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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131화 (131/314)

131화.

“후… 여기까지만 하지요. 남궁 소협, 제가 불편하시다면 노선배님께 말씀드리겠습니다.”

“…아니오.”

검룡 남궁장천도 감히 조부의 지시를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심기가 불편한 것은 어쩔 수 없는지 감정을 숨기지 못했다.

먼저 나가버리는 그를 보며 제갈현도는 머쓱해한 표정을 지었다.

이어서 그도 이현성에게 인사를 한 뒤 남궁장천을 따라갔다.

그런 두 사람을 보며 이현성은 한숨이 나왔다.

“검왕께서 가르침을 약속하지만 않았어도…….”

이현성의 입장에선 두 사람, 특히 남궁장천을 가르칠 이유가 없었다.

그럼에도 시간을 쪼개서 그들에게 할애하는 까닭은 검왕 남궁무백과의 약속 때문이다.

검왕이 직접 자신의 검을 봐준다고 약속을 했다.

무려 화경고수인 그가 한 약속이었다.

같은 오왕인 도왕이 가르침을 주는 것과는 또 다르다.

당시와 지금은 바라보는 것 자체가 다르고, 아무래도 같은 검을 쓰는 고수에게 가르침을 받을 기회가 흔치 않았다.

초절정지경의 극에 오른 이현성으로서는 더더욱 포기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덕분에 마음에 들지 않는 남궁장천을 지도해야 했다.

수련장 밖으로 나가자, 허정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

“허 대주. 무슨 일인가?”

“주군. 손님이 오셨습니다. 객당에 모셨는데… 주군의 친우이시라고…….”

“친우?”

어리둥절하던 이현성의 눈이 커졌다.

친구라고 할 수 있는 사람은 몇 없었다.

그중 누구든 반갑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럼에도 왠지 ‘그’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서둘러 객당으로 향했다.

“후… 긴장되네.”

이립쯤 되어 보이는 장한이 초조한 듯 눈앞의 뜨거운 차를 벌컥벌컥 마셨다.

사정을 듣긴 했지만 제법 시간이 지나니 더욱 긴장되었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

장한은 본능적으로 몸을 틀어서 문을 바라봤다.

“유 형! 역시 그대였구려.”

“오랜만…이오. 이 형.”

긴장하던 장한은 문을 열고 들어온 청년을 보자 마음이 편해졌다.

그의 부드러운 미소가 자신의 불안감을 해소시켜주었기 때문이다.

문을 열고 들어온 청년은 바로 이가장주인 이현성이었다.

이현성은 객당에서 자신을 기다린 사내를 무척 반겼다.

그는 바로 유백, 신룡유가의 후예인 신룡검객(神龍劍客)이었다.

“건강해 보여서 다행입니다. 유 형도 소림에 다녀오셨나보군요.”

“소림 말입니까?”

이현성은 무림맹 결성을 위해서 구파일방과 오대세가의 대표들이 소림에 모인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백이 이곳이 있는 이유가 사천당가 대표의 호위무사로 왔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허나 그의 반응을 보니 자신의 생각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아닙니다. 제가 오해를 했나 보군요.”

“그러십니까?”

유백은 얼떨떨했으나 더 이상 묻지 않았다.

그건 중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잠시 호흡을 가다듬던 유백이 나직하게 말했다.

“이 형. 팽가에서 했던 약조, 아직 유효합니까?”

“예? 약조라 하시면…….”

“도움이 필요하면 찾아오라는 약조… 말입니다.”

“물론입니다. 제 도움이 필요합니까? 유 형.”

유백은 무척 긴장되었다.

이현성이 잊었다면 그로서는 곤란한 일이었다.

허나 이현성은 결코 잊지 않았다.

그의 말에 유백은 가슴이 두근거렸다.

“기억하십니까. 선친의 유언이자 제 꿈이 가전검술인 신룡검법을 복원하는 거라고…….”

“물론 기억하고 있습니다.”

“이 형, 절 도와주십시오. 제가 신룡검법을 복원할 수 있도록…….”

“물론입니다. 미력하지만 제가 도움이 된다면 기꺼이 도와드리겠습니다. 그런데…….”

작은 주저 없이 흔쾌히 수락하는 이현성을 보며, 유백은 가슴이 따듯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사내에게 목숨이 아깝지 않은 진정한 친구를 가졌다는 것은 무척 대단한 일이었다.

그런 친구가 셋만 있어도 성공한 인생이라 할 수 있었다.

