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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77화 (477/563)

제477화

제2편 마지막 파편 (1)

탑 주위를 가득 메운 날개가 달린 마물들.

저번 삶에서 영지로 돌아왔을 때, 본 마물들이었다.

저 마물들은 저택 지붕에 서 있던 발레아를 공격하던 마물들이었다.

그때는 내가 ‘마나 유형화’ 능력으로 만든 검기로 모두 쓸어버렸었다.

지금은 그때보다, 숫자가 훨씬 많았지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츄악!

나는 하늘을 향해 검을 내질렀고, 검기들이 하늘로 치솟았다.

캬아아악!

날개가 잘리고, 다리가 잘리고, 목이 잘려 나간 마물들이 허공을 맴도는 마물 떼에서 벗어나 지상으로 추락했다.

쾅! 철썩!

우리 옆에 추락해서 먼지를 일으키는 마물들도 있었고, 호수로 추락해 파도를 만드는 마물도 있었다.

그리고, 추락하는 마물들과 함께 지상으로 쏘아지는 마물들도 있었다.

마치, 추락하는 시체들 사이에서 우리를 공격하려는 마물들이었다.

역시, 똑똑한 마물 왕이 데리고 있는 마물들이어서인가.

머리를 쓰는 게 이제껏 보아왔던 마물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시체들과 함께 떨어지는 마물들은 내가 마나를 보지 못한다면 구별하기가 쉽지 않을 정도였다.

물론, 마나가 보이는 나에게는 눈에 빤히 보이는 속임수일 뿐이었다.

이어서 검을 휘두르니, 마물들은 같이 떨어지는 시체들과 같은 존재가 되었을 뿐이었다.

그런 방식으로 안 되는 것을 알자, 이번에는 남은 마물들이 한꺼번에 지상으로 떨어져 내렸다.

마물들은 속도를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마물들은 마나 장벽을 가지고 있어서 마나가 담기지 않은 일반적인 충격에는 끄떡없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저렇게 고의로 추락해 버릴 생각을 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수십 마리의 마물들이 날개를 접고, 지상에 있는 우리를 향해 쏘아져 오자 대응하기가 쉽지 않았다.

상황이 만만치 않은 것을 보고, 발레아도 도와주기 위해 영역을 펼치려 했다.

하지만, 나는 손을 내저어 그녀가 끼어드는 것을 막았다.

발레아가 도와주면 더 쉽게 끝나겠지만, 지금은 도움을 받을 때가 아니었다.

역시 발레아는 내 신호에 바로 지팡이를 거두고 뒤로 물러섰다.

발레아가 땅속으로 숨은 것을 확인한 나는 덤벼드는 마물들을 향해 검을 휘둘렀다.

나는 검기를 날리고, 마나로 검을 늘려 몸통 박치기를 하려는 마물의 몸을 썰어버리며, 열심히 덤벼드는 마물들을 처리했다.

그렇지만, 떨어져 내리는 마물들을 모두 처리할 수는 없었다.

쾅, 쾅, 쾅, 쾅.

작은 섬과 탑 아래쪽, 내 주변에 마물들이 계속 부딪쳐왔다.

부딪치기만 해도, 내게 충격을 주는 공격이었지만, 내 몸에 닿지 않는다면, 반대로 허점이 많은 공격이었다.

마물의 몸 주변에 펼쳐져 있는 마나 장벽이 마나가 없는 충격을 막아내 주지만, 이런 강렬한 충격은 마물의 머릿속을 엉망으로 만들기 충분했다.

마물들은 지상에 격돌한 뒤에 얼마 동안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 시간은 내가 지상에 내려온 마물들을 모두 정리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그렇게 주변에 바위가 안 보일 정도로 마물들의 시체가 쌓이게 되자, 하늘을 날고 있는 마물들은 더는 보이지 않게 되었다.

이제 위로 보이는 것은 탑밖에 없었다.

나는 죽음의 성물, 큐브를 꺼냈다.

아쉽게도 해골은 번아웃 상태라, 당장은 쓰지 못하니, 내가 시체를 일으켜야 했다.

성물이 마나를 흡수해서 온전해졌지만, 아쉽게도 내가 움직일 수 있는 마물은 열이 한계였다.

두 배나 늘었지만, 해골이 움직이던 천이 넘는 언데드 군단을 생각하면, 내가 죽음의 성물을 다루는 실력은 그리 좋지 않은 듯했다.

그렇다고, 죽음의 성물을 잘 다루고 싶지도 않았지만.

나는 성물로 마물 시체 중에 그나마 온전해 보이는 마물 열 마리를 일으켰다.

크르릉.

숨이 옆으로 새는 소리, 가래가 끓는 소리와 함께 마물들이 기지개를 켜고, 날개를 활짝 폈다.

숫자는 적었지만, 내가 직접 일으킨 마물들이라 직접 명령을 내릴 수 있었다.

나는 언데드가 된 마물 중에 제일 온전해 보이는 마물에 올라탔다.

가슴에 구멍이 난 마물이었다.

