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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2화 (22/314)

22화.

실제로 방심하는 순간 목숨을 앗아갈 것이 분명했다.

그의 검을 막아내며 위표는 등골이 오싹해짐을 느꼈다.

백병전임에도 이렇게 강한데, 그가 암살하려고 했다면 십중팔구 자신은 살아남지 못했을 것이라는 사실을 부정할 수 없었다.

‘그가 전음을 보내지 않았다면…….’

사실 위표는 살수들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다.

이현성의 전음을 듣고 잠에서 깼다.

그는 이현성 덕분에 살수들의 존재를 알아챘다.

위표는 급히 일어나 문종학 일가의 군막으로 향하려고 했다. 그러나 이현성이 그를 만류했다.

이미 조치를 취했으니 잠자는 척하다가 살수들이 들이닥치면 제거하라는 것이다.

미심쩍긴 했으나 결국 그를 믿기로 했다.

만약 그가 악심을 가지고 있었다면 자신을 깨울 리도 없었기 때문이다.

진즉에 알릴 수 있으나 이현성은 살수들이 움직이자 그제야 알렸다.

적을 속이기 위해서는 아군을 먼저 속여야 하는 법이었다.

아군이 살수의 존재를 눈치채지 못해야 살수들도 일말의 방심을 할 테니까.

그런데 진짜 살수들이 군막에 들이닥쳤다.

위표는 은밀하게 깨운 금의위사들과 함께 살수들 일부를 제거하는데 성공했다.

채챙! 챙! 챙!

“큭!!”

“도, 독(毒)!!”

“제, 젠장!”

머릿수만 많았지, 단련되지 않은 관병들은 큰 도움이 되지 않았다.

실제로 많은 관병들이 죽거나 큰 부상을 입었다.

그런데 살수들 역시 상당수가 쓰러졌다.

중독되었기 때문이다.

“금의위 놈들! 독을 사용하다니!!”

“살수 놈들에게 별소리를 다 듣는군.”

전쟁을 이기기 위해서는 수단과 방법을 가릴 수 없었다.

그러나 황제의 친위군이라는, 자존심 덩어리인 금의위가 독을 가지고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나 살수들은 그들에 의해 중독되었다.

놀랍게도 금의위사들과 백호소 소속 금위군사들의 무기에 독이 발라져 있었다.

‘그의 권유를 무시했다면 큰일날 뻔했어.’

위표에게 독을 권한 것은 바로 이현성이었다.

지금의 전력으로는 유사시 대처할 수 없다며 그가 독을 사용하기 권했다.

물론 처음에는 거부했다. 금의위의 자존심에 독을 사용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그 자존심 때문에 문종학을 황도까지 무사히 호위하라는 황제의 명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문제는 사용하려고 해도 수중에 가지고 있는 독이 없었다.

그때 이현성이 독낭(毒囊)을 내밀었다.

삼목금섬의 독낭이었다.

독의 양은 한정적이고, 잘못 사용하면 적이 아닌 아군에게까지 피해가 갈 수도 있었다.

그렇기에 여섯 금의위사와 스물셋 금위군사들의 무기에만 독을 발랐다.

삼목금섬의 독은 극독이었기에 스치기만 해도 중독될 수 있다.

난전 중에 오합지졸인 관병들이 실수로 아군을 베면 큰일이기에 그들의 무기에는 독을 바르지 않았다.

위표는 이현성의 선견지명이 놀라울 따름이었다.

“부당주. 자네가 날 실망시키는군.”

“다, 당주님… 이, 이건…….”

그때 이십여 명의 복면인이 새롭게 드러냈다.

그중 한 노인만 복면을 쓰지 않았다.

부당주의 말을 통해 노인이 살수들의 수장임을 알 수 있었다.

위표는 긴장했다.

부당주만 해도 보통이 아니었다.

그런데 당주라는 노인은 자신이 감당하기 힘들다는 것을 본능적으로 느꼈기 때문이다.

당주가 손가락을 까딱거리자 살수 중 한 명이 신호탄을 터트렸다.

주변을 포위하고 있는 이백여 이급살수들의 소집신호였다.

그 순간 서른쯤 되는 살수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런데 이백 명 중 서른 명뿐이자 당주가 미간을 꿈틀거렸다.

“…설마 네놈의 짓이더냐.”

“알면서 묻는 것은 멍청한 짓이라고 생각하는데?”

숲 쪽에서 누군가가 모습을 드러냈다.

젊은 아니, 어려보이는 청년이었다.

“이 소협!”

“청살괴옹인가? 그는 제가 맡지요. 나머지는 부탁합니다.”

