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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66화 (166/314)

166화.

안휘마검이란 초절정고수를 상대하고 있던 그가 아무리 제자를 구하기 위함이라도 검을 던진 것은 무모한 짓이었다. 허나 안휘마검이 더 이상 위협되지 않는다면 말이 다르다.

그렇다.

그 짧은 사이에 안휘마검은 한승의 검에 쓰러졌다.

결코 만만한 상대가 아니었지만, 그의 몸 상태가 온전하지 않은 덕분이었다.

“병신같은 놈! 반 각도 못 버티다니……!”

“흥. 우리도 제압하지 못한 주제에…….”

“이이익!!”

한은설의 독설에 대별노괴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허나 당황한 사람은 그만이 아니었다.

이현호 역시 놀라고 있었다.

그가 아는 한은설답지 않은 모습 때문이다.

그녀는 아차 했으나 이미 늦은 후였다.

처음 겪어보는 실전 때문에 자신도 모르게 흥분했다.

그로 인해 이현호의 앞에서 내숭도 떨지 못한 채, 대찬 성격을 내보이고 말았다.

“혀, 현아…….”

“누이가 이렇게 멋있는 성격인 줄은 미처 몰랐소.”

“헤헤. 그래?”

그의 기억 속 친누이 이현영은 무척이나 왈가닥이었다.

그렇기에 한은설의 대찬 모습에 당황했으나 싫지는 않았다. 의외로 이현호의 반응이 나쁘지 않자 한은설도 더 이상 내숭을 떨지 않았다. 허나 지금은 이렇게 한가로운 대화를 나눌 때가 아니었다.

“저기다!!”

“역천마라경을 빼앗아라!!”

“칫! 늦었군!”

대별노괴로서는 최악의 상황이었다.

앞에는 정체불명의 초절정고수.

뒤에는 수백의 무림인들.

입술을 깨문 대별노괴가 제안을 해왔다.

“날 도와준다면 역천마라경을 공유할 수 있게 해주겠소. 어떻소?”

“역천마라경? 이 사단의 원인이 역천마라경 때문이었군. 필요 없소. 그런 마공 따위는……!”

협을 중시하는 고지식한 정파고수가 바로 한승이었다.

그런 그가 마공을 탐할 리가 없었다.

대별노괴는 거래 대가를 잘못된 선택을 한 셈이었다.

물론 그 어떤 대가를 내놓는다고 해도 대별노괴와 손을 잡을 한승이 아니었다.

“마, 마공 따위! 개 같은 놈이!!”

자신은 목숨을 걸고 차지한 역천마라경이었다.

자신의 꿈을 한걸음 더 다가가게 해줄 기연이었다.

그런 역천마라경을 따위로 표현하니 분노하는 것도 당연했다.

분노는 강한 힘을 주지만, 이성적인 판단을 저해시킨다. 한승은 그런 상태로 상대할 수 있는 적이 아니었다.

쾅! 쾅! 쾅!!

“죽어! 죽어! 죽어 버리라고!!”

“그대의 강함은 인정하오. 허나… 삿된 것은 옳음을 이길 수 없소.”

두 초절정고수의 격돌에 역천마라경을 찾기 위해서 혈안이 되었던 무림인들은 기겁하며 물러날 수밖에 없었다.

일류, 절정고수들이 끼어들 수 있는 격돌이 아니었다.

또 다른 초절정고수의 등장에 무림인들은 움찔하며 숨을 죽였다.

게다가 자신들을 고생시킨 대별노괴가 밀리고 있으니 더욱 당혹스러웠다.

그때였다.

“하늘의 검에 적수가 없다(天劍無敵)!!”

“헉! 파산… 으아악!!”

안휘마검에 이어서 대별노괴까지 한승의 검을 감당하지 못하고 운명을 다했다.

수백의 무림인들은 한승의 막강함에 경악했다.

덕분에 감히 다가오는 자가 없었다.

한승은 저들이 노리는 것이 뭔지 알 수 있었다.

대별노괴가 제안했던 역천마라경이란 것을.

한승은 대별노괴의 품에서 하나의 서책을 꺼냈다.

모두 알 수 있었다.

그 서책이 역천마라경이라는 것을.

“고작 이깟 마공 따위에 수많은 피를 흘리다니…….”

“여, 역천마라경이다! 빼앗는 자가 역천마라경의 주인…….”

“갈(喝)! 그만!! 모두 멈추시오!!”

한승의 절대적인 신위에 겁을 먹은 무림인들을 보며 혁련세가의 고수들이 다시 선동하려고 했다.

