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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52화 (152/314)

152화.

거기에 수백 가지의 약초와 독초를 배합한 후 사술로 효능을 한층 끌어올린다.

그야말로 비약 중에 비약이었다.

“그만큼 너희들에 대한 상부의 기대가 크니, 그 기대에 부응…….”

웅성웅성.

찬양에 가까운 육관장의 말은 이미 그들의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혈천신단의 효능이 어마어마한 만큼 그것을 얻고자 하는 탐욕 역시 대단했다.

그러나 다른 이유로 놀라는 이가 있었다.

‘젠장, 벌써 때가 된 건가. 아직 복수할 준비가 끝나지 않았는데…….’

비약 중에 비약이라고 할 수 있는 혈천신단을 괜히 하사할 리가 없었다. 그만큼 혈살객이 필요한 시기가 가까워졌단 뜻이며, 매우 긴요하게 사용하겠단 뜻이었다.

혈천의 대업보다 혁련후에게 복수를 꿈꾸던 초운비는 머리가 복잡해졌다.

당장이라도 복수를 하면 좋으련만 혁련후는 그 사이 꾸준히 혈살동 내에 제 사람을 만들어 놓았다.

혈살객들만이 아니라 교관들이나 관장들 중에서 여럿 있기에 그들의 눈을 피해가며 혁련후에게 복수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만약 실패라도 하면 끝이었기에 완벽한 기회를 엿보던 중이던 초운비는 계획을 전면 수정할 수밖에 없었다.

‘형님! 조금만… 조금만 더 기다려 주십시오.’

* * *

“사신당(四神堂)이 있는데, 굳이 별동대를… 그것도 세 개나 편성할 이유가 있는지 모르겠습니다.”

무림맹의 정식 발족에 앞서 수뇌부는 매일매일이 회의의 연속이었다.

정파무림의 연합체인 무림맹인 만큼 협의 및 조정해야 할 부분이 한두 가지가 아니었다.

별동대와 같은 독립적이고 긴밀한 무력대 창설을 위해 회의가 벌어지는 것은 당연했다.

“언 호법님의 말씀도 일리가 있습니다만, 사신당은 사신당에 맡는 역할이 있고 별동대는 별동대만의 역할이 있습니다.”

“그야… 그렇지만…….”

무림맹의 호법으로 내정된 진주언가주인 언중경은 제갈윤호의 말을 반박하지 할 수 없었다.

상대는 강호칠기이자 총군사였다.

“별동대를 편성하려는 이유 중 하나는 중소문파에게 희망을 주고, 숨은 인재를 끄집어내기 위함입니다.”

“조금 더 자세히 말씀해보세요. 총군사님.”

제갈윤호의 말에 무림맹주인 백의무제(白衣武帝) 백무강이 관심을 보였다.

성승이 맹주 자리를 거절한 이후, 맹주 선정에 더욱 고심할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주는 무림황제라고 불릴 정도로 막강한 자리였다. 잘 못 임명을 했다가는 폐단으로 이끌 수 있었다.

그러던 중 백의무제의 거처를 발견했다.

구파일방 및 오대세가와 같은 거대한 세력이 없으면서, 십정(十正)에 속한 화경고수.

백의를 즐겨 입기 때문도 있으나 그 성품 때문에 지어진 별호였다.

그만큼 무림맹주의 중책을 맡기에 충분했다.

허나 백의무제는 맹주 자리를 거절했다.

아니, 그의 성품을 생각하면 당연했다.

제갈윤호는 그가 십여 년 전에 잃어버린 손자를 애타게 찾고 있음을 알았다. 손자의 실종사건을 맹 차원에서 조사해준다는 조건으로 그를 맹주로 영입할 수 있었다.

그런 그이기에 소외당하는 중소문파 출신들에게 희망을 주기 위함이란 말에 관심이 가는 것도 당연했다.

“사신당 중 현무당이 중소문파 출신으로 구성한다지만, 절대 다수인 그들에게 기회가 적은 것이 사실입니다. 대문파나 무림세가에 비해 중소문파 출신들의 실력이 떨어지기는 하지만 아닌 경우도 분명 있습니다. 그런 인재들을 뽑기 위해 별동대를 편성하려고 합니다.”

“방법이 있소? 자칫 현무당을 세 개 더 뽑는 것과 다를 바가 없을 수도 있소만?”

말이 중소문파이지만, 현무당의 구성원은 나름 명문이라 불리는 자들이었다. 진정한 숨은 인재들을 찾아낸다는 의의가 무색해질 수도 있었다.

