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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59화 (459/563)

제459화

제9편 마물 기사와 죽음의 사도 (1)

내 쪽을 보던 해골의 턱이 달그락거렸다.

무언가 말하려 하는 것 같지만, 해골이 말을 할 수는 없었다.

고개를 갸웃거리던 해골이 손가락으로 나를 가리켰다.

그러자, 머릿속으로 음성이 들려왔다.

[이상하군. 왜 말이 안 나오지? 몸도 내 몸 같지 않고……. 아무튼 이건 들리나?]

전에 들어본 적이 있던 음성이었다. 기억 속에서 들어봤던 음성.

내 예상대로 저 움직이는 해골은 악신의 신관이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어떻게 된 일인지 이야기는 들어봐야 했다.

[설마, 죽음의 신도? 하지만, 이제 죽음의 신의 신도는 나 외에는 남은 사람이 없을 텐데?]

해골은 나에게 제일 먼저 죽음의 신 신도가 아니냐고 물었다.

그의 말에 솔직히 깜짝 놀랐다.

어떻게 알았지?

신도는 아니지만, 관련이 없는 것도 아니었다.

[네가 죽음의 신과 관련이 있지 않으면, 이 죽음의 신 영역에서 멀쩡히 돌아다닐 수도, 나를 깨울 수도 없겠지.]

주변을 감싼 이 꺼림직한 마나가 죽음의 신 영역을 나타내는 거였나?

그런데, 깨어났다는 게 무슨 소리인지.

설마 여태 잠들어 있었던 걸까?

“깨어났다는 게 무슨 소리지?”

내 말에 해골이 아직도 한쪽 무릎을 꿇고 있는 거대한 괴물 기사를 가리켰다.

[이 괴물도 아직 멀쩡한 것을 보니, 시간도 그리 많이 지나가지 않았을 테고, 인간인 네가 파괴된 황도에 들어온 것을 보니, 아직 마왕에게 인간이 멸망하지도 않은 것 같고.]

해골의 말이 이상했다.

해골은 지금 잠깐 자고 일어난 것처럼 말하고 있었다.

마치, 지금이 대전쟁 때인 것처럼.

[얼마나 시간이 지났지? 내가 잠든 지? 아니, 마왕이 등장한 지 몇 개월이 지났지?]

이어진 물음은 더 황당했다.

개월? 그 시간이 몇 개월로 계산이 되는 거였나?

더구나, 나는 정확한 연수도 몰랐다.

조직에는 아는 사람이 있으려나?

“기록이 사라져서 개월 수는커녕 정확한 연수도 모른다. 몇백 년이 지났다는 것밖에.”

[수백 년? 말도 안 돼! 잠깐! 설마, 내 몸 상태가 이상한 것도?]

황당해하던 해골은 급하게 자신의 몸을 살펴보았다.

옷이 걸쳐 있었지만, 당연히 해골의 몸도 뼈다귀만 남아 있었다.

표정도, 피부도 없었지만, 해골이 뼈만 남은 자신의 몸을 보며 황당해하는 게 내 눈에 보일 정도였다.

[하. 하. 하. 내가 이 괴물을 멈춘 사이에 죽어버린 건가? 신의 권능으로 언데드가 되어버린 거고?]

듣는 나도 어이가 없었다.

설마 저 해골은 자신이 살아 있다고 생각하고 있었던가?

지금이 마왕이 쳐들어온 대전쟁 때라고 알고 있었고?

[하, 하지만, 말이 안 돼! 이 마물놈이 아직 살아 있잖아. 그렇다면 내가 이 괴물 놈에게서 수백 년간 마나를 뽑아냈다는 소리인데, 이 괴물 놈은 마왕에게 오염된 기사일 뿐이야! 이놈의 마나가 그렇게 무한할 리가 없어!]

“잠깐만. 저 마물과 설마 지금까지 싸우고 있었던 거라고?”