허나 그들은 그럴 수 없었다. 심후한 내공이 실린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좌중을 압도했기 때문이다.

“무림맹 백호당주 팽홍원이 무림동도들께 인사드리오!”

“벼, 벽력도군!”

“제, 젠장!!”

제갈윤호의 긴급 명령을 받고 출동한 백호당주가 드디어 도착했다.

무림맹 백호당주가 하북팽가주인 벽력도군 팽홍원이란 사실을 아는 무림인들은 감히 움직일 수 없었다.

그 본인이 초절정고수이며, 하북팽가와 무림맹이란 거대한 배경을 가지고 있었다.

게다가 백호당 일대 오십 명과 그들을 지원한 산동악가의 기마대원 사십 명까지 대동한 상황이었다.

산동악가 기마대원 나머지 열 명은 기마들을 지키고 있었다.

대별노괴와 안휘마검을 상대할 때와는 상황이 다르기에 감히 무림인들은 움직일 수 없었다.

이는 혁련세가 고수들도 다르지 않았다.

무림인들이 흥분하고 있을 때는 선동을 해도 의심을 사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상황은 다르기 때문에 아쉽지만, 사태의 추이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천중산장에 사는 한 아무개외다.”

“한 대협이셨군요. 본맹의 총군사님의 명령으로 분란거리인 역천마라경을 회수하려고 합니다. 한 대협께서 양보해주실 수 있겠습니까?”

정중하지만 결코 비굴하지 않고 당당한 벽력도군의 모습이 한승은 나름 마음에 들었다.

허나 무림인들의 욕망을 눈앞에서 너무 적나라하게 봤기에 쉽게 그 청을 들어줄 수가 없었다.

그게 바로 협과 의를 아는 무림인 본연의 모습이라고 생각했다.

설사 무림맹과 척을 지더라도 그 길을 걸을 한승이었다.

“그 전에 한 가지만 묻고 싶습니다. 팽 대협.”

“말씀하십시오. 한 대협.”

“귀맹에선 역천마라경의 회수 목적이 분란을 막기 위한 순수한 의도라고 자신할 수 있습니까?”

“본맹은 정파무림의 연합입니다. 정도(正道)를 걷는 자로서 마공을 탐하려는 자가 본맹에 있다면 본인이 직접 칼을 뽑겠습니다.”

단호한 팽홍원의 말이 무척이나 마음에 들었는지 한승은 고개를 끄덕였다.

“좋습니다. 이 마경을 귀맹에 양도하겠습니다. 허나…….”

“헉!”

쩌억!

팽홍원은 물론 좌중은 경악했다.

한승이 쥐고 있던 역천마라경을 둘로 찢었기 때문이다.

그리곤 후반부 부분을 삼매진화(三昧眞火)의 수법으로 태워버렸다.

“귀맹을 의심하는 것은 아닙니다. 허나 피를 부르는 마물을 그대로 두는 것은 위험합니다. 사람의 마음을 조종하니 말입니다.”

“한 대협의 행동이 좀 과격하오나… 본인 역시 같은 생각이오. 마경의 앞부분은 본맹에서 처분하겠소.”

“믿겠습니다.”

한승은 역천마라경의 전반부를 팽홍원에게 건넸다.

이에 좌중은 망연자실했다.

무학이란 무척이나 민감한 공부였다.

한자 하나만 바뀌어도 의미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하물며 역천마라경과 같은 절세마공을 절반이나 소실된 상태에서 익힐 수 없었다.

그건 주화입마에 빠지는 지름길이나 마찬가지였다.

역천마라경의 전반부를 건네받은 팽홍원은 한승을 향해 포권을 취했다.

“다시 인사드립니다. 무림맹 백호당주인 팽홍원입니다. 한 대협의 성함을 알고 싶습니다.”

“천중산장의… 한승입니다. 팽 대협.”

창천검군이 인정한 검술의 대가 안휘마검과 녹림 삼대고수인 대별노괴를 벤 천검(天劍) 한승의 이름이 천하를 진통케 하는 계기가 되었다. 그의 존재를 알아내기 위해서 수많은 세력이 은밀하게 움직였다.

‘천중산장의 한승…! 상부에 보고해야겠군.’

* * *

“허허허. 무림의 흥복일세.”

천중산으로 떠났던 백호당주의 서신을 받은 무림맹주는 무척이나 기뻐했다.

역천마라경의 회수 임무를 완수했기 때문만이 아니었다. 그 과정에서 알게 된 한 기인의 존재 때문이다.

