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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21화 (21/314)

21화.

그리고 동창은 정보기관인 동시에 엄청난 암살능력을 가진 집단이었다.

청살당이 아무리 십대살문이라고 해도 동창과 비교할 수는 없었다.

결국 그들은 청살당에 청부하기로 결정했다.

“흠흠… 그럼 얼마씩 내야…….”

청살당

“형님… 아, 형님이라고 불러도 될까요?”

“편하신 대로 하십시오. 공자.”

문종학의 아들인 문태규는 어느 순간부터 이현성의 곁에 붙어 있었다.

같은 사내로서 그의 강함에 반했기 때문이다.

“형님. 공자라니요. 편하게 태규라고 불러주십시오. 말도 놓으시고요.”

“어찌 그럴 수 있겠소. 공자.”

“그렇게 하십시오. 은공.”

문종학은 제 아들이 이현성에게 살갑게 대하는 것을 나쁘게 보지 않았다.

오히려 그에게 사내다움을 배우길 바랐다.

“문 대인께서도 절 편하게 대해주십시오. 아버님께서 무사하신다면 대인과 연배가 비슷하실 겁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어찌 은(恩)을 입고 그럴 수 있단 말입니까. 은공.”

“아버님. 아버님께서 그러시면 형님께서 불편하시지 않겠습니까?”

“그런가… 허허… 그럼 은공께 편하게 말하겠소.”

문종학은 완전히 말을 내릴 수는 없는지 하오체로 바꾸었다.

그와 연을 맺으려는 이현성으로서는 나쁘지 않은 상황이었다.

‘그가 황도에 무사히 도착하면 내각대학사가 될 거야. 무슨 일이 있어도 그를 황도까지 보호해야 해. 그래야 앞으로 그의 힘을 이용할 수 있어.’

회귀 전의 기억대로라면 문종학은 황도에 도착한다.

허나 살수로 인해 자식들을 잃고, 그 역시 빈사의 상태였다.

그런데 이현성의 등장으로 미래가 바뀌었다.

이런 상황이 그에게 어떠한 영향을 줄지는 알 수 없으나 실보다는 득이 더 많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형님! 어떻게 하면 형님처럼 강해질 수 있나요?”

“으음… 보통 고수가 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아니, 필요해.”

문태규는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이현성을 바라보았다.

학자의 아들이지만 그 역시 사내였기에 강함에 끌리는 것은 당연했다.

“옳은 길로 이끌어줄 스승님과 뛰어난 무공, 타고난 자질. 이 셋 중 하나라도 부족하면 고수가 될 수 없는…건 아니지만 쉽지 않지.”

“…그렇군요.”

스승이란 길을 이끄는 길잡이였다.

어떻게 가르치느냐에 따라서 지름길이 될 수 있고, 돌아가는 길이 될 수도 있다.

그러나 아무리 잘 가르치는 스승이라도 전수해줄 무공이 하찮으면 고수가 될 수 없었다.

백날 삼류무공을 익혀도 일류무공을 익힌 자를 이길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치였다.

마지막으로 선천적인 재능 역시 중요했다.

훌륭한 스승이 뛰어난 절학을 전수해주어도, 제자가 이를 소화하지 못하면 역시 고수가 될 수 없었다.

다르게 말하면 이현성은 이 셋을 모두 갖추었다는 뜻이었다.

“그럼 형님의 스승님께서는 대단한 고수이시겠군요?”

“그렇다고 할 수 있지. 은거기인이시기에 알려지지 않았을 뿐… 대단하신 분이셨어.”

만약을 대비해서 이현성은 가상의 스승을 만들었다.

세상에 모래알만큼 많은 것이 기인이라고 하지 않았는가.

가상의 스승 역시 그런 존재 중 하나로 만들었다.

“스승님께서는 날 위해 영물과 싸우셨고, 내단을 내게 복용시켜주셨어. 덕분에 빠르게 강해질 수 있었지. 하지만… 그때 입은 내상이 악화되어서 결국 돌아가셨어. 나 때문에…….”

“좋은 스승님이셨군요.”

이현성은 자신이 강한 이유를 지어냈다.

자신의 힘을 의심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었다.

“이 세 가지와 영약도 강해지는데 큰 역할을 했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따로 있어.”

“그게 뭐죠?”

문종학과 여식인 문교교 역시 관심을 보였다.

이현성은 나직하게 그리고 힘 있게 대답했다.

“바로… 미치는 거다.”

“…예? 미친다고요?”

