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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40화 (140/314)

140화.

“그렇게 하겠습니다. 그런데 그들의 관리는 어쩌실 생각이십니까?”

“글쎄. 아직 생각해보지 않았으나 암월 호법님이나 부장주님께 맡기면 되지 않겠나?”

정주의 패자로 부상한 이가장이지만, 고질병을 안고 있었다.

바로 인재의 부족이었다.

변변한 소속 없이 이가장의 그늘에 들어오려는 자라면 이, 삼류무인이 대부분이고, 잘해야 일류고수일 것이다.

그런 무인들을 초절정고수가 직접 맡는 것은 언어도단이었다.

허나 아쉽게도 그게 이가장의 현실이었다.

“주군, 제가 한 말씀드려도 되겠습니까?”

“말해보게.”

“…장주님의 친구이신 유 대협께 부탁하시는 것은 어떠십니까?”

“유 형에게?”

예상치 못한 허정의 말에 이현성은 당혹스러웠다.

유백은 친구지만 식객이었다.

그런 그에게 의탁하려는 무인들을 맡긴다는 일은 앞뒤가 맞지 않았다.

“아무리 장주님의 친구이시지만, 그분의 입장에서도 본장에 신세를 지는 것이 불편하실 수도 있습니다. 물론 저희가 눈치를 준다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알고 있네. 오해하지 않으니 걱정 말게. 유 형이라… 그는 요즘 뭐 하고 있는가?”

“수련을 하거나 남궁 소협과 담소를 나누십니다.”

그간 바빠서 유백에게 신경을 쓰지 못해 미안했는데, 다행히 잘 지내고 있다고 하니 안도가 되었다.

다만 어울리는 상대가 남궁장천이라는 것이 조금 걸렸다.

그의 천성이 나쁘지 않다는 것을 모르지 않으나 자존심이 강한 인물이었다.

그래서 괜히 유백이 상처 받는 일이 생기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그런 이현성의 생각을 읽었는지 허정이 부연 설명을 했다.

“죽마고우가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친분을 다지고 계시니, 걱정 마십시오. 주군.”

“그렇다면 다행이군. 알겠네. 유 형과 이야기를 나눠보도록 하지.”

허정의 예상치 못한 제안에 이현성은 고민이 되었다.

그의 제안이 얼토당토않다면 고민할 것도 없지만, 타당해 보이기 때문에 고민이 되었다.

“그에게 괜히 부담을 주는 것은 아닐지 모르겠군.”

그 시각 유백은 누군가와 비무를 하고 있었다.

* * *

“대연……!”

한 자루의 검이 유백을 압박하고 있었다.

대연검법(大衍劍法).

남궁세가의 상승검법으로 화려하거나 무겁지 않으면서도 자연스러움이 담겨 있었다.

그런 대연검법을 유백은 막거나 흘리며 대응했다.

채~챙!!

“아우~! 분해! 또 이렇게 막혔네요!”

“하하 소저, 이번에는 저도 위험했습니다.”

“치잇~! 하나도 위험하지 않으셨으면서…….”

유백의 말에 흘기는 모습조차 아름다웠다.

그렇기 때문인지 유백은 입가에 미소가 어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비무 상대는 바로 검화 남궁설지였다.

검룡 남궁장천의 누이이자 검왕 남궁무백의 손녀이며 남궁세가의 꽃이라 불리는 그녀다.

아름다운 외모만큼이나 호승심 역시 보통이 아니었다.

애초 목표였던 이현성은 장주라서 바쁘다 보니 처음 몇 번을 제외하곤 검을 섞어볼 기회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친분이 있는 제갈세가의 소가주인 제갈현도와 비무를 했다.

지략이나 진법 등으로 유명하지만 제갈세가의 검 역시 가볍지 않았다.

특히 소가주인 제갈현도는 자신의 오라버니만 못할 뿐, 전도유망한 검객이었다.

비무 상대로는 전혀 부족함이 없었다.

그러던 중 새로운 먹잇감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가장의 식객이자 이가장주의 친구라는 사내.

처음에는 관심이 없었으나 놀랍게도 검룡이라는 오라비와 승패를 가르지 못했다.

게다가 조부가 직접 가르침까지 주었다.

천생무인인 그녀로선 관심이 가지 않을 수 없었다.

“빈말이 아닙니다. 대연검법에 한해선 장천 그 친구 못지않았습니다.”

“흥! 그러면 누가 좋아할 줄 알아요?”

