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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28화 (428/563)

제428화

제3편 죽음의 기사 (2)

죽었던 기사와 말이 몸을 일으키자, 긴장과 공포가 사방으로 퍼져나갔다.

“어, 어떻게 된 거지?”

“세뇌당한 거야?”

대부분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일어난 기사와 말을 바라보았다.

어떤 이들은 나를 공격하지 않고, 뒤를 따르는 기사와 말에 대해 그럴듯한 설명을 꺼내기도 했다.

“하지만, 심장이 뚫려 버렸는데……. 거기다 말은 머리가 없잖아!”

하지만, 그들은 눈에 보이는 것을 외면할 수 없었다.

가슴에 구멍이 뻥 뚫린 기사와 목이 잘려 나간 말이 멀쩡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설마, 시체가 움직이는 건가?”

“말, 말도 안 돼. 환, 환상일 거야.”

정답을 맞힌 이들도 있었지만, 끝까지 외면하는 이들도 있었다.

마나라는 힘을 사용해 말도 안 되는 일들을 벌이는 이 세상에서도, 죽은 자를 움직인다는 것은 그만큼 믿기 어려운 일이었다.

더구나, 과거 고대 제국 시대의 일은 대전쟁으로 태반이 사라지고, 그 뒤에는 교단이 묻어버렸으니.

지금은 오래전 해골과 죽은 자를 이끌고 다니는 악신의 무리가 있었다는 것을 아는 자가 몇 없었다.

그리고, 교단 때와는 달리, 이 자리에는 그걸 아는 자가 아무도 없는 듯했다.

제국군도, 공국군도.

성벽 위에서 내가 뛰어내리는 것을 놀란 눈으로 보던 공국군은 내가 시체를 일으키는 것을 보고, 공포에 질려버렸다.

나를 쫓아오려 했던 기사들도 놀라서 멈춰 섰다.

확실히, 본능적인 혐오는 아군이라도 어쩔 수 없었다.

예상대로였다.

그동안 남에게 숨겨왔던 게 역시, 잘한 일이었다.

이제, 공국 쪽 병사가 끼어들 염려도 없게 되었으니, 편하게 혼자 싸울 수 있을 듯했다.

그리고, 내가 뒤돌아보는 사이, 혼란스러웠던 제국군도 빠르게 안정되었다.

“정신 차려! 뭐가 되었든, 처리하면 그만이다!”

“멍하게 있는 놈은 없겠지? 우리는 차르 제국의 정예 기사들이다!”

“귀족들이 처리할 거다! 모두 걱정하지 마라!”

지휘관들의 외침에 병사도 기사도 모두 분노한 얼굴로 나를 노려보았다.

역시, 정예 기사단에, 정예병들이었다.

하지만, 나도 이제 시작이었다.

이번에는 악신의 성물을 제대로 써볼 생각이었다.

어차피 한번은 확인해 봐야 했다.

이 악신의 성물을 제대로 쓰면 어떻게 될지를.

하지만, 딱 봐도 위험한 이런 유물을 함부로 테스트할 수는 없었다.

결국, 이번 같은 지워버릴 삶에서 확인해 볼 수밖에 없었다.

“공격! 접근하지 못하게 해라!”

제일 먼저 귀족들의 능력이 쏟아져 들어왔다.

불과 얼음, 진흙으로 변하는 지형까지.

전과 달리, 그런 공격은 내게 큰 문제가 되지 않았다.

이곳에 발레아가 없긴 했지만, 내 힘으로도 전부 피할 수도 받아칠 수도 있었다.

마나를 활용한 공격은 내 ‘마나 감응력’과 감각을 피할 수 없었다.

하지만, 이곳에는 나 혼자 있는 것이 아니었다.

내가 피하는 사이, 내가 일으켰던 말과 기사가 화염에 불타버렸다.

“와! 죽었다!”

“별것 없는 능력일 뿐이다!”

그 모습에 제국군은 환호했지만, 아쉽게도, 언데드들의 죽음은 내게 별 의미가 없었다.

아니, 반대로 도움이 되었다.

언데드들이 불타는 사이, 나는 몸을 날려, 제국군 앞에 도착한 것이다.

그다음 내 행동은 저번 삶의 마지막과 그리 다르지 않았다.

검으로 적을 베고, 또 베고.

다만, 달라진 게 있다면, 악신의 성물에 영향을 줄 ‘신검’ 대신, 대검을 쓴 것이었고.

또 하나 다른 것은, 내가 죽인 자들 중 일부가 몸을 일으킨 것이었다.

처음에는 병사들이, 그리고 기사와 귀족들이 차례로 몸을 일으켰다.

환상에서 보았던 악신의 추종자가 일으켰던 대 군세는 아니었다.

그저, 그나마 온전한 몸이 남은 몇 사람만 일어났을 뿐.

처음에는 다섯, 그리고 여섯, 일곱.

숫자는 많지 않았지만, 옆에서 싸우다 죽은 이가 다시 살아나 자신에게 검을 내미는 것을 보게 되는 것은 조금 전 보았던 것과 차원이 달랐다.

