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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48화 (448/563)

제448화

제23편 조직에서 온 손님

쓰러진 마물 왕 앞에서 투레 백작과 이야기를 끝내자, 눈앞에 메시지창이 떠올랐다.

<예상한 위험을 이겨냈습니다. 경험치가 대폭 상승했습니다.>

<새로운 ‘저장 시점’을 설정하시겠습니까?>

경험치 상승 문구는 오랜만이었다.

사실 생각해 보면, 경험치가 상승할 만했다.

처음에 마물 왕을 만났을 때는 살아서 도망치기만 해도 경험치가 올랐었다.

그 마물왕을 잡았는 데 경험치가 오르지 않을 리가 없었다.

나는 우선 ‘저장 시점’에 대한 대답을 했다.

대답은 ‘아니오’ 였다.

잘못했다가는 다시 이 마물 왕을 잡아야 할지도 모르지만, 어쩔 수 없었다.

생각지도 않게, 내 모습과 신분이 제국인들에게 알려져 버린 상황.

어떤 일이 벌어질지 모르는데 지금 시점을 저장할 수는 없었다.

대신 나는 정보창을 펼쳐보았다.

< 기사형 영웅 능력자>

< 사용 능력 >

- 육체 최적화 : 레벨 (50/?)

- 마나 회로 구축법 : 레벨 10

- 마나 감응력 : 레벨 10

- 장비 소환 : 레벨 2

- 마나 방출 : 레벨 3

< 비인가 능력 >

- 마나 유형화 : 레벨 4

- 사자 회귀 : 레벨 5

- [email protected]#[email protected]!# : 봉인 해제 중 (1/3)

<능력 부여>

- 상태 보정 : 한계 이상의 신체

오랜만에 연 만큼, 전과 많이 달라진 정보창이었다.

계속된 훈련과 실전으로 ‘육체 최적화’와 ‘마나 회로 구축법’은 크게 올라 있었다.

특히 ‘마나 회로 구축법’, 즉 심법은 배 이상 껑충 뛰어있었다.

정보창을 열어 보니, 전부 다 강해진 것을 실감할 수 있었다.

하지만, 장비 소환과 마나 방출은 한 단계씩 올랐을 뿐이었다.

다른 능력만큼 열심히 쓰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레벨이 오른 만큼 두 능력도 좀 더 다양하게 쓸 수 있게 되었다.

언제부터인가, 손 말고 다른 곳으로 소환이 가능해졌고, 검을 쓰지 않더라도 마나 방출, 즉 검기를 날릴 수 있게 되었다.

다만, 새로 얻은 능력들은 전투에 크게 쓰일 만한 능력은 아니었다.

연출용으로 쓰기에 어울리는 능력이랄까.

그건 ‘마나 유형화’도 마찬가지였다.

실력이 부족했을 때는 마나검으로 검의 길이를 늘여 상대의 간격 밖에서 공격할 수 있었지만, 지금은 그럴 필요가 없었다.

실력이 부족한 적들에게는 간격을 조절할 필요가 없었고, 간격을 조절해야 할 실력 있는 적들은 마나검에 당하지 않게 되었다.

수준이 올라가니 이제는 편법이 통하지 않게 된 것이다.

다른 능력들은 그렇게 이해하면 되는 것이지만, 문제는 남은 두 능력이었다.

먼저 ‘사자 회귀’는 경험치가 대폭 상승했다는 말대로 레벨이 올랐다.

그동안 ‘사자 회귀’는 레벨이 오를 때마다 새로운 기능이 생겼었다.

죽지 않아도, 저장 시점이 나오게 되고, 저장 시점도 강제 저장에서 선택할 수 있게 바뀌었었다.

이번에는 무슨 능력일지.

솔직히 기대되었다.

하지만, 이 ‘사자 회귀’ 능력은 이번에도 죽어봐야 알 수 있는 능력일 확률이 높았다.

기대되면서도, 죽을 걸 생각하니 절로 한숨이 나왔다.

마지막으로, 봉인 해제 중인 이상한 글자.

이번에 뜬금없이 표시된 능력이었다.

유물 단검에서 얻은 ‘마나 유형화’ 를 생각하면, 분명 조금 전 마물왕의 뇌에서 뽑아낸 ‘검 조각’에서 얻은 능력일 터였다.

제대로 된 검이 아니어서인지, 능력은 제대로 된 이름도 안 나오고, 다른 능력과 달리 봉인을 풀려면 뭔가 더 필요해 보였다.

아마, 필요한 것은 나머지 검 조각일 터.

그렇다면, 앞으로도 이 능력을 풀기는 어려워 보였다.

