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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환살수-8화 (8/314)

8화.

‘그가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수준만 보이는 거야.’

이곳의 아이들 대부분이 검법을 익히기 전이었다.

그렇기에 검을 다루는데 어색하지 않을 수 없으며, 검법 역시 몰라야 정상이었다.

그런데 자신이 회귀 전에 익혔던 검술을 펼치면 의심을 사기에 딱 좋을 것이다.

그렇기에 적절히 잘 조절해야 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불가능한 일도 아니었다.

“하합!!”

“으아악!!”

챙! 챙! 챙!!

세 명 중 두 명은 일검(一劍)을 휘두른 후에 나가떨어졌다.

당연히 탈락이었다.

그러나 단 한 명, 이현성만큼은 일검이 아닌 이검, 삼검을 휘둘렀다.

그런 그의 모습에 좌중은 놀랐다.

귀검을 상대로 이검(二劍) 이상 펼친 이가 이현성이 처음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들은 모를 것이다.

이현성이 아직 많은 것을 숨기고 있단 사실을.

“…하지만 여기까지다.”

“큭!!”

허나 이현성도 삼검을 끝으로 나가떨어졌다.

그 와중에도 검을 놓지 않았다.

검귀가 묘한 미소를 지으며 나직하게 말했다.

“제법이군. 혈운권법을 검법으로 변형시켜서 펼치다니.”

“저, 저게 혈운권법의 변형이었어?”

“그, 그러고 보니 혈운권법의 용호혈운(龍虎血雲)과 비슷한 것 같긴 하네.”

아이들은 깜짝 놀랐다. 설마 권법을 검법으로 변형시킬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기 때문이다.

아이들이 기대에 찬 표정으로 귀검 교두를 바라보았다.

이현성조차 탈락하면 결국 처음부터 아무도 합격시킬 생각이 없었다는 뜻이기 때문이다.

그렇게 모두의 시선이 귀검 교두의 입에 집중되었을 때 그의 입이 열렸다.

모두가 침을 꼴깍 삼키며 그의 선언을 기대했다.

“…합격이다.”

“와!!”

“오!!”

처음으로 합격자가 나왔다.

이현성의 합격은 그들과 아무런 상관이 없었다.

그러나 합격자가 존재한다면 자신들이 합격할 가능성 역시 있다는 뜻이었기에 기뻐했다.

이현성 이후로도 줄줄이 탈락했으나 그래도 간간히 합격자가 나왔다. 그렇게 8명의 합격자가 나왔고, 단 3명의 아이들만 남았다.

“나머지 나와라.”

“예!”

셋 중 둘은 무척이나 흥분해 있었고, 단 한 명만은 여유가 느껴졌다.

흡사 자신의 합격은 당연하다는 듯한 태도였다.

검귀 교두가 셋을 스윽 바라보더니 나직하게 말했다.

“…와라.”

“야압!!”

흥분한 두 아이가 먼저 달려들었다.

흥분했지만 눈은 살아 있었다.

챙!!

“아악!!”

“컥!!”

두 아이는 결국 일검에 나가떨어졌다.

그때 검귀 교두의 입에서 차가운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건방진 새끼… 자신만은 조금 특별한 줄 아나 보지? 고작 핏덩이에 불과한 놈이.”

“환영십이검(幻影十二劍)!”

그때 소년이 움직였다. 순간 소년의 검이 둘로 변했다.

둘 중 하나는 잔영을 이용한 허상이었다.

대성하면 한 번에 12개의 환영을 일으킨다는 검법으로, 혁련세가의 무사라면 누구나 배울 수 있는 일류검술이었다.

그렇다. 소년은 동관 일조의 1호인 혁련후였다.

고작 열두 살에 불과한 그가 환영의 검을 만들었으니 놀랄 만도 했다.

그러나 상대는 검귀, 검의 귀신이었다.

“커억!!”

“그깟 눈속임이 나에게 통할 거라고 생각하다니… 그래도 제법이군.”

환영십이검을 대성한다고 해도 감히 검귀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하물며 고작 환영의 검을 하나 만들 정도로는 일초(一初)도 감당할 수 없었다.

검귀가 마지막 시험자 중 한 아이를 가리켰다.

“너만 합격이다.”

“저, 정말입니까? 와아!!”

“마, 말도 안 돼! 왜, 왜! 왜 내가 아니라 저런 놈이 합격이야!!”

검귀가 합격시킨 아이는 혁련후가 아니었다.

그보다 먼저 달려든 두 아이 중 한 명을 합격시켰다.

혁련후뿐만 아니라 대부분의 아이들이 이 상황을 이해하지 못했다.

