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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547화 (547/563)

제547화

제22편 외전 소피아 (3)

“마왕이라니, 마왕은 네 아버지가 죽였어!”

발레아 황비는 깜짝 놀랐지만, 황제는 나지막이 혀를 찰 뿐이었다.

소피아는 억지로 상체를 일으키며 황제에게 물었다.

“아버님은 마왕이 다시 올 거라고 예상하셨던 건가요?”

황제는 딸의 등을 받쳐주며 그녀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그럴 가능성이 있을지 모른다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 그렇게 될 줄은 몰랐지.”

발레아 황비가 놀란 얼굴 그대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그게 무슨 말이에요?”

황제는 놀란 황비의 모습에 미소를 지었다.

“그렇게 놀란 얼굴은 오랜만에 보네.”

“빨리 말하지 않으면 놀란 얼굴로 끝나지 않을 거예요.”

말과 함께 황제를 흘겨보는 황비.

다른 사람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황비의 진짜 모습에 황제는 웃으며 두 손을 들었다.

“당신에게 말 안 할 리가 없잖아.”

그는 손을 내리며 사랑하는 딸과 아내에게 말했다.

“사실 내가 죽인 마왕은 제대로 된 마왕이 아니라는 거지.”

“네?”

딸과 아내가 동시에 놀란 목소리를 냈다.

황제는 과거를 떠올리는 듯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내가 싸웠던 마왕은 따지고 보면 인간이었을 뿐, 그전에 용사들이 싸워왔던 마왕은 전부 마물들의 세상에서 넘어왔던 마왕이었지.”

생각해 보면 그가 죽였던 마왕은 마왕이라기보다 변절한 용사에 가까웠다.

인간에게 고통받고, 마물의 세계로 추방되었다가 돌아온 오염된 용사.

“그가 마물의 세상에서 마왕을 죽이고, 그 자리를 차지한 게 아닌가 했는데 아쉽게도 그렇게 되지는 않았던 모양이야.”

황제는 침대에 앉은 딸을 보며 말을 이었다.

“사실 마왕을 죽이지 못했다고 생각했던 이유는 사라지지 않은 <사자 회귀> 때문이었지.”

“죽은 뒤에 돌아오는 능력을 <사자 회귀>라고 부르나요?”

“그래, 뒤에 정보창을 열 수 있게 해줄게,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거야.”

황제는 미안한 얼굴로 딸에게 말했다.

딸의 행복을 위해서라지만, 이렇게 아무것도 안 알려줬다니.

황제는 딸이 살았던 미래의 자신에게 한마디 해주고 싶어졌다.

“원래 <사자 회귀> 능력은 마왕을 쓰러뜨리기 위해 신이 내려준 능력이었지. 내가 쓰러뜨린 마왕부터 차례로 능력을 이어받기는 했지만, 어쨌거나 마왕을 쓰러뜨리면 사라져야 할 능력이었어.”

황제는 계속 말을 이었다.

“그렇지 않으면 <사자 회귀> 능력을 가졌던 사람은 영원히 인생을 반복해야 했겠지,

거기다, 이 세상마저 루프에 갇혀 영원히 반복되었을지도 몰랐을 테고.”

다행히 마왕으로 불린 용사에게서 다음 용사에게로 능력이 넘어갔고, 그 용사는 능력을 써서 그 마왕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

그 뒤에는 황제가 그 능력을 이어받았고, 마왕을 쓰러뜨린 뒤에 소피아에게 능력이 넘어가게 된 것이었다.

“네가 태어났을 때, 너에게 그 능력이 넘어간 거란다.

내게서 <사자 회귀> 능력이 사라져서 마왕이 죽은 게 아닐까 했지만, 그렇다면 능력 자체가 사라졌어야 했겠지.

혹시나 하는 기대를 걸었지만 역시 마왕이 다시 나왔구나.”

황제의 말에 황비의 표정이 풀어졌다.

그가 황비에게 왜 말을 안 했는지 이해한 모양이었다.

소피아도 이해되었다.

가능성이 크지 않은 일을 말해서 걱정을 살 이유가 없었으니까.

더구나, 황제에게는 소피아라는 숨겨진 패가 하나 있었으니.

하지만 황제는 의아한 얼굴로 소피아를 바라보았다.

“그런데, 마왕이 넘어온 뒤에도 내게 <사자 회귀>에 대해 이야기를 못 들은 거니? 내가 멀리 여행이라도 간 건가?”