유백에게 이현성은 그런 친구가 되었다.

“…당가와는 어찌 되셨습니까?”

“…사정이 있어서 나오게 되었습니다.”

조심스럽게 묻는 이현성의 말에 유백이 씁쓸함이 묻어나오는 얼굴로 대답했다.

그것만으로도 이현성은 유백의 속사정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사천당가의 생활이 결코 녹록치 않았다는 것을…….

그것을 깨닫자 사천당가에 대한 그의 평가는 더욱 나빠질 수밖에 없었다.

오만한 그들에 분노가 일었다.

“잘 오셨습니다. 내 집이라 생각하십시오, 유 형.”

“감사합니다. 이 형.”

“앞으로 잘 부탁… 음?”

“왜 그러십니까?”

그를 다시 한번 환영하려던 이현성의 멈칫거림에 유백은 의아해했다.

이현성은 고개를 저었습니다.

“아무것도 아닙니다.”

“그렇습니까?”

이현성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으나 속내는 전혀 그렇지 않았다.

그의 기감을 건드리는 기운이 있었기 때문이다.

허나 직접 움직일 생각은 없었다.

‘또 누구야? 후… 그가 알아서 처리하겠지.’

불청객 (2)

“허허… 정말 재미있는 곳이지?”

“그러게 말일세.”

불청객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은 이현성만이 아니었다.

얼마 전부터 이가장에 눌러앉은 불편한 식객들인 남궁무백과 제갈윤호 역시 그 기운을 눈치챘다.

어찌 모를 수가 있겠는가.

한 명은 십정의 검왕(劍王)이고, 나머지 한 명은 강호칠기의 신산(神算)이었다.

두 사람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입술만 들썩였다.

―잠시 자리를 비울 테니, 말썽피우지 말거라.

그들은 전음입밀의 수법으로 두 세가의 고수들에게 대기하라는 지시를 내렸다.

감히 누구의 당부라고 거역할 수 있겠는가.

제갈윤호의 말에 남궁무백은 기대 어린 미소를 지었다.

“조용히 구경이나 하세.”

“…기대가 되는군.”

그들은 정파무림을 대표하는 고수들답게 순식간에 사라졌다.

그리고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멈추었다.

자리를 잡은 두 사람은 멀리서 대치하고 있는 네 명의 고수를 바라봤다.

정확히는 이남일녀와 대치한 한 사내의 모습이었다.

“저들이 누구인지 알겠는가?”

“아마도… 독종(毒宗)의 그림자들일 걸세.”

“설마 했는데 역시 그렇군. 그런데 당 영감의 그림자가 이곳엔 웬일이지?”

“자존심이 상했겠지. 고집스러운 영감이니 말이야.”

과연 신산 제갈윤호였다.

모든 것을 꿰뚫어 보고 있었다.

그런 그를 보며 남궁무백이 설명을 요구했다.

허나 제갈윤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아니, 하지 않았다.

“아는게 있으면 자세히 좀 말해보게.”

“그보단… 싸움을 시작하려나 본데, 그것부터 보세나.”

챙!

철편(鐵鞭)이 흡사 한 마리의 뱀처럼 움직이며 한 사내를 노렸다.

허나 그는 너무도 간단히 철편을 빗겨 쳐냈다.

공격이 허무하게 끝났나 싶었으나 철편은 반동을 이용해서 사내를 옭아맸다.

아니, 옭아매려는 순간 사내는 연기처럼 사라졌다.

다시 모습을 드러낸 곳은 철편을 휘두르고 있는 사내의 뒤였다.

철편의 사내로서는 아찔한 순간이었다.

“어림없다!”

챙!

철편의 사내는 무사할 수 있었다.

그의 또 다른 동료가 뒤를 노린 사내의 공격을 대신 막아냈기 때문이다.

철장갑을 끼고 있는지 사내의 검과 충돌했음에도 그의 손은 멀쩡했다.

“이제 본녀의 차례군요.”

여인의 손에는 작은 비수가 하나 들려 있었다.

두 사내의 무시무시한 공격조차 간단히 막아낸 사내이건만, 작은 비수를 쥔 여인에게는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그는 알 수 있었다.

저들 삼인 중 여인이 가장 강하다는 사실을.

챙!

실제로도 그랬다.

그녀의 손에 있던 비수가 언제 사라졌는지 알 수 없었다.

깨달았을 땐 이미 사내의 코앞에 도달했다.

