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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509화 (509/563)

제509화

제9편 마왕전 (2)

성벽을 박살 내는 마왕의 공격을 막을 방어막이 아직도 온전했고, 도시를 지키는 병력도 그대로였다.

나도 충분히 싸울 수 있고, 발레아도 다치지 않았다.

물론, 마왕도 피해를 입지 않았지만, 이제 성벽 앞에는 마왕을 따르는 마물들은 남지 않았다.

여태까지 계획이 모두 맞아 들어간 덕분이었다.

물론, 성 앞에 몰려왔던 마물 외에도 대륙에 퍼진 수많은 마물이 있었지만, 그 마물들을 다시 끌어들이려면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다른 사람이라면 물러난 뒤에, 마물들을 모아 다시 공격하겠지만, 내가 본 마왕은 그렇게 할 리가 없었다.

그리고, 내 예상대로 마왕은 마물들이 모두 사라진 것을 보고도 담담한 얼굴로 성벽을 향해 달려오고 있었다.

“마왕이 온다! 모두 공격에 대비해라!”

우고가 큰소리로 외쳤고, 모두 몸을 낮춰 충격에 대비했다.

나는 대공녀를 돌아보았다.

“걱정 마세요. 버틸 수 있어요!”

지팡이를 든 대공녀는 큰 소리로 당차게 대답했다.

사실, 혼자서는 마왕의 공격을 버티지 못할 테지만, 모두가 보고 있는데 약한 소리를 할 사람이 아니었다.

나는 ‘전쟁 신의 검’을 들고, 다가오는 마왕을 바라보았다.

마왕은 벌써 벌판을 가로질러, 성벽 앞에 도착해 있었다.

그리고, 다시 한번 위로 치솟아 올랐다.

모두 검을 굳게 잡고 솟구치는 마왕을 바라보았고, 대공녀와 나는 지팡이와 검을 높게 쳐들었다.

우우우웅.

성벽 앞, 성물 지팡이가 만든 방어막이 더욱 진해졌다.

마왕은 그 방어막 앞까지 몸을 솟구친 뒤에 들고 있는 검을 위로 들어 올렸다.

그리고, 검이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빛나지 않아?’

마왕의 검은 조금 전처럼 환하게 빛나지 않았다.

검은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처음 보는 모습에 표정을 굳히는 순간.

마왕이 반투명한 벽, 방어벽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검은 무척 느리게 움직였다.

병사들도 검의 움직임을 알아볼 수 있을 정도로.

검은 붉은 잔상을 남기며 아래로 내리그어졌다.

검은 바로 방어막과 부딪쳤다.

병사들은 손을 들어 섬광에 대비했지만, 섬광도 폭발음도 들리지 않았다.

갸갸갸갹.

괴로운 소음이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그리고, 붉은 검이 방어막을 잘라내기 시작했다.

모두 어이없는 표정으로 마왕이 하는 짓을 바라보았다.

성벽을 감싼 거대한 방어막을 검으로 잘라내다니.

마왕이 매번 새로 보여주는 능력은 이제 어이가 없을 지경이었다.

하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방어막을 자르느라 허공에 떠 있는 지금이 기회일 수도 있었다.

나는 검을 치켜든 채로 크게 외쳤다.

“모두 공격해! 마나가 담기지 않아도 상관없다! 모두 퍼부어!”

내 고함에 모두 정신을 차렸다.

귀족들은 손을 들어 마왕을 가리켰다. 마나가 움직이고, 유물들이 빛을 뿌렸다.

파파팍!

온갖 공격이 마왕을 향해 날아갔다.

기사들은 옆에 있는 병사의 창을 뺏어 마왕을 향해 내던지고, 창을 뺏긴 병사들은 화살을 쏘고, 돌을 던지기까지 했다.

슈슈슉!

잠깐 사이에 마왕에게 쏟아지는 수많은 공격.

한순간에 마왕이 가려져 보이지 않을 정도였다.

마왕이라고 부르고 있지만, 분명 상대는 인간이었다.

마물과 달리, 마나 장벽을 몸에 두르지 못하는 인간.

마왕이 막을 수 없다면, 마나가 담기지 않은 공격도 분명 효과가 있었다.

아쉽게도 나는 방어막을 유지하느라 공격에 가담하지 못했지만, 저 정도 공격이라면 마왕도 무사하지 못할 터였다.

“꺄악!”

하지만, 비명은 공격이 쏟아진 곳이 아니라, 내 옆에서 들려왔다.

대공녀가 입에서 피를 토하며 바닥에 주저앉은 것이다.

대공녀가 다쳤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지 못했다.

대공녀가 다친 것은 결국 마왕이 방어벽을 잘라냈기 때문이었다.

화염과 번개, 창과 화살이 지나간 반투명한 벽에는 붉은 선만이 남아 있었다.

마왕은 그곳에 없었다.

그는 이미 성벽 위로 올라온 것이다.

성벽 위에 올라선 마왕은 자신의 팔에 박힌 화살을 보고 있었다.