검의 나머지 부분이 어디 있는지 찾기도 어려웠고, 찾을 시간도 없었다.

검 조각을 찾기는커녕, 유적을 찾아다닐 시간도 없었다.

영주가 된 뒤에 영지는 다른 사람에게 맡겨 놓고 유적을 찾아다니려 했건만.

유적은커녕, 거창한 일에 휘말려 정신없이 돌아다니고 있었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정보창을 닫았다.

전과 달라지고, 여러 가지 기대가 되는 정보창이긴 했지만, 솔직히 말하자면, 이제 정보창의 숫자에는 별로 관심이 없었다.

이제, 정보창 숫자는 중요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내 능력을 수치로 표현하는 신기한 창이었지만, 그 창은 내 실력 전부를 보여 주지 못했다.

수많은 싸움으로 익혀온 경험과 기술은 정보창의 수치로 나타낼 수 없었다.

이 세상은 게임이 아니었다.

* * *

나와 발레아, 투레 백작은 병사와 기사들의 환영을 받으며 수도로 들어섰다.

상처가 크게 남은 투레 백작은 바로 신전으로 향했다.

그의 부상은 신전의 사제들도 치료할 수 없겠지만, 이 세계의 신전들은 병원도 겸하고 있으니, 요양을 위해서도 신전으로 갈 수밖에 없었다.

투레 백작과 헤어진 뒤, 발레아와 나는 왕궁으로 향했다.

왕궁으로 향하는 거리는 무척이나 소란스러웠다.

“마물 왕이 죽었어요! 기사들이 마물 왕을 쓰러뜨렸어요!”

사방에 뛰어다니며 소식을 전하는 사람들과 마물 왕이 쓰러졌다는 소리를 듣고, 피난에서 돌아오는 사람들.

쓰러진 마물 왕을 구경하러 달려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거기다, 마물 왕이 죽었다는 소리에도 걱정하는 제국인들까지.

그런 사람들로 거리는 활기차고, 또 어수선했다.

하지만, 주위를 지나가는 사람들은 내가 그 마물 왕을 쓰러뜨린 사람이라는 것을 알지 못했다.

내가 누군지 아는 사람도 없었고, 몇몇 기사들과 귀족들 외에는 내 얼굴을 아는 사람이 없었다.

거기다, 마물 왕과 싸울 때 내 얼굴을 알아본 사람은 몇 없었다.

그 당시 성벽 위에 있던 몇몇 기사와 귀족만이 마나가 담긴 눈으로 내 얼굴을 봤을 터였다.

거리를 지나 도착한 황궁은 전과 다르지 않았다.

성문을 지키는 기사들도 그대로였고, 같이 있는 병사들도 조금은 풀어진 얼굴로 주위를 살피고 있었다.

다들, 황제가 죽었다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기사들이 나를 대하는 모습은 전하고 완전히 달라졌다.

성문을 지키는 기사들도 귀족들에게 내가 마물 왕을 막으러 나갔다는 이야기를 들었던 모양이었다.

그때는 투구를 쓴 용병이긴 했지만, 지금도 갑옷은 같으니, 마물 왕을 쓰러뜨린 것이 나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발레아와 내가 황궁을 들어가는 것을 막는 기사는 없었다.

대신 그들은 내가 지나가자, 가슴에 검면을 가져다 대며 고개를 숙였다.

무척이나 정중한 인사였다.

그 모습을 보고, 발레아가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내가 인정받는 게 무척이나 즐거운 모양이었다.

그렇게 아무런 제지를 받지 않고, 황궁 안에 들어섰지만, 아쉽게도 요하네스 황자는 만나볼 수 없었다.

집무실 앞은 기사들이 문을 막아선 뒤였고, 죽은 집사장 대신 황궁을 처리하던 궁내부 관리는 내 앞에서 고개를 처박고 있었다.

“황자님께서는 몸이 안 좋으셔서 오늘 아무도 만나지 않으시겠다고 하셨습니다.”

역시, 충격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형제가 죽어서인지, 복수를 끝내서인지 모르겠지만, 오늘은 만나기가 어려울 듯했다.

저 집무실도 황제 시체를 치우고, 피를 닦아내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고.

일을 끝냈으니, 내 영지로 돌아가야 하겠지만, 아직은 돌아갈 때가 아닌 모양이었다.

그래서 우리는 황자가 만나줄 때까지 잠시 휴가를 즐기게 되었다.

휴가치고는 사람들이 찾아와서 마냥 쉬기는 어려웠지만, 사람들을 만나는 게 힘들지는 않았다.

마물 왕을 쓰러뜨리는 바람에 아무나 나를 찾아오지 못하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거기다, 찾아온 사람들도 더는 나를 깔보는 사람은 없었다.

