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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522화 (522/563)

제522화

제22편 다시, 또다시 (1)

<사망하셨습니다. 자동 저장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어두웠던 세상이 다시 밝아졌다.

나는 머리에 손을 올렸다.

뇌를 갈아버리는 듯한 통증이 머릿속을 헤집기 시작했다.

나는 이를 악물었다.

이번에는 다른 때보다 고통이 훨씬 컸다.

마왕에게 머리가 터져나갔으니 당연한 일이겠지만.

어차피 이 통증도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통증이었다.

나는 눈을 감고 고통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다.

잠시 뒤.

고통이 가라앉은 뒤 눈을 뜨자, 옆에서 발레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괜찮으세요? 설마, 돌아오신 건가요?”

나는 고개를 돌려 발레아를 바라보았다.

지팡이를 들고 있는 발레아가 걱정스럽게 나를 보고 있었다.

죽기 전에 보았던 슬픈 표정이 아닌, 걱정만이 담긴 표정이었다.

나는 걱정스럽게 바라보는 발레아를 마주 보았다.

그녀의 얼굴 위로 슬퍼 보였던 얼굴이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그건 내 기억에만 남아 있는 일일 뿐이었다.

슬픈 표정이 조금도 남아 있지 않은 발레아의 표정을 보고 나는 마음을 다잡을 수 있었다.

저번 삶에서 했던 일들은 잘못된 일이 아니었다.

소중한 사람들을 버려두고, 사람들을 죽게 방치하고, 발레아를 슬프게 한 그 모든 일은 사라져 버렸다.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이었고, 아무도 기억하지 못하는 일일 뿐이었다.

단지 나만 기억하는.

내가 무시하면 그만인 그런 기억에 불과했다.

그렇게 사라질 세상에서 정보를 얻고 힘만을 얻어내는 것은 절대로 나쁜 일이 아니었다.

‘미안해요.’

그래도 나는 발레아를 보며 속으로 사과를 했다.

저번 삶에서의 일을, 그리고 앞으로의 일들까지 모두 사과했다.

발레아는 내 표정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손을 흔들며 괜찮다고 말했다.

발레아를 보며 신세 한탄을 하기에는 할 일이 많았다.

아직 메시지창도 남아 있었고.

<경험치가 상승했습니다.>

원래 떠 있던 메시지 뒤로 새로운 메시지가 나타나 있었다.

무리해가며 마물 왕 둘을 잡은 보람이 있었다.

너무 무리한 덕분에 그 뒤에 나타난 마왕에게 손도 못 쓰고 당해버렸지만.

‘마물 왕 하나로도 경험치가 대폭 상승했는데, 이번에는 평범한 경험치 상승이라……. 레벨이 올라서인가? 아니면 전에 잡았던 마물 왕을 다시 잡아서였을까?’

경험치가 오르긴 했지만, 예상만큼 오르지는 않았다.

‘우선 안 잡아본 마물들을 잡아봐야겠군.’

새로운 마물을 잡아보면 무엇이 원인인지 알 수 있을 터였다. 그 와중에 어찌 되었건 레벨도 올라줄 테고.

처음 생각한 것과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우선 해야 할 일이 있었다.

내가 돌아온 곳은 봉인지 안에 있는 황실 터의 지하 도시.

두 번이나 왔던 곳이었다.

덕분에 무엇을 해야 할지 고민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고대 제국의 황태자였던 마물 기사의 머리에서 검의 파편을 꺼냈다.

내 능력이 달라져서인지, 파편을 잡자 흐릿한 기억이 빠르게 스쳐 지나갔지만, 나는 억지로 그 기억을 보려 하지 않았다.

어차피 검을 복구하면 볼 수 있으니, 여기서 시간을 낭비할 필요는 없었다.

이번 삶에서는, 아니 앞으로는 우선 ‘전쟁 신의 검’을 먼저 복구할 생각이었다.

죽기 전, 거대 마물 왕과 싸울 때 고생한 것을 생각하면, ‘전쟁 신의 검’을 먼저 복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 뒤에 나는 큐브를 소환해서 지하 도시의 마력을 흡수시켰다.

