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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82화 (182/314)

182화.

그것도 상당히 젊은 사내였다.

그의 정체는 바로 도찰원의 감찰어사였다.

아무리 도찰원이 실권을 가진 기관이라고 해도 감찰어사는 고작 정7품에 불과했다.

포정사와 독대를 할 수 있는 자가 아니었다.

그럼에도 그는 독대를 승낙받았다. 이미 언질을 받았기 때문이다.

“만나서 반갑네. 귀한 분을 모신다고?”

“감히 소관이 어찌 그분을 모실 수 있겠습니까. 그저 명을 따를 뿐입니다.”

그 대답이면 충분했다. 독대를 할 자격이 증명되었다.

윤평은 하나의 서신을 건넸다.

바로 좌도어사의 명령서였다.

포정사도 충분히 움직일 수 있는 몇 안 되는 인물이었다. 그리고 이 명령서 뒤에 누가 있는지 어렴풋이 알기에 간과할 수 없는 일이었다.

허나 고관에 대한 인사권은 황제의 것이다.

아무리 포정사라도 무작정 결정할 순 없었다.

“아무리 내가 포정사라도 참정을 마음대로 처리할 수는 없네.”

“물론 알고 있습니다. 어른. …이거라면 우선 정직은 가능할 겁니다.”

이미 예상하고 있던 윤평은 품에서 서책 하나를 꺼냈다. 내용을 살핀 포정사의 눈이 커졌다.

그 내용은 놀랍다는 감정을 넘어서 간담이 써늘해졌다.

“충분하겠군. …혹 나에 관한 것도 있는가?”

“…….”

윤평은 포정사의 물음에 미소로 대답했다.

덕분에 포정사는 얼굴이 굳어졌다. 왜냐하면 그가 건넨 서책에는 호조참정과 병조참정의 비리가 적혀 있었다.

그것도 매우 상세하였기 때문에 고관인 그들이라도 당장 정직시킬 수 있었다. 파직이야 황실에 압송된 후에 결정될 일이었기에 포정사가 결정할 순 없었다.

아무리 감찰어사가 뛰어난 인재들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힘은 없었다.

그럼에도 윤평은 해냈다. 그건 그가 차기 도어사 혹은 부도어사에 오를 기대주이며, 주가려의 은밀한 지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아니었다면 일개 감찰어사가 이 정도의 감찰이 가능할 리가 없었다.

두 사람만큼은 아니지만, 포정사도 켕기는 것이 있는 만큼 마음이 편할 수가 없었다.

“그분께선 그리 꽉 막힌 분이 아닙니다. 포정사 어른.”

“흠흠. 그렇지. 그분은…….”

관리 중에 청렴한 사람을 찾기 어렵고, 청렴하다고 알려진 관리 중에서도 진짜는 거의 없었다.

즉, 털어서 먼지 안 나는 사람은 없다고 봐야 한다.

포정사라고 다를 바가 없었다.

하지만 호조참정만큼 심각하지 않으며, 더 윗선의 눈 밖에 나지 않으면 탈이 날 정도는 아니었다.

호조참정은 제 손으로 무덤을 판 꼴이었다.

“다만 너무 시끄러워지기 전에 처리하길 원하십니다.”

“나 역시 그러하네.”

자신의 목에 비수가 놓인 지도 모르고 우양은 즐거워했다.

* * *

“크크크… 건방진 놈.”

이가장이 애먹고 있다는 보고를 받은 우양은 너무도 통쾌하게 웃었다.

동시에 자신의 힘에 취했다. 감히 자신이 누군데 무부 나부랭이가 가당키나 하냐고 생각했다.

“주머니가 제법 빈 것이 신경 쓰이지만, 놈의 곳간에서 채워 넣으면 되지. 크크크…….”

이 결과물은 그냥 나온 것이 아니었다.

그의 주머니가 상당히 빌 정도로 꺼내야 했다.

호조참정인 그가 아무런 생각 없이 이런 일을 벌인 것은 아니었다.

회수 아니, 그 이상 채워 넣을 방법이 있기에 시행한 것이다.

바로 이가장을 통해서 채울 생각이었다.

이가장의 주머니는 상당히 크다고 알려졌다.

정주 제일상단이라는 중앙상단은 물론 중앙상회 역시 이가장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다.

그 외에도 여러 사업장을 보유했다. 이번 일로 이가장을 제대로 길들인 후 물주로 삼을 생각이었다.

자신의 주머니를 꽉꽉 채워 줄 물주로.

