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563화
제13편 외전 소피아 (19)
검으로 쏘아낸 빛으로 마왕의 입을 막아버린 선황제 알렉스는 마물 세계로 떠날 때와 달라진 게 없었다.
마치 어제 떠났다가 돌아온 것 같은 모습.
그건 같이 돌아온 발레아도 마찬가지였고, 뒤이어 게이트를 넘어온 아이샤도 나이가 그대로인 것 같았다.
귀족들이 나이를 먹지 않기로 유명했지만, 저렇게 변하지 않는 것은 신기한 일이었다.
달라지지 않은 것은 모습만이 아니었다.
“어디서 우리 애들에게 썩은 냄새를 풍기려고.”
선황제의 황제답지 않은 거침없는 언사도 그대로였다.
마지막으로 그 실력까지.
게이트에서 모습을 드러내며 말을 꺼낸 그가 다음 순간 소피아 옆에 나타났다.
소피아가 들고 있는 검은 검, 수련 검으로 공간 이동을 한 것이었다.
알렉스는 소피아를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리며 그녀가 들고 있는 검을 확인했다.
“소피아가 맞지?”
소피아는 아버지의 말에 대답하지 못했다.
입을 여는 순간, 울어버릴 게 분명했기 때문이었다.
대신 그녀는 마구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모습도 그렇고, 검호들도, 기사들도 나이 든 것을 보니, 설마……. 지금이 저번 삶에서 마왕이 등장했던 시간이니?”
무슨 뜻인지 바로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소피아는 아버지의 말에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의 수긍에 알렉스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무래도 저쪽 세상과 시간 축이 달랐던 것 같구나. 그렇게 오래 머물지 않았는데……. 벌써 이렇게 시간이 지났다니.”
겨우 감정을 억누른 소피아가 입을 열었다.
“아버지는……. 괜찮으세요?”
소피아의 말에 알렉스는 번뜩 놀라 그녀를 바라보았다.
아직 10대 소녀였던 소피아는 이제 20대 후반의 원숙한 여인이 되어 있었다.
알렉스와 달리, 벌써 10년에 가까운 시간이 흘러버린 소피아였다.
알렉스는 안타까운 표정으로 소피아를 보다가, 그녀에게 고개를 숙였다.
“미안하다.”
갑작스러운 사과에 소피아는 급하게 고개를 저었다.
“뭐가 미안해요. 모두 무사히 돌아오셨잖아요. 너무 늦지 않게.”
“아니, 나는, 우리는 너무 늦었어.”
알렉스는 조심스럽게 소피아의 어깨에 손을 올렸다.
“네가 이렇게 나이가 들었잖니. 그 오랜 시간, 너를 혼자 두어, 정말 미안하다.”
소피아는 어깨에 올라온 아버지의 손을 양손으로 잡았다.
그녀는 그 손을 눈에 대며 말했다.
“아니. 괜찮아요. 정말, 정말, 괜찮아요. 무사히 오셨으니까. 전, 저는 괜찮아요.”
눈을 가린 알렉스의 커다란 손가락 아래로 눈물이 흘러나왔다.
아버지를 본 뒤로 계속 참아왔던 소피아가 알렉스의 말에 결국, 참았던 눈물을 터트린 것이다.
“나이가 들어도 착한 내 딸은 그대로구나.”
알렉스는 그녀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소피아로서는 정말 오랜만에 느끼는 아버지의 손길이었다.
딸의 눈물을 정성껏 닦아준 알렉스는 다시금 딸의 어깨를 두드려주고, 마왕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쌓인 이야기가 서로 많겠지만, 그 전에 방해되는 것부터 치워야겠지?”
소피아도 아버지의 말에 눈을 들어 마왕을 돌아보았다.
이미 그녀의 영역으로 알고 있었지만, 마왕은 아까 그 자리에서 조금도 움직이지 못하고 있었다.
알렉스에게 당한 공격 때문이 아니었다.