황제의 말에 황녀는 고개를 저었다.

“두 분은 마왕을 막기 위해 봉인지로 가셨다가 돌아가셨어요. 저는 수도에서 마물들을 막다가 결국…….”

그녀는 다시 눈물을 떨구었다.

따지고 보면, 그녀에게는 조금 전에 있었던 일이었다.

황비가 자리에서 일어나 우는 딸을 안아 주었고, 황제는 한숨을 내쉬었다.

“내가 정말 바보 같은 짓을 했나 보다. 정말 미안하구나. 죽기 전에 말해줬어야 했는데……. 아무래도 내가 자만했나 보다.”

황제는 일이 어떻게 된 것인지 알게 되었다.

이건 전적으로 알렉스 황제가 잘못한 일이었다.

전 마왕을 잡았던 자신감 때문에 새로 나타난 마왕을 너무 쉽게 생각한 게 분명했다.

전 마왕을 죽일 때까지 얼마나 삶을 반복했었는데…….

그 기억을 까먹고, 발레아와 둘이서 마왕을 잡으러 간 게 분명했다.

‘검에서 손을 놓은 게 벌써 5년이 지났나? 여기서 더 오래 검을 놓고 있었을 테니, 감을 잃어버리는 게 당연할지도…….’

마왕이 등장하지 않았다면 잘못된 행동은 아니었을 터였다.

하지만, 결국 마왕이 나타났으니, 제대로 바보짓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딸의 모습을 보니, 황제가 원하던 목적은 이룬 것 같았다.

바르게 잘 자라준 딸.

마지막에는 삐끗한 것 같았지만, 그래도 구김살 없이 잘 지낸 게 눈에 보였다.

지금도, 소피아는 눈물을 참아내며 황제에게 말하고 있었다.

“마왕을 막으려면 준비해야 할 게 많아요. 빨리 준비해야…….”

황제는 손을 들어 급하게 서두르는 딸을 막았다.

그는 딸에게 물었다.

“마왕이 나타난 건 몇 년 뒤지?”

황제의 말에 소피아가 표정이 바뀌었다.

뭔가 알아차린 어이없다는 표정.

“그게……. 15년 뒤예요.”

소피아의 표정이 바뀔 만했다.

“그럼 시간은 충분하단다. 지금은 우리에게 앞으로 살아갈, 아니 그동안 네가 살아왔던 이야기를 해주지 않으련?”

중간 자동 저장도 없이 그녀가 15년간 살아온 삶.

황제가 직접 경험한 삶은 아니었지만, 큰 도움이 될 수밖에 없었다.

황녀의 각성일.

황실 밖은 축제로 한창이었지만, 정작 당사자는 오랜 시간 부모에게 자기 삶을 이야기했다.

황제의 소망대로 죽기 전 소피아의 삶은 무척이나 행복한 삶이었다.

그녀는 대제국의 황태녀였지만, 황제는 그녀에게 최대한 책임을 지지 않게 해주었다.

그리고, 그녀에게 자유를 주었다.

배울 시간과 배우자 하는 것들도 그녀가 정할 수 있게 해 주었고, 그녀가 하고자 하는 것들은 최대한 들어주었다.

그녀는 황태녀라는 직위를 숨기고 아카데미에서 친구들을 사귀기도 하고, 여러 친구와 오랫동안 여행을 떠나기도 했다.

대제국의 황태녀답지 않은 자유로운 삶.

제국의 황태녀가 그렇게 돌아다니면 말이 나오는 게 당연했지만, 다행히 황태녀는 어머니를 닮아서 지혜로웠다.

그녀는 자라나면서 더욱 똑똑해졌고, 어머니만큼이나 사람들을 잘 대했다.

그녀가 사귀는 친구들은 제국에 보탬이 되는 재능있는 귀족들이었고, 그녀 자신은 어머니를 닮아 갈수록 아름다워졌다.

동생들과의 우애는 시간이 지나도 계속 단단했고, 황제는 시간이 지나도 나이를 먹은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결국, 그녀는 마왕이 나타날 때까지 사람들의 사랑을 받으며 황태녀로서 행복한 삶을 보낼 수 있었다.

딸의 말에 황제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설마 그때까지 결혼은 안 한 거니?”

황제의 물음에 소피아는 빤히 아버지를 쳐다보았다.

“……그렇게 자유를 주셔놓고 가능할 거로 생각하세요?”

황제는 고개를 갸웃거렸지만, 황비는 당연하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이 대륙에서 네 아버지만 한 사람을 찾기는 쉽지 않지.”