그렇기에 당장은 주머니가 비더라고 이번 일을 강행했다.

그만큼 자신도 있었다.

“이 정도로 정신을 차렸을 리가 없고… 다음에는 어떻게 흔들어 버린다?”

지금 그가 행한 수작도 이가장을 곤란하게 만들었다.

하지만 쇠뿔도 단김에 빼랬다고 그들을 길들이는 김에 확실하게 호구로 만들 생각인지 또 다른 수작을 강구하고 있었다.

나쁜 일을 벌일 때는 머리가 더 잘 돌아가는 그였다.

이런 저런 생각을 할 때, 부관이 찾아왔다.

“무슨 일인가?”

“포정사 어른의 분위기 심상치 않습니다. 참정 어른.”

부관의 말에 우양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의 입에서 포정사가 거론되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천둥벌거숭이처럼 날뛰어도 그는 포정사의 아랫사람이었다.

승선포정사사의 수장은 바로 그였기 때문이다.

만약 이가장에서 포정사에게 뇌물을 잔뜩 주고 움직였다면 자신이 원하는 것을 이루기 힘들어진다.

물론 자신도 종3품의 고관이기에 아무리 포정사라 할지라도 막무가내로 이래라저래라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그에겐 그만한 권한이 있었으니까.

“조금 더 자세히 알아봐.”

“예. 대인.”

포정사의 분위기가 왜 심상치 않는지를 알아야 제대로 대체할 수 있었다.

자신의 예상처럼 이가장과 연관이 없을 수도 있었다.

“안 되겠어. 포정사가 끼어들기 전에 빨리 처리해야겠어.”

그는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감지했음에도 멈출 생각보다는 오히려 더 빨리 일을 벌일 생각만 했다. 탐욕에 눈이 먼 우양은 너무도 위험한 선택을 하고 말았다.

그때 우양은 갑자기 짜증이 났다.

“왜 이렇게 소란스러워!”

버럭 화를 냈음에도 소란이 줄어들기는커녕 더욱 커졌다.

머리끝까지 화가 난 우양이 서책을 집어던지려고 할 때 갑자기 문을 열고 누군가 들어왔다.

“감히 여기가 어디라고… 포, 포정사 어른 오셨습니까.”

“무슨 뜻인가? 지금 그것을 나에게 던지려는 겐가?”

“그, 그럴 리가 있겠습니까.”

우양은 쥐고 있던 서책을 황급히 내려뒀다.

괜히 쓸데없이 빌미만 제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 그런데 여기까진 어인 일이십니까? 사람을 보내셨으면 제가 찾아뵀을 터인데…….”

우양은 포정사의 표정을 살피며 조심스럽게 물었다.

굳이 그가 직접 찾아온 이유를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자신의 말처럼 사람을 보내면 그만인 일이었다.

그때 포정사의 표정이 진중하게 변했다.

“호조참정의 우양! 황제폐하의 하해와 같은 성은으로 허락하신 승선포정사의 권한으로, 호조참정의 직책을 해임하겠다!”

“……!!”

전혀 예상치 못한 포정사의 말에 우양은 잠시 멍해졌다. 하지만 곧 정신을 차리곤 불복했다.

“바,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포정사 어른이시라도 호조참정인 저를 마음대로 해임할 수는 없습니다!”

“물론 잘 알고 있네.”

관리의 권한은 바로 황제로부터 나온다. 그렇기에 그들의 인사도 황제의 것이다. 허나 셀 수 없이 많은 관리를 황제가 전부 임명하고 관리할 수 없는 법이었다.

그렇기에 육부의 이부가 존재하는 것이고, 육조의 이조가 존재하는 것이다.

이부나 이조라고 모든 관리를 임명과 해임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특히 종3품 이상의 관리에 대한 임명 및 해임은 황제 고유의 권한이었다.

다르게 말한다면 승선포정사사의 수장인 포정사라도 호조참정을 해임할 수 없단 뜻이었다.

“그, 그렇다면 해임은…….”

“일반적인 경우라면 그렇지.”

포정사는 서책 한 권을 우양의 앞에 던졌다. 포정사와 서책을 번갈아 보던 그는 결국 서책을 펼쳤다.

그 후 바로 굳어 버렸다.

포정사가 자신을 해임한 이유를 깨달았기 때문이다.

“…판결은 황제 폐하께서 하실 걸세.”

“제,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십시오! 포정사 어른! 제, 제발…….”

우양은 포정사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사정을 했다.

하지만 이걸로 마음이 흔들릴 그가 아니었다.

