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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40화 (440/563)

제440화

제15편 쿠데타 (1)

황제가 수도를 떠나고, 시간이 지났다.

시간이 지나자, 수도 차르마니아를 소란스럽게 하던 일들도 잠잠해졌다.

마물들에 대한 일도, 도시를 울리는 진동도 더 들리지 않았다.

거기다, 신기하게도 친정을 떠난 황제에 대한 나쁜 소문도 잠잠해졌다.

소문이 잠잠해진 이유 중 하나는 친정을 떠난 황제의 승전보 때문이었다.

엄청난 피해를 보긴 했지만, 황제는 결국, 마물 왕 하나를 쓰러뜨렸다는 이야기가 들려온 것이다.

황제가 죽였다는 마물 왕은 늑대를 타고 다니던 마물 왕.

마물 왕과 그를 따라다니던 마물들을 황제가 이끄는 기사단들이 쓰러뜨린 것이다.

싸우는 중에 기사와 귀족들도 큰 피해를 보게 되었지만, 어쨌거나, 오랜만의 승전보였다.

다만, 소문이 잠잠해지기 시작한 것은 승전보가 들려오기 전부터였다.

이상하게 조용해진 수도 차르마니아.

수도에 있는 사람들은 갑작스러운 조용함에 안도감 대신 긴장을 느끼고 있었다.

거사일 새벽.

그날은 도시 전체에 아침 안개가 깔려 있었다.

도시는 다른 날보다 더 조용했다.

마물들이 튀어나온 뒤로 매일같이 이어져 온 병사들의 순찰도 그날따라 보이지 않았다.

대신, 안개 사이로 황궁을 향해 움직이는 백 명이 넘는 사람들이 보였다.

판금 갑옷을 갖춰 입은 기사들과 유물로 몸을 감싼 귀족들이었다.

그들 중 일부는 황궁으로 가는 도중에 다른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들은 재상부 건물과 시청, 그리고 각종 행정부 건물로 흩어졌다.

많은 이들이 도시 곳곳으로 흩어졌지만, 아직도 많은 수가 계속 황궁으로 걸음을 옮겼다.

황궁에 다가가자, 짙은 안개 사이로, 황궁의 모습이 보였다.

압도될 듯한 거대하고 웅장한 성.

하지만, 일행을 이끌고 걸음을 옮기는 남자는 그런 황궁을 보고도 감흥이 없는 듯했다.

황궁이 보이고, 더 다가가자, 황궁의 정문도 눈에 들어왔다.

황궁의 문을 지키던 기사들과 병사들이 안개를 헤치며 다가오는 사람들을 보고, 긴장한 얼굴로 검을 빼 들었다.

“당장 멈춰라! 누구냐!”

그들은 이런 시간에 황궁에 누가 온다는 연락을 받은 적이 없었다.

거기다, 이런 이른 시간에, 안개를 뚫고 수십 명이 황궁에 찾아오다니…….

절로 의심이 들었다.

기사의 말에 다가오던 사람들이 걸음을 멈추었다.

그리고, 중앙에 있던 사람이 홀로 앞으로 걸어 나왔다.

안개가 흩어지며, 다가오는 이의 얼굴이 드러났다.

“황자님?”

“요하네스 황자?”

검을 든 두 기사들이 나타난 이의 얼굴을 보고 서로 다른 말을 뱉어냈다.

“오랜만이군.”

황자는 자신에게 존대를 한 기사에게 말을 걸었다.

황자의 말에 기사는 치켜들었던 검을 아래로 늘어뜨렸다.

“……돌아오신 겁니까?”

“그래, 돌아온 거지.”

기사는 황자를 보더니, 뒤를 따르는 사람들을 확인했다.

황자의 뒤를 따르는 이는 전부 이름난 기사들과 귀족들이었다.

기사는 검을 완전히 내리며, 황자에게 말했다.

“왜, 말을 안 해 주셨습니까?”

“어찌 되었건 황제를 지키기로 한 황실 선임 기사이지 않은가. 자네와 나를 따르던 황실 기사들을 곤란하게 하고 싶지는 않았지.”

황실 기사단이라, 비밀이 지켜지지 않을까 봐 알리지 않은 것도 있었지만, 황자는 그 부분은 말하지 않았다.

“황궁이 아니라 다른 외진 곳에 배치되었을 거로 생각했는데, 황궁 정문에 배치할 줄은 몰랐군. 자신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도 황실 선임 기사인데…….”

황자의 말에 기사 볼프는 쓰게 웃었다.

“선임 기사 자리도 박탈되었습니다. 지금은 평기사일 뿐입니다.”

기사의 말에 황자는 혀를 찼다.

“이것도 미친 형님답다고 해야 하나……. 어찌 되었건, 자네는 길만 비키면 되네.”

황자의 말에 볼프 기사 대신, 다른 기사가 크게 소리쳤다.

“멈춰라! 당신, 당신은 폐위당했다. 황궁, 아니, 차르마니아에도 들어올 수 없다!”

마나를 가득 담아 외친 소리가 웅웅거리며 주변을 울렸다.

