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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85화 (85/314)

85화.

그들 입장에서는 굴러온 돌이 박힌 돌을 빼려는 것처럼 느낄 수 있으나, 다음 대 교주의 부인이 될지도 모르는 그녀였다.

굳이 척을 지어서 좋을 것은 없었다.

“네가 가보겠느냐?”

“소교주님을 모시고 다녀오겠습니다.”

환요의 말에 천사존은 애정 어린 시선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이 일의 공적을 손자에게 넘기겠단 말이기 때문이다.

“좋구나. 이번 일에 대한 모든 권한을 주마. 결코 실망을 줘선 아니 된다.”

“예… 교주님.”

천사존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모든 권한을 그녀에게 주었다. 그만큼 신임한다는 뜻이었다. 허나 반대로 말하면 실패에 대한 처벌 역시 각오하란 뜻이 담겨 있었다.

영광은 소교주에게, 처벌은 환요에게 돌린다는 뜻이었다.

아직 두 사람은 혼사를 맺기 이전이니 빈틈을 주지 않으려는 것이다.

‘역시 늙은이가 호락호락하지 않네. 하지만 결국 사내는 여인의 치마폭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법이지.’

환요, 그녀 역시 호락호락한 여인은 아니었다.

* * *

천사교, 천웅방 그리고 석가장이 발칵 뒤집어졌을 때. 이현성은 위지천과 함께 산동성에 입성했다.

“태산에 볼일이 있었다고 했지?”

“예.”

그들 정확히 이현성이 산동으로 행로를 바꾼 것은 태산 때문이다.

오악 중 동악(東岳)이라 불리는 태산은 산동성의 자존심이라고 불릴 정도로 대단한 명산이었다.

그 정기로 인해 숨겨진 영약 있다고 해도 이상할 것 없고, 은거기인이 마지막 은신처로 삼아도 당연했다.

그걸 노린 수많은 무림인들의 발길을 끌어당기기도 했다.

허나 험하고 넓은 태산이라 연이 없다면 기연은 결코 손에 닿을 수 없었다.

“그보다 무림인들이 상당히 많구나.”

“조금만 더 가면 제남이니까요.”

제남은 산동성의 성도이며, 오대세가 중 황보세가의 본가가 뿌리 내린 곳이었다.

무림인이 많은 것은 당연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제법 많았다.

‘설마 패왕도법에 대해서 알려진 건가? 아직 그럴 시기가 아닌데…….’

패왕의 절학인 패왕도법은 제남에서 이틀거리인 태산에 잠들어 있었다.

태산에는 수많은 전설이 탄생했고, 패왕(覇王)과 신마(神魔)의 격전 역시 태산에서 이루어졌다.

한때는 두 절대강자의 유산을 노린 무림인들이 태산을 들쑤셨으나 아무도 그것을 손에 넣지 못했다. 그나마 회귀 전에 패왕의 유산인 패왕도법이 모습을 드러냈다.

허나 신마의 절학은 세상에 드러나지 않았다.

그렇기에 사람들은 패왕과 신마의 격전에서 신마가 패해 그대로 죽었다고 판단했다.

유산도 남기지 못한 채.

“여기서 묵고 내일 가시죠. 형님.”

“그게 좋겠다.”

서두른다면 밤에는 제남에 도착할 수 있으나 굳이 서두를 필요는 없었다.

제남에 급히 갈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두 사람은 식사와 하루 묵기 위해 가까운 객잔으로 향했다.

“방이 하나뿐이라고?”

“죄, 죄송합니다. 보시다시피 손님들이 많아서…….”

점소이는 무척이나 죄송스러워했다.

눈앞의 사내들이 검을 쥐고 있다. 즉, 무림인이라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성질 더러운 무림인에게 걸리면 목이 날아갈 수도 있는 만큼 저들의 성질을 건드리지 않기 위해서 조심할 수밖에 없었다.

물론 이 정도로 검을 휘두를 이현성은 아니었다.

“다른 객잔으로 하시죠.”

“저… 대협님들, 다른 곳에 가셔도 방이 없을 겁니다요. 태산 때문에 대협들께서 많이 오셔서요.”

점소이의 말에 두 사람은 미간을 찌푸렸다.

그 모습에 점소이는 심장이 떨어지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괜히 입을 놀렸다가 죽을 판이기 때문이다.

그때 이현성의 손이 움직였다. 점소이는 눈을 질끈 감았다. 하지만 고통이 없었다. 살짝 눈을 뜨자 눈앞에 은자가 있었다.