“정신이 나간다는 의미가 아니다. 아니, 어찌 보면 그 말도 틀리지 않지. 나는 강해지는 것에만 정신을 쏟았다. 그 외에는 일체 생각하지 않고.”

문태규는 쉽게 이해하지 못하는 눈치였다.

그런 그를 보며 이현성은 속으로 피식 웃었다.

어린 나이에 깨닫기에는 어려운 이치임을 알기 때문이다.

“무(武)뿐만이 아니야. 문(文)이나 기예 역시 미치지 않는다면 최고가 될 수 없어. 그저 어중간한 자 중 하나가 될 뿐이야.”

“으음… 그런가요?”

문종학은 입을 열지 않았으나 감탄했다.

문태규보다 나이가 많긴 했지만 그래봤자 두세 살 차이였다.

어린 나이에 그러한 깨달음을 얻은 것은 대단한 일이 아닐 수 없었다.

그 역시 미친 듯이 공부했기에 젊은 나이에 학림원 학사까지 오를 수 있었다.

다만 그랬기에 정치가 약했고, 결국 낙향할 수밖에 없었다.

그런 단점이 있는 만큼 이현성의 말이 정답이라고 생각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정답에 가까운 답 중 하나임은 틀리지 않았다.

그때 마차 밖에서 목소리가 들려왔다.

금의위 백호이자, 현(現) 호위대장인 위표였다.

“대인. 송구스럽습니다만 오늘은 노숙해야 할 것 같습니다.”

“알겠네.”

잠자리는 매우 중요했다.

무인도 노숙이 편치 않은데, 학자인 그들이 노숙하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물론 군막 등 최대한 편안한 잠자리를 준비하겠지만 그럼에도 노숙은 노숙이었다.

그렇게 그들은 산 중턱에서 노숙하게 되었다.

* * *

“준비 끝났습니다. 당주님.”

복면인의 말에 노인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의 앞에는 복면인 서른 명이 부복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들 서른이 전부가 아니었다.

주변에 은신하고 있는 자들이 이백에 가까웠다.

“부당주. 본당이 탈명회(奪命會)와 같은 취급을 받게 만들지는 않겠지?”

“물론입니다. 당주님. 맡겨주십시오.”

탈명회는 하북에서 활동하는 살문 중 한 곳으로, 나름 실력을 인정할 만했다. 물론 과거에 그랬을 뿐이었다.

예상치 못한 이현성의 등장으로 일이급 살수 열 명을 잃은 탈명회는 곧 물러났다.

그 후 다시 임무 수행을 준비했다.

하지만 그럴 기회가 없었다.

의뢰를 받은 청살당의 살수들 일부가 그들을 찾아갔기 때문이다.

지금쯤 그들은 흔적도 없이 정리당했을 것이다.

탈명회도 무시할 수준은 아니지만 십대살문인 청살당에 비할 수는 없었다.

탈명회를 정리하기 위해 움직인 살수 오십을 제외한 청살당의 살수들은 이곳으로 왔다.

“부당주. 자네만 믿겠네.”

“존명!”

특급살수인 부당주는 청살당의 일급살수들을 이끌고 사라졌다.

이를 청살당주가 지켜봤다.

청살당주 청살괴옹(靑殺怪翁).

십대살문인 청살당의 당주이자, 천하 십대살수 중 한 명이었다.

초절정고수도 암살할 수 있을 정도로 무서운 살수다.

“대학사에 내정된 자라… 호부상서. 수작을 부리면 곤란하지.”

청살당에 살인청부한 인물은 위장 신분을 이용했다.

하지만 이를 간파하지 못할 청살당이 아니었다.

그들은 역추적을 통해 청부자의 뒤에 호부상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냈다.

정이품의 고관인 호부상서.

그런 그가 청부한 인물 역시 보통 사람일 리가 없었다.

우려대로 표적이 내각대학사라는 거물임을 알게 되었다.

그러나 거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

청살괴옹은 오히려 이번 기회를 이용하기로 했다.

호부상서라는 단단한 끈을 잡고 더 큰물로 가겠다는 계획이었다.

* * *

푹!

한 생명이 단말마의 비명조차 지르지 못하고 절명했다.

누군가가 그의 입을 막고, 심장을 찔렀기 때문이다.

‘이로써 마흔셋. 아직도 많이 남았는데…….’

잠자리에 들었던 이현성은 주변을 포위하는 기척을 느꼈다.

나름 기척을 죽였으나 삼라만상을 익힌 이현성의 기감을 속이는 것은 애초에 불가능했다.

그 수가 이백에 달했으니 이현성의 기감을 더더욱 속일 수 없었다.