“오, 신이여…….”

그 광경을 본 병사와 기사들은 절로 교단의 신을 불렀고.

“알톤! 정신 차려! 맙소사!”

다른 기사들은 죽었던 친한 동료의 검을 막으며 고함을 질렀다.

“다 죽여! 아군이 아니다! 전부 시체들일 뿐이다!”

지휘를 하던 사람들은 창백하게 질린 얼굴로 고함을 질러댔다.

하지만, 그 고함은 사람들의 비명에 태반이 묻혀버렸다.

전과 똑같이 싸웠고, 무기도 전보다 나빠졌지만, 싸움의 양상은 완전히 달라졌다.

언데드들과 같이 싸우는 것은 나 혼자 싸우는 것과 완전히 달랐다.

적들의 시야가 분산될 수밖에 없었고, 동료와 싸워야 한다는 것에 공격도 소극적이 될 수밖에 없었다.

더구나, 상처가 적은 언데드는 살아 있는 자와 구별하기도 어려웠고.

결국, 이번에는 죽기 전의 싸움과 달리, 난전으로 흘러갈 수밖에 없었다.

난전에 휘말려서일까?

나도 정신없이 싸움을 이어가게 되었다.

검을 휘두르고.

피를 뒤집어쓰고.

상대방의 몸을 잘라 냈다.

그 가운데 위험할 때도 많았다.

제국군도 나를 죽여야 이 일이 끝난다는 것을 깨달았고.

기사들과 귀족, 병사들이 죽음을 각오하고 내게 몸을 던졌다.

하지만, 저번 삶과 달리, 그들은 허무한 희생이 되었을 뿐이었다.

내 앞을 지키는 언데드가 그들의 공격을 막아 주었기 때문이었다.

망가져도 괜찮은 방패가 있으니, 나는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덤벼오는 적들을 모두 죽이고, 나는 제국군 안으로 계속 나아갈 수 있었다.

신기하게도 제국군 중앙으로 들어갈수록, 제국군의 고함이 멀어졌다.

내 정신 상태 때문이 아니었다.

죽음을 각오한 공격 때문에 상처도 많이 입고, 피도 많이 흘려서 멍해지기는 했지만, 이건 정말 소리가 줄어든 것이다.

의아해서 주위를 둘러보려다가, 뜻밖의 사람을 보게 되었다.

저번 삶에서도, 지금도 이 부대를 지휘하던 귀족이었다.

어디서 본 것 같은 귀족.

그가, 한쪽 팔이 잘린 채로 내 앞에 누워 숨을 헐떡이고 있었다.

“악, 악신의 추종자가 나타나다니……. 공, 공국은 벌써 악신의 먹이가 된 것인가…….”

신기하게도 그는 이 언데드들이 무엇인지 알고 있었다.

그의 말에 흥미를 느껴, 그를 자세히 살피자, 어디서 본 사람인지 기억이 났다.

“당신은 황태자의 집사장인 것 같은데.”

내 말에 상대가 놀라 나를 다시 쳐다보았다.

그는 내 얼굴을 보고, 입을 벌렸다.

“그때, 상을 받았던, 카를로스 왕국의 사절……. 샤를 자작.”

“지금은 백작이지.”

“맙소사, 그럼, 공, 공국이 아니라, 왕국이 악신의 추, 추종자에게 먹혔던 건가?”

말만 하면 저런 말이라니.

언데드를 썼다고 해도 정말 듣기가 싫었다.

바로 죽이는 게 기분이 좋을 것 같았지만, 아직 죽일 수는 없었다.

“이, 이 사실을 어서, 조직에 알려야 하는데…….”

다른 이유도 있었지만, 부지불식간에 집사장이 꺼낸 말 때문이었다.

분명 그는 제국 황제가 황태자일 때 집사장이었다. 그런 그가, 황제에게 알리는 게 아니라, 조직에게 알린다니.

“황제의 집사장도 조직 쪽 사람이었군. 그럼, 이 부대는 조직에서 모은 건가?”

내 말에 그는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어떻게 조직을 알고 있지? 설마…….”

“그 설마가 맞아. 나를 ‘적대자’라고 부르던 것 같은데.”

“그런 말도 안 되는…….”

“기다리던 여자는 오지 못해. 내가 이미 죽였지.”

나는 점점 일그러지는 상대의 모습을 재미있게 바라보았다.

전에는 왜 이런 즐거움을 몰랐는지.

상대의 고통과 좌절이 이렇게 기쁠 줄은 생각도 못 했다.

“그럴 수는 없어. 얼마나 철저히 준비했던 것인데…….”

“그럴 수 있어.”

나는 반쯤 넋을 놓은 상대에게 검을 찔러넣었다.

역시, 일찍 죽이지 않은 보람이 있었다.

그동안은 생각지도 못했다. 죽이는 것 이상으로 상대를 능욕하는 게 즐거울 줄은.

거기다, 죽은 상대를 다시 일으켜, 명예를 박살 내는 것까지 하면, 완벽한 마무리였다.

스르르륵.

