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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42화 (142/314)

142화.

가주만이 익힐 수 있는 남궁세가의 정수인 제왕검형.

허나 무당의 태극혜검처럼 남궁세가의 제왕검형은 초식이되 초식이 아니었다. 그렇기에 진정한 제왕검형을 깨우치지 못한다면 실망하고 만다.

초식으로만 익힌 제왕검형은 그리 위력적인 검술이 아니었다. 오히려 창궁무애검법이나 제왕무적검강이 훨씬 위력적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왕검형을 남궁세가 제일의 검법이자 정수라고 칭한다.

제왕검형은 바로 깨달음의 검이기 때문이다.

초식은 그저 제왕검형을 표현하는 그릇일 뿐, 그 속에 담긴 진정한 깨달음을 깨우쳐야 한다.

그래야 진정한 제왕검형을 익힌 것이며, 진정한 남궁세가 제일의 검이 되는 것이다.

검왕 남궁무백.

그는 진정한 제왕검형을 익힌 검의 절대고수였다.

“아… 아…….”

신검합일의 영역에 도달해서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도 이현성은 남궁무백의 제왕검형을 바라봤다.

순간 이현성의 검이 변했다.

아니, 겉보기에는 다를 것이 없었다.

하지만 속에 담고 있는 것이 달라졌다.

콰콰쾅!!!

두 사람의 검은 충돌하지 않았다. 하지만 그럼에도 공간이 일그러지더니 기문진법이 깨지고 말았다.

검왕의 정수인 제왕검형과 그 영향을 받은 이현성의 검이 뿜어내는 기세만으로 이룬 결과였다.

검을 거둔 남궁무백과 달리 이현성은 여전히 검을 휘두르고 있었다.

비무에 정신이 팔려 검을 휘두르는 것이 아니었다.

신검합일을 넘어 아예 무아지경에 빠진 탓이었다.

그런 그를 바라보는 남궁무백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너는…진정 괴물이더냐…….”

그는 알아차렸다.

이현성이 제왕검형에 담긴 깨달음을 엿봤다는 사실을.

검왕의 아들이자 현 남궁세가의 가주인 창천검군(蒼天劍君)조차 진정한 제왕검형을 익히지 못했다.

그 속에 담긴 정수인 깨달음을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현성은 그것을 엿봤다.

물론 그가 제왕검형에 담긴 깨달음을 깨우쳤다는 것은 아니다. 제왕검형의 깨달음을 엿봄으로써 본인의 검에 담긴 진의를 다시 되새겼단 뜻이다.

“허나 안타깝군. 조금만 늦게 깨달았다면 좋았을 텐데…….”

무아지경 속에서 검무를 추는 이현성을 보며 검왕은 안타까움을 금치 못했다.

그가 화경에 오를 수 없다고 생각해서였다.

이미 초절정의 끝에 도달한 이현성은 화경에 한발 걸쳤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화경에 오를 계기만 만난다면 언제든 벽을 부수고 화경에 오를지도 몰랐다.

이현성은 운이 좋게 남궁무백의 제왕검형을 통해서 그 계기를 맞이했다. 하지만 남궁무백은 그가 화경에 오르지 못할 것을 점쳤다.

당연했다. 이현성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

새로운 경지를 맞이할 그릇과 내공.

마지막으로 깨달음이 어우러져야 진정한 화경에 도달할 수 있었다.

외공수련도 소홀히 하지 않으면서 육체라는 그릇을 닦았고, 제왕검형을 통해 깨달음이란 계기를 얻었다.

그러나 문제는 내공이었다. 이현성은 분명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심후한 내공을 가졌다.

삼목금섬의 내단과 귀혈삼 덕분이었다.

그래도 인간을 넘어서 초인이라고 불리는 화경고수가 되기에는 부족했다. 하지만 이현성에게는 남궁무백이 모르는 기연이 있었다.

검무를 추는 이현성의 중심으로 밝은 빛이 퍼졌다.

“이건… 도대체…….”

듣도 보도 못한 기사(奇事)에 남궁무백은 다시 한번 놀랐다. 그러는 사이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무, 무슨 일인가!”

“나중에 설명하겠네. …자네가 지키는 것이 옳겠지?”

기겁하며 나타난 제갈윤호를 뒤로하며 남궁무백은 허공을 향해 말했다.

이가장의 호법인 암월을 향해 한 말이었다.

초절정고수들답게 두 사람이 가장 먼저 반응한 것이다.