아니라고 말하면서도 남궁설지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신검(神劍)이란 괴물 같은 사내 때문에 최고의 위치가 흔들렸으나, 검룡(劍龍) 남궁장천은 무당의 신룡(神龍)과 함께 다음 대 천하제일검으로 유력한 인물이었다.

그런 오라버니 못지않다는 말이 싫지만은 않았던 것이다.

유백은 아부하려는 것이 아닌 진심이었다.

남궁설지도 유백이 하는 말이 다른 이들처럼 가식으로 느껴지지 않아서 더욱 기분이 좋았다.

“그보다 오라버니 친구이신데, 언제까지 저에게 남궁 소저라 부르실 건가요? 그냥 지아라고 부르세요. 저는 백 오라버니라고 부를게요.”

“하, 하지만 어찌…….”

“왜요? 싫으세요?”

“아, 아닙니다.”

“그리고 말도 내려주세요. 동생에게 존댓말 하는 오라버니가 어디에 있어요?”

예상치 못한 제안에 유백은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싫지는 않았다.

다만 자신이 그녀에게 그렇게 대해도 될지 혼란스러웠다.

그녀는 대 남궁세가의 금지옥엽이고, 자신은 일개 무부에 불과한 입장이었다.

“맞아요. 유 오라버니. 아, 저도 오라버니라고 부를게요.”

“제, 제갈 소저…….”

어느덧 제갈현지도 와 있었다.

남궁설지에 이어서 제갈현지까지 별 볼 일 없는 자신을 오라버니라고 부르니 당황스럽고 부담스러웠다.

하지만 거절하면 오히려 그녀들이 민망할 수 있었다.

“그, 그러지.”

어쩔 줄 몰라 하면서 받아들인 유백을 보며 그녀들은 미소를 지었다.

허나 그녀들의 입장은 좀 달랐다.

유백에게 호감을 갖고 있던 남궁설지는 그와 가까워져서 좋다는 입장이었지만, 제갈현지는 반대였다.

‘후… 현도 오라버니와 맺어줄 수 없는 것이 아쉽지만… 이것도 나쁘지 않아.’

제갈현도가 남궁설지에게 적극적으로 다가가고 있음에도 뚜렷한 성과가 없었다.

아니, 가까워지는 듯싶었으나 일정범위 안에 들어가려 하면 남궁설지가 무의식적으로 선을 그었다.

이는 그를 좋은 오라버니로만 생각할 뿐, 사내로서 바라보지 않기 때문이다.

그에 반해 유백에게는 남궁설지가 먼저 다가가고 있었다.

비록 여인으로서 다가가는 것은 아니었지만.

제갈현지는 은근히 그녀를 부추겼다.

워낙 화술이 좋다 보니 남궁설지는 자신도 모르게 유백에게 적극적인 자세를 취하게 되었다.

아직 남녀 사이로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이현성에게서 떼어낸 것만 해도 나름 성과라고 할 수 있었다.

“여기들 계셨구려.”

“앗! 장주님!”

“이 형.”

이때, 또 한명의 등장에 다들 놀란 표정을 지었다.

이현성을 본 그들의 반응은 조금씩 달랐다.

이성적인 감정이 가득한 제갈현지, 호감이 높은 남궁설지 그리고 반가워하면서 고마움이 가득한 유백.

“유 형과 할 말이 있는데… 실례 좀 해도 되겠소?”

“물론이죠.”

“수고하셨습니다. 아니, 수고했다.”

“아니에요.”

유백은 아쉬움을 뒤로한 채 이현성과 그의 집무실로 자리를 옮겼다.

“…제게 새로운 무력대를 맡아달라는 말이군요.”

이현성은 현 상황을 가감 없이 설명했다.

특별한 경우가 아니라면 식객을 받을 생각이 없기에 이가장의 무인이 되고 싶은 자들만 추려서 받을 예정이란 것을 알려줬다.

문제는 그들을 관리해줄 사람이 없기에 유백에게 부탁을 한 것이다.

다만 유백에게 부담을 주는 것 같아서 조심스러웠다.

“간단하게 말하자면 그렇습니다. 물론, 유 형에게 부담을 줄 생각은 아닙니다.”

“좋습니다. 제가 맡겠습니다.”

“괜…찮으시겠습니까?”

너무 쉽게 수락한 유백을 보며 오히려 이현성이 당황스러워했다.

그런 그를 보며 유백은 부드러운 미소를 지었다.

“그들을 맡을 사람이 없는 것 아닙니까?”

“그렇긴 합니다.”