“자세히 말해주면 이건 너에게 주마.”

“예~ 대협. 그러니까 태산에서…….”

점소이의 말에 의하면 태산 때문에 현재 무림인들이 모여들고 있다고 했다.

말이 이어질수록 얼굴이 굳어지더니 점소이의 마지막 말에 경악하고 말았다.

“신마릉(神魔陵)이라고…….”

그제야 이해할 수 있었다. 무림인들이 이렇게 많이 모인 이유를. 신마의 무덤이 발견되었다면 무림인들이 환장하고 모일 수밖에 없었다.

무덤이라면 당연히 그의 절학이 잠들어 있을 가능성이 무척 높기 때문이다.

“패왕(覇王)이 아니라?”

“예? 패왕이요? 제가 듣기로는 신마릉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 아니다. 그보다 진짜가 맞다하던가?”

“그게…….”

뜸을 들이는 점소이를 보며 이현성은 은자 하나를 더 쥐어줬다.

그러자 점소이는 방끗 웃으며 말을 이었다.

“태산 일대를 황보세가와 산동악가에서 고수들이 포위하고 있었다고 합니다요.”

“그럼 사실이란 말인데.”

산동의 두 마리의 호랑이, 황보세가와 산동악가.

두 가문이 움직였다면 거짓으로 치부하긴 힘들다.

설사 거짓이라도 무시할 수 없었다.

다른 사람도 아니라 신마의 무덤이라면 더욱 그랬다.

신마는 무척 특이한 절대자였다.

별호에 신(神)과 마(魔)가 공존하고 있었다.

별호만 특이한 것이 아니었다. 무공 역시 특이했다.

혼원신공이 음양이기 등을 하나로 융합시킨다면, 신마의 무공은 신공과 마공을 동시에 운용한다고 알려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기와 마기가 충돌하지 않는다 하니, 그야말로 괴공 그 자체였다.

게다가 그 위력이 엄청났다.

괜히 천하제일의 자리를 놓고 패왕과 싸웠겠는가.

‘신마라… 냄새가 나는데.’

“형님. 오늘은 여기서 묵고 가시지요. 방은 하나뿐이지만.”

“그러세. 아우.”

“그, 그럼 방을 준비하겠습니다.”

나이 차이가 한참 나 보이는 두 사람이 호형호제를 하니 점소이는 이상하다고 생각했으나 묻지는 않았다.

무림에는 별의별 괴상한 사람들이 많으니 그러려니 했다.

‘무슨 꿍꿍이지? 벌써 신마릉이 발견될 리가 없는데 말이야.’

패왕도법과 달리 회귀 전에는 소재가 알려지지 않았던 신마의 무덤이 세상에 드러났다.

우연이라고 치부할 수 없었다.

세상에 우연이란 없는 법이다.

허나 이현성이 믿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었다.

‘신마릉은 애초 존재하지 않았으니까. 역시 혈천의 짓이구나.’

이현성은 확신했다.

이 소동이 혈천의 짓이라는 것을.

* * *

“제갈세가에서 협력해주겠다고 합니다. 가주님.”

“대가는 신마릉의 공유인가?”

“신마의 도검(刀劍)과 도움이 필요할 때, 위세를 빌려달라고 합니다.”

“신마의 도검과 본가의 위세라… 가볍게 치부할 일은 아니지만, 어쩔 수 없지.”

소가주의 말에 권왕은 고개를 끄덕였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절대자 신마의 무덤, 신마릉이 발견되었다.

오대세가인 황보세가 입장에서는 굳이 목맬 필요는 없었다.

남궁세가의 검왕, 하북팽가의 도왕과 함께 십정인 권왕을 배출한 황보세가였다.

그들의 무학은 결코 신마의 절학 아래가 아니었기에 무리해서 차지할 필요는 없었다.

하지만 신마릉이 산동악가로 넘어가는 일은 막아야 했다.

말이 좋아 십대세가이지, 결코 오대세가의 상대가 아니었다.

아니, ‘아니었다’라는 말이 옳았다.

신창양가에 가려져 있던 산동악가의 최근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같은 산동성에서 활동하는 황보세가 입장에서는 산동악가가 신경 쓰일 수밖에 없었다.

그러던 차에 신마릉이 발견되었다.

때문에 황보세가 입장에서는 손을 놓고 있을 수가 없었다.

“우리가 모르는 뭔가가 있나 보군. 이번 일이 끝나는 대로 알아봐라.”

