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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51화 (151/314)

151화.

무림맹 총단의 공사 때문에 아직 정식 발족되지 않았으나, 사실 무림맹의 운영은 2년 전에 시작되었다.

무림맹은 정확히는 각성의 성도(省都)와 부(府) 그리고 주요 현(縣)을 대표하는 방파에 지부 역할을 제안했다.

무림맹이라는 거대한 권력을 등에 업을 기회였으므로 대부분 그 제안을 수락했다.

허나 극히 일부이지만 거부한 곳도 있었다.

이가장이 바로 그에 해당된다.

명문의 입장에서는 이가장은 듣도 보도 못한 장원이기에 지부 제안을 받는 것조차 기이하게 여겼다.

허나 소림 및 거대세가(검왕과 신산)에서 추천을 한 덕분에 제안을 받았다. 그럼에도 거절을 했으니, 내심 불쾌하게 여길 것이 당연했다.

허나 당시에는 이가장의 내실을 다지고, 동시에 덩치를 불려야 할 때였다.

무림맹 지부를 맡을 여유가 없었다.

그로 인해 어부지리로 정주하가가 그 영광을 차지했다.

대문파와는 비교할 수 없으나 중소방파 급에서는 제법 규모가 있는 가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이가장 때문에 그리 큰 위세를 부리지는 못했다.

“천사교(天邪敎)와 천웅방(天雄幇)은 물론 사해련(四海聯)을 생각해선 이번 제안을 거부할 수 없습니다.”

“설마 흑혈방주가 흑천마옹(黑天魔翁)의 조카였을 줄은 몰랐으니까.”

이현성은 천사교, 천웅방에 이어서 사해련까지 척을 지고 말았다. 발단은 어이없게도 죽은 흑혈방주 때문이다.

이가장의 담을 넘었던 흑혈방주는 암월 호법에 의해 제압되었고, 귀매에 의해 죽음을 맞이했다.

이후 흑혈방주는 부방주였던 흑풍이 이어받았다.

그렇게 끝이 난 줄 알았는데, 어느 날 흑혈방이 멸문당했다. 사해련 삼대봉공 중 하나인 흑천마옹에 의해서였다. 흑천마옹은 사해련주인 도사(刀邪) 사망도제(死亡刀帝)를 보좌하는 사해련 십대고수이었다.

사실 흑혈방은 사해련의 비밀거점 중 하나였던 것이다.

흑혈방을 무너트린 흑천마옹은 이가장을 공격했으나 되레 이현성에 의해 제압되었다.

물론 흑천마옹의 목숨을 취하진 않았으나 사해련은 체면을 구긴 셈이었다.

결론적으로 이가장은 사파사세의 셋과 불편한 관계를 맺게 되었다. 동시에 이가장을 불쾌하게 여기던 시선이 사라졌다.

“후. 지옥성까지 척을 지지 않은 걸로 만족해야 하나…….”

“까짓것 지옥성도 척을 지면 어떤가? 본장은 호락호락하지 않네.”

“영감탱이야! 주책부리지 말고 입 다물어!”

“내, 내가 뭘 잘못했다고 그러는가.”

한 노인이 호기롭게 말하자, 곁에 있던 노파가 버럭 화를 냈다.

그러자 노인은 찔끔하며 뒷말을 흐렸다. 두 노인의 장난스러운 대화에도 어느 누구도 끼어들지 못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두 노인의 정체는 강호칠기(江湖七奇)인 장강어옹(長江漁翁) 규염과 칠현마금(七絃魔琴) 독고혜이기 때문이다.

제갈현지를 친손녀처럼 여기던 장강어옹이 이가장에 찾아오더니 아예 눌러앉았다. 두 사람의 관계를 알기에 이현성은 묵인했다.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예상치 못한 손님을 맞이하게 되었다.

칠현마금 독고혜.

장강어옹과 같은 강호칠기에 속한 기인이었다.

놀랍게도 그녀는 문교교의 외조모였다.

음공(音功)을 버리고, 학사에게 시집을 가버린 여식에게 배신감을 느낀 독고혜는 절연을 했다.

허나 그녀도 나이를 먹었는지 손녀를 보기 위해서 이가장에 왔다가 장강어옹처럼 이가장에 눌러 앉게 되었다.

“무림맹 방문을 피할 수 없을 듯합니다. 두 분 중 한 분께서 저와 동행해주셨으면 합니다.”

“그럼 내가 가지. 오랜만에 신산, 그 친구도 볼 겸 말이야.”