이백이나 되는 이급살수들 중 서른을 제외하고, 모두 이현성의 손에 명을 달리했다.

적들이 눈치채지 못하게 은밀하게 제거해야 했기에 시간이 좀 걸렸다. 시간만 넉넉했다면 모두 제거할 수 있었겠지만 아쉽게도 서른명은 제거하지 못했다.

청살괴옹은 어이가 없었다.

“오귀(五鬼). 끌고 와라.”

“명!”

청살괴옹의 호위인 다섯 일급살수 청살오귀.

그들은 주인인 청살괴옹의 명령에 따라 몸을 날렸다.

일급살수라고 다 같은 일급살수가 아니었다.

살수로서 능력도 일급이었지만, 무위 역시 일류지경에 오른 고수들이었다.

그들 다섯이라면 부당주도 긴장할 정도이니, 청살괴옹이 그들에게 맡긴 것도 당연했다.

그러나 그것은 청살괴옹이 이현성의 실력을 제대로 판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목숨만 붙여둔다!”

끌고 오라는 말은 죽이지 말라는 뜻이었다. 그리고 목숨만 살려두면 사지가 없어도 된다는 뜻이기도 했다.

하지만 순순히 끌려가 줄 이현성이 아니었다.

아니, 애초 그들로서는 이현성을 끌고 갈 수 없었다.

“…일점홍(一點紅).”

“컥!”

“미, 미친!”

빛이 번쩍이는 순간 청살오귀 중 한 명의 목이 베였다.

이갑자의 내공 덕분에 혈영살객 당시 익힌 검법 다수를 펼칠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현성은 일점홍을 펼쳤다.

비록 이류검술이긴 하지만 사용하기에 따라 일류검술보다 더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것을 증명하듯 청살오귀는 일점홍만으로 목숨을 취할 수 있었다.

심복인 청살오귀가 손도 쓰지 못하고 절명하자 청살괴옹은 분개했다.

“이 애송이 놈이!!”

콰쾅!! 쾅! 쾅!!

청살괴옹의 손과 이현성의 검이 연이어 충돌했다.

손과 검이 충돌했음에도 불구하고 밀리는 쪽은 검이었다.

청살괴옹은 조법의 달인으로, 그가 익힌 청살괴조(靑殺怪爪)는 질긴 소가죽조차 간단히 찢어버리는 무시무시한 무공이었다.

그러니 검을 상대로 상처를 입기는커녕 몰아세우는 것도 가능했다.

“흐흐흐… 애송이! 고작 그것뿐이더냐?”

“큭!”

청살괴옹의 조롱에 이현성은 아무런 대꾸도 할 수 없었다. 대꾸할 여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강하군. 역시 십대살수란 말이지.’

수많은 살수 중에서도 열 손가락에 꼽힌다는 것은 그만큼 강하다는 뜻이었다.

절정에 오른 이현성조차 버거울 정도였다.

하지만 절대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래도 최악은 아니구나. 예상대로 혈살오객 급은 아니었어.’

십대살수는 초절정고수조차 암살할 수 있는 살수들이었다.

하지만 초절정고수도 암살할 수 있는 것이지, 그들이 초절정고수라는 뜻은 아니었다.

물론 십대살수 중에도 초절정고수가 있었다.

하지만 아닌 자도 있었다.

천만다행으로 청살괴옹은 전자가 아닌 후자에 속했다.

절정의 극에 오른 무위와 이갑자의 내공.

대단한 살법 덕분에 초절정고수를 암살할 수 있는 경우였다.

즉, 혈살오객보다 못하다는 뜻이었다.

‘문제는 이자 역시 지금의 나로서는 버겁다는 것인데…….’

혈살오객보다 못한 것은 청살괴옹뿐만이 아니었다.

지금의 이현성 역시 혈살오객급이 아니었다.

이현성이 그와 견줄 수 있는 것은 내공뿐이었다.

머리로는 혈영살객의 깨달음을 기억하지만, 육신은 아직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다.

서걱!

그때 청살괴옹의 손이 이현성의 옆구리를 스쳤다.

“감히 본 당주를 상대하면서 딴 생각을 해?”

이현성은 등골이 서늘해졌다.

다행히 스치는 것으로 그쳤으나 조금만 더 깊었다면 심장이 찢겼을지도 몰랐다.

시간이 흐를수록 이현성의 몸에 상처가 늘어났다.

치명상은 없으나 상처가 누적되니 몸이 무거워졌다.

미세하게나마 반응이 늦어질 수밖에 없었다.

수십 합을 막아냈으나 슬슬 한계에 도달했다.