그 직후 나타난 유백, 귀매가 주변을 경계했고, 그 주변을 묵룡대가 감싸 섰다.

그런 경계는 사흘간이나 지속되었다.

환골탈태

“으…….”

이가장의 장원은 원래 황실에서 세운 비밀거점이었다.

그만큼 장원 자체에서도 상당히 공을 들였다.

특히 장주의 연공실은 가장 신경 쓴 곳 중 하나였다.

그런 연공실이 이미 그 역할하지 못하게 되었다.

들인 공과 달리 순식간에 상당히 훼손된 탓이었다.

아니, 공을 들인 덕분에 완전히 무너지지 않았다.

그곳에는 한 사람이 덩그러니 누워 있었다.

바로 이현성이었다.

다행히 의식은 있는지 신음 소리가 나왔다.

잠시 후, 눈이 떠지면서 밝은 빛이 번쩍였다.

“후… 무슨 일이 벌어진 거지…….”

의식은 돌아왔으나 무아지경 속에 빠져 있던 탓에 현재 상황을 인지할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서히 기억이 돌아왔다.

무의식 속에 잠재되었던 기억들이 깨어나기 시작했다.

“아… 남궁 어르신 덕분에… 아…….”

그와의 비무가 떠올랐다.

그 과정에서 호승심에 불탄 것과 운 좋게 신검합일에 빠진 것까지는 기억이 났다.

허나 거기까지였다.

아무래도 무아지경에 빠져 있던 기억은 떠올릴 수 없었다.

그때 누군가 모습을 드러냈다.

“환골탈태한 것을 축하드리오, 장주. 이세암천(二世暗天)에 한 발 더 도달하셨소.”

“환골…탈태? 내가 말이오?”

암중에서 모습을 드러낸 자는 바로 암월이었다.

지금껏 호법을 서고 있던 그의 말에 이현성은 당황했다.

환골탈태(換骨奪胎)가 무엇인가.

무공을 익히는데 최상의 육체 상태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말한다.

보통 환골탈태를 했단 것은 화경에 도달했다는 뜻이기도 했다.

화경의 힘은 평범한 인간의 몸으로 감당할 수 없었다.

따라서 화경에 도달하면 육신이 화경의 힘을 감당하기 위해 최상의 상태로 재구성된다.

화경과 환골탈태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였다.

이현성은 암월의 말에 몸 상태가 예전과 달라졌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그뿐이었다.

그때 암월이 입을 열었다.

“검왕께서 떠나기 전에 전하라고 하셨소. 환골탈태를 한 것은 축하하나 오히려 화경에 오르는 것이 더 어려워질지도 모른다고 말이오.”

“아… 역시…….”

육신에서 느껴지는 강렬함과 단단함은 그동안의 변화를 알려주었다.

하지만 그 속에 담긴 허전함도 느낄 수 있었다.

육체와 깨달음을 연결시켜주는 내공이 부재하면서 생겨난 괴리감 때문이다.

무아지경 속에서 검무를 추던 중 혼원신공이 맹렬히 반응했다.

혼원신공은 육체와 깨달음을 연결시켜 정기신(精氣神) 합일을 이루었다.

그렇게 화경에 도달하는 과정에서 이현성은 환골탈태를 거치게 되었다.

문제는 정기신 합일의 연결고리인 혼원신공이 이를 감당하지 못하고 그만 끊어지고 말았다.

완전하게 합일을 이루기에는 내공이 부족했던 탓이었다.

결국 화경에 도달했다가 되돌아오게 된 것이다.

다만 이미 환골탈태한 육신이 이전으로 돌아갈 리는 없었다.

그로 인해 이런 어정쩡한 상황이 벌어지게 되었다.

“이 옷을 입으시오.”

“옷은 왜… 헉!”

이현성은 기겁했다.

자신이 나체 상태였기 때문이다.

환골탈태를 이루는 과정에서 입고 있던 옷이 찢어지고 녹아버렸다.

보통은 추위 때문에 옷의 부재를 인지하겠지만 한서불침의 경지에 오른 탓에 옷의 부재를 인지 못했다.

더 이상 호법을 설 필요가 없어진 암월은 돌아갔다.

그러는 사이 이현성은 허겁지겁 옷을 입었다.

“하~ 참…….”

“축하드립니다. 주군!”

사흘 만에 밖으로 나온 이현성을 보고 이가장의 가솔들은 물론, 식객들 역시 놀란 모습을 보였다.

동시에 경외 어린 시선으로 바라봤다.