살아 있을 때처럼 습관적으로 숨을 내쉴 때마다 가슴에서 김빠진 소리가 났지만, 그것을 제외하면 전부 멀쩡해 보였다.

그리고, 나는 모습을 드러낸 발레아에게 잠시 기다려달라고 했다.

“잠시 기다려요. 위에서 부를게요.”

소환이 가능해졌는데, 정면에서 위험을 같이 감당할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하늘은 발레아의 능력을 쓰기가 어려운 곳이었고.

내 말에 발레아는 고개를 끄덕였고.

나는 언데드가 된 마물들을 하늘로 날아오르게 했다.

그르르르르릉.

언데드 마물들이 기괴한 괴성을 내뱉으며 날개를 펄럭였고, 바로 하늘로 치솟았다.

내 장비와 몸까지 합쳐진 무게를 싣고도 언데드 마물은 쉽게 하늘로 날아올랐다.

전생의 동물학자나 물리학자가 보았다면 물리 법칙과 맞지 않는다고 말했겠지만, 어차피 이곳은 마나만 있다면 기적 같은 일이 수시로 벌어지는 곳이었다.

나를 태운 언데드 마물과 그 뒤를 따르는 여덟 마리 언데드가 계속 하늘로 치솟아 올랐다.

그렇게 위로 솟아오르니, 금방 탑의 옥상이 보이는 곳까지 올라오게 되었다.

예상대로 탑의 꼭대기, 옥상에는 마물들이 있었다. 학교 운동장같이 넓은 옥상에 마물들이 서 있었다.

원래 있었던 날개 달린 마물들은 모두 지상에 처박혀 버려, 탑의 옥상은 많이 비어 보이긴 했지만, 그래도 아직 마물들이 남아 있었다.

돌덩어리처럼 단단해 보이는 마물들과 손에 칼날이 달린 곤충을 닮은 마물들. 그리고 거대한 지렁이처럼 보이는 마물들까지.

모두, 옥상 중앙에 서 있는 로브를 둘러쓴 인간을 호위하는 듯한 모습이었다.

아니, 마물에게 호위를 받는 중인 자는 뒤집어쓴 로브 때문에 인간처럼 보였지만, 인간이 아니었다.

로브 밖으로 나온 손은 말라버린 고목 나무처럼 보였고, 로브를 걸친 그의 허리는 엄청나게 굽어 있었다.

얼핏 보면, 로브를 걸친 허리가 굽은 노인처럼 보였지만, 나는 저 마물을 알고 있었다.

저번 삶에서 마왕과 싸울 때 마지막으로 본 마물이었고, 내가 이곳에 찾아온 이유였다.

저 마물은 다른 마물을 지휘하는 마물 왕이었다.

나는 타고 있는 마물을 조종해, 옥상에 내려서려 했다.

하지만, 옥상에 접근하기도 전에 먼저 옥상에 있는 마물들이 움직였다.

옥상 주변에 늘어져 있던 지렁이를 닮은 마물들이 입을 벌리고, 주변에 이상한 가스를 뿜어낸 것이었다.

회색빛 연기가 엄청난 속도로 퍼져나갔다.

연기는 내 쪽으로만 퍼지는 게 아니라, 운동장만 한 옥상 전체에 가득 퍼져나갔다.

다른 마물들도, 로브를 쓴 마물까지 그 연기에 파묻혔다.

이 회색 연기는 가스인지, 분진인지, 아니면 수증기인지 알 수가 없었다.

어쨌거나, 뭔가 좋지 않은 것이 분명했다.

나는 바로 언데드들을 조종해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내가 피하는 것보다, 연기가 몰려오는 게 더 빨랐다.

나는 숨을 멈추고, 마나를 활성화한 뒤에 닥쳐오는 연기를 맞이했다.

슈아아아악.

그리고, 나와 내가 타고 있는 언데드 마물들은 연기에 덮여버렸다.

그런데 이상했다.

독같이 따끔거리지도, 산성이나 알카리성이 느껴지지도 않았다.

마나에 걸리는 것도 없고, 살짝 숨을 내쉬어보았지만, 그것도 문제없었다.

설마, 그냥 시야를 가리는 연막탄이었나?

허장성세에 당한 거고?

나는 목표가 달아날까 봐, 급하게 탑으로 언데드 마물을 움직였다.

하지만, 언데드는 내 말을 듣지 않았다.

케에엑.

내 명령을 듣는 대신 언데드들은 비명을 질렀다.

살점이 떨어져 나가고, 피부가 일그러졌다. 그리고, 온몸이 순식간에 썩어 갔다.

그 모습은 시체의 부패가 한순간에 일어나는 것 같았다.

‘설마, 사체를 빠르게 썩게 하는 연기인가?’

언데드 마물들이 순식간에 썩어 가는 것을 보니, 이 연기의 정체를 알 수 있었다.

이건, 가스나 분진, 수증기 같은 것이 아니었다.

엄청난 수의 부패균이었다.

