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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86화 (86/314)

86화.

아무리 두 세가라도 눈이 뒤집힌 수백의 무림인들 앞에서는 속수무책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특히 태산을 포위한 무사들은 황보세가와 산동악가에서도 하급에 속하는 무사들이었다.

더 이상은 그들의 선에서 저지할 수 없었다.

덕분에 애초의 계획과 달리 이현성과 위지천은 너무도 쉽게 태산 안에 들어갈 수 있었다.

그러한 사실은 신마릉의 입구에 있던 황보세가, 산동악가의 정예들에게 각각 전달되었다.

* * *

“얼마나 걸리겠습니까? 제갈 장로님.”

“이각이면 해진(解陣)될 겁니다. 소가주님. 허나 기관장치까지는…….”

과연 제갈세가였다.

황보세가가 그간 초빙했던 진법의 대가들조차 곤혹을 겪었던 진법을 무난히 파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문제는 진법까지 해진하는 데만 이각이 남은 것이다. 기관장치 역시 처리하기 위해선 더 많은 시간이 필요하였다.

그런데 봉쇄하고 있던 태산의 입구가 뚫렸다.

한두 시진 후에는 수백의 무림인들이 개떼처럼 몰려들 것이다.

명문정파로서 그들을 학살할 수 없는 이상 더 이상 시간을 끌 수는 없었다.

“알겠습니다. 그럼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결국 황보세가는 결단을 내려야 했다.

기관장치까지 해체한 후 신마릉 안에 들어가려면 적지 않은 시간이 필요하다.

그러는 사이 수많은 무림인들이 이곳까지 밀고 들어올 것이다.

흥분한 무림인들을 상처 없이 제압하는 것은 불가능한 만큼 결국은 피를 볼 수밖에 없었다.

그럴 바에는 희생을 감수하더라도 일을 강행해야 했다.

다행히 소가주의 곁에는 천왕대가 있었다. 그들이라면 기관장치쯤은 무시하고 들어갈 힘이 있었다.

소가주는 천왕대주에게 전음을 보냈다.

―아무래도 산동악가를 제압해야겠습니다.

―맡겨주시오. 소가주.

황보세가의 천왕대와 달리 산동악가의 악가사십구창(岳家四十九槍)은 아직 신마릉 입구에 도착하지 못했다.

개개인의 무력은 천왕대에 비할 바가 아니었지만, 사십구인의 창수(槍手)가 펼치는 합격술은 일절이라고 할 수 있었다.

그들이라면 천왕대도 피해를 감수해야 했다.

허나 현재 신마릉 입구를 경계하고 있는 산동악가의 고수들은 강했지만, 악가사십구창만큼은 아니었다.

산동악가의 고수들 역시 심상치 않은 분위기를 느꼈는지 창을 들었다.

하지만 천왕대가 더 빨랐다.

“창을 놓아라. 같은 정파로서 죽이고 싶지 않았다.”

“이익! 그럴 수… 컥!”

전력에서 밀린다고 굴복할 산동악가가 아니었다.

허나 황보세가에서는 천왕대까지 나선 이상 저항 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컥!!”

“으아악!!”

“그만! 그만들 하게. 악 가주께서도 이해하신 것이네.”

천왕대주의 대적 불가능한 무위에 산동악가의 창수들은 이를 악물고 창을 놓을 수밖에 없었다.

분통이 터지지만 차라리 전력을 보존하는 것이 낫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제갈세가의 장로는 신마릉의 입구를 막고 있는 진법을 해진하는데 성공했다.

“수고하셨습니다. 장로님. 뒤는 저희가 맡겠습니다.”

“괜찮습니까. 소가주님. 희생이 적지 않을 겁니다.”

“어쩔 수 없습니다. 제갈세가의 분들은 이곳에서 기다려 주십시오.”

“알겠습니다.”

제갈세가의 무리 역시 분위기를 알기에 한발 물러났다.

그러자 소가주가 나직하게 말했다.

“나와 천왕대가 들어갔다 올 테니, 누구든 출입을 불허하라.”

“존명!”

그렇게 황보세가의 소가주는 천왕대만 이끌고 직접 신마릉 안으로 들어갔다.

허나 그들은 몰랐다.

제압된 산동악가의 책임자가 웃고 있었다는 사실을.

‘멍청한 놈들. 그곳이 너희의 사지(死地)가 될 것이다.’

* * *

우~웅!

퍽! 우지끈!

허공을 가르며 죽창이 무서운 속도로 날아왔다.