암월을 제외하고 밖에서 경계를 선 그들은 안에서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인지 잘 모른다.

허나 최소한 자신들의 장주가 더 강해진 것만은 알 수 있었다.

젊은 나이에도 상상을 초월한 신위를 가진 그가 더 강해졌으니 직위, 나이를 떠나서 경외하는 것은 당연했다.

그들의 시선이 부담스러웠는지 이현성은 서둘러 모두를 해산시키고 가신급만 집무실로 모았다.

“운이 좋았네. 허나 동시에 곤란하게 되었어.”

“그게 무슨 말씀이십니까?”

이현성의 상태를 정확히 알지 못한 가신들로서는 어리둥절했다.

그런 그들을 보며 이현성은 씁쓸한 미소를 지었다.

그의 설명을 들은 가신들은 경악했다.

“화, 환골탈태라니……!!”

“화, 화경에 오르지 못한 것은 아쉽지만 그게 어딥니까! 장주님!”

화경에 오르지 못한 상태로 환골탈태를 거친 기사(奇事)… 아니, 괴사(怪事)가 의미하는 것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기에 좌중은 흥분한 상태였다.

애초 그들에게 화경, 환골탈태는 닿지 못할 밤하늘의 별과 같은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실제로 이현성이 더 강해진 것도 사실이었다.

“이 일이 외부에 알려지지 않게 입단속하게.”

“그럴 필요가 있겠습니까? 장주님.”

“화경에 오른 것과 환골탈태만 한 것은 분명 차이가 있네. 그것도 상당히… 지금도 외부의 시선이 몰리는데 더 이상 집중되어서 좋을 게 없어. 그것을 다 감당하기엔 아직 나와 본장의 힘이 미약하니까.”

허정은 고개를 들지 못했다.

이현성의 뒤를 받치기에 묵룡대가 너무 부족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물론 이현성은 그를 탓하는 것이 아니었다.

현실이 그렇다는 것뿐이었다.

이현성은 화제를 바꾸었다.

“그보다… 마 집사님. 남궁 어르신께서 돌아가셨다고요?”

“남궁세가의 무인들 역시 함께 돌아가셨습니다. 제갈세가 역시…….”

비무 전에 돌아갈 것을 말했던 남궁무백이기에 떠날 것은 예상하고 있었다.

하지만 제갈세가의 역시 돌아갈 줄은 몰랐다.

“설지 아가씨와 현지 아가씨는 거처에 계십니다.”

“…그렇군요.”

남궁무백과 제갈윤호의 뜻인지, 아니면 그녀들의 뜻인지 알 순 없으나 두 세가의 무리들이 본가로 돌아갔음에도 두 사람만은 이가장에 잔류했다.

“그간 중요한 보고가 있다면 지금 받고, 아니면 나중에 개별적으로 보고를 받지.”

그가 이제 막 깨어난 것을 배려한 것인지 회의는 그렇게 해산되었다.

* * *

“이런, 이런… 제대로 한방 먹었군. 설마 이곳 허창에 무림맹을 세울 줄이야.”

혁련용후는 기분 좋게 웃었다.

허나 결코 희보(喜報) 때문은 아니었다.

오히려 비보(悲報)에 가깝다.

혈천십삼세의 하나인 혁련세가의 본가는 하남성 허창현에 있었다.

허창은 하남성의 중심이라고 할 수 있는 낙양, 개봉, 정주와 그리 멀지 않았다.

감시하기 용이하면서 상당한 규모를 자랑하는 지역인 만큼 혁련세가의 본가로서 최적이었다.

그런 허창에 무림맹 총단에 세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무림맹의 결성이 정식으로 공표되기 전이지만 허창현 외곽에 거대한 공사가 진행되었기에 모를 수가 없었다.

혁련세가의 입장에서는 상당히 곤란했다.

무림맹의 목 앞에 비수가 될 수도 있지만 동시에 무림맹에 의해 혁련세가의 활동이 제한받을 수도 있었다.

혈천십삼세로서의 혁련세가의 활동이 포착될 수도 있었다.

“무림맹의 총단이 완공되려면 아무리 빨라도 2년. 그전에 최대한 포석을 깔아야 해.”

무림맹의 총단은 최소 수천 명을 수용해야 한다.

당연히 그 규모가 작을 리 없고, 공사 기간 역시 짧을 수 없었다.

2년도 수백의 목공과 잡부가 밤낮으로 고생해야 하며, 막대한 비용을 잡아먹어야 가능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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