“호위대는 마찰을 피하기 위해서 정파 출신으로 편성하겠습니다.”

“부탁하네. 허 대주.”

2년 사이에 가장 큰 변화 중 하나는 무사들의 숫자였다. 허정을 필두로 한 묵룡대와 북경에서 내려온 흑룡대, 예비대이자 경비대인 잠룡대가 각기 일백 명씩 총 삼백 명이었다.

허나 그건 공식적인 이가장의 전력일 뿐이었다.

유백이 맡고 있는 신룡표국의 표사 및 표두가 이백이며, 중앙상단의 호위대 역시 이백이나 된다.

중앙상단 호위대인 패룡대장은 산동에서 이현성의 시험을 완수하고 돌아온 백랑 곽호였다.

태산에 숨겨진 기연, 패왕도법을 손에 넣은 덕분에 그는 한층 더 강해져 있었다. 그 외에 중앙상회 경비대와 풍운각 역시 각각 일백 명씩 구성되어 있었다.

총 구백 명.

2년 사이에 몸집을 상당히 키우는데 성공했다고 할 수 있다. 다만 불린 덩치에 비해 아직 정예화를 이루지 못한 점이 아쉬웠다. 허나 실력은 단기간에 올리는데 한계가 있으니 아쉽더라도 어쩔 수 없었다.

“회의는 이것으로 마무리하지.”

“수고하셨습니다.”

회의를 마치자 이가장의 가신급 인물들이 하나둘씩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한 사람은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장로님. 하실 말씀이 있으십니까?”

“…우리 교교를 언제까지 기다리게 할 생각인가?”

칠현마금 독고혜의 말에 이현성은 움찔했다.

그라고 문교교의 마음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애써 모른 척했다. 물론 미모가 한창 물이 오른 문교교가 아름답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현성에게 친동생과 같기 때문에 쉽게 마음이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한들 쉽게 거절할 수도 없었다.

독고현의 별호에 마(魔)자가 들어간 것은 그녀가 마공을 익혔기 때문이 아니었다. 적이다 싶으면 사정을 보지 않고 살상을 했기 때문이다.

나이를 먹으면서 많이 변했으나 그 성격이 어디 가는 것은 아니었다.

“…자네가 아는지 모르지만, 요즘도 매파가 많이 오고 있다네. 교교 고것이 싫다고 해서 다 거절하고 있지만 말이야. 정말 마음에 없다면 확실하게 정리해주게. 고녀석은 물론 자네를 위해서라도…….”

“…생각해보겠습니다. 장로님.”

문교교의 부친인 문종학은 내각대학사였다.

이현성이 함께 지내던 4년 전만해도 자리를 막 잡고 있던 상황임에도 그 영향력이 대단했다.

그리고 4년이 지난 지금, 명실상부 일인지하 만인지상이라고 할 수 있는 실세 중의 실세로 확고하게 자리를 잡았다. 이는 황제의 총애가 한몫했다고 할 수 있었다.

아무리 청렴한 학사라도 내각대학사와 같은 대단한 위치에 오른다면 탐욕을 부릴만한데, 문종학은 여전히 권력을 멀리했다.

그것을 알기에 황제는 실세로 부상한 문종학을 견제가 아닌 포용을 하고 있었다. 그런 문종학의 아들인 문태규는 북경 최고의 신랑감이 되었다.

여식인 문교교라고 해서 결코 다르지 않았다.

‘교교… 그리고 제갈 소저에게 너무 미안한 짓을 하고 있었구나. 하…….’

* * *

“으하하하!!”

“미친소야! 어림없다!!”

거구의 청년이 흡사 거도(巨刀)와 다를 바 없는 검을 휘둘렀다. 그의 실력이 범상치 않음을 알려주듯 풍압만으로도 바닥이 패이고 벽에 금이 갔다.

그런 거구 청년의 거검(巨劍)을 한 치의 차이로 피하는 또래의 청년이 있었다. 그야말로 아슬아슬한 차이로 피하고 있었기에 자칫 거검에 큰 부상을 입을 수도 있었다.

하지만 청년의 얼굴에는 여유가 깃들어 있었다.

“너야말로 언제까지 피할 수 있을 것 같더냐! 미친 까마귀야!”

혈천의 비밀병기 중 하나인 혈살객을 양성 중인 혈살동.

그 혈살동의 혈살육관 중에서도 마지막 관문인 육관에는 현재 열일곱이나 입관한 상황이었다.

물론 열일곱 모두가 육관을 통과할 거라는 보장은 없었다.

