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86화 (486/563)

제486화

제11편 금고지기 (2)

타다다다.

마차는 내 생각과 달리, 도시를 벗어나 성 밖으로 내달렸다.

분명 야간 통금이 있을 텐데, 도시의 북쪽 외성 문을 지키던 기사는 마차를 바로 통과시켜주었다.

조직의 힘인지, 아니면 금고지기 가문의 힘인지 알 수 없었다.

마차가 성 밖으로 나가는 바람에 건물 지붕을 타 넘으며 계속 마차를 쫓기가 어려워졌다.

나는 어쩔 수 없이 소환할 수밖에 없었다.

북문 성문 근처, 사람이 다니지 않는 외진 공터에서 나는 다시 언데드를 불렀다.

‘사룡 2호!’

열심히 나를 태우고 다니다 소멸한 첫 사룡과 같은 하늘을 나는 언데드를 부른 것이었다.

이 언데드는 계속 데리고 다녔던 첫 사룡과 달리, 죽음의 마나가 남아 있는 황궁 터 아래 지하 도시에 남겨두었었다.

도시에 남은 죽음의 마나와 시체가 썩기 어려운 지하 도시의 환경 덕에 새로 부른 언데드는 움직이는 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그건 이번뿐이었다.

피부가 갈라지고, 진액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니, 이 언데드도 이번 일이 끝나면 소멸할 것 같았다.

역시, 내가 만든 언데드들은 언데드가 된 마물 왕이나, 지하 도시의 언데드들처럼 오래 버티기는 어려운 듯했다.

“가자.”

나는 마물 위에 올라탔고, 사룡 2호는 바로 하늘로 날아올랐다.

성벽 위로 높이 오르니, 성벽 너머로 밤길을 달리는 마차가 보였다.

마부도 마나를 가지고 있어, 밤에도 마차를 몰 수 있는 모양이지만, 저 정도 마나로는 밤에 마차를 모는 것은 위험한 일이었다.

위험한 마차의 질주를 보니, 금고지기가 얼마나 서두르고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나는 어두운 밤하늘을 날아, 마차를 쫓기 시작했다.

울음소리도 내지 않는 언데드는 밤에 다른 이를 추격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전에도 말했지만, 제국 수도는 폐허가 된 고대 제국의 도시 위에 만들어진 도시였다.

외성 밖에는 아직도 고대 제국의 유적이 남아 있었고.

땅속 깊은 곳 유적에는 황실이 방치해놓은 마물들도 남아 있었다.

그나마 멀쩡한 땅속의 유적과 달리, 지상의 유적은 대전쟁으로 거의 다 부서졌지만, 그중에는 아직, 남아 있는 건물들도 있었다.

마차가 가는 방향에 있는 장원도 그런 곳이었다.

대전쟁 이후 남아 있던 고대 제국의 건물을 보수하고, 테두리를 둘러서 작은 장원으로 만든 곳.

수도에 있는 북쪽 귀족 거리의 망해가는 옛 귀족들보다 더 오래된 귀족들이 자리를 잡고, 죽어 가고 있는 그런 장원 중 하나였다.

나는 하늘에서 낡은 장원을 내려다보며 혀를 찼다.

‘수도 밖에 있었으니, 내가 알 수가 없지.’

2 황자를 위해 열심히 반대 세력과 ‘조직’을 소탕했지만, 내가 소탕한 곳은 전부 수도 차르마니아 안이었다.

사실, 쿠데타를 일으켰을 때 방해할 곳 위주로 처리하려 했으니, 도시 밖까지는 신경 쓸 여력이 없었다.

내가 아쉬워하는 사이, 마차는 장원 안으로 들어가, 건물 앞에 멈춰 섰다.

마차가 멈추자, 마차에 타고 있던 금고지기가 마중을 나오기를 기다리지 않고, 바로 마차 밖으로 나와 건물 안으로 들어갔다.

시간제한이 걸려 있으니 당연한 일이었지만, 급한 게 여실히 보였다.

나도 사룡 2호를 아래로 움직였다.

내가 움직이지 않아도 날개의 피막이 실시간으로 떨어져 나가는 것을 보니, 이 언데드는 금방 아래로 추락할 것 같았다.

다행히, 사룡 2호는 흙으로 돌아가기 전에 나를 저택 지붕에 내려 주었다.

나를 내려 주고 언데드는 하늘에서 풍화되어 사라져갔다.

나는 사룡 2호가 사라진 것을 확인한 뒤에 소리 없이 지붕 위를 걸었다.

금고지기의 마나는 내가 잘 기억하고 있었다.

그가 건물 안에 있다면, 어느 방에 있는지 모를 수가 없었다.

이곳도 귀족의 장원이라서 그런지 곳곳에서 마나가 느껴졌다.