합격한 아이 역시 마찬가지였다.

누가 봐도 혁련후의 실력이 월등했기 때문이다.

그런 아이들을 향해 검귀가 싸늘하게 말했다.

“착각하지 마라. 너희 실력은 고만고만해. 내 기준은 내 가르침을 받을 최소한의 자격이 있는가였다. 저 아이는 비록 간신이지만 그 기준을 만족시켰고, 넌 아니었다.”

“그 잘난 기준이 뭡니까. 교두님.”

대(大) 혁련세가의 직계인 혁련후로서는 이 상황을 납득할 수 없었고, 자존심에 상처를 입었다.

그렇기에 말투가 삐딱해지는 것도 어쩔 수 없었다.

검귀 교두가 혁련후를 차갑게 쏘아보았다.

“저 아이는 검을 놓쳤지만 그래도 검을 놓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런데 넌 충분히 잡고 있을 수 있음에도 검파로 전달된 충격을 피하기 위해 스스로 검을 놔버렸다. 그러므로 검수(劍手)로서의 자격이 없다.”

“저흰 살수이지, 검수가 아니지 않습니까.”

“착각하지 마. 너희는 살수가 아니야. 고작 후보일 뿐이다. 아니, 후보조차 아니다. 그런데 벌써부터 그딴 정신상태라니… 쯧쯧쯧.”

검귀의 말에 혁련후의 얼굴이 시뻘게졌다.

그러나 그뿐이었다.

대 혁련세가의 직계로서 이것은 큰 실수였기 때문이다.

“그리고 넌 애초 나에게 배울 자격이 없었어.”

“그게… 무슨 말씀입니까. 교두님.”

“…아무리 검의 기본을 가르친다고 해도 난 속검을 중심으로 검을 가르치는 교두였다. 따라서 변검을 추구하는 넌 애초에 내 가르침을 받을 자격이 없다.”

혁련세가의 검술 특성은 환검(幻劍)이었다.

혁련후라고 해서 다르지 않았다.

다만 아직 환검을 추구할 수준이 못 되었기에 우선 변검을 익혀야 한다.

그런 혁련후였기에 속검 교두인 검귀에게 훈련받으려고 하는 것이 언어도단(言語道斷)이다.

검귀는 혁련세가에서도 탐을 내는 포섭대상이었다.

교두 중에서도 제일이라는 점만 생각했기에 한 어이없는 실수였다.

“합격한 녀석들만 남고 모두 나가라.”

“…예.”

탈락한 아이들은 움찔 떨며 돌아갔고, 반면 합격한 아이들은 어깨가 으쓱해졌다.

혁련후는 이를 악물었다.

우드득.

‘네가 이겼다고 생각하지 마라. 결국 승자는 나뿐이니까.’

* * *

“검귀 교두가 그 아이를 탈락시켰다고?”

“예. 곡주님.”

아무리 좌천되었다고 해도 마광수라는 이곳 혈무곡의 지배자였다. 혈무곡 내 모든 정보가 그의 귀에 들어온다.

그런 그에게 보고 중인 인물은 검귀 교두를 보좌하는 부교두 중 한 명이었다.

곡주는 저들을 통해 혈무곡을 감시하고 있었다.

“재미있군. 검귀 교두라면 그 아이가 누구인지 알 텐데 말이야.”

혈살객은 혈천의 대계에 큰 역할을 할 예정인 만큼 후보들에 대한 정보 역시 기밀사항이었다. 부교두도 자신이 인도해온 아이들을 제외하면 그 신상을 알 수 없었다.

그렇기에 혁련후를 포함한 일부 아이들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대충 배경이 대단하니 건드리면 곤란하다는 것 정도는 알고 있었다.

부교두나 다른 교두라면 몰라도, 검귀 교두는 본천에서도 나름 직책을 가지고 있던 인물이었다.

혁련후가 혁련세가의 직계란 사실을 모를 리가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탈락시켰다는 것은 의미하는 바가 많았다.

“크크. 일이 재미있어졌군. 그럼 그 아이는 어디로 갔지?”

“혈검 교두님의 밑으로 갔습니다.”

“역시 혈검(血劍)인가.”

검귀가 쾌검술의 대가라면 혈검은 환검술의 대가였다. 그리고 혈무곡에 몇 없는 절정고수 중 한 명이기도 했다.

결정적으로 자신보다 검귀가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는 사실에 분개하는 인물이기도 했다.

“나머지 아이들은?”

“207호 역시 검귀 교두님의 밑에 있습니다.”

