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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60화 (460/563)

제460화

제10편 마물 기사와 죽음의 사도 (2)

내 가슴에서 큐브가 빠져나가고, 그 큐브가 해골의 손에 들어가는 것을 내가 그냥 지켜볼 리가 없었다.

나는 바로 막으려 했지만, 먼저 내 행동을 막아서는 존재가 있었다.

그것은 바로 방금 내가 머리를 잘라버린 마물 기사였다.

쿵.

마물 기사는 잘려 나간 머리를 한 손에 쥐고, 다른 손으로 대도를 들고 일어서서, 내 앞을 가로막았다.

잘려 나간 머리 쪽의 고름도 꿈틀거리는 것을 보니, 머리 쪽도 다시 움직이는 모양이었다.

생각해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저 해골은 죽은 자를 되살리는 악신의 사제였다.

그런 그가 방금 죽은 마물 기사를 되살리지 않을 리가 없었다.

마물 기사가 내 앞을 막자, 해골이 큐브를 허공에 띄운 채로 내게 이죽거렸다.

[사실 이 괴물은 내가 마나를 다 뽑아 죽인 뒤, 온전한 몸으로 내 병사가 되게 할 생각이었었어.]

머리를 쓰는 타입이라서 그런지, 해골은 뭔가 계획이 많았던 모양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시간이 흘러가 버리고, 내가 죽어버릴 줄은 생각도 못 했단 말이지. 거기다, 수백 년 만에 나타난 인간은 내가 수백 년 동안 붙들어 두었던 괴물의 머리를 금방 잘라버렸고.]

해골은 잘려 나간 마물 기사의 목을 보며 턱을 달그락거렸다.

나름 혀를 차고 있는 듯했다.

해골은 내가 함부로 다가오지 못하는 것을 보고 말을 이었다.

[네가 성물을 가져오지 않았다면 좌절해서 자살했을 거야.]

해골이 자살이라니.

어처구니없는 말이었지만, 해골은 자신의 말이 재미있었는지, 머리를 까닥거렸다.

확실히, 저 해골은 기억에서 보았던 악신의 사제와 많이 달랐다.

언데드가 되면서 머리가 망가진 듯했다.

아니, 두뇌도 다 썩었을 테니, 망가진 게 당연한 건가.

[머리가 잘리긴 했지만, 그래도 이 정도면 내가 성물을 확인할 시간을 버는 데는 충분할 거야. 이미 죽었으니, 이번에는 그 검으로 잘라도 쉽게 죽지 않을 거야.]

확실히, 다시 일어난 언데드 기사는 인간의 흉내를 내지 않고 있었다.

갑옷 사이로 흘러나오던 고름은 이제 갑옷 전체를 덮어가고 있었고, 잘려 나간 투구도 고름으로 팔과 이어져 커다란 고름 주먹처럼 변하고 있었다.

도를 들고 있었지만, 검술 자세를 취하고 있지도 않았고, 이제는 완전히 마물로 보일 뿐이었다.

언데드 마물이라.

확실히 이 대검으로는 효과가 없을 터였다.

전에 해골 무더기와 싸울 때도 경험해 봤던 일이었다.

그래서 그때도 다른 무기를 썼었다.

나는 대검을 등에 걸치고, 다시 가슴에서 다른 검을 꺼냈다.

그 검은 왕궁을 떠날 때, 여왕이 빌려준 검, '기사의 검'이었다.

그리고, 나는 기사의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우우우웅.

옅게 빛나는 검.

[설마……. 기사의 검이냐!]

처음에는 알아보지 못했지만, 검이 빛을 뿌리니, 해골도 알아보았다.

[어떻게 성물을 품고도 제정신을 유지하는지 궁금했는데, 기사의 검 때문이었냐! 당장 막아!]

해골의 마지막 말은 내게 한 것이 아니었다.

해골의 말과 함께 마물 기사가 괴성을 질렀다.

크아아아앙!

이제는 거대한 고름 주먹처럼 보이는 머리에서 들려오는 괴성은 넓은 홀에 울려 닭살이 돋게 했다.

괴성과 함께 고름 마물이 내게 달려들었다.

마물 기사는 이제 본능으로 움직이는 마물이 되었다.

그래서인지, 고름이 반쯤 덮인 도는 검은 마나가 무섭도록 넘실거렸다.

도에 담긴 마나는 정말 무시무시한 기세를 풍기고 있었다. 딱 봐도 웬만한 마물 왕 이상의 마나였다.

쿵.