분명, 마왕의 몸에 화살이 박혀 있었다.

마왕은 무심하게 화살을 빼냈다.

화살이 빠져나오자 피가 솟구쳤다.

붉은색의 피.

인간의 피였다.

마왕은 인간이 맞았다.

하지만.

‘설마, 인간을 벗어난 건가.’

분명 마왕은 유물을 따로 가지고 있지 않을 텐데, 솟구치던 피는 바로 멈추었다.

찢어진 옷 사이로 보이는 상처도 실시간으로 낫고 있었다.

저것도 마왕의 능력 중 하나일 터.

확실히 마왕다운 모습이었지만, 나는 그 모습에 희망을 느꼈다.

어쨌거나, 처음으로 제대로 낸 상처였다.

치유 능력까지 가지고 있을 줄은 몰랐지만, 분명 마왕도 상처를 입는 존재였다.

상처를 입으면 죽일 수도 있을 터.

방어막은 뚫렸지만, 아직 준비한 것은 남아 있었다.

나는 몸을 날려 마왕의 앞을 막아섰다.

동시에, 큰소리로 외쳤다.

“막아! 마왕이 도시로 들어가지 못하게 해야 한다!”

내 말에 호응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성 밖으로 밀어내!”

우고가 소리치고.

“방어막이 무너진 건 아냐! 밖으로만 밀어내면 돼!”

후안이 외치는 소리도 들려왔다.

마왕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도시에 뭐가 있길래 그러는 거지?”

“알 것 없다!”

나는 크게 외치며 마왕에게 달려들었다.

캉!

검이 얽히고, 바로 튕겨 나갔다.

팔에 상처를 입었지만, 마왕의 실력은 변화가 없었다.

“확인해 보면 되겠지.”

마왕은 튕겨 나간 나를 쫓지 않고, 그대로 몸을 날렸다.

팟.

성벽을 넘어, 도시로.

마왕은 수백 미터를 날아, 도시의 거리에 내려섰다.

마왕은 텅 빈 거리에 서서 주위를 둘러보았다.

거리에는 아무도 없었다.

아니, 아무도 없는 것은 아니었다. 작은 마나들이 도시 곳곳에 남아 있긴 했다.

하지만, 그 외에는 마나도 인기척도 느껴지지 않았다.

거리도, 도시도 텅 비어있었다.

마왕은 뒤로 고개를 돌리며 입을 열었다.

“이게 뭐지?”

마왕의 물음에 나는 대답했다.

“함정이라는 거지.”

내가 준비한 마지막 함정이었다.

무한한 마나를 가진 검으로 내가 도와도, 대공녀의 방어막이 마왕의 공격을 계속 막을 수 있으리라고는 생각하지 않았다.

거기다, 시간을 끌면 안 되는 것은 마왕이 아니라 우리였기에, 방어막으로 마왕을 막고만 있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마물들을 모두 죽인 뒤에 함정을 만들어 마왕을 끌어들이기로 했다.

그리고, 그 함정은 비워놓은 도시였다.

도시 아래 깊숙이 지하도시가 있었지만, 그 지하도시는 황실 금고가 지켜주고 있었다.

만약 함정이 실패한다고 해도, 마왕은 알아채지 못할 터였다.

다행히 마왕에게 따로 약점을 보여줄 필요도 없었다.

마왕은 알아서 방어막을 뚫어버렸고, 나와 수하들의 유치한 멘트에 속아 도시로 들어온 것이었다.

마왕을 따라 몸을 날려, 도착한 2층 건물 옥상에서 건넨 내 말에, 마왕은 고개를 갸웃거렸다.

“함정이라……. 나에 대해 많이 아는 모양이군. 나에 대한 기록이 계속 남아 있는 건가…….”

마왕에 대한 것은 쥐꼬리만큼도 남아 있지 않았다.

마왕에 대비했다는 ‘조직’과 ‘제국’은 변질했고, ‘교단’은 과거의 기록을 지우기 바빴다.

마왕의 성격을 파악해서 함정을 만든 것은 모두 내가 한 것이었다.

‘기억’을 보고, 기록을 살피고, 유물을 모으고.

삶을 반복하면서 이렇게 함정을 만들어 낸 것이었다.

하지만, 그걸 마왕에게 알릴 수는 없었다.

나는 대답을 하는 대신, 마왕에게 다시 달려들었다.

2차전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전송’으로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마왕은 내 표정을 보았는지, 입꼬리를 슬쩍 올렸다.

쾅!

검이 부딪치고, 마나가 출렁였다.

콰직.

땅이 파이고, 거리 옆 건물들이 충격에 터져나갔다.

나는 검을 맞대자마자 뒤로 쭉 밀려났다. 역시, 차이가 너무 컸다.

혼자서는 상대할 수 없었다.

그럼, 혼자 상대하지 않으면 되었다.

괜히, 이곳을 함정이라 부른 게 아니었다.

나는 달려오는 마왕을 보며 작게 속삭였다.

“발레아. 지금.”

[조심하세요!]

콰아앙!