허나 황보세가의 소가주인 천왕신권(天王神拳)에게 닿지 않았다.

그전에 천왕대의 권격에 부서졌기 때문이다.

몇몇 장치가 발동했으나 그들의 앞을 막을 순 없었다.

“고작 이 정도일 리가 없는데…….”

죽창과 화살 등의 함정들이 발동되었다. 방심했다면 목숨을 앗아갈 수 있는 위험한 함정들이었다.

허나 이류무인이라면 몰라도 일류고수만 되어도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이었다.

신마의 무덤을 보호하기 위한 함정으로 보기에는 너무 미흡했다.

“어울리지 않는 안개라… 독무(毒霧)인가?”

자연적으로 발생한 안개가 아니었다. 독이 섞인 독무였다.

이를 발견한 천왕대원 셋이 주먹을 휘둘렀다.

그러자 권풍(拳風)에 의해서 독무가 흩어졌다.

하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 다시 끼었다.

“이제 신마릉답군… 대주님.”

천왕신권의 말에 천왕대주가 앞으로 나섰다.

이 상황에서는 호신기(護身氣)를 운용해 독무로부터 육신을 보호하거나, 내공으로 독을 태우는 방법이 일반적이었다.

허나 그렇게 하면 내공 소모가 크다.

앞으로 어떤 함정이 있을지 모르는데, 이곳에서 내공을 허비할 수는 없었다.

천왕대주가 권풍을 일으키자 순간적으로 독무가 흩어졌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천왕신권과 천왕대가 건너갔다.

마지막 사람이 건넌 순간 다시 독무가 끼었다.

그 후 이렇다할 함정은 없었다.

“갈림길이라…….”

“소가주. 전력을 나누는 것은 위험하오.”

“그러나 시간이 없지 않습니까?”

“좋소. 나와 셋만 왼쪽 통로로 이동하겠소.”

어쩌면 이제부터 진짜 신마릉의 무서움이 시작될지도 모른다. 초절정고수인 천왕대주가 천왕대원 셋과 좌측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럼 우리도 들어가지.”

“존명!”

천왕신권의 말에 천왕대원 두 명이 우측 통로 안으로 들어갔다.

그 뒤를 천왕신권과 나머지 천왕대원들이 따라 들어갔다. 황보세가의 고수들이 사라진 후 통로 앞에 누군가의 그림자가 나타났다.

그렇다. 신마릉 안에는 그들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었다.

정체불명의 존재 아니, 존재들.

그들은 바로 이 신마릉을 세상에 밝힌 자들이었다.

“아직… 아직은 아니야. 피의 제전은 이제부터 시작이니까.”

태산혈사

“저, 저기다! 신마릉이 저기에 있다!!”

수백의 무림인들이 태산을 헤집고 다녔다.

넓고 높은 태산이건만, 기연에 눈이 먼 무림인들 앞에는 전혀 장애가 되지 않았다.

그리고 결국 신마릉을 발견하고 말았다.

이 넓은 태산에서 생각보다 쉽게 신마릉을 발견한 것인데, 아무도 그 점을 깨닫지 못했다. 그만큼 기연에 눈이 멀었기 때문에 다른 것은 머릿속에 존재하지 않은 것이다.

수십, 수백의 무림인들이 점점 모여들자 신마릉의 입구를 지키던 황보세가의 고수들은 긴장하기 시작했다.

한두 사람도 아니고 그 수가 세 자리에 달하니, 그들로서도 막막한 감이 없지 않았다. 허나 자신들이 받은 명은 신마릉의 입구를 사수하는 것.

더 이상 그들이 접근하게 할 수가 없었다.

“멈춰라!!”

신마릉의 입구를 지키고 있는 무리의 책임자인 황보세가의 호법이 내공을 실어서 외쳤다.

태산을 쩌렁쩌렁 울리게 만든 그의 외침에 무림인들은 움찔했다.

순간적으로 좌중을 압도했다.

하지만 모두가 겁을 먹은 것은 아니었다. 아니, 용기(?)를 낸 자가 있었다.

“우린 황보세가의 수하가 아니다! 우리에게 함부로 명령하지 마라!!”

“그, 그래! 우리에게 명령하지 마라!!”

간신히 진정되었던 무림인들은 누군가의 외침에 다시 흥분하기 시작했다.

그런 그들의 반발에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당황했다.

“본가는 그대들을 수하로 대하지 않았고, 명령하지 않았소! 부디 진정하시오!”