이현성은 물론 청살괴옹 역시 느끼고 있었다.

‘괴물 같은 놈… 핏덩이에 불과한 놈이 이렇게까지 버티다니… 오늘 죽이지 못하면 큰 우환이 될 거야. 기필코 죽여야 해.’

우세하긴 하지만 청살괴옹이라고 안심할 수 없었다.

이현성은 밀리고 있으면서도 자신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때 청살괴옹의 손톱이 이현성의 가슴을 찍어내는데 성공했다.

“흐흐… 죽어… 큭! 미, 미친놈…….”

“커어억!!”

이현성은 괄육취골(刮肉取骨)의 수를 썼다.

가슴을 내어주는 대신 청살괴옹의 심장에 검을 꽂았다.

청살괴옹이 이현성을 걷어찼다.

비록 가슴이 뻥 뚫리는 것은 면했으나 청살괴옹의 청살괴조로 인해 가슴뼈가 드러날 정도로 큰 부상을 입었다. 외상뿐만 아니라 내상까지 심해 당장은 움직일 수 없었다.

설상가상으로 청살괴옹을 찌른 검이 그의 심장을 스쳤으나 완전히 베어내지는 못했다.

본능적으로 몸을 비튼 탓이었다.

이현성으로서는 도망치는 것도 불가능했다.

“이 소협!!”

“흐흐흐… 네놈의 걱정이나 해라.”

위표는 부당주에게 발이 묶여서 이현성을 도우러 갈 수 없었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금의위사들 모두 청살당의 살수들을 상대로 고전을 면치 못했다.

이백이나 되던 관병은 3할도 채 남지 않았고, 금의위사와 금위군사들 역시 상당수가 죽었다.

이대로라면 전멸은 불 보듯 뻔했다.

그러나 하늘은 아직 그들을 버리지 않았다.

“금의위는 적을 섬멸하고, 아군을 보호하라!!”

“충!!”

그때 수백의 기병들이 무시무시한 속도로 달려왔다.

전방 기수의 깃발을 본 순간 청살괴옹의 얼굴이 일그러졌다.

“빌어먹을! 금의위라니!!”

“아군이다! 모두 버티기만 하면 된다!!”

그들은 일개 기병들이 아니었다.

최정예 금군이라는 금의위였다. 그것도 천호소의 지휘관인 금의위 천호(千戶)가 직접 금의위사 일백 명과 정예기병 삼백 명을 이끌고 나타난 것이다.

웬만한 문파는 짓밟을 수 있는 강력한 군세였다.

특히 금의위 천호는 초절정고수 혹은 그것에 근접한 고수들이었다.

청살당이 십대살문이라고 하지만 엉망이 된 지금, 저들의 군세를 막을 힘이 없었다.

“이놈! 폐하의 군사를 해하고 도망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더냐!!”

천호는 도주하려던 청살괴옹을 가로막았다.

청살괴옹은 이를 갈았다.

몸 상태만 멀쩡하다면 해볼 만했지만, 지금은 상당히 불리했다.

비록 심장이 완전히 찢긴 것은 아니지만 스쳤다.

무리하면 심장의 상처가 벌어져서 절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도주를 택한 것인데, 금의위 천호는 놔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

황명을 수행하던 금의위가 습격받았다.

자신의 직속부하는 아니었지만 같은 금의위로서 악적들을 놔줄 수가 없었다.

“황제의 개가 더럽게 떠드는구나.”

“이놈! 더러운 입으로 감히 폐하를 언급해?!”

청살괴옹의 말에 천호는 분개했다.

청살괴옹은 일부러 그를 흥분시켰다.

지금은 시간을 오래 끌 수 없었다.

천호의 평정심을 흔들어 일격에 제거하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가 놓친 것이 있었다.

금의위 천호라 하면 정오품의 관리로, 고관이라고 할 수 없으나 결코 낮은 품계가 아니었다.

게다가 세치 혀로 인해 쉽게 죽어나가는 황실에서 버틴 금의위 천호가 쉽게 평정심을 잃겠는가?

“크크. 죽어… 헉!!!”

“멍청한… 만승천하(萬乘天下)!”

금의위를 대표하는 검법 중 하나인 만승검법.

그는 만승검법으로 경지에 오른 고수였다. 게다가 흥분한 척하며 역으로 청살괴옹의 방심을 일으켰다.

서걱!

결국 천호의 검이 청살괴옹의 목을 베었다.

제 꾀에 제가 넘어간 것이다.

그러는 사이, 천호가 이끌고 온 일백의 금의위사와 삼백의 기병은 적들을 완전히 짓밟아버렸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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