백의무제라고 불릴 정도로 협과 의를 중시하는 무림맹주에게 한승의 행동은 기쁘지 않을 수 없었다.

아직도 무림에는 대협이 있다는 뜻이었다.

“제갈 군사. 천중산장과 천검이란 친구에 대해서 알아봐주게나.”

“이미 지시를 내렸으니 곧 보고가 올 겁니다. 맹주님.”

“하하하. 역시 제갈 군사답군.”

한승에 대해서 호기심을 가진 것은 무림맹주만이 아니었다. 총군사인 제갈윤호 역시 관심을 가지고 있었다.

수많은 고수가 속해 있는 무림맹에서조차 초절정고수는 스물을 넘지 못한다.

물론 총동원령을 발동한다면 각 사문에 있는 수십여 명의 초절정고수가 합류하게 된다.

허나 무림맹 차원에서 활동하는 초절정고수는 그만큼 적다.

게다가 파벌에 휘말리지 않은 초절정고수는 그보다 더 귀했다.

만약 한승이란 초절정고수가 무림맹에 입맹해서 중도 노선만 걸어준다면 총군사의 입장에서 큰 도움이 된다.

그러니 어찌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있겠는가.

“그보다… 이 시기에 역천마라경이 천중산에서 발견된 것이 이상하지 않은가?”

“역천마라가 사라진 곳이 하남성이었으니 지리적으로 모순이 없습니다만… 저 역시 느낌이 좋지 않습니다.”

역천마라경의 원주인인 역천마라(逆天魔羅)는 천마대전 당시에 활동한 마교의 고수였다.

게다가 초마경(화경)에 오른 마교 십대고수 중 한 명이기도 했다.

비록 말석에 불과해도 그의 강대함은 말로 표현하지 못할 정도였다. 그런 역천마라의 마공이니 무림인들이 이성을 잃고 천중산에 몰려든 것이다.

역천마라경의 마공만 익힌다면 절대고수도 꿈이 아니었다. 역천마라는 철마와 달리 천마대전 당시 죽지 않았다.

정확히는 시체가 발견되지 않았기에 생사확인이 불가능했다. 그런 역천마라경이 지금과 같은 시기에 천중산에서 발견된 것은 꺼림칙한 일이었다.

“배후가 있을지 모르니… 조사해주게.”

“무영대의 인력이 부족하니, 개방의 도움을 받겠습니다.”

“부탁하네.”

천하 삼대 정보집단인 개방의 정보망은 제갈세가의 무영대와 비교할 수 없이 방대했다. 허나 총군사 휘하 집단이 아닌 만큼 협조를 받아내야 한다.

그러다 보니 무영대 만큼 자유롭게 다룰 수 없다는 문제가 있었다. 허나 어쩔 수 없었다.

그만큼 무림맹은 인력난을 겪고 있었다.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그를 본맹에 초청해서 설득해봐야겠어.’

인재가 부족한 만큼 한승이 더욱 탐이 나는 제갈윤호였다.

* * *

“아쉽군. 피해를 조금 더 입힐 수 있었는데… 대별노괴가 나이를 먹더니 너무 몸을 사렸어. 그러니 허무하게 죽은 거지.”

무림맹의 개입으로 천중산의 임무는 종결이 되었다.

임무에 투입되었던 혁련세가의 고수들은 복귀하기에 앞서 그 결과를 본가로 보내왔다.

“그래도 의외군. 대별노괴와 안휘마검이라면 그 이상 혈겁을 일으킬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대별노괴와 안휘마검이 천중산에 나타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물론 대별노군의 거처인 대별채가 천중산과 그리 멀지 않은 대별산이니 그럴 수 있지만, 안휘마검의 등장은 의외였다.

허나 그게 누군가의 수작이었다면 말이 된다.

뛰어난 검술에 비해 내공심법이 뒷받침되지 않는 안휘마검에게 미리 역천마라경에 대해서 정보를 흘렸다.

아무리 그가 활동하는 안휘성 북부와 하남성 남부가 인접하다고 해도 이동시간이 필요할 테니까.

안휘마검은 혁련세가의 생각대로 가장 적절한 시기에 천중산에 도착할 수 있었다.

예상치 못한 것은 대별노괴가 옛 악명과 달리 몸을 너무 사렸다는 점이었다.

최소 수십 이상의 피해를 더 만들어낼 수 있었을 텐데 그렇지 못한 점이 너무 아쉬웠다.

하지만 진정 예상치 못한 변수는 따로 있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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