황보세가의 호법은 다시 한번 내공을 실어서 외쳤다.

그들의 기를 꺾기 위해서는 압도적인 힘의 차이를 보여줘야 하기 때문이다.

움찔!

그의 의도대로 대부분의 무림인들은 움찔하며 다시 한번 위축되었다.

하지만 그들의 욕망을 불태우는 소리가 또 울려 퍼졌다.

“신마의 유진은 황보세가만의 것이 아니오! 우리 모두의 것이오! 독식하게 놔두지 않겠소!!”

“마, 맞아! 우리 모두의 것이다!!”

“황보세가가 독식하게 만들지 말자!!”

욕망에 눈이 먼 무림인들은 다시 흥분해서 당장이라도 달려들 것 같았다.

그럼에도 황보세가라는 존재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쉽게 달려들지 못했다.

이런 상황을 놓치지 않고 황보세가의 호법이 외쳤다.

“대(大) 황보세가를 업신여기는 자! 용서치 마라!”

“존! 명!”

호법의 외침에 황보세가의 무인들은 큰소리로 대답하며 좌중을 압박했다.

대 황보세가.

고작 다섯 글자에 불과하지만, 그로 인해 발생하는 위력은 어마어마했다.

그러나 기연에 대한 무림인들의 욕망은 없던 용기도 만들어줬다.

아니, 이성을 마비시켰다는 것이 더 적합했다.

“본가는 황보세가에 굴복하지 않는다!”

“크윽!!”

“미, 미친!!”

제압되었던 산동악가의 고수가 방심하고 있던 황보세가의 고수를 쓰러트려 버렸다.

그 직후 제압되었던 또 다른 산동악가의 고수들이 들고일어나면서 혼란을 가중시켰다.

이를 지켜본 무림인들은 당황해하며 어리둥절했다.

“비켜! 신마의 유진은 내 거야!!”

“뭐, 뭐라고!!”

“내, 내 거야!!

누군가의 외침은 수백 무인들의 눈을 뒤집어버렸다.

결국 광분한 수백의 무림인들은 그대로 밀고 들어왔다.

황보세가의 고수들은 그들을 막기 위해서 결국 주먹을 휘둘렀다.

퍽!

“컥!”

“황보세가가 보물을 독차지하려고 한다!!”

“더러운 놈들! 힘이 있다고 제놈들만 가지려고 한다!!”

황보세가에서 선발된 정예고수들이었지만, 수백의 무림인들을 상대하는 데는 한계가 있었다.

결국 입구가 뚫렸고, 출입자가 발생하게 되었다.

무림인들은 더욱 눈이 뒤집어졌다. 그렇게 유혈사태로 번지면서 일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갔다.

“우릴 죽이려고 한다!”

“더러운 새끼들!!”

피는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들고, 더욱 많은 피를 부른다.

고작 이각만에 수십 명의 사상자를 발생하게 만들었다.

허나 모두가 이성을 잃은 것은 아니었다.

―누군가 일부러 일을 키우려는 것 같네요.

―나 역시 같은 생각이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것 같네.

우리? 아니었다.

숨겨진 의도를 모르는 자는 위지천뿐이다.

이현성은 이미 어렴풋이 느끼고 있었다.

이 일의 배후가 존재하며, 그게 누구인지를.

그럼에도 아직은 발설하지 않았다.

아직 그들의 존재가 드러날 때가 아니기 때문이다.

준비가 되지 않은 것은 그들만 아니라 자신과 무림도 마찬가지였다.

‘황보세가를 흔들 생각인가 본데, 아직 그들이 무너지면 안 돼. 최소한 지금은…….’

* * *

“커억!!”

“사, 살려… 으아악!!”

신마릉 안은 그야말로 지옥이었다.

사방에서 쏟아지는 화살이나 암기는 수많은 생명을 앗아갔다. 황보세가의 천왕대를 어찌하지 못했을 뿐이지, 신마릉 안의 함정들은 결코 하찮은 수준이 아니었다.

특히 고수라 불리지 못하는 자들에겐 더욱 가혹했다.

“공자. 지금이라도 물러나야 하오!”

“다, 닥쳐! 많은 돈을 받았으면 돈값을 하란 말이야!”

이곳 신마릉을 찾은 자는 산동성에서 나름 난다 긴다 하는 고수들이었다.

하지만 모두 고수라고 할 수는 없었다.

최소한 산동성에선 제법 부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는 마가장.

마가장의 장남은 어려서부터 무림을 동경했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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