맹주의 말에 몇몇 장로, 호법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별동대에겐 독립지휘권까지 주어질 예정인데, 어중이떠중이로 구성되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비무를 통해서 선출할 예정입니다.”

“비무라… 조금 더 상세히 설명해주시구려. 총군사.”

“예, 맹주님. 제 의견은 이렇습니다. 본맹의 발족식에 맞춰서 대대적인 비무대회를 여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몇몇 부상과 별동대의 자리를 내놓는다면 아직 참여하지 않은 더 많은 인재들이 몰릴 것이며, 본맹의 위용도 증명할 수 있을 겁니다.”

정파무림의 연합체인 무림맹의 발족식이었다.

그에 걸맞은 웅장하고 화려한 자리로 만들어주기에 부족함이 없는 계획이었다. 이에 언중경이 끼어들었다.

“총군사님. 중소문파 출신만 참가할 수 있습니까?”

“으음… 원칙적으로 중소문파를 더욱 포용하기 위함이지만, 대문파와 무림세가 대표자를 포함시켜도 될 것 같습니다. 언 호법님.”

언중경의 아들 언유광은 환락음약고(歡樂陰陽蠱)의 부작용으로 폐인이 되었다.

허나 제 아들을 포기할 언중경이 아니었다.

그는 석가장의 도움으로 언유광을 강하게 만들었다.

그 과정에서 인륜까지 저버리는 무도한 짓을 저질러야 했지만, 언중경은 개의치 않았다.

부친조차 죽인 그는 남들이 어찌 되건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그렇게 애지중지 키운 언유광이었다.

무림맹의 별동대 중 한 자리는 가져와야 남는 장사가 아니겠는가.

“다른 궁금한 점 있으십니까, 언 호법님?”

“아닙니다. 총군사님.”

언유광만 아니라 그와 비슷한 생각을 하는 자가 여럿 있었다. 아니, 실제로 제갈윤호 역시 그런 생각으로 별동대를 편성하려는 것이다.

‘요녀석아! 처조부의 선물이니 잘 받아먹어라.’

* * *

“비무대회라… 재미있는 짓거리를 다 하는군.”

혁련용후는 히죽거리며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었다.

별동대와 비무대회는 아직 기밀사항이지만, 혁련세가의 정보력을 알려주듯 그는 이미 알고 있는 일이었다.

무림맹의 발족식이 가까워질수록 혁련세가의 활동에 제동이 걸릴 수밖에 없었다.

무림맹의 정보망이 촘촘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허나 지난 2년이 혁련세가에게 제법 알찬 시간이 되었다.

무림맹 총단의 공사나 지부설립 등으로 어수선한 틈을 타 혁련세가 역시 은밀하게 세력을 넓혔다.

비록 개방의 총타가 있는 개봉에는 손을 쓰지 못했으나 낙양과 정주 역시 혁련세가의 그림자를 씌었다.

그렇다고 모든 계획을 성공한 것은 아니었다.

낙양 제일인 낙양검문을 흔들어서 이가장과 충돌시키려고 했으나 흑천마옹의 일로 무산된 일도 있었다.

“계획과는 좀 다르지만… 유성쾌검과 벽하일도, 장홍관천 정도면 되려나?”

유성장의 유성쾌검(流星快劍).

벽하도문의 벽하일도(碧霞一刀).

장홍검파의 장홍관천(長虹貫天).

하남성의 각 현을 대표하는 고수들이었다.

비록 초절정에는 오르지 못했으나 그에 못지않은 실력을 갖추었다는 공통점이 있었다. 허나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으니, 바로 혁련세가의 휘하에 있다는 것이다.

특히 유성장은 허창현에 위치한 무림방파로, 전면에 나설 수 없는 혁련세가를 대신하는 세력이었다.

“빈집털이를 하려면 그 이상은 곤란하니까.”

혁련용후 아니, 혈천에서는 무림맹의 발족식을 이용해 무언가를 꾸미고 있었다.

다만, 아직 혈천이 전면적으로 나설 때가 아닌 만큼 대대적인 공세가 아닌 은밀하게 수를 쓸 예정이었다.

“아쉽군. 혈살객만 완성되었어도 제법 재미있는 일이 벌어졌을 텐데 말이야.”

혈천의 수뇌부는 혈살육관의 인재들에게 혈천신단을 복용시켜 그들의 출관 시기를 바짝 앞당겼다.

허나 아무리 혈천신단을 복용했다고 해도 당장 그들을 움직일 순 없었다. 오히려 혈천신단을 복용시켰기에 약효를 용해할 시간이 필요했다.