마왕이 내 앞에 도착하는 순간, 거리 양옆의 건물이 터져나갔다.

마왕과 나는 폭발에 휩쓸렸다.

건물 파편이 몸을 스쳐 지나갔다.

갑옷이 찢어지고 피가 튀었다.

나는 폭발에 휩쓸리면서도 파편과 폭발은 신경 쓰지 않았다.

대신, 날아오는 파편을 전부 쳐내고 있는 마왕을 향해 몸을 날렸다.

스팟!

검이 지나가고, 마왕의 팔에 피가 튀었다.

황당하게도 그 많은 파편을 쳐내면서도, 마왕은 내 검을 거의 막아냈다.

겨우 피부에 선 하나를 그었을 뿐이었다.

대신 나는 폭발을 뒤집어써서, 피범벅이 되었다. 한순간에 죽을 정도로 부상을 당한 것이었다.

하지만 상관없었다.

내 손에는 ‘전쟁 신의 검’이 들려있었다. 가슴 속에는 신검이 있었고.

나는 죽지만 않으면 계속 싸울 수 있었다.

쾅! 쾅!

그리고, 폭발은 계속 이어졌다.

나와 마왕이 싸우는 곳 주변이 계속 터져나간 것이다.

마왕과 나는 계속되는 폭발 속에서 계속 싸워나갔다.

마왕은 폭발이 터질 때마다 눈살을 찌푸렸다.

그럴 수밖에 없었다.

마왕은 폭발을 피하지 못하고 있으니까.

마나를 보는 게 분명한 마왕은 능력으로 만들어진 폭발도 충분히 미리 느낄 수 있을 터였다.

내가 그랬으니.

하지만, 지금 폭발은 터지기 전까지는 절대 알아채지 못할 터였다.

능력으로 만들어진 폭발이 아니라, 폭탄을 터트린 것이니까.

원래, 지하도시를 감추기 위해 준비한 폭탄이었지만, 도시에 마왕을 끌어들이기로 하면서 폭탄은 쓰임새가 바뀌었다.

마왕을 잡기 위한 함정 용도로 쓰게 된 것이다.

다른 이였으면, 함정이라는 것을 알고 물러섰겠지만, 마왕은 물러설 리가 없었다.

지금도 나는 계속 폭탄을 묻어둔 곳으로 마왕을 유인하는 중이었고, 마왕은 고맙게도 계속 나를 따라오고 있었다.

발레아가 조심하라고 했지만, 마왕을 유인하기 위해서는 나도 폭발에 휘말릴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마왕에게 조금이라도 상처를 입히려면, 폭발 속에서도 몸을 보호하지 않고 마왕을 공격해야 했다.

당연히 나는 폭발 때마다 몸이 찢겨나갔고, 죽기 일보 직전까지 가버렸다.

나는 마왕과 싸우며, 신검과 전쟁 신의 검을 번갈아 가며 들고 몸을 치료했다.

조금씩 낫는 속도가 느려졌지만, 이것도 상관없었다.

이번만 버티면 되니까.

그렇게 폭발에 휩싸여 싸우다, 마왕과 나는 도시 북쪽, 한 저택 앞에 도착하게 되었다.

계속 이어져 오던 폭발이 잠잠해지고, 나도 걸음을 멈추고 검을 내렸다.

나는 고개를 돌려 저택을 바라보았다.

내 집.

내 저택이었다.

처음 가진 내 아름다운 집이 서 있었다.

마왕은 내가 공격을 멈춘 것을 보고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무슨 일이지?”

나 정도는 아니었지만, 마왕의 옷도 누더기로 변해있었다.

누더기로 변한 옷 아래에는 수많은 상처가 보였다.

물론, 저 상처는 지금 만들어진 게 아니라, 저쪽 세상에서 얻은 것일 테지만.

그래도, 폭탄에 제대로 상처를 입는 것은 확인했다.

나는 마왕의 말에 대답했다.

“집이 아까워서…….”

마왕은 내 대답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았지만, 이제 곧 알게 될 터였다.

나는 마왕과 저택을 보고 큰소리로 외쳤다.

“프리다! 발레아!”

대공녀의 이름을 외치자,

부우우우웅.

방어막이 주변에 펼쳐졌다.

저택과 우리를 감싸는 커다란 방어막.

그런데 이 방어막은 외부가 아니라 내부의 공격을 막는 식으로 펼쳐져 있었다.

그리고, 동시에 땅이 솟구쳐 방어막을 감싸는 벽이 만들어졌다.

벽은 거대한 반구처럼 모여들어, 결국 돔처럼 변했다.

어두운 돔 안에는 저택과 마왕, 나만 남게 되었다.

“뭘 하려는 거지?”

“내 저택을 선물하려고.”

나는 마왕의 물음에 친절하게 대답하고는 작게 발을 굴렀다.

콰아아아아아앙!

그 순간, 돔에 안에 남겨져 있던 저택이 터져나갔다.

그동안 터져나갔던 모든 폭탄이 한꺼번에 터진 것 같은 거대한 폭발이 돔 안을 휩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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