[마왕이 직접 오염시켜 마물의 왕이라고까지 불리는 괴물이다. 내가 죽음의 신 사제라 해도 일대일로는 이 괴물을 막을 수는 없지. 영역을 펼쳐, 오염된 정신을 흔들어 재운 뒤, 계속 마나를 뽑아낸 것인데……. 정말, 수백 년이 지난 건가?]

해골의 물음에 나는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하. 하. 하. 어이가 없군. 신의 권능 때문에 언데드가 될 줄은 알고 있었지만, 내가 모르는 사이에 이렇게 시간이 지날 줄이야…….]

악신의 사제가 되면 죽어도 이성을 가진 해골, 판타지 소설에 나오는 리치 같은 게 되는 건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무릎을 꿇고 있는 마물 기사를 앞에 둔 채로, 해골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와 동시에 마물 기사가 조금씩 꿈틀거리기 시작했다.

해골은 천천히 뒤로 물러서며 내게 말했다.

[어쨌거나, 딱 봐도 실력이 괜찮아 보이는 기사인 것 같으니, 조금 시간을 벌어주었으면 좋겠군. 내가 깨어났으니, 저 괴물 기사도 이제 깨어날 거야.]

그의 말에 나는 잠깐 고민했다.

마왕이 있지 않으니, 이대로 물러서야 하는 게 좋을지, 아니면 해골의 말을 믿지 말고, 해골 먼저 처리하는 게 맞는 것인지.

마왕이 없으니 처음 계획대로 물러서는 게 맞긴 한 것 같았지만, 딱 봐도 그냥 떠나기는 어려워 보였다.

정신을 차리고 있는 저 고름투성이 마물 기사만 봐도, 웬만한 마물 왕만큼 강해 보였고, 저 악신의 사제라는 해골도 그냥 놔두면 안 될 언데드였다.

차라리 이곳에 오지 않았다면 아무 문제도 없었을 텐데.

이렇게 둘 다 깨워버렸으니, 일을 마무리를 지어야 했다.

그렇다면, 말이 안 통하는 마물을 먼저 처리해야 했다.

나는 신검을 집어넣고, 등에 멘 대검을 꺼내 들었다.

언데드가 아니고, 상대는 갑옷을 두른 인간형 마물이었다.

신검보다 손에 익은 대검으로 싸우는 편이 좋았다.

크르르릉.

완전히 깨어나기 전에 먼저 공격하려 했지만, 마물 기사가 깨어나는 게 더 빨랐다.

마물, 아니, 거인 기사가 몸을 세우고, 나를 향해 몸을 돌렸다.

마물 기사에게서 마나가 뿜어져 나왔다.

파파팍.

몸 주변에서 시작된 스파크가 점점 주위로 퍼져나갔다.

마물의 오염된 마나가 눅눅한 주변 마나를 밀어내기 시작한 것이었다.

[조심해야 해. 진짜 수백 년간 내게 마나를 빨리고도 버텨낸 거라면, 마나가 정말 무한히 나온다는 거니까.]

나는 머릿속에 들려온 참견을 듣고, 힐끗 해골이 물러선 곳을 쳐다보았다.

해골은 건물 구석에 앉아 손을 모으고 있었다.

그의 주변으로 마나가 일렁이는 것을 보니, 그의 말대로 내가 시간을 벌어주는 동안, 뭔가 준비하는 듯했다.

다행히, 도망치지는 않을 듯했다.

나는 다시 내 앞에 있는 적을 바라보았다.

이제, 스파크는 더 이상 보이지 않았다.

마물은 밖으로 뿜어냈던 마나를 다시 몸 안으로 갈무리한 것이다.

마물 기사는 신기하게도 수백 년간 자신을 잠재웠던 해골이 아니라, 나를 더욱 경계했다.

마물 기사는 등에 메고 있던 거대한 도를 손에 쥐었다.

왕실 기사단장이 쓰던 검보다 더 큰 도였다.

신기하게도 수백 년 동안 방치된 도는 새것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저 도도 유물이 분명했다.