이제 나는 이름도 모르는 용병이 아니라, 수도 앞에서 마물 왕을 쓰러뜨린 카를로스의 백작이었기 때문이었다.

손님들은 해가 지자 모두 돌아갔지만, 그 뒤에 뜻밖의 손님이 찾아왔다.

“제라르 차도프 자작입니다.”

오늘 찾아온 귀족 중에 가장 낮은 작위의 귀족이었다.

하지만, 작위는 중요하지 않았다.

“저는 조직, ‘망보는 사람들’, 고대 제국어로 ‘와처’라고 부르는 곳에서 왔습니다.”

그는 조직에서 온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투레 백작에게서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마왕에 대해 알고 싶어 하셨다고요.”

그의 말에 나는 속으로 혀를 찼다.

투레 백작에게 말할 때, 그가 조직에 말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기는 했었다.

하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을 거로 생각했는데…….

역시, 이번에도 제일 나쁜 예상이 맞아버린 모양이었다.

내 표정을 보고, 자작은 어깨를 으쓱였다.

“투레 백작님도 어쩔 수 없었을 겁니다. 대전쟁과 고대 제국, 마왕에 대해 제일 잘 알고 있는 곳은 저희 ‘조직’이니까요.”

자작의 여유로운 말을 듣고, 나는 슬쩍 마나를 끌어올렸다.

주변을 살피기 위해서였다.

잘못했다가는 마물 왕을 죽이고, 하루 만에 회귀해야 할지도 몰랐다.

“투레 백작님의 말씀을 듣고 낮 동안 샤를 백작님에 대해 열심히 알아보았습니다.”

자작은 나를 앞에 두고도 편하게 말을 이었다.

“대단한 분이시더군요. 카를로스 여왕의 총애를 받는 대단한 기사시고, 지금은 요하네스 황자를 구출한 뒤에 수도를 장악하게 하셨고요.”

그는 놀랍다는 표정으로 양손을 들었다.

“거기다, 마물 왕을 홀로 쓰러뜨릴 수 있는 무력까지.”

나는 의아한 얼굴로 그를 바라보았다.

도대체 뭘 믿고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마나를 끌어올려 보았지만, 숨어 있는 사람은 없었다.

거기다, 마나를 이용한 함정이 있는 것 같지도 않았다.

발레아가 펼쳐놓은 영역은 지금도 이 주변을 감싸고 있었다.

“황자님은 운이 좋으신 것 같습니다. 샤를 백작님께서 목숨을 구해 주셨으니까요. 그곳에 있던 집사장님과 예언가님은 마물들에게 목숨을 잃었는데 말이죠.”

이어진 말은 나를 놀리는 것인지, 다른 뜻이 있는 것인지, 도무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무슨 말을 하고 싶은 겁니까?”

결국, 내가 물어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그는, 내 물음에 뜬금없이 조직의 역사에 대해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대전쟁 후, 부활할 마왕을 막기 위해 조직이 만들어졌습니다. 마왕과 봉인지의 마물 왕, 그리고 마물들을 막기 위해서는 큰 힘이 필요했고, 조직은 새로운 제국이 그 힘을 감당해주길 바랐죠. 그래서 조직은 수백 년간 제국을 지원해 왔습니다.”

그는 담담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갔다.

“그런데, 수백 년이라는 시간은 너무 길었던 모양입니다. 어느 사이인가, 조직의 수단과 목적이 바뀌기 시작했죠. 언제부터인가 제국을 위한 조직으로 변해 간 거죠. 제국만이 마물 왕과 마왕을 막을 수 있고, 그 제국을 위해서는 다른 모든 왕국을 희생시킬 수 있다는 식으로요.”

그는 거기까지 말한 뒤, 씩 웃었다.

“그래도, 조직 안에는 아직도 원래 뜻을 이어가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근래 벌어진 수많은 실패로, 제국 편인 조직원들이 죽거나 떨어져 나가, 이제 그 사람이 슬슬 발언권이 생기기 시작했죠.”

자작은 손가락으로 자신을 가리켰다.

“그리고, 저도 그런 사람 중 하나입니다.”

자작은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저들이 제국을 위해 다른 왕국들을 먹이로 내놓을 수 있는 것처럼, 우리도 마왕을 잡을 수 있다면 제국조차 마왕에게 먹이로 던질 수 있습니다.”

말을 잇는 그의 눈은 무섭게 반짝였다.

“그리고, 우리는 조직을 부순 ‘적대자’와도 충분히 손을 잡을 수 있습니다.”

반짝이는 그의 눈에는 광기에 찬 신념이 담겨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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