그의 외침에도 황자는 관심을 두지 않았고, 뒤에서 기다리던 이들만 다가올 뿐이었다.

기사는 뒤에 있는 병사들에게 소리쳤다.

“뭐 하고 있어! 반란자들이다! 모두 검을 들어! 그리고, 한 사람은 빨리 안에 소식을 전해!”

기사의 말에도 병사들은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병사 몇은 창을 들어 올렸고, 다른 병사들은 주춤거리며 물러섰다.

그리고, 병사 하나가 무슨 생각인지 몸을 돌려 황궁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하지만, 달리던 병사는 몇 걸음도 걷지 못하고, 바닥에 엎어졌다.

쿵.

“으윽. 잡초가 왜?”

그는 흔하디흔한 잡초들에 발이 걸린 것이다.

바닥에 넘어진 병사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그는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이게 무슨! 풀이 살아 있어!”

잡초들이 움직여, 병사의 몸을 묶기 시작한 것이다.

병사는 공포에 질려 소리쳤지만, 그 소리는 마치 벽에 부딪힌 것처럼 허공에서 튕겨 나와 주변을 울릴 뿐이었다.

조금 전 기사의 외침같이.

병사의 외침은 금방 멈췄다.

잡초들이 그의 몸을 감싸고, 땅속으로 그를 끌어당겼기 때문이었다.

병사의 모습이 사라졌다.

병사가 사라지는 동안, 검을 쳐든 기사에게 다가가는 사람이 있었다.

투구를 쓴 가죽 갑옷 차림의 남자였다.

기사는 다가오는 남자를 보고는 주춤주춤 뒤로 물러섰다.

기사도 왜 자신의 목소리가 멀리까지 퍼져나가지 않는지 알게 된 것이다.

지금 눈앞에 있는 자가 마나를 뿌려 소리를 차단한 것이었다.

황당할 정도로 거대한 방음벽.

더구나, 기사는 방음벽을 펼친 마나를 조금도 방해할 수 없었다.

“설마, 검호?”

아니, 검호라도 이게 가능한 것인지, 기사는 알 수 없었다.

단지, 까마득한 벽이 다가오는 것이 느껴졌을 뿐.

검을 덜덜 떨며 뒤로 물러나는 중에 다른 기사의 음성이 들려왔다.

먼저 검을 치웠던 볼프 기사였다.

“여기는 제게 맡겨 주십시오. 그리고, 남은 황실 기사단은 저와 동료가 정리해 놓겠습니다.”

볼프 기사는 다른 기사의 앞을 막으며 황자에게 말했다.

얼굴은 황자를 향하고 있었지만, 그의 눈은 투구를 쓴 남자에게 향해 있었다.

투구를 쓴 남자가 황자를 바라보았다.

황자는 볼프 기사의 말에 피식 웃었다.

“앞으로의 일은 자네 생각과는 조금 다르겠지만……. 다들 같이하겠다면 받아주도록 하지.”

볼프 기사는 처음 보는 황자의 모습에 속으로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쨌거나, 황자의 허락이 떨어졌고, 투구를 쓴 남자도 몸을 돌렸다.

그가 떠나가기 전 볼프 기사에게 인사했다.

“오랜만이군요. 볼프 휘더 기사.”

“저를 아십니까?”

갑작스러운 말에 볼프 기사가 물었지만, 남자는 손을 흔들고는 다른 사람들과 함께 황궁으로 걸어갔다.

분명, 어디선가 들었던 음성이었는데……. 아무래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그때, 다른 기사가 볼프에게 말했다.

“감사합니다. 막아 주실 줄 몰랐습니다. 그럼, 빨리, 다른 기사들에게 알려야…….”

기사의 말에 볼프는 고개를 저었다. 아무래도 오해를 산 모양이었다.

“뭔가 착각을 한 것 같은데……. 내가 앞을 막은 것은 같은 황실 기사가 추태를 보이게 놔둘 수는 없어서였어.”

볼프는 검을 치켜들었다.

“너는 내가 평기사로 강등되고 바로 말을 놓았었지?”

“그건…….”

“검을 들어. 그 정도 실력이 되는지 보자고.”

기사는 하얗게 질린 얼굴로 겨우 검을 치켜들었다.

그도 잘 알고 있었다.

눈앞의 기사는 전 황실 선임 기사. 조금 전 검호를 넘어 보이는 남자만큼은 아니었지만, 그가 상대할 수 있는 기사가 아니었다.

검이 움직이고, 바로 승부가 났다.

볼프 기사는 쓰러진 기사에게서 몸을 돌려 병사들을 바라보았다.

그는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조금 전 창을 든 병사들은 무기를 버리고, 알아서 묶이도록. 다른 이들은 이 시체를 치우고, 내가 돌아올 때까지 정문을 지키도록. 황궁 문은 지금부터 폐쇄다.”

그의 지시가 떨어지자, 병사들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동시에 땅속으로 사라졌던 병사가 밖으로 튀어나왔다.

병사는 이미 숨이 끊어져 있었다.