마왕은 새로 등장한 두 여성에게 묶여서 한 걸음도 움직이지 못하는 중이었다.
땅이 솟구쳐 벽이 되고, 바람이 칼날이 되어 마왕의 몸을 헤집었다.
공기가 불타고, 마나가 역류했다.
마왕 주변은 마치 지옥처럼 변해있었다.
마왕과 싸우던 검호들은 발레아가 참전하자, 앞뒤 가리지 않고, 물러나 있었다.
그건, 투레 백작도, 미겔도, 루카스도 마찬가지였다.
검호 중에 발레아를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그녀와 함께 싸웠던 사람도 있었고, 그녀의 소문을 들었던 사람도 있었다.
일반 백성들과 귀족들은 발레아를 어렵게 느껴지긴 하지만, 아름답고 현명한 황비로 생각하고 있었지만.
그녀와 함께 싸웠던 기사, 검호들은 그녀에 대해 전혀 다르게 생각했다.
그들은 발레아를 목적을 위해서라면 수단을 가리지 않는 전사.
적을 죽이기 위해서라면 아군도 무시할 수 있는 무시무시한 전략가로 여기고 있었다.
물론, 이것도 발레아의 진정한 모습은 아니었지만, 이런 모습만으로도 모두가 바로 몸을 피하기 충분했다.
지금 마왕 주변이 지옥처럼 변한 것을 보니, 그들이 바로 몸을 피한 것은 잘한 행동이었다.
그렇게 모두가 몸을 피한 가운데, 한 명만이 그 지옥 속에 남아 마왕과 싸우고 있었다.
검을 든 여기사.
전 카를로스 여왕 아이샤였다.
그녀는 지옥처럼 변한 환경 속에서도 거칠 것 없이 움직이며 마왕에게 검을 휘둘렀다.
사실, 그녀는 바뀐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고 있었다.
땅이 출렁거리고, 공기가 타오르고 있었지만, 그녀가 들이마시는 공기는 차가웠고, 딛는 땅은 단단했다.
발레아의 능력이 환상이라서 그런 것이 아니었다.
이미 현실이 되어버린 발레아의 영역이었지만, 환상을 현실로 만들어버리는 것처럼, 발레아는 그 안에 있는 사람이 현실을 무시하게 만들 수도 있었다.
물론, 처음부터 가능했던 것은 아니었다.
24시간 내내 오염된 마나를 정화해야 했던 만큼, 실수도 많이 있었다.
화염 속에서 화상을 입기도 하고, 땅에 몸이 빨려 들어가는 일도 있었다.
특히 그 실수는 알렉스가 아니라, 아이샤에게 집중되었지만, 아이샤는 한 번도 투덜거리지 않고, 싸움을 이어 나갔다.
발레아가 오염된 마나를 정화하느라 고생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고,
마물들만 있는 낯선 세계에서 믿을 사람들은 자신들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시간이 지나자 아이샤는 발레아의 영역 안에서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게 되었다.
발레아의 실력이 더 성장했고, 그동안 아이샤와 호흡이 더 맞아 들어간 것이었다.
거의 알렉스 정도로.
그들이 마왕을 찾기 위해 마물의 세계를 여행하는 동안 가장 성장한 것은 아이샤였다.
그전에도 다른 기사 이상으로 훌륭한 기사였고, 마왕과 싸울 때는 신의 도움으로 강대한 힘을 쓰기도 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알렉스와 발레아에 비하면 많이 떨어지는 실력이었고.
솔직히 이번 여행에서는 짐이 될지 몰랐었다.
그녀는 그런 상황에서도 자신의 지위와 체면, 그런 것을 모두 벗어던지고, 가족과 함께 싸움을 이어 나갔었다.
그리고, 긴 여행 끝에 그녀는 전 여왕이자, 황후라는 이름을 벗어던지고, 이제야 그녀의 꿈인 진정한 기사가 될 수 있었다.