“이 형이 제게 부담 주지 않으려 한다는 것을 저 역시 잘 알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런 말씀을 하실 만큼 사람이 부족하다는 것을 제가 어찌 모르겠습니까? 오히려 절 믿고 말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유 형…….”

유백에 말에서 느껴지는 배려심에 이현성은 가슴이 뜨거워졌다.

자신이 잘못하고 있는 것이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허 대주에게 말해둘 테니, 그들을 면담하는 것부터 맡아주십시오.”

“그렇게 하겠습니다. 이 형… 아니, 장주님.”

“자, 장주님이라니요. 편하게 부르셔도 됩니다. 유 형.”

“아닙니다. 사적인 자리는 몰라도 공적인 자리에선 그게 맞습니다. 그런데 한가지 청이 있습니다.”

호칭이 바뀌면서 당황한 이현성이지만 유백의 말이 옳기에 정정하지 않았다.

공사를 구분할 줄 알아야 하니까.

“뭡니까? 말씀만 하십시오.”

“무력대의 이름은 제가 짓고 싶습니다.”

“상관없습니다. 생각하신 이름이 있으십니까?”

“예. 무력대의 이름을…….”

* * *

“만나서 반갑습니다. 본장의 신룡대(神龍隊)를 맡은 유백이라고 합니다.”

유백의 말에 열세 명의 사내들은 조심스럽게 그를 바라봤다.

그들의 반응은 제각기 달랐다.

호기심이 어려 있는 자들도 있었고, 경계하며 불만스럽게 바라보는 자들도 있었다.

그들은 이가장의 무인이 되기 위해 지원한 자들이었다.

이가장에서 식객을 받지 않는 대신 장원의 무사를 뽑는다는 말에 오히려 지원자가 늘었다.

그 수가 무려 수십 명이 되었으나 허정의 선에서 탈락시키고 남은 자들이 바로 저들 열셋이었다.

어중이떠중이는 물론, 이가장의 명성에 누를 끼칠 만한 자는 사전에 제외시킨 탓이었다.

덕분에 남은 열셋은 다들 한가락 해보였다.

그러다 보니 대주라 소개한 자가 고작 이립을 넘었을 법한 장한인 것을 보고 불만이 생긴 듯했다.

그들 중 유백보다 어린 자는 고작 둘 뿐이었다.

“미흡하지만, 장주님을 대신해서 본장과 함께할 전우를 뽑겠습니다.”

“몇 명을 뽑을 예정이오?”

“여러분 전원일 수도 있고, 한 명도 없을 수도 있습니다.”

담담하게 대답해주는 유백의 말에 지원자들이 수군거렸다.

결국 눈앞에 있는 사내에게 잘 보여야 한다는 뜻이었다.

당연하게 이런 상황을 불쾌하게 여기는 자들도 있었다.

“아니, 이가장이라면 보는 눈이 있는 줄 알았는데, 나 귀풍도(鬼風刀)를 못 알아보는군.”

“귀풍도? 귀문의 식객 아니었나?”

정주에서 손꼽히는 방파인 귀문에서 식객으로 받을 정도라면 그가 고수란 것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실제로 그는 일류고수이며, 도법 역시 제법 날카롭다고 알려진 인물이었다.

최소한 이 자리에 있는 자들 중 다섯 손가락 안에 꼽힐 것이다.

그러다 보니 귀풍도라는 별호를 듣고 대부분은 아는 눈치를 보였다.

덕분에 그는 우쭐해졌다.

허나 심사관이자 신룡대주인 유백은 어떤 편견도 갖지 않았다.

“심사를 받을 생각이 없다면 그만 돌아가셔도 됩니다.”

“뭐, 뭐라고! 나 귀풍도라고!”

“들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달라질 것은 없습니다. 저는 귀하를 특별대우해줄 생각이 없으니까요.”

“이, 이 미친 새끼가?! 감히 나 귀풍도를 무시해!!”

화를 참지 못하고 결국 귀풍도가 칼을 휘둘렀다.

심사를 받기 위해서 서 있던 사내들은 기겁했다.

기껏 왔는데 심사관이 피라도 본다면 자신들까지 불이익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허나 전부 기겁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몇몇은 흥미롭게 바라봤다.

심사관이 어떻게 대처할지를 궁금해했다.

챙!

“당신 같은 자가 발을 디딜 곳이 아니다! 본장은!!”

“마, 말도… 컥!!”

나름 정주에서 이름이 알려진 일류도객인 귀풍도의 칼이 너무도 간단히 막혔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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