도시의 검은 마력을 흡수한 죽음의 신 성물, 큐브는 이번에도 온전한 모습으로 변했다.

나는 그 성물을 이용해서 다시 이 도시의 언데드들을 내 소유로 삼았다. 죽음의 신 사제인 해골과 함께.

“돌아가죠. 할 일이 많습니다.”

나는 담담한 어조로 발레아에게 말했다.

따로 설명하지 않는 나를 보고, 발레아는 의아한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녀의 표정에 만족했다.

그래도 죽기 전에 나를 보던 모습보다는 나았으니까.

나와 발레아는 ‘전송’과 ‘소환’을 사용해서 제국 수도로 돌아왔다.

“잠시 2 황자를 도와주고 있어요. 나는 마물 왕을 처리하고 돌아오겠습니다.”

내 말에 발레아는 뭐라 말하려다가 한숨을 쉬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저도……. 네, 알겠어요.”

나를 보며 조금은 어두워지는 얼굴.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 저번 삶처럼 슬픈 표정으로 변할 터였다.

다행히 이번에는 저 얼굴을 보면서도 저번 삶처럼 마음에 걸리지는 않았다.

어차피 회귀하면 원래대로 돌아올 표정이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발레아를 남겨두고, 봉인지로 향했다.

* * *

알렉스가 떠난 지 한 주가 지났다.

2 황자는 발레아의 도움으로 수도를 장악하고 있었고, 수도를 떠난 황제는 기사단을 희생해서 늑대인간 마물 왕을 잡는 데 성공했다.

늑대인간 마물 왕을 잡은 황제는 바로 거인 마물 왕을 잡으려 했다.

하지만, 거인 마물 왕과의 싸움은 황제의 생각처럼 진행되지 않았다.

황제는 기사단과 병력을 몰아서 거인 마물 왕을 공격했지만, 마물 왕은 무한한 회복력으로 그 공격을 받아냈다.

그것만으로도 큰 문제였지만, 그 뒤에 더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

마물 왕을 공격하는 기사들 뒤로 언데드 무리가 나타나 마물 왕과 황제의 군대를 동시에 공격하는 황당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당연히 기사단과 군대는 혼란에 빠졌다.

이럴 때일수록 제대로 된 지시가 필요했지만, 마물 왕과 언데드 무리, 둘 사이에 낀 병력은 어이없는 지시를 받게 되었다.

“황제 폐하! 당장 물러서야 합니다!”

투레 백작은 황제에게 제대로 된 조언을 했지만, 눈이 뒤집힌 황제는 듣지 않았다.

“물러서지 마라! 지금이 기회다!”

“죽은 자들입니다! 그것도 마물까지 있는 죽은 자들입니다. 뒤로 물러서서 어떻게 된 일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안 돼! 우리를 공격하는 놈들은 몇 되지 않아! 죽은 놈들이 마물 왕에게 달라붙어 있는 지금이 기회다! 마물 왕을 죽이고, 나머지 놈들도 죽이면 돼!”

출병할 때부터 정상으로 보이지 않았던 황제였지만, 이제는 반쯤 미친 것 같았다.

그토록 현명해 보였던 황태자였는데, 이렇게 변할 줄이야.

“하지만…….”

“내가 황제다! 검호랍시고 내 명령을 안 들을 건가!”

“……알겠습니다.”

투레 백작은 한숨을 내쉬며 황제의 명령을 받아들였다.

반역할 생각이 아니라면 황제의 명령을 거역할 수는 없었다.

다른 황제감이 있는 것도 아니었으니. 고지식한 기사인 투레 백작은 황제의 명령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백작은 황제를 지키기 위한 소수의 기사를 남겨두고, 다른 기사들과 함께 거인 마물 왕에게 달려들었다.

황제 주변에도 갑자기 나타난 언데드들과 기사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지만, 황제는 마물 왕만 계속 바라보았다.