그녀의 성장 덕분에 일행이 결국 마왕을 찾았을 때는 알렉스만큼이나 아이샤도 싸움에 도움이 되었다.
그녀는 알렉스가 마왕과 싸울 동안 발레아와 함께 영역 속에서 마물들을 막아냈던 것이다.
그 뒤에 마왕을 따라 바로 게이트를 넘어왔건만.
아쉽게도 시간 차이가 생긴 모양이었다.
지금도 두 사람이 마왕을 잘 붙들고 있었고, 계속해서 마왕에게 상처를 주고 있었지만, 아쉽게도 두 사람의 공격도 마왕의 치유 능력을 앞서지는 못했다.
수많은 상처가 생기고, 동시에 치료가 되고 있었다.
이것도, 저쪽 세상에서 알렉스가 마왕을 반쯤 박살을 내놓은 덕분이었다.
그렇지 않았다면 마왕은 벌써 두 사람의 공격을 뚫고 도망쳤을 것이었다.
저쪽 세상에서 마왕이 알렉스의 공격을 받으며 이 대륙으로 도망해 온 것처럼.
수많은 공격과 수많은 상처가 이어지고 있었지만, 마왕은 그 속에서도 실시간으로 회복하며 버텨내고 있었다.
계속되는 상처로 영역을 벗어나기는 어려웠지만, 마왕은 그 안에서도 기회를 엿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알렉스가 입을 열었다.
“네 저번 삶 때, 마왕에게 내가 죽은 것은 아마도 내 자만심 때문이었을 거다.”
저 강대한 마왕이 저렇게 최선을 다하고 있는데, 알렉스 자신은 황제랍시고 자만심에 휩싸여 검을 놓았었다.
“훈련이 부족했기 때문만은 아니었을 거다. 그보다 약했을 때는 무한한 재도전 기회가 있었고, 회귀 능력이 너에게 넘어간 뒤로는 내 힘으로 처리하지 못할 일이 없었기 때문이었겠지.”
그렇기에 감당하지 못할 마물이 나왔다는 소리에 아무런 정보도 없이 발레아와 둘이서 마왕을 잡으러 간 것일 터였다.
그는 반복되는 삶 속에서 정보가 얼마나 중요한지 뼈저리게 느꼈었는데.
덕분에 마왕의 저 독 숨결이 필살기가 아니라는 것도 얼마 전 저쪽 세상에서 마왕을 보게 되었을 때, 겨우 알게 되었다.
저 독 숨결은 발레아의 영역으로도, 알렉스의 능력으로도 막기 어렵다는 것도 그때 알게 되었고.
저쪽 세상을 여행하며 경각심이 다시 오른 덕분인지.
마왕을 만났을 때는 두 부인을 후방에 남겨두고 간을 본 덕분에 마왕의 저 독 숨결을 공간 이동으로 피해낼 수 있었다.
그 덕분에 마왕을 놓치고 말았지만, 그래도 이렇게 살아서 마왕을 쫓아올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럼 마무리 짓고 올 테니, 조금만 기다리렴.”
알렉스는 소피아에게 손을 흔들더니, 그 자리에서 사라졌다.
다음 순간 그는 아이샤 옆에 모습을 드러냈고, 몰래 숨을 들이켜던 마왕은 다시금 눈앞에 나타난 인간을 보고, 덜컥 숨을 내뱉고 말았다.
다 채워지지 않은 독기가 사방으로 흘러나왔고.
발레아는 지형을 움직여, 가까이 있는 사람들을 땅속으로 끌어들였다.
검호들과 다친 기사들. 그리고, 아이샤까지.
검호들은 갑작스럽게 자신을 삼켜버리는 땅을 황당한 얼굴로 바라보았지만, 이런 경험이 처음이 아니기에 모두 발레아의 능력을 순순히 받아들였다.
거기다 같이 여행했던 아이샤는 땅속으로 사라지면서 알렉스에게 말을 남길 정도였다.