몸이 먼저 반응하지 않았다면 낭패를 봤을지도 모른다.

“…독종의 그림자라는 당외삼비(唐外三秘)인가?”

“넌 우릴 아는데, 우린 널 모르다니… 불공평한데?”

사천당가는 오만하고 폐쇄적인 가문이었다.

비기의 유출을 막기 위해 며느리에겐 무공을 전수해도 딸에겐 전수하지 않기로 유명했다.

원칙을 어기고 딸에게 무공을 전수한 경우, 시집을 보내지 않거나 데릴사위를 받는다.

사천당가는 많은 절학을 보유한 무가였지만 가장 유명한 것은 독과 암기였다.

그럼에도 감히 사천당가를 비웃는 자는 없었다.

그만큼 그들은 강했고, 은혜는 열 배, 원한은 백 배로 갚는 독심을 가진 자들이었다.

그런 사천당가에서 당씨 성을 가지지 않고 두각을 보이는 것은 무척 어렵다.

하북팽가에서 개최한 봉황지회에 당령을 보호하기 위해 동행했던 사천당가의 호법 절강수(切鋼手) 갈엽은 정말 드문 경우였다.

그리고 당외삼비 그들 역시 예외 중의 예외였다.

어린 시절 독종 당철영의 손에 거둬진 그들은 외인임에도 당씨 성을 하사받아 혈족이 된 자들이었다.

허나 아무도 불만을 가질 수 없었다.

당외삼비는 가주의 그림자로서 그 능력을 인정받았기 때문이다.

“셋이서 한 명을 핍박하면서 불공평하다라… 난 이가장의 호법…이라면 설명이 되려나?”

“오호? 그 이상은 알려주지 않겠다? 좋다. 우리가 직접 알아내지.”

이가장의 호법.

그렇다.

당외삼비를 상대하고 있는 사내는 바로 암월 호법이었다.

그가 움직일 것을 알았기에 이현성은 직접 움직이지 않았다.

아직 그를 전적으로 믿을 순 없으나 그의 실력은 믿을 만했다.

챙! 챙! 챙!

어려서부터 함께 수련을 해온 그들은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을 알 수 있었다.

그렇기에 그들의 합공에는 빈틈이 없었다.

“도대체 누구지? 이런 실력이라면 알려지지 않을 리가 없는데…….”

“…….”

당외삼비의 합공을 막아낼 수 있는 사람은 무림에서 흔치 않다.

당연했다.

개개인이 절정고수이며, 완벽에 가까운 당외삼비의 합공은 초절정고수도 감당하기 힘들다는 평을 받고 있었다.

즉, 그들을 막아내고 있는 사내가 최소한 초절정고수란 뜻이기도 했다.

그러니 놀라운 것이 당연했다.

일개 장원의 호법이란 자가 초절정고수로 추정되는 상황이었다.

“누구라도 상관없지. 그분의 명은 절대적이니까.”

“가세!”

당외삼비를 움직일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 사람, 독종 당철영뿐이었다.

그들이 이가장의 담을 넘은 것은 당철영의 명령이란 뜻이었다.

정확히 누굴 노린 것인지 알 수는 없으나 암천검주에게 해가 되는 것은 사실이었다.

그렇기에 암월은 손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그들이 당가의 숨은 비수라면, 이쪽은 살수천자의 호법이었다.

같은 비수요, 그림자였지만 서로의 격이 달랐다.

“어리석은…….”

완벽에 가까운 합공을 펼치는 당외삼비를 바라본 암월의 눈빛이 변했다.

그가 연기처럼 사라진 순간!

“거기냐! …헉!”

“안 돼!”

편비(鞭秘) 당위의 철편이 무언가를 꿰뚫었다.

암월의 움직임을 간파한 것이다.

아니, 사실은 암월의 유도였다.

암월은 오히려 철편을 낚아채버린 후 당겨 당위와의 거리를 순식간에 좁혔다.

뒤늦게 눈치챈 장비(掌秘) 당염은 당위를 구하기 위해서 달려들었다.

허나 빠름에서도 암월이 한 수 위였다.

당염이 돕기 전에 이미 암월에 의해 당위는 제압되고 말았다.

암월의 공격은 끝나지 않았다.

그는 쥐고 있던 검을 어딘가로 던졌다.

그리곤 당위의 철편을 휘둘러서 다가오는 당염을 공격했다.

채~앵!!

순간적으로 당황한 당염은 철장갑으로 암월이 휘두른 철편의 쳐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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