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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514화 (514/563)

제514화

제14편 올빼미 눈 용병단 (2)

생각보다 이들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듯했다.

“모두 덤벼들어!”

간을 보지도 않고 힘을 아끼지도 않았다.

“마물 왕을 상대한다고 생각해!”

그들은 내 실력을 얕잡아 보지도 않고, 최선을 다했다.

“틈을 주면 안 돼!”

다가오는 검들이 빛나고, 다른 손에서 불길과 물, 바람들이 넘실거렸다.

동시에 펼쳐진 두 개의 능력들.

이곳에 있는 자들은 전부 다중사용자였다.

이런 좁은 건물 안에서 다중사용자들에게 공격을 받는다는 것은 무척이나 위험한 일이었다.

대단한 기사라고 해도, 저 마법 같은 능력들을 모두 막을 수 없을 테고, 능력을 사용하는 귀족이라면 마나가 가득 찬 검들을 막을 수 없을 터였다.

거기다, 누가 정보를 가졌는지 알 수 없으니, 나는 그들을 죽일 수 없었다.

그렇게 불리한 상황이 가득했지만, 긴장이 되지는 않았다.

마물 왕을 죽여봐서 그런가, 아니면 마왕과 여러 번 싸워봐서 그런 걸까.

어느 쪽인지 모르겠지만, 나는 평온한 정신 속에서 검을 휘둘렀다.

카카카앙!

내 검에 튕겨 나가는 여러 개의 검.

동시에 내 몸 위로 능력이 쏟아졌다.

콰과과광!

폭음과 함께 내가 서 있던 자리가 터져나갔다.

아니, 집 자체가 폭발에 휩싸였다.

능력자들이 집안에서 능력을 썼으니, 집이 박살 나는 게 당연했다.

삼 층짜리 목조 건물이 한순간에 박살이 났다.

싸움이 흔한 용병 거리라고 해도, 이 정도 폭발은 흔한 게 아니었다.

치안대 기사들이 바로 달려올 소란이었다.

급하게 합을 맞춘 것치고는 정말 대단한 합공이었다.

나조차도 그 자리에 있었더라면 큰 상처를 입었을 만한 공격이었다.

다만, 아무리 강한 공격이라도 맞지 않으면 그만이었다.

검술이 강하고, 힘이 강해진 것만으로 마물 왕을 쓰러뜨릴 수 없었다.

마왕 앞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도 그 대단한 마왕의 속도를 따라잡을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는 말은 나는 대륙의 어느 인간보다 빠르게 반응하고 빠르게 움직일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다치는 것을 각오하면서까지 건물을 무너뜨려 내 시야를 가렸지만, 안타깝게도 그들은 마나를 볼 수 있는 내 눈을 피할 수 없었다.

“컥!”

“윽!”

먼지가 가라앉기 전에 먼지 속에서 몇 차례 비명이 흘러나왔다.

내 검에 당한 용병들의 비명이었다.

먼지가 전부 가라앉기 전에 비명은 총 아홉 번 들려왔고.

먼지가 가라앉은 건물 잔해 가운데 서 있는 사람은 나밖에 없었다.

그렇다고 나 말고 모두 죽었다는 말은 아니었다.

우선, 용병단의 단장이라고 들었던 남자가 내 앞에 누운 채로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그는 고통 속에서도 의아한 얼굴로 나를 보고 있었다.

“크윽, 난 죽지 않은 건가?”

확실히 그가 이상하게 여길 만했다.

그는 조금 전에 내 검에 가슴이 꿰뚫렸으니까.

분명 검이 심장을 뚫고 지나간 것을 느꼈겠지만, 검에 뚫린 가슴으로는 피가 흘러나오지도, 심장이 멈추지도 않았다.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해 주었다.

“당신뿐만이 아니야. 모두 죽지 않았어.”

주위에서 끙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다들 고통에 겨워하는 소리였다.

하지만, 그중에 죽은 사람은 없었다.

“아무도 안 죽었다고?”

단장의 표정은 더 이상해졌다.

하긴, 단장에게 한 것처럼 전부 치명상을 입혔으니, 이상해지는 게 당연할지도 몰랐다.

하지만, 이상한 일은 아니었다.

싸우기 전에 생각했듯이 ‘현자’가 어디 있는지 알기 위해서는 당장 이들을 죽일 수 없었다.

그렇다고, 큰 상처 없이 제압하기는 쉽지 않은 실력자들이었고.

그래서 나는 ‘신검’으로 그들을 공격한 것이다.

‘신검’으로 치명상을 입히고, 동시에 ‘신검’으로 그들을 회복시켰다.

딱. 움직이지 못할 정도만.

고통이 남고, 후유증도 심하겠지만, 그것까지 내가 배려할 이유가 없었다.

