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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82화 (482/563)

제482화

제7편 전쟁 신의 검 (2)

한쪽 성벽이 완전히 무너져 내린 커다란 성.

얼마 전까지 영지민들과 영주가 살고 있던 곳이었지만, 지금은 그들 대신에 거대한 마물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성벽을 무너뜨리고, 이 성에 자리를 잡은 마물.

이 마물은 산이나 절벽, 숲이나 성벽 등 앞을 가로막는 것이라면 모두 무너뜨리고, 뚫어버리는 두더지 같은 마물이었다.

그리고 제국 안에 들어온 세 마물왕 중에 아직까지 살아있는 마물왕이기도 했다.

같이 제국으로 밀고 들어온 두 마물왕은 각각 황제와 카를로스 왕국의 샤를 백작에게 죽임을 당했다.

모두, 제국 땅에 들어와 너무 설쳐댔기 때문이었다.

하나는 다른 늑대와 늑대인간들과 함께 동부 영지들을 쏘다니며 약탈했고, 다른 마물왕은 수도까지 밀고 들어갔었다.

당연히 인간들이 최선을 다해 둘을 제거할 수밖에 없었다.

사실, 이 두더지를 닮은 마물왕도 인간에게 피해를 적게 준 것은 아니었다.

이 영지까지 오면서 마을과 거리들을 박살 낸 것은 둘째 치고, 이 영지도 완전히 박살을 내놓고, 중앙 성안에 둥지까지 틀었다.

하지만, 이렇게 성안에 둥지를 틀고 움직이지 않으니, 사람들은 이 마물왕을 건들지 않았다.

성을 빼앗긴 영주와 피난을 떠난 영지민들은 마물왕에게 분노했지만, 그들로서는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그렇게 이 성은 마물왕의 성이 되어 버렸고, 사람들이 떠난 영지는 점점 황폐해졌다.

그렇게 찢긴 깃발 몇 개만 바람에 휘날리는 반파된 성 위로 하늘을 나는 마물이 모습을 드러냈다.

멀리, 남서쪽에서 날아온 마물이었다.

그 마물 위에는 두 사람이 타고 있었다.

샤를 백작과 공국의 대공녀였다.

* * *

하늘에서 내려다보니, 거대한 마물왕이 성을 가득 채우다시피 했다.

좀비 거인보다 훨씬 거대한 마물이었다.

나도 이 마물왕은 처음 봤다.

좀비 거인은 여러 번 보고, 두 번이나 죽였지만, 성에 틀어박힌 마물왕을 잡으러 갈 이유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올 이유가 생겼다.

새로 얻은 검을 시험해봐야 했기 때문이었다.

봉인지에는 아직 다른 마물왕들이 더 남아 있겠지만, 그 마물왕들을 찾으러 다닐 시간이 없었다.

더구나, 마왕이 봉인을 풀고 나오면 이 마물왕도 다시 움직일 테니, 미리 잡아두는 편이 좋았다.

어차피 제국으로 갈 생각이었고.

그래도, 말없이 떠날 수 없어, 다음 날 대공녀에게 작별 인사를 하는데, 대공녀가 나를 따라나섰다.

자신도 새로 얻은 지팡이를 확인해봐야 한다는 이유였다.

나와 같은 이유였으니, 반대하기가 어려웠다.

말을 타고 가야 했다면 오가는 시간 때문에 거절해야 하겠지만, 지금 나는 하늘을 나는 언데드 마물들을 가지고 있었다.

대공녀와 같이 가는 데 걸릴 만한 게 없었다.

그래서 나는 대공녀와 함께 마물왕이 둥지를 튼 영지로 날아온 것이었다.

거대한 마물왕을 내려다보며, 나는 뒤에 앉아 있는 대공녀에게 말했다.

“용케 왕의 허락을 받으셨습니다.”

“허락받는 것은 어렵지 않았어요. 백작님이 하신 말씀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바로 허락해 주셨어요.”

지팡이를 테스트해보려는 대공녀의 생각과 달리, 공국왕은 내 말을 확인하기 위해 대공녀를 보낸 것이었다.

인상이 변해서 성격도 달라진 것으로 생각했지만, 역시 공국왕은 달라지지 않았다.

그는 내 말의 확인을 위해서라면 딸의 위험도 감수할 수 있는 그런 왕이었다.

하늘을 나는 마물의 등에 매달려 공국에서 이 영지까지 날아왔지만, 대공녀는 힘들어 보이지 않았다.

나야 강대한 마나와 신체적 능력 덕에 높은 고도의 바람에도 끄떡없었지만, 대공녀의 육체적 능력은 일반 사람과 다를 바 없었다.

그런 평범한 몸으로도 멀쩡해 보이는 것은 그녀가 가지고 있는 나무 지팡이 덕분이었다.

그 나무 지팡이는 마왕을 봉인하는 데 썼다고 오해할 만한 강대한 방어벽을 만들어내는 성물이었다.

전에 대공녀는 언데드 마물들에게서 성벽을 지키는 데 사용했었다.