마물은 단 한걸음에 내 앞까지 왔고, 이어 검은 마나가 가득 담긴 도를 힘차게 내려쳤다.

콰아아앙!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소리가 들리고, 바닥의 청석이 터져나갔다.

충격파가 사방으로 퍼져나가, 떨어져 있는 해골이 밀려 나갈 정도였다.

폭탄이 터진 것 같은 정도가 아니라, 그 이상이었다.

인간의 제약을 벗어난다는 게 얼마나 위험한 것인지, 알 수 있을 정도였다.

나도 상처를 입지 않을 수 없었다.

충격파에 피부가 찢겨나가고, 청석 파편을 뒤집어썼다.

내장도 울렁거리는 것이, 육체를 강화하지 않았다면, 충격파에 내장이 다 터져나갔을 터였다.

사실, 내가 좀 더 멀리 피했다면, 이런 상처를 입지 않았을 것이었다.

이제 막 언데드가 된 마물이었다.

검술을 잃은 채로 본능에 의해 움직이는 첫 공격이었고.

파괴력은 굉장했지만, 동작은 크고 허점이 가득했다.

이런 기회는 놓칠 수 없었다.

나는 도를 피하는 대신, 마물의 몸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생각보다 더 파괴력이 커서 여파만으로도 큰 상처를 입게 되었지만, 그래도 파고 들은 보람이 있었다.

서걱.

기사의 검으로 도를 들지 않은 반대편 팔을 잘라낸 것이다.

대검으로 잘라냈다면, 잘라낸 부분의 고름들이 다시 달라붙었겠지만, 내가 휘두른 것은 각성한 기사의 검이었다.

검으로 잘려 나간 고름의 단면은 그 순간 하얗게 말라버렸다.

텅.

거대한 고름 주먹. 고름에 감싸인 투구가 바닥에 떨어졌다.

덜컹.

그 순간, 검게 타오르던 도에서 검은 마나가 전부 사라졌다.

역시, 이 마물의 마나는 저 투구에서 시작되는 것이었다.

아니, 투구 안에 있는 머리, 그 머리에 박혀 있던 파편에서 시작된 것이었다.

나는 마물이 잘려 나간 머리를 다시 집어 드는 것을 보고 바로 눈치챘었다.

전생에 보던 공포 영화도 아니고, 그것 말고는 마물이 잘려 나간 머리를 다시 집어 들 다른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갑작스럽게 마나가 끊어져서인지, 마물은 뚝 하니 움직임을 멈추었다.

그 틈을 타서 나는 다시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도 잘려 나간 머리 쪽이었다.

퍼억!

검에 투구가 반으로 잘려 나갔고, 나는 잘려 나간 머릿속에서 검의 파편을 확인할 수 있었다.

나는 그 파편을 검으로 후벼 파서 뒤로 날려버렸다.

꿈틀거리던 머리 쪽 고름은 바로 움직임을 멈추었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 몸쪽은 나를 공격하는 대신, 뒤로 날아간 파편 쪽으로 움직이려 했다.

나는 나를 지나치려는 마물 기사의 몸을 검으로 베어 냈다.

서걱.

남은 팔이 잘리고, 다리가 잘렸다.

뒤로 넘어지는 마물 기사의 가슴에 검을 박아넣었다.

기사의 검은 고름을 뚫고, 갑옷을 뚫고, 심장에 박혔다.

나는 검에 마나를 밀어 넣었다.

마나를 밀어 넣자, 마물 기사의 몸이 하얗게 변해갔다.

몸을 감싼 고름이 전부 하얗게 말라간 것이다.

쿵.

결국, 움직임을 멈춘 몸뚱어리가 바닥을 굴렀다.

나는 검을 뽑은 뒤, 몸을 돌려 해골을 바라보았다.

아쉽게도 해골은 뭔가 준비를 끝낸 모양이었다.

조금 전과 달리, 해골의 몸 주위에는 공중에 떠 있는 큐브를 중심으로 어두운 반투명한 막이 펼쳐져 있었다.

단단해 보이지는 않지만, 그 안으로 들어가기에는 뭔가 꺼림직하고, 무섭게 느껴지는 막이었다.

[정말, 아슬아슬했어. 잘못했다가는 나까지 당할 뻔했어.]

내 감각이 틀린 게 아니었다.

해골의 음성에는 안심했다는 느낌이 가득 담겨 있었다.

해골은 여유롭게 말을 이었다.

[설마, 기사의 검이 죽은 자를 흙으로 되돌리는 능력도 가지고 있었던 건가…….]