나는 대답만 들을 수 있으면 그만이었다.

“죽일 이유가 없지. 나는 ‘현자’라 불리는 용사가 어디 있는지 알고 싶을 뿐이니까.”

내 말에 그는 고통 속에서도 나를 비웃었다.

“아내의 영지가 공격당한 복수를 하려고? 아니면, 마리아 공작부인에 대한 복수인가?”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아무래도 그는 내가 현자를 만나는 이유를 오해한 듯했다.

사실, 복수할 마음도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게 주는 아니었는데…….

“어떻게 알았는지 모르겠지만, 너는 복수할 대상이 틀렸다. 영지를 공격한 것은 그분의 뜻이 아니고, 우리의 독단이었다. 그분이 공작부인의 능력을 일깨우고, 나중에 되돌려준 것은 단지 실험일 뿐이었어.”

단지 나는 휘말린 것에 불과하다는 소리이려나.

“그렇게 따지면, 발레아 백작 부인의 능력을 깨운 것은 너에게 큰 도움이 되었을 텐데?”

발레아와 죽은 공작부인 때문일까?

싸울 때 느꼈던 것처럼, 조직과 달리 이들은 나에 대해 많이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네 복수는 이루어질 수 없을 거다.”

곤란한데. 오해가 생각보다 심했다.

이렇게 되면, 고문으로도 쉽게 입을 열지 않을 것 같았다.

“예상보다 훨씬 강했지만, 우리가 이겼다. 고문도 소용없다. 넌 절대 그분을 뵙지 못할 거다.”

단장의 말에 나는 묘한 위화감을 느꼈다.

저 남자의 말은 분명, 지금 뭔가를 했다는 뜻이었다.

그리고, 다음 순간 뭐가 이상한지 알게 되었다.

“잠깐……. 분명, 아홉 명이 아니었는데…….”

내 말에 단장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정신력이 대단하군. 그걸 기억하다니…….”

이상한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분명, 나는 이곳에서 여자와 대화를 하고 있었다.

얼굴은 기억나지 않지만, 분명 친절한 얼굴로 나를 맞아주었었다.

그런데, 그 일을 조금 전까지 잊어버리고 있었던 것이다.

“이게 그 여자의 능력인가.”

말도 안 되는 일이라면, 능력일 수밖에 없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하지만, 그녀의 마나도, 그녀의 흔적도 찾을 수 없었다.

아니, 구별할 수 없었다.

그녀의 마나도 그녀의 흔적도 기억나지 않았으니까.

조금 전에 본 얼굴도 기억나지 않는데, 다른 게 기억날 리가 없었다.

“요하나를 떠올린 것은 대단하지만, 그걸로 요하나를 찾을 수는 없을 거다. 그녀는 ‘마나 감응력’으로도 찾는 것은 불가능할 테니.”

확실히, 이들은 나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거기다, ‘현자’의 부하답게 카를로스 왕실의 능력인 ‘마나 감응력’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들은 여자를 달아나게 한 모양이었다.

“요하나는 고속 이동 능력도 가지고 있지. 우리를 고문해도 소용없다. 요하나가 먼저 그분을 만날 테니. 너는 그분을 절대 보지 못할 거다.”

나에게 한 방 먹인 게 즐거웠는지, 그는 신나게 떠들어댔다.

여자에 대한 기억이 떠오르고 보니, 조금 전에 있었던 이들의 공격은 나를 죽이기보다, 도망치는 여자를 숨기기 위해서인 듯했다.

저 남자가 열심히 떠드는 것도 여자가 도망칠 시간을 벌어주기 위해서겠지.

다른 사람들이라면 그의 말에 화를 냈겠지만, 나는 오히려 고마웠다.

이렇게 술술 말해주면 다음번에는 도움이 될 테니.

내게 도움이 되긴 하지만, 그래도 아쉬울 수밖에 없었다.

“그렇다면, 이번 삶은 여기까지인 걸까?”

고문을 해서 정보를 더 얻게 되더라도, 다음 삶에서 쓸모 있을 정보일 테니, 이제 죽을 방법을 찾아봐야 했다.

자살은 페널티가 있으니, 자살 말고 다른 방법으로 죽어야 했다.

“결국, 마왕과 다시 싸워야겠지.”

어디까지가 자살로 여겨질지 모르니, 절대로 자살로 취급되지 않을 마왕과 싸울 수밖에 없었다.

“그럼, 남은 정보가 있는지 들어볼까.”

나는 아쉬운 표정으로 누워있는 단장에게 다가갔다.

그는 고통에 이를 갈면서도 계속 주변을 둘러보았다.

그의 눈에는 이곳으로 누가 와주지 않을까 하는 바람이 담겨 있었다.