“내가 왜 가족을 죽이고 황제가 되었는데……. 마왕을 죽여야 하는 내가 이깟 마물 왕을 죽이지 못할 리가 없어. 난 마왕을 막아 내야 하는 황제야. 나만이 할 수 있는 거야…….”

언데드들을 막아 내는 호위 기사들 속에서 황제는 계속 중얼거렸다.

나는 언데드들과 함께 움직이다가 황제의 말을 듣게 되었다.

황제의 군대가 내 예상과 달리 움직여서 의아해했는데, 그 이유를 알 것 같았다.

‘중압감에 맛이 가버린 건가.’

인류를 구해야 한다는 사명과 가족을 죽인 죄책감이 황제를 망가뜨린 것 같았다.

나는 황제의 말에 쓰게 웃었다.

따지고 보면, 나도 황제와 다를 바가 없었으니까.

마왕을 홀로 상대하는 것도, 소중한 사람들을 죽였다는 죄책감을 가지는 것도.

황제와 다른 점이라면, 그 사람들이 다시 살아난다는 정도일까.

거기까지 생각을 이어가던 나는 머리를 흔들어 쓸데없는 생각을 털어버렸다.

황제의 바보짓 덕분에 생겨난 기회를 그냥 버릴 수 없었다.

마물들을 잡아 레벨을 올리기 전에 ‘전쟁 신의 검’을 복구할 생각이었다.

검을 복구하기 위해서는 검의 세 파편을 모두 모아야 했다.

파편 하나는 마물 기사의 목에서 이미 얻었고, 두 번째 파편은 발레아와 헤어진 뒤에 바로 탑으로 달려가서 고목을 닮은 마물 왕을 죽이고 회수했다.

그리고, 하늘을 나는 마물들을 언데드로 만들어 이곳으로 날아온 것이다.

좀비 거인 마물 왕이 가진 마지막 파편을 얻기 위해서.

그리고, 황제의 군대가 마물 왕과 싸우기 시작하자, 나도 내 군대를 소환했다.

황궁 터 지하 도시에 있는 언데드 군대를 소환한 것이다.

탑에서도 써먹어서 이제는 얼마 남지 않았지만, 상관없었다.

제일 중요한 죽음의 사제와 마물 기사가 멀쩡했으니까.

그리고, 이곳에는 언데드가 될 만한 재료가 무척 많았다.

지하 도시의 언데드들처럼 오래 버티지는 못하겠지만, 마물 왕을 잡아둘 수 있을 정도만 버틸 수 있으면 충분했다.

그런데, 황제가 내 언데드들을 무시해주었으니, 훨씬 편하게 싸울 수 있게 되었다.

인간들을 직접 죽여 언데드로 만들지 않아도 되니, 시간도, 마나도 적게 들 수밖에 없었다.

나는 언데드와 싸우는 호위 기사들 옆을 지나, 마물 왕을 향해 뛰어갔다. 언데드들과 함께.

마물 왕 주변은 난장판이 되어 있었다.

마물 왕 아래에는 기사와 병사, 언데드가 모여 난전을 벌이고 있었다.

마물 왕은 인간들을 죽이기 위해 발구르기를 하고 있었고, 그 틈을 타서 언데드들이 마물 왕의 몸을 타고 오르고 있었다.

거기다, 투레 백작과 마물 기사도 신나게 싸우고 있었다.

저건 내가 원한 장면은 아니었는데……. 뭐, 작은 오차는 어쩔 수 없었다.

다만, 마물 왕의 발구르기와 언데드와의 싸움으로 계속 사람들이 죽어 나가고 있었다. 언데드들도 부서지고 있었고.

하지만, 싸우고 있는 숫자는 줄지 않았다.

죽은 인간들이 계속 언데드로 되살아나고 있기 때문이었다.

내가 되살리고 있는 게 아니었다. 멀리 떨어진 곳에서 내 부하가 된 해골, 죽음의 신 사제가 일으켜 세우고 있는 것이었다.

나는 열심히 싸우고 있는 투레 백작 옆을 지나, 언데드들과 함께 마물 왕의 몸을 기어올랐다.