그의 말대로 조금 전까지 언데드들을 전부 흙으로 돌려보내던 검은 지금 열심히 내 몸을 치료하고 있었다.

[그 정도 성능이면, 복제품은 아닐 테고. 그 검을 가지고 있다는 건, 네가 카를로스의 후계자인가?]

나는 그의 말에 대답하지 않았다.

내 입은 그의 말에 대답하는 대신, 다른 일을 하고 있었다.

[취급이 이렇게 다르다니……. 난 후예도 남기지 못한 채로, 협박으로 죽을 자리에 보내더니, 실험체 놈들은 수백 년간 잘 이어오게 했단 건가.]

웃기는 소리였다.

누가 되었건, 고대 제국의 삼 분의 일을 날려버린 악신의 후예를 남겨놓을 리가 없었다.

더구나, 따지고 보면, 다른 종교도 멀쩡하게 이어져 온 종교는 하나도 없었다.

바로 반박이 가능한 말들이었지만, 나는 반박 대신 표정을 굳힐 수밖에 없었다.

내 비장의 한 수가 막혀버렸기 때문이었다.

“소환 발레아.”

발레아를 불러도.

“전송 황실 금고.”

영지에 있는 황실 금고를 떠올리며 말해보아도 달라지는 게 없었다.

해골도 내 상황을 알아차린 것 같았다.

[뭔가 잘 안되나 보지? 그럴 수밖에! 넌 안 보이겠지만, 이 주변에는 내가 수백 년간 만들어 낸 신의 마나가 가득 차 있어! 이곳이 바로 죽음의 신의 영역이란 말이지. 몸 밖을 벗어나는 마나는 이 영역 안에서는 아무런 힘을 발휘하지 못한단 말이지.]

해골의 말에 나는 슬쩍 마나를 밖으로 뿌려보았다.

해골의 말대로였다.

‘마나 방출’로 허공에 날린 마나는 몸을 떠나자 스파크를 만들며 소멸했다.

정말 몸 밖으로 마나를 내보내는 능력은 전부 막혀버린 모양이었다.

나는 눈살을 찌푸렸다.

설마, 마왕도 만나지 않았는데, 죽어야 하나?

하지만, 아직 진 것은 아니었다.

그리고, 다른 방법도 아직 남아 있었다.

삼십육계 줄행랑.

이곳이 악신의 영역이라면, 최악의 상황에도 도망치면 그만이었다.

내가 퇴로를 확인하는 동안, 해골은 계속 말을 이었다.

[젠장, 너도, 저 괴물도 기사가 아니었으면 금방 죽여서 내 수하로 삼을 수 있었을 텐데…….]

해골은 다시 턱을 딸깍거렸다.

자신이 죽은 게 계속 아쉬운 모양이었다.

상황을 지켜보던 나는 결정을 내렸다.

도망치기로.

해골을 감싸고 있는 저 반투명한 반구 안으로 들어가는 것은 너무 꺼림직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다시 싸우게 되더라도, 이 영역 밖에서 싸워야 했다.

적어도 발레아라도 부를 수 있다면 상황을 충분히 반전시킬 수 있었다.

그렇게 생각하고 몸을 움직이려는 순간.

해골이 말했다.

[안됐지만,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해. 이성을 잃은 저 괴물도 내게 붙잡혔는데, 인간인 네가 벗어날 수 있다고?]

해골의 말과 함께 그를 감쌌던 반구가 확 퍼져나갔다.

엄청난 속도였다.

해골의 말대로 피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반구는 순식간에 내 몸을 덮어버렸고, 나는 그 순간 몸이 딱딱하게 굳어지는 것이 느껴졌다.

나는 혀를 찰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당해버리다니.

그나마 다행이라면 지금 손에 기사의 검을 쥐고 있다는 점이었다.

전에 저 성물에게 당했을 때도, 이 검의 도움으로 빠져나올 수 있었다.

지금도, 다른 감각이 느껴지지 않았지만, 아직도 검에서 흘러나오는 따뜻한 느낌은 남아 있었다.

이번에도 검의 도움을 받으면 충분히 빠져나올 수 있을 터였다.

그렇게 다짐을 하는데, 다시 해골의 말이 들려왔다.

[기사의 검을 가지고 있는 것은 예상외였지만, 검의 정신 방어는 신의 성물로 지워버리면 될 터. 전에는 검의 도움으로 버텨냈겠지만, 이번에는 내 지옥에서 얼마나 버틸 수 있을까?]

그 말과 함께 시야도 어두워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나는 어두운 세상에서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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