이에 이현성은 은밀하게 몸을 숨겼다.

그리고 소리 없이 살수들을 제거해나갔다.

벌써 마흔셋이나 제거했다.

그러나 아무도 그러한 사실을 몰랐다.

그는 격이 다른 살수였기 때문이다.

비록 혈영살객의 수준에는 미치지 못하나, 삼라만상 덕분에 살법에 한해서는 근접했다.

그의 기척을 고작 이급살수들이 알아차릴 수 있을 리가 없었다.

‘비록 이류살수들이라고 하지만 이 정도 숫자라면 웬만한 살문이 아니란 뜻인데… 서둘러야겠군.’

어둠 속, 그것도 이런 은폐엄폐를 할 공간이 많은 산속이라면 살수만큼 위협적인 존재가 또 없었다.

각 현의 관청들에서 차출한 관병들 덕분에 이백이나 되는 인원이 되었다고 하지만 큰 도움이 되기는 어렵다.

그렇기에 이현성은 더욱 분발할 수밖에 없었다.

여기서 문종학이 죽으면 그의 도움을 받아 힘을 키우려는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기 때문이다.

그러는 사이 밤은 더욱 깊어져만 갔다.

결국 청살당의 부당주가 이끄는 일급살수들이 움직였다.

―3조가 경계병들을 제거하면 1조와 2조는 금의위를 베라.

청살당 부당주의 명령에 따라서 일급살수들이 움직였다.

살수란 경지가 아닌 암살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서 등급이 나뉜다.

청살당의 일급살수들은 능히 홀로 일류고수를 암살할 수 있다.

그런 일급살수가 서른이었다.

잠이 든 금의위사의 목숨은 없었다.

그들만 제거하면 나머지는 암살이 아니더라도 정리가 가능했다.

‘표적의 목은 내가 취해주지.’

그럴 리는 없었으나 금의위사들의 암살에 실패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도 표적인 중년 학사의 목만 취하면 임무는 완수한 것이다. 그렇기에 특급살수인 부당주가 직접 표적의 암살을 맡았다.

“큭!”

“컥!”

불침번을 서고 있던 십여 명이 순식간에 절명했다.

청살당의 일급살수들다운 깨끗한 솜씨였다.

그렇게 3조의 살수들이 불침번을 서는 군사들을 벤 순간 1, 2조의 살수들이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

금의위사들이 잠을 자던 군막이었다.

푹! 서걱!

살수들이 군막 안에 들어간 직후, 피육을 베는 소리가 들려왔다.

귀가 밝은 부당주는 미소지으며 문종학의 가족들이 잠든 군막 안으로 들어갔다.

그 순간 그는 당황했다.

“뭐, 뭐야! 왜 군막 안이 비어 있는 거야!”

잠을 자고 있어야 할 문종학과 그의 가족들이 없었다.

부당주는 당황해하며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주변을 포위한 군사들을 발견했다.

직후 금의위사들을 암살하러 갔던 1, 2조의 살수들이 뛰쳐나온 것을 볼 수 있었다.

군사들이 많긴 하지만 금의위사들이 죽은 이상 관병들 쯤은 자신들의 상대가 아니었다.

“어쩔 수 없지. 모두 제거… 음? 어, 어떻게!!”

“우릴 너무 무시하는군.”

암살당했어야 할 금의위사들이 무사했다.

1, 2조의 일급살수들이 실패하고 만 것이다.

조금 전 피육이 벤 소리는 금의위가 아닌 일급살수들이 베인 소리였던 것이다.

부당주는 이 상황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다.

표적은 사라졌고, 제거됐어야 할 금의위사들은 건재했다.

살수란 암살할 수 있을 때 그 능력을 발휘하는 것이다.

전면전에서는 능력이 반감되니 최악의 상황이었다.

“사악한 살수들을 한 놈도 살려두지 마라!!”

“젠장! 모두 죽여라!”

위표와 부당주의 명령에 따라 양측이 격돌했다.

위표는 부당주를 향해 칼을 휘둘렀다.

챙!!

“네놈은 내가 상대해주지.”

“큭… 오냐! 죽여주마!”

부당주는 특급살수이자, 절정고수였다.

청살당주인 청살괴옹에 비해서는 부족하지만, 그 역시 주사위로 부당주가 된 것이 아니었다.

암살이 아닌 이상, 버겁긴 해도 금의위 백호인 위표를 상대하지 못할 정도는 아니었다.

챙! 챙! 챙!!

사혈(死穴)만 노리는 부당주의 검술은 무척이나 위험해 보였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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