안타깝게도 무림맹 발족식 내에는 어려울 듯싶었다.

그렇다고 한들 시일이 바짝 당겨진 것은 사실이었다.

“즐거워해라. 너희들의 시대는 이제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무림맹 발족식

“우와!! 부상으로 무려 회령환(回靈丸)이라니…….”

“칠채보검(七彩寶劍)은 어떻고!”

허창에 가까워질수록 사람들, 특히 무림인들이 많아졌다. 그들은 입을 모아 무림맹과 비무대회에 대해 얘기했다. 무림맹의 발족식만 해도 이목을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는데, 비무대회까지 연다는 소식 때문이다.

별동대를 뽑는 것으로 부족해서 대단한 부상들이 제시되었다. 성수의가에서도 쉽게 내놓지 않는다는 회령환과 일곱까지 빛깔을 가졌다는 칠채보검 등 보물이라고 할 수 있는 부상을 몇 가지나 내놓았다.

무림인들이 흥분하는 것은 당연했다.

“이래서는 거처를 구하기도 쉽지 않겠군.”

“예. 허창현은 물론 하루이틀 거리에 있는 마을에도 방이 없어서 노숙을 하는 자들이 부지기수라고 합니다.”

이렇다 할 배경이 없는 무림인들에겐 천재일우의 기회였다. 덕분에 사람들이 마구마구 모여든 투숙할 장소가 없었다. 객잔이나 기루 등은 물론 민가에 웃돈을 주고 신세를 질 정도였다.

“저흰 초청장이 있으니 무림맹 내에 거처가 마련되어 있을 겁니다.”

“그나마 다행이군.”

“자리가 없으면 제갈세가에 신세를 져도 되네.”

“하하! 그래도 되겠군요. 규 장로님.”

예정대로 이가장에도 무림맹 발족식의 초청장이 발부되었다. 정주에서 허창까지 넉넉잡아 5일이면 올 수 있는 거리인 만큼 이현성은 서두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허창은 이미 인산인해를 이루고 있었다.

사람. 특히 무림인들이 많으면 마찰이 일어나기 쉬운 법이었다. 이가장은 만약을 대비해서 정파 출신으로 구성된 호위대를 이끌고 왔다.

다행히 조심한 덕분에 특별한 시비는 일어나지 않았다.

허나 다른 곳들은 달랐다.

“거참! 자리도 없으니 합석 좀 하자는데 더럽게 비싸게 구네!”

“시끄러워 죽겠군. 자리가 필요하면 웃돈을 주고 마련하게. 돈이 없으면 서두르던지. 난 이 자리를 공유할 생각이 없으니 썩 비키게.”

화를 내는 사내들을 무시한 채 중년 사내는 차분히 차를 마셨다. 그 모습이 사내들의 화를 더욱 돋웠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중년 사내는 오직 차를 마시는데 집중했다. 결국 분을 참지 못한 사내들이 칼을 뽑았다.

“감히 우리 호협쌍도(豪俠雙刀)를 무시하겠단 말이지!”

“뜨거운… 앗 뜨거!!”

결국 칼을 뽑은 호협쌍도가 중년 사내를 위협하려는 순간 그가 마시던 차를 끼얹었다. 예상치 못한 중년 사내의 행동에 호협쌍도는 어찌하지 못한 채 그대로 뜨거운 차를 맞아야 했다.

“경고는 한 번뿐일세.”

“미, 미친……!!”

중년인의 말이 도화선이 되었는지 결국 호협쌍도는 쥐고 있던 칼을 휘둘렀다. 비무대회에 참가할 생각으로 온 자들인지 칼 솜씨가 보통이 아니었다.

허나 진정 놀라운 쪽은 중년 사내였다.

쥐고 있던 찻잔으로 호협쌍도의 칼을 막아냈다.

그럼에도 그가 쥐고 있던 찻잔은 멀쩡했다.

호협쌍도는 물론 주변에서 식사를 하던 무림인들 역시 깜짝 놀랐다.

“결국… 피를 보잔 뜻이군.”

“커험! 우, 우린 그만 가세나.”

“그, 그러게나…….”

하나를 보면 열을 안다고 중년 사내의 한 수만으로 그의 실력이 얼마나 뛰어난지 알 수 있었다.

덕분에 조금 전까지 성을 내던 호협쌍도는 머쓱해하며 도망치고 말았다. 중년 사내는 도망치는 그들을 보며 미간을 찌푸리곤 점소이를 불렀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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