황비는 딸의 말을 이해할 수 있었다.

그녀의 딸은 자신을 무척이나 닮았다.

자신의 집착과 소유욕을 닮은 딸이라면, 새로운 사람을 사랑하기는 쉽지 않을 터였다.

“아니, 지금 그게 중요한 게 아니잖아요.”

“그게 왜 안 중요한데, 딸이 좋아하는 남자가 누군지 알아야 하는 것은 무척이나 중요한 일이란다.”

소피아는 황당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하지만, 황제는 물론, 황비마저 황제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다만, 황비가 고개를 끄덕이는 이유는 황제와 조금 달랐다.

“너는 네 아버지와 이 제국 중에 뭐가 더 중요하지?”

“당연히 아버지죠.”

“그런 거란다.”

소피아도 어머니의 말을 듣고 조금은 무슨 말인지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았다.

물론, 딸의 행복을 걱정하는 황제의 뜻과는 조금 다른 뜻이었지만.

그렇게 소피아의 15년의 삶에 관한 이야기가 끝나니 창밖으로 해가 지고 있었다.

이제 저녁을 먹을 시간.

점심은 이 침실에서 같이 먹었지만, 이제 다른 가족과 함께 저녁 만찬을 먹을 때였다.

소피아도 이제는 첫 죽음에 대한 충격도 충분히 가라앉은 것 같았다.

모두가 저녁을 먹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기 전, 황제는 마지막으로 딸에게 물었다.

“다시 한번 물어보마. 너는 충분히 인생을 즐긴 것 같아?”

자상한 아버지의 표정을 보고, 소피아는 그가 무슨 말을 하는지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네, 충분히요. 감사드려요. 저는 아주 행복했어요. 그러니까 더 이상 무의미한 반복은 하고 싶지 않아요. 나는 모두를 지키고 싶어요.”

황제는 그녀가 원하면 다시 한번 똑같은 삶을 반복시켜 줄 모양이었다.

하지만, 소피아는 그런 삶을 더 이상 원하지 않았다.

마왕에 의해 제국이 망하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아니, 제국이 망하는 것은 상관없었다. 그녀는 더 이상 그녀의 가족이, 아버지가 죽는 것을 보고 싶지 않았다.

황비는 그녀가 말한 뜻을 알아차렸는지 소피아를 보며 옅게 미소를 지었고, 황제는 소피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좋아. 그럼 이번에는 제대로 일해 볼까.”

그렇게 모두가 자리에서 일어난 뒤, 황제가 깜빡했다는 얼굴로 소피아에게 물었다.

“잠깐, 이걸 아직 못 물어봤네.”

소피아는 어리둥절한 얼굴로 황제를 바라보았다.

“소피아 네가 각성한 능력이 뭐지?”

황제의 말에 소피아도 황비도 허탈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은 소피아의 각성일.

가장 중요한 상속 능력을 모두가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날 저녁 예정대로 황궁에서 황태녀의 각성 축하 만찬이 벌어졌다.

그 자리에서 모두가 기다려온 소피아 황태녀의 상속 능력이 발표되었다.

놀랍게도 그녀가 각성한 능력은 두 가지였다.

<마나 감응력>과 <영역 선포>.

그녀는 아버지와 어머니의 능력을 동시에 내려받은 것이었다.

당연히 사람들은 모두 기뻐했고, 만찬과 축제는 더욱 성대해졌다.

황제는 딸이 각성한 능력에 겉으로는 기뻐했지만, 내심은 그렇지 않았다.

<마나 감응력>과 <영역 선포>라니.

그런 능력들을 지니고 있었으니, 저번 삶에서 그녀의 황태녀 자리가 굳건할 수밖에 없었다.

황태녀로서 더할 나위가 없는 능력.

하지만, 황제는 그 능력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본인보다 시작이 더 좋은 능력들.

<사자 회귀>까지 더한다면 딸은 세 가지 능력을 가진 다중 능력자였다.

뛰어난 능력을 많이 가지는 것은 좋은 일이겠지만, <사자 회귀>를 가지고도 저런 능력이라니.

황제에게는 신들이 딸에게 마왕을 직접 해치우라고 강요하는 것처럼 보였다.

그렇게 둘 수는 없었다.

어떤 딸인데.

어떤 마왕이건, 마왕은 자신의 몫이었다.

황제는 기뻐하는 가족들을 보며 주먹을 움켜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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