다만, 그 마나들은 조직의 거점이나, 기사단을 가진 권문세가의 저택에서 느낀 것 같은 대단한 마나들은 아니었다.

평범한 귀족 저택에서 느껴지는 그런 마나들이었다.

‘그런데 사람 마나처럼 느껴지지 않는 마나들도 꽤 있군.’

전부 유물들의 마나였다.

금고지기가 미리 황실 금고에서 빼돌린 유물인 모양이었다.

금고지기의 마나는 그런 유물들의 마나가 많이 느껴지는 곳으로 움직였다.

저택의 2층 중앙. 구조로 보면 이 저택 주인의 집무실이 있을 만한 곳이었다.

지붕 위에서 내려다보니, 그 방은 아직도 불이 밝혀 있었다.

그리고, 다행스럽게도 방의 창밖에는 작은 테라스가 있었다.

나는 소리 없이 테라스에 내려섰다.

그리고, 테라스 구석, 창 옆에 붙어 서서 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마나를 불어넣자, 방 안의 소리가 들려왔다.

“아버님!”

문이 열리는 소리와 함께 금고지기가 외치는 소리가 들려왔고, 이어서 노인의 호통이 들렸다.

“이 밤에 무슨 소란이지? 이 저택은 함부로 오지 말라고 했을 텐데? 거기다 방에 들어오면서 술 냄새를 가득 풍기는 것을 보니, 지금껏 그 술집에 있었던 모양인데.”

“알아냈습니다.”

노인의 호통에 금고지기의 굳은 대답이 들려왔다.

하지만, 중년 남자의 굳은 목소리는 노인에게는 아무 의미가 없는 듯했다.

“뭘 알아냈다는 거냐. 금고가 없어진 뒤로 술집에 처박혔으면서.”

“그건…….”

“됐다. 내 놈의 변명은 더 들을 생각이 없으니까. 네놈은 금고 관리 외에는 정말 쓸모가 없는 놈이야. 장남이 아니었으면, 이피로스 왕국으로도 보내기 어려웠을 거야.”

중년의 아들을 타박하는 노인이라니…….

여기까지 와서 엉뚱한 가정사를 듣게 된 모양이었다.

“그래, 알아냈다고? 설마, 없어진 황실 금고가 어디 있는지 알아냈다는 거냐? 그래 말해봐라. 뭘 알아냈는지. 설마, 술꾼들의 말을 듣고 달려온 거면 가만히 안 두겠다.”

비웃는 듯한 노인의 말에 금고지기가 분노에 찬 목소리로 대답했다.

아니, 대답하려 했다.

“아닙니다. 확실히 들었습니다. 그걸 누가……. 어. 어. 왜 이러지?”

금고지기는 하고자 했던 말을 할 수 없었다.

그의 말이 멈추자, 창밖으로 흘러나오는 빛이 더 강해졌다.

“몸에 빛이……. 설마, 벌써 계약한 건가? 하지만, 계약했다고 해도, 말을 못 할 리는 없을 텐데. 왜 이렇게……. 크악.”

그가 비명을 지르는 사이, 내 머릿속에 금고지기의 위치가 떠올랐다.

동시에 그가 계약을 어기려 했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전부 계약의 힘이었다.

평범한 신관의 계약이라면, 계약을 어겼을 때, 상대에게 그 사실과 위치만 알려 주겠지만, 내가 가진 계약 능력은 그 정도가 아니었다.

그 계약은 죽은 대주교가 내게 넘겨주었던 능력이었다.

대주교가 넘겨준 능력은 다시 조아나, 지금의 대주교에게 넘겨주었지만, 내게도 남아 있었다.

나는 다른 신관의 계약처럼 계약을 깼는지와 깬 사람의 위치를 알려 주는 것은 물론이고,

계약한 당사자의 정신에 간섭해서 계약을 어기지 못하게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그렇게 해도 계약에는 틈이 남아 있었다.

“설마, 황실 금고를 사라지게 한 범인을 알아낸 거냐! 그 범인이 너에게 계약을 하게 한 거고?”

“컥……. 네에……. 끅…….”

“하지만, 강제로 계약을 지키게 할 수 있는 사람은 교단에 거의 없을 텐데……. 대주교나 가능할까? 설마, 대주교와 연관이 있는 사람인가?”

틈이라기보다, 노인의 머리가 너무 좋은 것일 수도 있었다.

아니면, 강제력이 있는 계약이 너무 희귀해서일 수도 있고.

어쨌거나, 그냥 놔두었다가는 열심히 건 계약이 무색하게 내 정체가 다 까발려질 것 같았다.

사실, 그냥 놔둘 생각은 원래부터 없었다.

그랬다면, 이곳까지 따라올 리도 없었고.

나는 머리에 쓴 투구를 확인한 뒤에 벽에서 몸을 뗐다.

그리고, 잠긴 테라스 문을 강제로 열었다.