하지만, 그런 대규모 방어 능력만 있는 것은 아닌 모양이었다.

그녀가 섬세하게 조절하자, 지팡이가 펼친 방어벽은 밀려오는 바람과 공기를 막아주었다.

그녀가 공기를 막아준 덕에, 나도 이곳까지 편안하게 올 수 있었다.

다행히 지상에 있는 마물왕은 우리가 접근을 해도 아무 반응을 하지 않았다.

너무 작아서 신경을 안 쓰는 것인지, 아니면 다른 일 때문인지 모르겠지만, 우리에게는 반가운 이야기였다.

언데드, 사룡은 소리 없이 성벽 위에 내려섰다.

마물왕에게 박살 난 성벽이 아니라, 반대편에 있는 그나마 멀쩡한 성벽에 내려선 것이다.

그리고, 사룡이 내려서는데 소리가 들리지 않은 것은 언데드라서가 아니었다.

대공녀의 지팡이가 밖으로 새어 나가는 소리를 막은 것이었다.

마물의 날갯소리와 착지 소리까지 막아내다니.

정말, 소리를 막는 기사의 마나 방벽에 비할 바가 아니었다.

바닥에 내려선 뒤, 나와 대공녀는 성벽 위로 내려섰다.

나는 사룡을 다시 날려 보내지 않았다.

혼자였다면 그렇게 해도 되었지만, 지금은 대공녀와 같이 있었다.

만약을 위해 사룡, 하늘을 나는 언데드 마물은 우리 옆에 있는 편이 좋았다.

성벽 위에서 보게 되면, 거대한 마물왕의 모습이 시야에 가득 들어왔다.

크지 않은 외성이었지만, 그래도 커다란 마을과 영주가 사는 내성을 둘러싼 성이었다.

그런 성을 채울 정도의 마물왕이라니.

성 앞의 마을도 영주가 살고 있던 내성도 모두 무너져서 마물왕 아래에 깔려있었다.

너무 덩치가 커서 엄두가 나지 않을 정도였지만, 다르게 생각하면 검을 테스트하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내가 검을 들고 기다리고 있자, 대공녀가 말했다.

“전 준비됐어요. 외부 공격만 차단되도록 했어요. 지금부터 공격하시면 돼요.”

대공녀의 말마따나, 우리 주변에는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옅은 반구가 펼쳐져 있었다.

바닥에 붙은 커다란 공기방울 같은 방어막이었지만, 마나를 볼 수 있는 나에게는 그 방어막에 담긴 강대한 마나를 볼 수 있었다.

대단한 마나였다.

내가 본 유물에 담긴 마나 중에 두 번째로 강한 마나였다.

첫 번째는 당연히 마왕을 봉인했던 반투명한 반구에 담긴 마나였고.

나는 우리를 감싼 방어막을 확인한 뒤에 성벽 끝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내가 서 있는 높이와 그리 차이 나지 않는 마물왕의 등을 내려다보았다.

마물왕의 등에는 무척이나 단단해 보이는 껍질과 날카로운 창 같은 가시들이 가득 덮여 있었다.

나는 검을 들어, 마물왕의 등을 겨누었다.

그리고, 검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지금부터 할 테스트는 내가 마왕의 검, 아니 전쟁의 검으로 공격하고 대공녀가 성물 지팡이로 막는 테스트였다.

내 검이 먹히지 않든가, 대공녀가 막는 데 실패하면, 대기시켜 놓은 사룡으로 달아날 생각이었다.

무척이나 간단하지만, 나쁘지 않은 작전이었다.

[걱정할 필요 없어요. 저런 마물왕이라면 나와 용사님이 충분히 물리칠 수 있으니까요. 마법사님이 결계를 쓸 필요도 없다니까요.]

마나를 밀어 넣자, 검이 다시 내 머릿속에 음성을 쏟아냈다.

마왕의 기억에서는 이렇게 떠드는 검이 아니었는데…….

내가 직접 검을 잡기 전에는 말하지 못하는 검이라고 생각했을 정도였다.

그런 이야기를 하자, 머릿속에서 화난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는 신의 성물이라고요. 인간을 몰살시키겠다는 사람이 나를 들고 다니는데, 무슨 말을 할 수 있겠어요. 욕을 해도 소용없고, 마나를 거부하려 해도, 그 거대한 마나는 막을 수도 없는걸요. 그냥 입이나 꾹 닫고 있을 수밖에요.]

이 검은 마왕을 주인으로 섬긴 게 아니라, 그에게 강제로 쓰여진 모양이었다.

그렇다면, 확실히 이해되는 말이었다.

정령의 푸념이 계속 이어졌다.

[이계로 넘어가기 전에는 그도 훌륭한 용사였어요. 하지만, 사람들의 배반으로 이계로 보내지고, 홀로 그 지옥에서 버티면서 세상을 저주하게 된 것은, 같이 있었던 저도 충분히 이해될 만한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저는 인간을 저주하는 그를 따를 수 없었어요.]

다른 에고처럼 기계적인 음성이 아니라 살아있는 듯한 여성의 목소리라서 그런지, 단순한 보고가 아니라 경험담을 듣는 것 같았다.

