 가족이 아닙니까? 당연히 서로 도와야지요.”

그렇게 세 사람의 혼례는 빠르게 정해지게 되었다.

* * *

“끙… 16년 전 사라진 여아를 어찌 찾으라고…….”

상부에 내려온 지시에 개방도는 머리가 아파왔다.

천하 삼대 정보집단이자, 정파무림의 눈과 귀라고 불리는 개방이었다.

허나 그렇다고 해도 그들이 신은 아니었다.

무려 16년 전. 십 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이미 강산이 한번 바뀌고 또 절반쯤 바뀌었을 시간이었다.

게다가 단서라곤 16년 전 하남성 천중산에서 사라졌다는 것과 여아라는 점 등 단서가 몇 가지 되지도 않는다.

그러니 개방도들이 골머리를 썩는 것도 당연했다.

“우리 관할에선 없었다고 보고를 해야 하나…….”

사라진 지점이 하남성 천중산이라고 하지만 하남 개방분타들만 움직인 것이 아니었다. 그 외의 성으로 갔을 가능성이 전무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아서라. 쌍욕 먹지…….”

나이와 이름 등을 고려했을 때, 한 성(省)에 적게는 수십 많게는 일백이 넘는다.

즉, 웬만한 현(縣)에는 못해도 한두 명은 있단 뜻이었다.

게다가 개방 분타가 없을 작은 마을도 무시할 순 없었다. 이씨 성은 천하에서 가장 흔한 성 중 하나이며, 현영이란 이름도 그리 희귀한 편도 아니었으니까.

개방 화음 분타가 담당하는 지역에도 조건에 부합하는 여인이 무려 셋이나 되었다.

화음현은 화산파의 앞마당이라고 불리는 만큼 제법 규모가 있는 편이기 때문이다. 그 셋 중 상부에서 찾는 여인은 없었다. 그저 조건만 부합했다.

그렇다고 상부에 화음 분타에는 없다고 보고할 수도 없었다.

“비슷한 나이의 처자를 전부 확인해야 하나…….”

이제 대상을 확대할 수밖에 없었다.

하남 천중산에서 사라졌다는 것은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상부에서 전달한 조건과 달라질 수도 있었다.

가령 나이나 이름을 바꿀 수도 있으니까.

그렇게 된다면 조사 범위가 급격하게 넓어진다.

“젠장. 애들이 날 죽이려고 들겠군.”

지금도 발바닥에 땀나도록 뛰어다닌다.

그런데 조사 범위가 넓어지면 지금과는 비교도 될 수 없을 정도로 빨빨거려야 한다.

그들의 불평을 들어야 하는 것은 자신이었다.

하지만 이대로 조사를 중단할 순 없었다.

개방 총타. 그것도 용두방주의 직권에 의해 하달된 명령이기 때문이다. 물론 그 뒤에 무림맹 총군사의 입김이 들어갔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분타주님!”

“왜 소리 지르고 지랄이야!”

가뜩이나 골치가 아픈데, 큰 소리로 외치며 들어오니 짜증이 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분타주의 말에도 젊은 개방도는 아랑곳 하지 않고 외쳤다.

“더 있었습니다!”

“뭐가 더 있어!”

“분타주님께서 말씀하신 처자가 한 명 더 있었다고요!”

“뭐? 이 자식들이 정말! 셋뿐이라면서! 그리고 있으면 확인해보면 되지, 왜 지랄이야!”

분타주의 거친 말투에 젊은 개방도는 난처한 얼굴로 대답했다.

“제가… 확인하기에는 좀 거시기한 곳이라서…….”

“이 자식! 대 개방도가 할 소리냐! 황궁이냐! 사파사세냐! 아니면 화산이라도 돼!”

분타주는 분통을 터트렸다.

구파일방의 하나인 개방이었다. 그들이 조사 못 할 곳이 어디에 있겠는가. 게다가 화음현에 황궁이나 사파사세가 있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지현의 거처나 천호소 등은 곤란하지만 방법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그런데 놀랍게도 젊은 개방도가 고개를 끄덕였다.

“마, 맞아? 이 미친놈아! 화음현에 황궁이 있냐, 사파사세가 있냐!”

“…화산이 있잖아요.”

“화, 화산? 저, 정말 화산에 그 조건에 부합하는 처자가 있어?”

분타주의 물음에 젊은 개방도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해? 그걸 어떻게 알았는데?”

“확실합니다. 현에 내려온 도사님들이 하는 말을 들었거든요.”

화산파라고 해서 자급자족할 순 없었다.

그들이 입는 도의, 휘두를 검, 먹을 식량 등 필요한 것도 많을 수밖에 없었다.

화산의 속가제자들을 통해서 공급받기도 하지만 일부는 화산의 앞마당이라고 할 수 있는 화음현에서 해결한다.

그러다 보니 화산파 본산제자 중에서 화음현에 내려오는 이들이 있었다. 젊은 개방도는 그들의 입에서 나온 말을 들은 셈이었다.

“그렇단 말이지?”

“화산파라면 제 선에서 확인이 어렵지 말입니다.”

젊은 개방도는 고작 일결제자였다.

그런 그가 화산파에 직접 확인하러 간다? 개방이 화산파를 무시한다는 뒷말이 나오지 않을 수 없었다.

“나도 좀 거시기 한데…….”

“아! 그러고 보니 추풍개 장로님께서 섬서에 오신다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맞다! 그렇지! 당장 연락해서 장로님께서 어디 계신지 알아봐!”

분타주는 개방의 삼결제자였다. 직위가 너무 낮다고 생각할 수 없지만, 실제론 전혀 그렇지 않았다. 현에서 개방 분타주를 무시할 자는 거의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상대는 구파일방의 화산파다. 그것도 본산에 가기에 분타주로는 부담이 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러나 장로라면 말이 다르다.

개방의 장로는 화산의 장로보다 못할 게 없었다.

즉, 화산 본산에 오르기에 격이 떨어지지 않는다.

그렇게 화음 분타 개방도들은 조사를 멈추고 추풍개를 찾기 위해서 움직였다.

* * *

“…추풍개 장로님, 오랜만에 뵙습니다.”

“이 늙은이를 환대해주셔서 감사하외다. 장문인.”

세대교체가 이루어지고 있는 구대문파와 달리 개방은 아직 그렇지 못했다.

용두방주의 후보인 후개 시험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즉, 추풍개는 화산의 장문인 화천기보다 항렬상 위라고 할 수 있었다.

물론 그렇다고 한들 추풍개는 개방의 장로이고, 화천기는 화산의 장문인이었다. 따라서 추풍개가 일파의 수장인 그를 아랫사람처럼 대할 순 없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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