이 연기는 저 지렁이 마물들의 몸속에 지니고 있던 부패균들이었다.

전생이라면 이렇게 순식간에 썩어 가는 것이 말이 안 되겠지만, 이것도 마나를 이용한 저 지렁이 마물의 능력일 터였다.

마나를 지닌 살아 있는 마물들이나 나에게는 피해를 주지 못하겠지만, 내가 데리고 있는 언데드 마물들에게는 치명적이었다.

나는 피막이 녹아내려, 추락하기 시작한 마물들을 보며 로브를 뒤집어쓴 마물 왕에게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언데드들과 마물 군단이 싸운 지 얼마 지나지 않았다.

그런데 벌써, 저 마물 왕은 내가 데려온 언데드가 뭔지 알아내고, 그 대응책을 준비했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마물 왕은 자신을 습격할 거로 생각하고, 함정을 만들었던 것이었다.

이 날개 달린 마물들도 괜히 우리를 공격한 것이 아니었다.

이것도 분명 함정으로 끌어들이기 위한 노림수였다.

나는 피막이 다 사라져, 아래로 추락하는 언데드들과 함께 아래로 추락하며 부패균 연기에 쌓인 탑의 옥상을 바라보았다.

정말 대단한 작전이었다.

내가 다른 능력이 없었다면, 이대로 지상에 처박혀 목숨을 잃었을 터였다.

연기는 곧 사라졌다.

연기가 사라진 하늘에는 더는 하늘을 나는 언데드는 보이지 않았다.

계획대로 성공했지만, 마물 왕은 계속 지시를 내렸다.

호위하던 마물 중에 눈이 좋은 마물에게 지상을 확인하게 하고, 널리 자신의 의지를 퍼트려 수하들을 이 섬으로 오게 했다.

마물 왕은 인간들이 처음 섬에 모습을 드러낼 때부터, 그들을 지켜보았었다.

섬 바위틈에 숨어 있던 작은 수하들이 그의 눈이 되어 준 것이었다.

공격 능력이 거의 없고 마나도 느끼기 힘들 정도로 작은 수하라, 수하라고 부르기도 어려운 이들이었지만, 그래도 그의 눈이 되기는 충분했다.

그 수하들의 눈으로 지켜보면서, 인간들을 유인했고, 인간들은 언제나처럼 그의 계획대로 움직여 주었다.

수하들을 보내 죽게 하고, 죽은 이를 일으키는 인간의 능력을 확인한 뒤에 접근한 인간에게 준비했던 공격을 했다.

결과도 예상대로였다.

죽은 수하들은 다시 죽음으로 돌아갔고, 인간도 지상으로 추락했다.

이제 시체만 확인하면 되는 것인데, 아쉽게도 바로 확인할 수가 없었다.

바위틈에 있던 수하들이 추락한 수하들에게 깔려 모두 죽어버렸기 때문이었다.

역시, 싸움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것들이었다.

그래도 아직은 예상 안이었다.

지상으로 추락한 인간이 죽지 않았어도 상관없었다.

이제 상대가 어디 있는지 알았으니, 당장 자신이 통솔 중인 군대를 이 섬으로 모이게 하면 될 터였다.

호수가 가로막고 있지만, 호수를 넘을 방법은 예전에 준비해 놓았었다.

단지, 그동안은 주인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않기 위해서였을 뿐이었다.

하지만, 이제 곧 주인이 다시 나오실 터.

작은 틈이라도 그냥 놔둘 수 없었다.

그의 지시를 받은 수하들이 호수로 몰려오는 것을 느끼고, 지상을 살피는 수하의 눈으로 추락한 시체들을 확인했다.

다른 시체들과 섞여 있었지만, 부패한 시체들은 충분히 구별되었다.

인간은 보이지 않았다.

시체들에 깔린 것인지, 아니면 살아서 숨어 있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물 왕은 숨어 있는 인간을 찾기 위해 추락한 아홉 마리의 시체 주변을 유심히 살폈다.

그리고, 마물 왕은 계산이 잘못되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다시 움직인 수하는 아홉이 아니었다.

열 마리였다.

하지만, 인간과 함께 이곳까지 날아온 시체는 분명 아홉이었다.

하나는 어디?

마물 왕은 떠오르는 생각에 고개를 치켜들었다.

머리 위.

마물 하나가 빠르게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보지 못했던 마지막 수하의 시체였다.

그리고, 그 시체 위에는 인간이 타고 있었다.

하지만, 인간은 분명 지상에 추락했을 텐데?

설마, 저 인간은 죽은 이를 되살리는 능력과 함께 공간 이동 능력도 가지고 있는 걸까?

마물 왕은 다시 수하에게 연기를 뿜어내라고 했지만, 이번에는 소용없었다.

어차피 시체가 녹아내리더라도, 인간이 이 옥상에 내려서는 것은 막을 수 없었다.

쿵.

결국, 시체는 지상에 추락했고, 연기 사이로 인간은 지상에 내려섰다.

인간이 그를 보고, 미소를 지었다.

“반가워. 마지막 파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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