실제로 과거에는 다섯 명만이 혈살육관을 통과했었다.

설사 혈살육관을 통과하지 못한다고 한들, 육관에 입관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특급살수의 능력을 보유한 셈이었다. 그런 인물이 열일곱이며, 그중 일부는 십대살수급으로 성장할 것이다.

혈천의 입장에서 기쁜 일이었다.

그중에는 예상치 못한 인물이 여럿 있었다.

그 대표격이 삼광(三狂)이었다.

겉보기에 우직한 소 같으나 거검을 쥐면 앞뒤 재지 않고 달려드는 광우(狂牛).

순둥이처럼 생긴 얼굴과 달리 한번 싸우면 목숨을 불사르는 광견(狂犬).

잽싸게 도망치다가 틈이 보이면 약점만 집요하게 파고드는 광오(狂烏).

오관까지만 해도 두각은커녕 중위권에 맴돌던 그들이 갑자기 육관에 오르면서 모두를 놀라게 했다.

다만 상부의 기대와 달리 삼광이라고 불릴 정도로 관리가 안 되는 놈들이었다.

“아무리 용 써도 맞지 않으면… 헉!”

“흐흐! 네놈 걸렸… 헉!”

광우과 광오는 매일 같이 싸웠다.

그럼에도 한 번도 결판을 내지 못했다.

한 명은 저돌적인 전투방식으로 죽어라 검을 휘두르고, 다른 한 명은 계속해서 피하며 기회를 엿보는 방식이었다.

광우가 워낙 체력이 좋으니 광오는 한 번도 기회를 차지 못했다. 광오가 워낙 빠르니 광우 역시 한번도 제대로 가격할 수 없었다.

그러나 드디어 결판을 낼 기회가 왔으나 예상치 못한 훼방으로 무산되고 말았다.

“초운비, 이 자식이!!”

“그만해라. 육관장(六館長)이 모이란다. 괜히 늦으면 저번처럼 지랄한다.”

“젠장! 육관장은 왜 지금 모이라고 지랄이야!”

“흐흐… 그게 네 복이란다. 미친소야.”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고 했던가.

삼광은 서로 함께 다녔다.

물론 사고 역시 무진장 쳤기에 혈살동에서도 요주의 인물들이었다.

―우야, 감시하는 눈이 있은데 광룡마공을 다 보이면 어떻게 해?

―흐흐… 다 보였다니? 섭섭한데?

―서, 설마…….

―맞아. 8성에 올랐다.

광우 철우와 광견 초운비.

이현성의 의제들은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강해졌다. 의형 이현성의 원수를 갚기 위해서.

“이 자식들, 또 나만 따돌리고 자기들끼리만 전음으로 말하네? 나 섭섭하다?”

“미안, 미안. 별거 아니다.”

빠른 것은 발만이 아니라는 듯 광오의 눈치는 상당히 빨랐다. 철우와 초운비가 전음으로 은밀하게 대화를 나누는 것을 눈치챌 정도로.

혈살동에서 십 년 가까이 함께 지낸 광오였지만 쉽게 속내를 밝힐 수 없었다.

그들은 지난 십 년 아니, 혈무곡과 생사교 시절부터 십오 년 이상 혈천에 대한 충성을 강요받았다.

세뇌는 기본이고 몇 가지 금제까지 걸려 있었다.

그러한 과정을 겪으면서도 철우와 초운비는 복수를 꿈꾸며 세뇌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런 자신들과 달리 광오는 세뇌를 당했을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어찌 속내를 밝힐 수 있겠는가.

“이 자식들!”

“죄송~합니다.”

느릿느릿 걸어오는 삼광을 보며 혈살육관장은 이마에 핏줄이 섰지만 간신히 화를 참았다.

저 미친놈들과 싸워서 남는 것이 없기 때문이다.

현재 혈살육관의 입관자인 열일곱 명이 모두 모인 것을 확인한 육관장은 나직이 말했다.

“기뻐해라! 상부에서 너희에게 혈천신단을 복용할 수 있는 영광을 주신다고 한다!”

“혀, 혈천신단!”

삼광을 제외하곤 하나같이 혈천십삼세와 직간접적인 관계가 있는 이들이었다.

거만한 육관 입관자들이건만 경악하지 않을 수 없었다.

혈천신단은 혈천 최고의 비약이었다.

그만큼 귀하고 값비싼 비약을 하사한다고 하니 믿기 힘들었다. 혈천신단은 오십의 동자와 오십의 동녀의 정혈로 만든 백인혈(白人血)을 기본으로 한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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