녹 대신 고름이 가득 묻어있는 마물 기사의 갑옷도 유물일 테고.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쿵.

바닥을 울리는 소리와 함께 시야에서 마물 기사의 모습이 사라졌다.

그리고, 나는 마물 기사의 모습을 놓치는 순간, 뒤로 몸을 날렸다.

쾅!

다음 순간, 내가 있던 곳으로 마물 기사가 내려꽂혔다.

그의 도는 수백 년간 버텨왔던 단단한 바닥을 박살 냈고, 그 여파가 뒤로 피해낸 내 몸을 떨리게 했다.

사실, 방금 공격은 단순한 점프 공격일 뿐이었다.

땅을 박찬 뒤에 위에서 도를 내려찍은 공격.

평범한 공격이었지만, 저 속도와 힘은 절대 평범하지 않았다.

저 거대한 덩치가 내 눈으로도 못 따라갈 공격을 한 것이다.

공격은 거기서 끝이 아니었다.

뒤로 물러선 나를 따라오며 마물 기사는 계속 도를 휘둘렀다.

붕. 붕. 부붕.

닿지 않아도, 바닥 석판이 갈라지고, 공기가 울었다.

근처만 지나가도 피가 튈 정도였다.

나는 정신없이 도를 피해 다녔다.

땅을 구르고, 신나게 몸을 던져댔다.

도에 붙어 있는 고름들이 내 몸에 가득 튀었고, 도를 피하느라 수백 년간 쌓여왔을 흙먼지를 몸에 가득 묻히게 되었다.

마물 기사의 검을 피하며, 나는 의심이 들었다.

이 기사가 마물이 맞는 걸까?

기사는 제대로 된 검술로 도를 휘두르고 있었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름답고, 완성도가 높은 검술이었다.

기사의 검술은 본능에 가까운 방식으로 검을 휘두르는 마물들과 전혀 달랐다.

하지만, 그런 의문은 도에서 뿜어져 나오는 마나 때문에 바로 없어졌다.

그의 도와 검을 맞대니, 그의 마나를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이건 인간의 마나가 아니었다.

그리고, 인간이 가질 만한 마나가 아니었다.

기억 속의 마왕만큼은 아니었지만, 다른 마물 왕만큼, 아니 그 이상의 마나가 도에서 뿜어져 나왔다.

나는 검을 맞댄 다음 순간, 뒤로 튕겨 나갔다.

가진 마나를 가득 끌어올리고, 육체를 강화하고, 바닥에 마나를 불어넣어 몸을 고정했지만, 소용없었다.

힘과 마나양에서 완전히 밀려버리니, 튕겨 나갈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런 경험이 처음은 아니었다.

나는 사람과 싸운 이상으로 마물, 마물 왕과 싸워왔었다.

상대는 인간의 검술을 지닌, 꽤 큰 키의 인간형 마물 왕일 뿐이었다.

대단한 마나를 가지고 있고, 해골의 말에 따르면 수백 년간 마나가 계속 솟구치는 모양이었지만, 마물 왕 중에 하나라는 것은 다르지 않았다.

만만치 않은 상대였지만, 상대를 알게 되었으니, 싸울 수 있었다.

나는 포탄이 쏘아지듯 벽을 향해 튕겨 나갔지만, 허공에서 몸을 회전해, 벽에 몸을 멈춰 세운 뒤, 다시 마물 왕을 향해 몸을 쏘아냈다.

나보다 강한 마나를 가진 상대와는 많이 싸워보았었다. 그리고, 나보다 육체적 능력이 강한 상대와도 많이 싸웠었다.

나보다 강한 상대에게 정면으로 붙을 이유가 없었다.

강한 힘은 흘리면 그만이었다. 강한 마나는 되돌려주면 될 뿐이었다.

나는 쏘아져 들어오는 도에 검을 가져다 댔다.

끼이이익!

날이 갈리는 소리와 함께 검이 도를 타고, 안으로 밀고 들어갔다.

카아앙!