“마무리 잘 부탁해요.”
알렉스는 아이샤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머릿속에서 느껴지는 발레아의 음성을 들었다.
‘소피아는 나이가 들었는데도 말을 안 듣네요. 그래도 소피아 빼고는 다 치웠어요. 이제 쓸어버려요!’
영역 속에서 모습을 감추고 있는 발레아였지만, 알렉스는 언제나처럼 그녀를 느낄 수 있었다.
“정말, 이제 끝나는 건가.”
조금씩 다른 아내들의 응원을 받은 알렉스는 마왕을 보며 검을 늘어뜨렸다.
저쪽 세상에서 알렉스에게 심하게 당했던 마왕은 알렉스를 보고 주눅이 든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알렉스는 그게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이 마왕은 전에 상대했던 좀비 거인의 후손.
아니, 그 종족이 완성한 새로운 마왕이었다.
그 마물왕이 그랬던 것처럼 이 마왕도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을 터였다.
더구나, 그 독 숨결이 마지막 능력일 리도 없을 테고.
그렇지만, 알렉스도 저쪽 세상에서 마왕에게 보여준 능력이 그의 모든 능력은 아니었다.
사실, 마왕이 이쪽 세상으로 도망쳐온 것도 마왕이 잘 도망친 게 아니라, 반쯤은 놓아준 것이기도 했고.
마왕을 놓아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다른 게 아니었다.
잘 넘어가긴 했는데, 돌아올 방법이 마땅찮았던 것이었다.
전 마왕이 넘어왔고, 다른 마왕도 잘 넘어온 것을 보니, 자신들도 쉽게 넘어올 수 있을 거로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저쪽 세상에서 이곳으로 오는 것은 마왕의 특권 같은 거였다.
전마왕은 차원 이동이 가능한 종족을 멸족시키면서 이 세상으로 넘어온 것이었고.
결국, 알렉스가 이 세상으로 돌아오려면 마왕과 함께 올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죽기까지 마왕을 몰아붙였던 것이었고.
근데, 그게 시간이 이렇게 흘러갔을 줄이야…….
발레아가 영역으로 막아놓았지만, 마왕이 뿌려놓은 독기는 점점 퍼져나갔고, 알렉스의 몸 주변에도 스파크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하지만, 알렉스는 검을 늘어뜨린 상태로 계속 마나를 끌어모았다.
그리고, 검에 정신을 모았다.
마나가 모이자, 발레아의 영역이 일그러지기 시작했다.
이상한 모습에 마왕도 정신없이 숨을 끌어모았다.
그리고, 다 모이지도 않은 숨결을 알렉스를 향해 쏟아부었다.
알렉스는 다가오는 독기를 보며 마음을 가다듬었다.
오래전, 전 마왕을 쓰러뜨렸을 때, 행했던 일검을 그 뒤로는 다시 해낼 수 없었다.
마왕을 쓰러뜨려서일 수도 있었고, 마음이 나태해졌기 때문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그때 운이 닿아 검의 끝에 살짝 닿았던 것일 수도 있었고.
그렇지만, 그 검을 쓰지 못하더라도 아무 문제가 없었다.
신제국을 건설하는 동안에도, 마물들을 정리하고 반란을 처리하는 데도, 그 검은 필요하지 않았었다.
하지만, 다시 마왕이 나온다면 그 검이 필요했다.
재활 시간과 마물 세상의 여행은 바로 그 검을 되찾는 시간이었다.
그리고, 지금 알렉스는 그 검을 다시 불러낼 수 있게 되었다.
세상마저 멈춘 것 같은 그 시간.
조용히 알렉스가 검을 휘둘렀다.
특별한 것 없는 휘두름.
섬광이 일지도 않고, 천지가 개벽하지도 않았다.
단지, 검이 지나간 길로 세상이 갈라졌을 뿐이었다.
독기가 갈라지고, 영역이 갈라지고,
그 사이에 있는 마왕도 갈라졌다.