우직.

창틀이 부서지며 문이 열렸다.

유물의 힘인지, 문이 부서지는 것을 방해하는 느낌이 있었지만, 나를 막지는 못했다.

나는 시선을 느끼며 부서진 문을 통해 안으로 들어갔다.

내 예상대로 테라스 안쪽 방은 커다란 집무실이었다.

그리고, 책으로 가득 찬, 고풍스러운 집무실에는 노인과 금고지기가 있었다.

지팡이를 쥔 채로 소파에 앉아 있는 노인은 나이도 많아 보였지만, 그 이상으로 고집이 있어 보였다.

“감히! 누구냐!”

노인은 나를 향해 호통을 쳤지만, 나는 대답 대신 다른 사람을 쳐다보았다.

노인 앞, 집무실 바닥에는 금고지기가 침을 흘리며 누워 있었다.

금고지기는 엉망이 된 얼굴로 나를 쳐다보고 있었다.

무척이나 놀란 눈. 그는 나를 가리키며 내가 누구인지 말하려 했다.

“커……. 컥…….”

하지만, 그가 제대로 말을 하려고 할 때마다 고통은 더욱 커질 뿐이었다.

“하, 바보같이 함정에 걸린 거냐? 황실 금고를 누가 가져갔는지 알려 준다고 하니, 냉큼 계약해버린 거고?”

그렇게 고통에 겨워하고 있는 금고지기를 보고, 노인은 혀를 찰 뿐이었다.

웃기게도 금고지기를 향한 노인의 비방은 크게 틀리지 않았다.

“그 계약 덕분에 이렇게 이곳까지 알려지게 된 거군. 아니, 계약으로 온 것치고는 너무 빠르군. 설마, 미행을 당한 거냐.”

확실히 노인은 나이에 맞지 않게 무척이나 똑똑했다.

나에 대한 추측도 대부분 맞았고.

“거짓말에 속아 여기까지 미행을 당하다니. 정말 쓸모없는 녀석이군.”

다만, 아들에 대한 믿음이 없기에, 제일 중요한 사실을 알지 못했다.

아들이 알아낸 것은 거짓이 아니라는 것을.

지금도 노인은 아들의 고통에는 관심이 없어 보였다.

나는 참지 못하고 그에게 물었다.

물론, 말할 때는 목소리를 굵게 만들어, 내 나이를 짐작하지 못하게 했다.

“저 금고지기는 당신의 서자나, 양자인 건가?”

“말도 안 되는 소리군. 서자나 양자가 우리 가문의 능력을 이어받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아무래도 친아들인 모양이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친아들을 저렇게 다루다니.

저건 서자보다 못한 취급이었다.

황실 금고에서 본 금고지기는 노인의 말과 달리 꽤 날카로운 구석이 있는 능력자였다.

그는 카를로스의 ‘저주받은 검’과 나를 연관시키기도 했고.

그 덕분에 내가 여기까지 달려온 것이었는데.

이런 취급이라니.

내가 기분이 나빠질 정도였다.

“그래, 누구의 사주를 받고 여기를 온 거지? 조직의 반대파인가? 아니면 2 황자? 그렇지 않으면 냄새를 맡은 귀족 중 하나인가?”

노인은 고통스러워하는 아들은 신경도 쓰지 않고, 나에게 물었다.

나는 작게 혀를 차고는 그를 보았다.

지팡이를 든 노인은 무척 여유로웠다.

아들을 저렇게 만들고, 이렇게 밤에 자신의 저택에 침입했는데도, 걱정이 보이지 않았다.

나는 저런 이들을 많이 보았었다.

자신감이 가득 차서 누가 되었건 안중에 두지 않는 사람들.

진정으로 자신의 힘을 믿는 사람들이었다.

물론, 내 앞에서 그런 모습을 보여 준 사람 중에 지금까지 온전히 서 있는 이는 없었다.

다만, 이 노인은 무엇으로 저런 자신감을 가진 것인지 궁금할 뿐이었다.

그는 마나도 신체 능력도 대단치 않았다.

그가 가지고 있는 것은 지팡이와 손에 낀 반지와 팔찌들.

엄청 많은 유물이었다.

“천천히 제압한 뒤에 어떻게 된 것인지 들어야겠군.”

노인은 지팡이를 들어 바닥을 내려쳤다.

쿵. 쿵.

저택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동시에 저택 전체에 마나가 퍼져나갔다.

이런, 유물은 그가 가지고 있는 것들만이 아니었다.

이 저택 전체가 유적이자 유물이었다.

“어서 오게. 제국의 유적. 드래곤의 입속에 들어온 것을 환영하네.”

저택 전체에서 느껴지는 강력한 마나.

노인이 호언장담할 만했다.

그리고, 나는 쏟아지는 마나 속에서 크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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