이 테스트 뒤에, 이 검의 정령이라는 이와 오랫동안 이야기를 나누어봐야 할 것 같았다.

정령이 무엇인지, 어떻게 마왕과 있게 되었고, 마왕과 같이 있으면서 무엇을 봤는지.

궁금한 게 무척 많았다.

[저는 전쟁 신의 검. 신의 성물이자 신의 검이에요. 저는 사용자의 힘과 마나를 늘려주고, 체력을 회복시켜주고, 전투와 전술에 대한 조언도 가능합니다. 진정한 싸움의 동반자이지요.]

힘과 체력과 전투와 전술에 대한 조언이라…….

어떻게 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왕은 그 능력들을 각각 검의 파편에 담아, 마물왕들에게 건네준 모양이었다.

나는 정령의 말을 들으며, 계속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검이 점점 밝아졌다.

저번 삶에서 마왕이 성벽을 무너뜨렸을 때의 모습과 무척이나 비슷해 보였다.

꿈틀.

옆에서 강렬한 마나가 움직이는 것을 느꼈는지, 움직이지 않던 마물왕이 몸을 움직였다.

들킨 모양이었다.

하지만, 마물왕은 너무 늦게 움직였다.

나는 강렬한 빛을 머금은 검을 들어 올려 힘차게 아래로 휘둘렀다.

부우우웅.

공기를 가르는 소리가 성 전체에 울려 퍼졌다.

동시에 검에 맺힌 빛이 터져나갔다.

빛 속에서 정령의 음성이 들려왔다.

[일격에 산을 무너뜨린다.]

‘태산압정 같은 건가?’

정령의 말에 갑자기 무협지의 한 초식이 떠올랐다.

위에서 아래로 힘차게 내려찍는 검술.

지금 내가 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는 검술이었다.

하지만, 평범한 내려찍기에 대한 과장이 담겨 있는 말과 달리, 내가 내려친 검은 진짜 그런 힘이 담겨 있었다.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음이 터져 나왔다.

분명 검에 실린 마나로 마물왕을 타격했을 뿐이었는데, 이렇게 성이 울리는 소리라니.

검을 내려친 나도 깜짝 놀라고 말았다.

빛은 바로 사라졌고, 내가 내려친 결과가 보였다.

사실, 검에 담긴 마나가 튀어 나가 적을 공격하는 내 ‘마나 방출’과 다르지 않은 공격이었지만, 그 결과는 전혀 달랐다.

마물왕의 몸에는 성벽을 가를 정도로 거대한 도끼로 얻어맞은 것 같은 상처가 생겨나 있었다.

길게 난 상처 중앙은 피가 뿜어져 나오고 있었고, 상처 주변은 푹 파여 있었다.

크아아아앙!

갑작스러운 상처에 마물왕이 비명을 질렀다.

마물왕이 고통으로 몸을 뒤척이자, 성벽들이 다시 무너지기 시작했다.

하지만, 내가 서 있는 곳은 그대로였다.

대공녀의 방어막이 마물왕의 공격을 막아낸 것이었다.

다만, 내 공격은 한 방에 성벽을 무너뜨리는 마왕의 그 대단한 공격에는 미치지 않았다.

한 방에 저 거대한 마물왕에게 큰 상처를 입혔지만, 마왕이라면 한 수에 마물왕의 목숨을 끊었을 터였다.

이 검을 들지 않았는데도 그렇게 강했었는데, 이 검을 들고 있던 마왕은 얼마나 강했을지…….

대전쟁 때의 마물왕이 얼마나 강했을지는 도무지 가늠이 안 되었다.

그래도, 이 정도면 아예 상대가 안 될 정도는 아니었다.

더구나, 이 검은 이런 마나 증폭만 가지고 있는 것은 아니었다.

나는 방어막 밖으로 튀어 나갔다.

검도 확인하고, 방어막의 성능도 확인했으니, 이제는 방어막 속에서 싸울 이유가 없었다.

나는 허공에 몸을 띄운 채로 마물왕에게 검을 휘둘렀다.

쾅! 콰앙!

쏟아지는 공격에 마물왕이 비명을 지르며 몸을 움직였고, 그 여파로 남아 있던 건물과 성이 모두 무너져 내렸다.

내 머리 위에도 잔해가 쏟아졌지만, 나는 개의치 않고, 마물왕을 베어나갔다.

거대한 몸을 썰고, 눈을 뚫어버리고, 휘두르는 다리를 피해 발톱을 끊어버리고.

무척이나 격렬했지만, 싸움은 금방 끝났다.

싸움이 끝나자, 남아 있는 것은 대공녀가 서 있는 성벽밖에 없었다.

지팡이의 방어막이 마물왕의 공격을 막아준 것이다.

싸움은 당연히 내가 이겼다.

다른 마물왕을 상대할 때보다 몇 배나 빨리 싸움을 끝낸 것이다.

싸움이 끝나자, 나는 내 정보창이 달라진 것을 알게 되었다.

전쟁의 검, 성물의 능력을 얻게 된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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