“예. 가주님.”

마음 같아선 당장 알아봐야 하지만 산동악가 때문에 전력을 뺄 수 없는 상황이었다.

그렇기에 제갈세가가 위세를 빌리려는 이유를 알아보는 것은 이후의 일이 될 수밖에 없었다.

신마릉은 단순히 신마의 무덤이 아니었다.

태산의 어느 거대한 동굴 전체가 그의 무덤이었다.

게다가 자신의 안식을 방해받고 싶지 않았는지 여러 장치로 보호되고 있었다.

명문세가인 황보세가였지만, 진법에는 능통하지 못했다. 그렇다고 화기를 사용할 수 없었다.

자칫 산마릉이 무너질 수 있기 때문이다.

물론 화기를 잘못 사용하면 관과 마찰을 빚을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황보세가에서는 진법과 기관장치의 대가를 고용했다.

허나 그들조차 진법을 해체하지 못했다.

오히려 그들로 인해 신마릉에 대한 소문만 퍼지게 되었다.

태산에 몰려든 무림인들은 황보세가와 산동악가의 위세 때문에 주춤했지만, 이것이 얼마나 통할지 모른다.

그러던 차에 제갈세가의 장로가 방문했다.

황보세가로서는 단비와 같았다.

허나 그들은 몰랐다. 세상에 우연은 없다는 것을.

신마릉이 드러난 것은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무조건 산동악가보다 먼저 확보해야 한다. 천왕대 역시 데려가라.”

“결코 가주님 아니, 아버님을 실망시켜드리지 않겠습니다!”

남궁세가에 제왕검대가 있고, 하북팽가에 벽력십팔도가 있다면 황보세가는 천왕대가 있었다.

세간에선 제왕검대와 벽력십팔도의 아래로 평가하지만, 천왕대는 절대 그들의 아래가 아니었다.

권왕이 그런 천왕대까지 내놓은 것을 보면 황보세가가 이번 일에 사활을 걸었다는 말과 다르지 않았다.

“이놈들. 오대세가가 왜 오대세가인지 이번 기회에 제대로 보여주마!”

* * *

“아니, 태산이 황보세가와 산동악가의 것이 아니거늘 왜 통제하는 거요!”

“맞소! 이건 횡포요!!”

태산은 두 가문에 의해서 통제당했다.

처음에는 두 가문의 이름 앞에 주춤거렸던 무림인들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목소리가 커졌다.

사파나 마도도 아니고, 무조건 힘으로 해결할 수도 없기에 두 가문의 무사들은 당황스러웠다.

허나 무인들의 말 역시 도를 넘어서려 하니 황보세가와 산동악가 역시 계속해서 무시할 수도 없었다.

“감히 누가 본가를 모욕하느냐!!”

“산동악가를 무시하는 자, 내 창이 용서치 않겠다!!”

두 가문은 현재 공조하고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럼에도 필요에 의한 암묵적인 협력을 하고 있었다.

외부 세력이 태산에 출입하지 못 하게 함이었다.

이는 힘 있는 자들의 횡포였다.

하지만 ‘힘이 법이요, 정의’인 세상이다.

약자의 아우성 따윈 아무도 신경 써주지 않는다.

안타깝지만 그게 세상의 법칙이었다.

―형님. 어쩌시겠습니까?

―여기까지 왔는데, 구경은 하고 가세나.

태산에 오르지 못하고 있는 무리 중에는 이현성과 위지천도 있었다.

두 사람의 실력이라면 굳이 두 세가의 무사들과 실랑이를 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괜히 이름을 밝혀서 주목받을 생각은 없었다.

또한 현재 상황에서는 그래서도 안 되었다.

결국 두 사람은 좌중의 기감을 속이고 태산 안으로 숨어 들어가려고 했다.

그런데 그럴 필요가 없어졌다.

“썩을! 우리가 몇 명인데, 저들의 위세에 겁을 먹는 거야!”

“죽이려면 죽이든지!”

몇몇이 고함과 함께 앞으로 나섰다.

그러자 두 세가의 무사들은 당황하며 저지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결국은 피를 보게 되었다.

“크윽…….”

“황보세가가 사람을 죽인다!!”

“개자식들!!”

“그, 그게 아니라…….”

피는 사람들을 흥분하게 만드는 법.

황보세가, 산동악가의 이름에 억눌렸던 무림인들의 광기(狂氣)가 마침내 폭발하고 말았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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