기척을 숨기기도 했지만, 언데드들과 함께 올라서인지, 마물 왕은 자신의 몸을 기어오르는 나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나는 마물 왕의 목까지 올라가, 가슴에서 유물 하나를 꺼냈다.

“이게 먹히면 좋겠는데…….”

무한에 가깝게 회복하는 마물 왕을 잡기 위해 한나절 이상 싸워대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다.

더구나 여기에는 잡아놓아야 할 황제도 있었다.

그래서, 꺼낸 유물이었다.

유물, 큐브에서 검은 마나가 술술 흘러나왔다.

내가 ‘죽음의 마나’라고 이름을 지은 마나였다.

이 좀비 거인이 계속 회복하는 것은 검의 파편 때문이었다.

회복 능력을 가진 ‘전쟁 신의 검’의 파편.

그럼, 이 ‘죽음의 신’ 성물을 몸에 박아넣으면 어떻게 될까?

지금부터 알아볼 시간이었다.

나는 큐브에 마나를 가득 밀어 넣은 뒤, 마물 왕의 목에 큐브를 박아넣었다.

크아아아아앙!

그리고, 마물 왕의 비명이 벌판을 가득 메웠다.

다행히 내 예상대로 일이 끝났다.

죽음의 성물이 목에 박히자, 좀비 거인은 더는 회복되지 않았다.

죽음의 성물이 검의 파편의 힘을 눌러버린 것이다.

그다음은 쉬웠다.

좀비 거인은 내 검에 목이 썰렸고, 파편과 큐브를 다시 토해냈다.

그리고, 황제는 호위기사들과 함께 내 언데드에 목숨을 잃었다.

마물 기사와 싸우던 투레 백작은 달아났지만, 나는 쫓지 않았다.

그를 언데드로 만들 생각은 없었으니까.

그렇게 싸움을 끝낸 뒤, 나는 하늘을 나는 마물을 타고 공국으로 날아왔다.

그리고, 나를 만난 대공녀는 뜻밖의 말을 꺼냈다.

“괜찮아요? 전하고 좀 달라진 것 같은데…….”

몇 번이나 반복해서 시간대가 달라져서일까. 대공녀도 나를 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지만, 뭔가 의미 있는 말은 아닌 것 같아, 나는 본론을 꺼냈다.

“이 파편들을 수리해주었으면 합니다.”

“네?”

“성물 검의 파편들입니다.”

전에는 마왕의 검이라고 말했지만, 지금은 어떤 검인지 알고 있으니, 그 이야기를 할 필요가 없었다.

대공녀는 나를 빤히 쳐다보았다.

“세 동강 난 성물을 나보고 고치라고요?”

대공녀의 말에 나는 고개를 갸웃거릴 수밖에 없었다.

전에는 쉽게 고쳤는데?

아. 맞다.

그때는 좀 더 늦게 찾아왔었지.

그럼, 아직은 고칠 능력이 되지 않는 건가?

대공녀는 한숨을 내쉬었다.

“분위기가 달라졌어도 뻔뻔한 것은 똑같군요. 중요한 물건 맞죠? 그럼, 어떻게든 해볼게요.”

다행이었다.

힘들지만, 고칠 수는 있는 모양이었다. 다만, 대공녀는 각오를 단단히 한 것처럼 보였다.

검을 수리한 뒤에 적어도 일주일은 앓을 것 같은 표정이었다.

“쉽지 않을 것 같다라……. 마침 잘되었습니다.”

“네?”

내 말에 대공녀는 황당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실험해 보기에는 딱 좋네요.”

“실험이요?”

황당해하는 대공녀의 표정 속에는 이제 화난 기색까지 느껴졌다.

하지만 화낼 이유가 없었다.

그녀에게 도움이 되는 실험이었으니.

나는 그녀의 능력을 하나 더 일깨울 생각이었다.

과연, 새로운 능력을 추가로 얻게 될 대공녀는 어떻게 변할지, 무척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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