내가 손을 내젓자, 팔이 잘린 귀족이 몸을 일으켰다.

이로써 황제의 집사장이자, 조직의 높은 이가 내 부하가 되었다.

나는 주변을 둘러보았다.

역시, 소리가 작아진 이유가 있었다.

내 주위에는 제국군이 남아 있지 않았다.

제국군은 이제 삼 분의 일도 안 남은 채로 저항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 정도면 그냥 놔두어도 전멸로 불릴만했다.

다른 군대였으면, 멘털이 박살 나서 사방으로 도망쳤을 텐데.

정예인 제국군은 아직도 덤비고 있었다.

이제 백이 넘게 된 내 언데드, 내 부하들에게.

이미, 싸움은 끝났다고 볼 수 있었다.

전번 삶과 달리, 내 승리로 끝난 것이다.

나는 강대한 부하들을 보며, 크게 웃었다.

“하하하하하.”

이 정도면, 마왕이 아니라 내가 제국과 대륙을 먹어 치울 수 있을 듯했다.

다만, 너무 과하게 싸운 모양이었다.

온몸에 상처가 가득했다.

언뜻 내장이 보일 정도로 깊은 상처도 있었다.

나는 상처를 보며 혀를 찼다.

싸움은 부하들에게 맡기면 되는 것인데. 괜히 나서서 다치기만 했다.

그래도 성물의 능력 덕분인지, 나는 멀쩡하게 움직일 수 있었다.

손을 들어 보니, 언제부터인지 검은 기류가 팔을 감싸고 있었다.

팔뿐만이 아니었다. 온몸에 성물에서 흘러나온 검은 마나가 흐르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 마나가 내 몸을 움직이게 해주는 모양이었다.

“그래도, 치료는 해야겠지.”

나는 가슴에 손을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는 검을 뽑아 들었다.

‘신검’을.

뽑아 올린 검이 빛을 발했다.

카아아아아아앙!

동시에 유물 주머니에서 비명이 솟구쳤다.

내 몸을 감쌌던 검은 마나가 사방으로 휘몰아쳤고, 제국군과 싸우던 언데드들이 갑자기 공격을 멈추었다.

그리고, 모든 언데드가 내 쪽을 바라보았다.

나는 언데드들에게 중지를 올렸다.

“뭘 봐. 그럼 내가 네놈에게 먹혀 버릴 줄 알았어?”

이미, 한번 경험을 했었다.

물론, 중간에 끊어서 실패하기는 했지만, 또 그러지 않는다는 보장은 없었다.

그렇다고, 신검을 들고 있었다가는 테스트가 되지도 않을 테니.

나는 신검을 드는 대신, 마나를 모아, 규칙 하나를 단단히 지켰다.

그 규칙은.

‘치료는 무조건 신검으로 한다.’

라는 규칙이었다.

“어쨌거나 생각보다 무서운 물건이네.”

마음껏 풀어주었더니, 악신의 성물은 내 감정과 성격을 완전히 바꿔버렸다.

처음에 다른 인격을 넣으려 했던 때보다 더 무서운 일이었다.

솔직히 변해가는 중에는 나도 알지 못했다.

그저 당연한 일인 것으로 느껴졌을 뿐이었다.

나는 몸을 확인하고 혀를 찼다.

신검을 든 뒤에 몸을 뒤덮었던 검은 마나는 사라져갔지만, 상처는 낫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상처에서 다시 피가 흐르기 시작했다.

“쯧, 내가 마나를 받아들여서 그런가.”

신검이 악신과 상극이듯이, 악신의 유물도 신검의 능력을 막는 듯했다.

이번에는 포기했던 삶이긴 했지만, 역시 죽을 수밖에 없는 모양이었다.

나는 혀를 차고, 가슴을 내려다보았다.

“역시, 봉인하거나 부숴버려야겠어.”

역시, 악신의 성물다웠다.

성물은 그동안 기회만 엿보고 있었던 것이었다.

내 말을 알아들었을까.

크아아아앙!

제국군과 싸우던, 반 이상의 언데드들이 내게 달려들었다.

나를 죽이려는 것인지, 아니면, 내게서 유물을 빼앗으려는 것인지 모르겠지만, 나도 곱게 죽어줄 생각은 없었다.

그렇게, 내가 검을 치켜드는 순간, 나머지 언데드가 생각지 못한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반 이상의 언데드가 공국의 성벽으로 달려간 것이다.

악신의 성물은 언데드 반으로 나를 막고, 나머지 언데드로 공국을 습격할 생각이었다.

“개 같은 짓을!”

그 광경에 내가 고함을 지른 순간이었다.

화아아아악!

성벽 위에서 환한 빛이 솟구쳤다.

그리고, 반투명한 거대한 반구가 성벽 전체를 둘러싸기 시작했다.

그 빛 가운데에는 아는 사람이 서 있었다.

성벽 위에 서 있는 사람은 대공녀였다.

대공녀는 내가 준 지팡이를 치켜들고 있었다.

성벽을 뒤덮은 거대한 반구는 점점 커졌다.

반구는 언데드를 밀어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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