선으로 반듯하게 반으로 갈린 마왕.
마왕이 놀라 반으로 갈라진 자신의 몸을 양손으로 눌렀다.
하지만, 좌우로 갈라진 몸은 다시 붙지 않았다.
내장이 흘러나오고, 뭉쳐있던 고름이 터져 나왔다.
회복도 되지 않고, 마왕의 몸이 자신의 독에 녹아내리기 시작했다.
소피아의 삶을 반복하게 만들고, 알렉스를 죽이고, 제국을 한번 멸망시켰던 그 마왕이 허무하게 죽어가고 있었다.
알렉스는 녹아내리는 마왕을 보며 대검을 등에 다시 멨다.
바람이 불었다.
지상에서 하늘로 솟구치는 바람이었다.
바람에 독기가 실려 하늘로 솟구쳐 올랐다.
전부 발레아가 영역으로 뽑아 올린 것이었다.
알렉스는 저 독기가 어디에 뿌려지게 될지 조금 걱정이 되었지만.
그래도 발레아가 알아서 방향을 잡았을 터이니, 걱정을 내려놓기로 했다.
알렉스가 몸을 돌리자, 멀리서 이곳을 바라보는 소피아가 보였다.
알렉스는 아버지의 실력에 감탄하는 소피아의 모습을 보기를 기대했지만, 아쉽게도 소피아는 허공을 바라보고 있었다.
< 축하합니다. 마왕이 죽었습니다. >
그때 소피아는 다시 떠오른 메시지 창을 보고 있었다.
방금 전에 나타났던 메시지 창이 왜 또 나타나는지.
아버지도 돌아오셨는데, 뜬금없는 말이 나오지 않기만을 바라고 또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다행히도 그런 말은 없었다.
대신, 생각지도 못한 내용이 이어졌다.
<마왕이 죽어, 용사들에게 내려준 능력 ‘사자 회귀’를 지금 거두어들입니다.>
저장 시점 같은 게 생긴다는 게 아니라, 회귀 능력이 없어진다는 소리였다.
놀라운 이야기이자, 다른 때였으면 충격을 받을 이야기였지만, 소피아는 조금 놀랐을 뿐이었다.
이미 아버지도 돌아오셨으니까.
<지금부터 이 세계는 시간 축이 다시 고정됩니다. 거두어들인 신의 잔재에서 과거의 신들이 다시 태어납니다.>
그 뒤에 이어진 말은 소피아의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들었다.
이게 무슨 말일까.
그 순간, 대륙 곳곳에서 사라진 신들에게 기도하던 신도들이 다시 신의 음성을 듣기 시작했고.
그리고, 능력으로 고정되었던 마나가 자유롭게 풀려나기 시작해 마법이 다시 부활했지만, 소피아는 그런 상황을 알 수 없었다.
알아도 당장은 관심이 없었고.
<감사드립니다. 그동안 수고하셨습니다.>
그저 그녀는 아버지도 돌아오신 것이 기쁠 뿐이었다.
마왕을 물리친 아버지는 그녀에게 돌아와 조심스럽게 소피아에게 물었다.
“이렇게 나이가 들 줄을 몰랐는데……. 혹시 결혼은 했냐? 남편은 누구지?”
알렉스의 물음에 소피아는 피식 웃어 버렸다.
그녀는 웃는 얼굴로 입을 열었다.
“마왕을 쓰러뜨린 뒤에 결정하기로 했어요. 아버지보다 강하거나, 마왕을 쓰러뜨리는 데 제일 공이 높은 사람이랑 결혼할 거예요.”
그리고, 그녀의 말에 영역 전체가 끓어올랐다.
분노한 어머니가 딸에게 화를 낸 것이었다.
식은땀이 나는 상황이었지만, 평범한 일상이기도 했다.
알렉스는 언제나처럼 쓴웃음을 지으며 모녀를 외면하기로 결정했다.
<외전 소피아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