포정사가 매몰차게 말했다.

“이런다고 달라질 것은 없네. 자네가 저항하면 추해질 뿐일세. 그리고 병조참정에게도 다녀와야 하니 그만하게.”

“포정사 어른! 포정사 어른!!”

그의 말에도 우양은 포기하긴커녕 더욱 달라붙었다.

포정사의 마음을 돌리지 못한다면 자신뿐만 아니라 우씨 가문은 이대로 끝이었다.

더 이상 그의 체면을 지켜줄 수 없다고 판단한 포정사는 군사들을 움직여서 포정사를 끌어냈다.

질질 끌려가면서도 우양은 포정사를 외쳤으나 포정사는 끝까지 그를 외면했다.

“호조참정에게 가자구나.”

회한의 눈물 (1)

“자, 장주님! 정주 밖에 세워졌던 군막이 철수했다고 합니다!”

“장부를 돌려 보내왔습니다!”

지난 며칠간 이가장의 골머리를 썩게 만든 일들이 한둘씩 사라졌다.

너무도 갑작스러운 상황에 오히려 당황스러울 정도였다.

“각주, 참의가 손을 써준 모양이오?”

“그게… 아직 접촉하지도 못했어요.”

“음? 그럼 이게 어찌 된 것이오?”

“아직… 확인이 되지 않았어요. 죄송해요. 바로 알아볼게요.”

이가장을 압박한 호조참정을 호조참의가 잘 견제해준 결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그게 아니었다.

아직 호조참의와 만나기 전이라면 앞뒤가 맞지 않는 일이었다.

분명 잘 된 일이었지만, 그 이유를 알 수 없기에 마냥 안심할 수도 없었다.

호조참정의 또 다른 수작일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긴장을 풀 수가 없었다.

허나 그런 걱정은 그리 오래 가지 않았다.

그의 걱정을 해결해줄 인물이 방문했기 때문이다.

“장주님 윤평이란 분이 뵙길 청하십니다.”

“윤평? 알겠네. 객당으로 가지.”

이현성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누군지 떠오르지는 않으나 분명 들어본 적이 있는 이름이었다.

그가 쉽게 떠올리지 못하는 것도 당연했다.

회귀하기 전에 들었던 이름이었으니까.

‘만나보면 알겠지.’

객당으로 가니 젊지만 왠지 모를 기품이 느껴지는 인물이 앉아 있었다.

다만 분명 눈에 익은 인물은 아니었다.

“이가장의 장주인 이현성이라고 합니다. 저를 찾아오셨다고요?”

“처음 뵙습니다. 도찰원의 감찰어사직을 수행하고 있는 윤가의 평이라고 합니다.”

그의 말에 이현성은 깜짝 놀랐다.

도찰원의 감찰어사라는 말에 첫 번째 놀랐고, 윤평이라는 말에 또 한 번 놀랐다.

관리도 아닌 자신에게 감찰어사가 찾아올 이유가 없었다.

하물며 윤평이란 거물이 자신을 찾아올 이유는 더더욱 없었다.

‘윤평이라면… 그가 아닌가? 도대체 저자가 왜…….’

이현성은 윤평이라는 이름이 귀에 익었던 이유를 깨달았다.

윤씨세가는 많은 관리를 배출한 권문세가이며, 특히 윤평은 십 년 후 정4품인 첨도어사까지 맡는 거물이었다.

십 년 후라고 해봤자 불혹에 불과한 나이인데도 출세를 한 것이다.

게다가 도찰원의 수장인 좌도어사가 바로 그의 부친이었다.

즉, 일개 정7품의 관리와는 입장이 다르다는 뜻이었다.

“…감찰어사께서 어인 일로 절 찾아오셨습니까? 저는 관리가 아닙니다.”

“우선 사과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대뜸 사과를 하는 윤평을 보며 이현성은 이게 뭘 의미하는 알 수 없었기에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자신이 알고 있는 윤평이 맞다면 분명 그만한 이유가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사과라니… 윤 어사님을 뵌 것이 처음인데, 어찌 사과를 하시는 겁니까?”

“물론 저희는 초면이지요. 그리고 사과는 제 개인의 사과가 아닌 관인으로서 드리는 사과입니다.”

이현성은 순간 무슨 말일까 생각했으나 곧 호조참정을 떠올릴 수 있었다.

하지만 그의 일을 왜 윤평이 사과를 한단 말인가?

호조참정이 윤씨세가의 파벌이었단 말인가?

고민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한들 알 수가 없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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