“104호는 염라수 교두님 밑으로 들어갔습니다.”

혈무곡주의 밀명을 받은 부교두들이 그의 물음에 답했다.

자신의 계획에 핵심이 될 세 아이들은 혈무곡 내에서 가장 뛰어난 교두들을 알아서 잘 찾아갔다.

무척 기대되는 상황이었다.

“크크크. 앞으로가 기대되는군.”

* * *

“어때? 배울 만해?”

교두들에게 첫 훈련을 받은 이후, 아이들은 다시 자신들의 조로 돌아왔다.

훈련이야 담당교두에 따라서 다르게 진행되지만, 기본적인 생활은 삼관 십오조로 진행되기 때문이다.

“쉽진 않지만… 할 만했습니다. 형님.”

“철우야. 넌?”

“저도… 헤헤…….”

초운비는 물론 철우 역시 쉽지 않아보였다.

자신 때문에 어려운 길을 가게 된 아이들이었다.

쉬울 리가 없었다. 그러나 마음이 약해지면 안 되었다.

“너희가 선택한 이상, 소홀해선 안 된다.”

“물론입니다. 형님.”

“예. 성님.”

다행히 제법 강단 있는 녀석들이기에 잘 이겨낼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혈살오객을 제외한 혈살객 중에서도 열 손가락 안에 꼽히는 녀석들이었다.

그때 떠오른 것이 있는지 이현성이 나직하게 말했다.

“혁련후의 표정이 심상치 않더구나. 그놈의 부하들이 너희들에게 시비를 걸 수 있으니 항상 조심해라. 아무래도 우리가 흩어졌을 때를 노릴 가능성이 높으니까.”

“걱정 마세요. 저도 그렇게 호락호락한 놈이 아니니까요.”

“흐흐흐. 그깟 놈들 하나도 무섭지 않습니다. 성님.”

한 손이 열 손을 이길 수 없다고 가볍게 듣고 흘릴 일은 아니었지만, 이현성은 그들을 다그치지 않았다.

어리긴 해도 어리석은 아이들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아서 잘들 하겠지. 내가 너무 품고만 있는 것도 앞으로 이 녀석들에게 좋지 않으니까.’

세상은 언제나 뜻하는 대로만 흘러가지 않았다.

자신이 아이들을 지켜주지 못할 때를 대비해서 강하게 키울 필요가 있었다.

그렇기에 곁에서 성장할 수 있게 도와주되, 조절해야 한다. 평생 곁에서 보살필 수는 없으니까.

다행히 그들은 재능이 있고, 노력할 줄 알며, 삶에 대한 욕구도 보통이 아니었다.

‘내가 이 아이들만 생각할 때가 아니지.’

혁련후가 아이들을 노리는 것은 결국 자신 때문이다. 그러므로 두 아이보다 더 위험한 것은 바로 자신이었다.

게다가 교두, 부교두들의 눈을 피해야 하기에 함부로 힘을 드러낼 수도 없었다.

그와 동시에 힘을 길러야 한다.

결국 가장 바쁘고, 위험한 상황에 처한 것은 바로 자신인 셈이었다.

‘아직은 그냥 둔다… 혁련후… 허나 네가 무서워서가 아니야. 내가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다는 사실을 모르는 넌… 결국 내 먹이가 될 거야.’

두 번 다시 당하지 않기 위해 이현성은 은밀하게 힘을 기르고 있었다.

* * *

“…검의 무리(武理)는 무궁무진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무리가 바로 세 가지다. 강력한(强) 위력으로 적을 베는 거지.”

검귀 교두의 검이 묵직한 파공음을 내며 허공을 벴다.

이어서 그의 검에 하나에서 둘, 둘에서 셋… 점점 늘어났다.

“변화(變)를 잘 이용하면 적은 힘으로 상대를 벨 수 있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슈웅!

번쩍이는 순간, 이미 그의 검이 움직인 후였다.

“적이 피하기 전에 빠르게(速) 벤다.”

기본이 되는 삼대 무리였다.

검귀 교두가 직접 시전하니 그 차이를 확연하게 알 수 있었다.

휘두른 검을 거둔 검귀 교두가 나직하게 말했다.

“검을 쥔 검수라면 누구나 이 세 무리를 익혀야 한다. 그리고 나, 검귀에게 검을 배우면 빠름에서 뒤지는 일은 있을 수 없다.”

검귀 교두의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에 그의 가르침을 받는 아이들은 움찔 떨었다.

지난 3년간 단련되었다고 생각했던 아이들의 정신을 단숨에 제압할 정도였다.

귀환살수

— 문지기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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