기사의 갑옷에 불꽃이 튀고, 나는 훌쩍 뒤로 물러섰다.

역시, 저 갑옷도 유물이었다.

이 유물 검으로도 한 번에 베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마물 기사의 커다란 흉갑에는 푹 패인 선이 새로 나타나 있었다.

방금 내가 베어낸 자국이었다.

다행히, 저 갑옷은 이 검처럼 절대 부러지지 않는 갑옷은 아닌 듯했다.

이러면, 승산은 충분했다.

내 앞에 있는 마물은 저 대단한 마나를 가지고도 인간처럼 싸우고 있었다.

그런 인간을 상대하는 것은 정말 잘할 자신이 있었다.

나는 다시 마물 기사에게 달려들었다.

[오! 잘 싸우는데. 실험체들 아니, 용사 나부랭이들보다 잘 싸우는 것 같아! 수백 년이 지나서 능력이나 실력이 더 올라간 건가?]

도를 피하고, 검을 휘두르는 와중에 해골의 말이 머릿속을 울렸다.

설마, 싸움을 방해할 생각인 것은 아니겠지?

방해라고 한다면 너무 어설픈 방해였다.

어이없게도 해골은 그 뒤에도 계속 말을 해왔다.

[아무리 생각해도 이상하단 말이지. 처음 잠을 재울 때는 놈에게서 마나가 끊임없이 나오지는 않았는데 말이야. 길어야 1년이면 끝날 것 같아서, 놈의 정신 속으로 밀고 들어갔는데 수백 년이 지나있다니……. 하지만, 내 몸을 보면 믿지 않을 수도 없고.]

언데드가 되면서 성격이 변한 걸까?

열심히 떠드는 해골의 모습은 기억에서 보았던 그의 모습과는 상당히 달랐다.

[사실, 이놈을 1년 정도 묶어두고 있으면 싸움이 끝나있을 거로 생각했어. 마왕이 이기든, 아니면 용사라고 부르는 실험체 나부랭이들이 이기든. 정말, 누가 이겼지?]

그는 싸우고 있는 내게 질문을 던지더니, 스스로 대답했다.

[뭐, 수백 년이 지났으니 상관없으려나.]

그리고, 시간이 지나며 그의 말이 점점 바뀌었다.

[정말, 잘 싸우는군. 기대 이상인데? 좀 더 버텨!]

나를 격려하는 말에서…….

[세상에, 정말 잘 싸우는군. 설마 이기는 것은 아니겠지?]

놀람이 담긴 음성까지.

그리고, 나는 그 놀람에 답해주었다.

서걱.

나는 결국, 고름이 가득 찬 투구를 마물 기사의 목에서 잘라낸 것이다.

[……정말 이겼군.]

황당해하는 음성을 들으며, 나는 잘라낸 마물 기사의 투구를 살펴보았다.

고름이 가득 찬 투구 아래쪽에 삐쭉 튀어나온 검의 파편이 보였다.

예상대로였다.

수백 년간 이어졌다는 마나 이야기를 듣고, 마왕의 검 파편이 바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다.

첫 파편은 끊임없는 육체의 회복, 두 번째 파편은 무한한 마나.

파편을 보니, 하나 정도 있을 것 같은데, 그 파편은 어떤 것일지 궁금해졌다.

다만, 지금은 파편을 꺼내 볼 때가 아니었다.

나는 마물 기사가 죽은 것을 확인한 뒤에 해골 쪽으로 몸을 돌렸다.

해골도 나를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었다.

먼저 말을 꺼낸 것은 해골 쪽이었다.

[왜 내가 지금 깨어난 것인지 알겠군. 신기한 일이야. 성물을 가지고 있는데 어떻게 멀쩡한 거지?]

해골은 말을 하며 뼈다귀만 남은 손을 내게 뻗었다.

그 순간.

가슴에 담아놓은 주머니가 스스로 열리더니, 육면체 유물, 성물을 뱉어냈다.

휘익.

그리고, 성물은 바로 해골의 손으로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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