“왜, 치안대, 아니 다른 사람들이 안 오는 거지?”

확실히, 이곳은 용병 거리이기는 했지만, 한 왕국의 수도 안이었다.

이런 큰 폭발이 있었는데, 사람들이나, 치안 기사들이 달려오지 않을 리가 없었다.

하지만, 지금도 주변은 조용했다.

나는 그에게 이유를 알려주었다.

“이 주변이 다 봉쇄되었으니까 안 오는 거지.”

이피로스 왕국에 도착한 뒤, 나는 용병단보다 먼저 왕궁을 방문했다.

수도 치안 기사들의 협조를 받아내기 위해서였다.

용병단을 만난 뒤에 평화롭게 ‘현자’에 대해 들을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었다.

당연히 싸움이 있을 터.

몰려오는 사람들 때문에 일을 그르칠 수는 없었다.

나는 치안 기사들의 협조를 얻기 위해 이피로스의 왕을 만났다.

나는 여왕의 지시를 받았다는 거짓말까지 할 생각이 있었지만, 다행히 그럴 필요가 없었다.

내 도움을 여러 번 받아서인지, 왕은 쉽게 내 부탁을 들어주었다.

‘제국의 스파이들을 잡기 위해 용병거리 일부를 봉쇄해달라는’ 부탁을.

그래서 지금 이 주변은 치안대가 봉쇄하고 있었다.

내 말에 단장은 황당한 얼굴이 되었다가, 다시 이를 악물었다.

어떤 말도 하지 않으리라는 다짐이 가득해 보였다.

“과연, 정신력이 얼마나 강한지 볼까.”

나는 그렇게 말하며, 남자에게 손을 가져가다가, 우뚝 멈췄다.

머릿속에 한가지 생각이 떠올랐기 때문이었다.

“방금, 내가 정신력이 강해서 여자를 떠올릴 수 있었다고 했지?”

만일 그 정신력이 더 강해진다면?

나는 바로 검을 소환했다.

“소환 기사의 검.”

신검을 들지 않은 손에 나타난 새로운 검.

나는 기사의 검을 손에 쥐고, 마나를 밀어 넣었다.

우우우웅.

검으로 흘러 들어간 마나가 다시 되돌아 나와 머릿속으로 흘러들었다.

머리가 맑아졌다.

여자의 얼굴이 기억이 났다.

그녀와 한 이야기도.

그리고, 땅에 보이지 않던 흔적이 보였다.

그리고, 흔적 위에 희미하게 이어진 마나가 보였다.

여자의 마나였다.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단장에게 말했다.

“운이 좋았군.”

나는 물론이고, 고문을 받지 않아도 되니, 단장도 운이 좋았다.

아니, 운이 나쁜 건가?

어쨌든 아직 이번 삶은 끝나지 않아 보였다.

나는 건물 잔해 속에 부상자들을 남겨두고, 몸을 날렸다.

나는 희미해지는 여자의 마나를 추적하기 시작했다.

* * *

요하나는 죽을힘을 다해 달렸다.

동료들이, 단장이 만들어준 기회였다.

그분이 어디 있는지는 단장이 수신호로 알려주었다.

공격하는 순간 그분에게 달려가라는 것도.

그래서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최대한 끌어올린 뒤, 이렇게 달리고 있는 것이었다.

그녀와 동료들은 샤를 백작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을 갖추고 있는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그동안 용병단이 벌인 일들 때문에 그와 악연이 되어버렸고, 자연적인 다중 능력자라 용병단이 계속 감시했었기 때문이었다.

문제는 샤를 백작이 너무 강해져 버린 것이다.

감시할 수 없을 정도로, 용병단이 그를 피해 카를로스 왕국을 빠져나올 정도로 그가 강해졌다.

사실, 용병단이 카를로스 왕국을 빠져나온 것도 어느 정도는 샤를 백작 때문이었다.

그래도, 용병단을 찾아올 줄은 몰랐는데…….

요하나는 일을 망쳐버린 ‘조직’에 욕을 퍼부었다.

그러면서도 그녀는 속도를 늦추지 않았다.

그녀의 능력 때문에 샤를 백작은 절대로 그녀를 찾지 못하겠지만, 혹시 모르는 일이었다.

단장을 고문하거나, 다른 방법으로 그분이 있는 곳을 알아낼 수도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거리를 달려가도 사람들은 그녀를 쳐다보지 않았다.

말도 그녀가 지나가는지 알아차리지 못했고, 열린 성문을 그냥 지나가도, 병사들은 그녀를 검문하지 않았다.

그렇게 수도를 빠져나와 그녀는 계속 남쪽으로 내달렸다.

반나절 이상 쉬지도 않고, 계속 내달렸다.

그날 저녁.

그녀는 현자를 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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