볼프는 그 모습을 보고 혀를 차고는 황실 기사단 숙소로 걸음을 옮겼다.

한직으로 밀려난 동료를 모으고, 남겨진 황제 쪽 기사들을 정리하려면 서둘러야 했다.

‘분명, 어디서 들은 목소리인데…….’

그렇게 빠르게 걸음을 옮기는 도중에도, 조금 전 들었던 목소리가 그의 머리에 맴돌았다.

[볼프 기사는 거짓말을 하지는 않았어요.]

사람들을 따라, 미로 정원을 지나는 동안, 발레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다행이었다.

볼프 기사는 발레아도 나도 전에 봤었던 사람이었다.

사절단으로 제국을 방문했을 때 우리를 안내해 주던 2 황자 쪽 기사.

황궁 정문 앞에서 그를 만나리라고는 예상치 못했었다.

그러고 보니, 근래 생각지도 못한 사람들을 계속 보게 되는 것 같았다.

나는 일행 전체를 감싸는 방음벽을 계속 펼치며, 일행의 뒤를 따라갔다.

황자와 같이 황궁에 무혈입성한 사람들은 수도 치안 기사들과 노 재상, 그리고 여러 귀족이었다.

더 많은 사람이 있었지만, 그들은 모두 다른 건물들을 접수하기 위해 흩어졌다.

겨우 수십 명만 남게 되어 사람들이 걱정했지만, 지금은 걱정하는 사람이 없었다.

그리고, 이제는 나를 무시하는 사람도 없었다.

여기 있는 사람 중에, 이 일행을 다 감싸는 거대한 방음벽을 펼친다는 게 어떤 것인지 모르는 사람은 없었다.

이 정도 방음벽을 펼치는데 필요한 마나와 그 마나를 움직이면서 자유롭게 펼치는 것이 얼마나 기교가 필요한지.

로마이어 재상도 그것을 잘 알고 있는지, 가끔 나를 유심히 바라보았다.

미로 정원을 지나는 동안, 우리를 막아서는 사람은 없었다.

경비를 서던 병사들은 모두 발레아가 처리한 것이었다.

그렇게 여유롭게 정원을 지나, 우리는 본성 건물 앞에 서게 되었다.

황제가 없어서인지 굳게 닫힌 문.

황자가 앞으로 나서서 문을 활짝 열었다.

구구구궁.

“누구냐!”

문이 열리자, 안에서 고함이 들려왔다.

황궁을 지키고 있는 기사들이 외친 것이다.

“나는 황자 요하네스! 제국을 어지럽히는 폭군, 미친 형에게 복수하기 위해 지옥에서 돌아왔다!”

황자가 문 앞에 서서 고함을 질렀다.

그의 말에 나는 쓴웃음을 지었다.

고난은 역시 사람마다 다르게 느껴지는 모양이었다.

얼마 안 되는 시간 동안 감옥에 갇힌 것 가지고 지옥에서 돌아왔다고 하다니.

저게 바로 금수저의 고난인 것이려나.

뜬금없는 생각이 떠오르는 사이, 우리 쪽 기사들이 문 안으로 쳐들어갔다.

내가 나서기 전에, 황자가 보는 앞에서 공적을 쌓을 생각인 것처럼 보였다.

나도 황자도 그들을 막지 않았다.

“적이다!”

“2 황자가 돌아왔다!”

“안에 알려!”

“죽어!”

“막아!”

병사들과 기사들이 싸우기 시작하자, 일 층의 넓은 홀이 싸움터로 변했다.

고용인들과 시녀들이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고, 병사들 중에서도 밖으로 달아나려는 사람이 있었다.

하지만, 걱정하지 않았다.

본궁 주변은 발레아가 감시 중이었다.

제국의 황궁이라 그런지, 발레아가 건물 안에 영역을 펼치기는 무척이나 까다로웠지만, 밖으로 달아나는 사람을 잡아내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이 제국의 본궁은 이미 감옥으로 변해 있었다.

내가 확인을 하고 고개를 끄덕이자, 황자는 다시 걸음을 옮겼다.

홀을 지나, 2층의 가장 안쪽. 황제의 가족실로.

전대 황후는 본궁이 아니라 별궁에 살았었지만, 이번 황제는 가족을 사랑해서 본궁에 같이 지내고 있었다.

황자는 사방에서 들려오는 비명을 음악 삼아서 경쾌하게 걸음을 옮겼다.

2층 복도에서도 병사와 기사들이 앞을 막아섰지만, 이쪽 기사들이 나서서 그들을 물리쳤다.

몇몇 기사들은 막아서는 기사들을 뚫고, 일행, 황자 앞까지 다가오기도 했지만, 그들도 내 검을 막지는 못했다.

그렇게 복도를 지나, 황자는 제일 안쪽 방문을 활짝 열었다.

그 안에는 기사들과 기사들이 지키고 있는 여성, 그리고, 아이들이 있었다.

2 황자는 공포에 질린 이들을 보며 활짝 웃었다.

“오랜만이군요. 형수님과 조카들. 저 요하네스 삼촌이 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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