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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24화 (424/563)

제424화

제24편 추격

콰과과광!

발레아가 만들어놓은 선을 따라 움직이는데 앞쪽에서 굉음이 들려왔다.

동시에 나무들이 뽑혀 나가고, 땅이 치솟는 게 보였다.

저건 분명 발레아의 능력이었다.

나무도, 땅도, 흙도, 영역 안의 모든 사물이 그녀의 무기였다.

원래라면, 그냥 몰래 따라가기만 했을 텐데, 뭔가 예상과 다른 일이 있었던 모양이었다.

콰과과광!

문제는 발레아의 공격이 멈추지 않고 있었다.

그녀의 공격은 계속 움직이며 이제는 숲을 벗어나고 있었다.

지형이 변하는 공격에도 예언가와 동료는 도망치고 있다는 소리였다.

“설마, 발레아도 막지 못하는 건가?”

도망치는 것은 자신 있다고 하더니, 빈말이 아니었던 모양이었다.

나는 속도를 높였다.

곧 발레아가 박살 내기 시작한 지역에 도착했고, 곧이어, 한참 박살이 나고 있는 곳 근처에 다가갈 수 있었다.

가까이서 보니, 멀리서 볼 때보다 더 대단한 광경이었다.

움푹 땅이 꺼지고, 거대한 장벽이 솟구치고, 땅에서 뽑혀 나온 나무의 가지들과 뿌리가 사방으로 휘몰아쳤다.

저 안에 있으면 세상이 멸망하고 있다고 느낄 만한 대단한 광경이었지만, 그 안에서 그 모든 공격을 받는 예언가와 동료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환상이 섞인 공격이라, 상처를 입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발레아의 공격은 이제 환상과 현실을 구별하기 불가능했다.

영역 안이라면 아예 현실을 바꿔버린다는 느낌일까.

지금 공격들은 따지고 보면 전부 현실의 공격이라고 해도 무방했다.

“아무래도 발레아가 화가 많이 난 것 같은데…….”

발레아는 이렇게 무식하게 싸움을 벌이는 타입이 아니었다.

상대방을 좌절시키고 공포에 잠기게 하는 안 좋은 습관이 있기는 했지만, 화려한 공격보다는 효율적인 공격을 더 좋아했다.

이런 식으로 싸우는 것은 오래전 나와 싸울 때 외에는 본 적이 없었다.

‘어라, 그럼 그때 화가 엄청났었다는 건데…….’

뭔가, 좋지 않은 기억을 떠올린 듯해서, 다시금 싸움에 집중했다.

예언가와 같이 온 여성은 예상대로 전투 능력자가 아니었다. 더구나, 예언가도 싸울 줄 모르는 귀족이었고.

하지만, 저들은 발레아의 공격 안에서도 멀쩡했다.

저들이 멀쩡한 것은 그 공격을 피해서도, 막았기 때문도 아니었다.

발레아의 공격은 전부 두 사람을 뚫고 지나가 버렸다.

사람 몸뚱이 같은 나무줄기도, 뿌리도 두 사람을 허무하게 뚫고 지나갔고.

땅이 꺼지고, 벽이 세워져도, 두 사람에게는 아무런 영향도 주지 못했다.

두 사람은 마치 홀로그램이나, 환영으로 만들어진 사람들 같았다.

하지만, 내 감각과 ‘마나 감응력’은 두 사람이 그 자리에 있다고 알려 주고 있었다.

발레아도 영역 안에 두 사람이 느껴지고 있으니 저렇게 계속 공격하는 것일 테고.

그리고, 가까이 와 보니, 발레아가 과격하게 행동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발레아는 두 사람을 죽이거나, 다치게 하려는 게 아니라, 길을 막는 게 목적인 듯했다.

무슨 짓으로도 상처조차 내지 못하니, 지형을 바꾸고 시야를 가려서 길을 잃게 만들려는 심산이었다.

그리고, 두 사람이 갈팡질팡하는 것을 보니, 발레아의 계획이 성공한 것 같았다.

“고마워요. 잠깐 멈춰주겠어요?”

그 앞으로 걸어가며 내가 중얼거리자, 그 대단했던 공격이 바로 멈추었다.

허공을 뛰어놀던 나무들이 바닥으로 추락하고, 솟아오른 벽과 가라앉은 땅이 원상태로 돌아왔다.

허공을 뿌옇게 덮었던 풀과 모래도 바로 가라앉았다.

인상을 쓰며 주변을 살피던 두 여성은 갑자기 공격이 멈추고 내가 나타나자, 서로 다른 표정을 지었다.

예언가의 동료인 여성은 굳은 얼굴로 뭔가 고민하는 표정을 지었고, 예언가는 나를 보며 미안한 얼굴이 되었다.

“죄송해요. 이 아이가 갑자기 말을 안 들어서…….”

적어도, 예언가가 약속을 어긴 것은 아닌 듯했다.

다행이었다. 내 눈이 잘못되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하지만, 결론은 이렇게 되었습니다. 당신의 말대로 한 게 전부 쓸데없는 짓이었군요.”

내 말에 예언가가 한숨을 내쉬었다.

“이제 놔줄래? 너도 약속했었잖아.”

예언가의 말처럼, 아까부터 예언가의 동료는 예언가의 팔을 잡고 있었다.

아마, 저 팔을 잡는 것으로 예언가까지 보호할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공격을 무시하는 능력이라. 몸을 물질이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만들어 주는 것일까? 아니면 다른 차원에 걸쳐놓는 걸까?’

여러 가지로 능력을 유추해보았지만, 지금 정답을 알 수는 없었다.

예언가의 말에 그녀의 동료는 주춤거리며 팔을 놓았다.

확실히 예언가는 약속을 지킬 모양이었다.

그것도 자신의 생명을 내놓는 것으로.

팔을 놓자, 예언가는 반대로 동료의 어깨를 두드리며 주변을 둘러보았다.

“누군가 도와주는 사람이 있을 것으로 생각했지만, 이런 대단한 능력을 가진 사람이 있을 줄은 생각도 못 했네요.”

그리고, 예언가는 두 사람을 붙잡은 발레아에 대한 칭찬을 늘어놓았다.

“하지만, 이 아이는 놓아주시면 좋겠어요. 저와 비밀을 지키겠다고 약속했어요. 어차피 잡을 수 없을 테니, 서로 시간만 낭비하게 될 거예요.”

그녀는 자신을 포기하면서, 나름 합리적인 제안을 해왔다.

하지만, 내게는 믿지 못할 제안일 뿐이었다.

“그 약속은 믿을 수 있는 겁니까? 조금 전에도 약속을 어겼는데?”

내 말에 예언가는 옆을 돌아보았다.

“설마, 아니지?”

예언가의 물음에 처음으로 여자의 입이 열렸다.

“율리아 님이 조그마한 상처라도 입게 되면 큰 보복을 받게 될 거다.”

그 말과 함께 여자가 달리기 시작했다.

굉장히 빠른 속도였다. 다시금 땅과 나무가 움직여 그녀를 막아섰지만, 이번에는 움찔거리게도 할 수 없었다.

예언가라는 짐이 없어지니, 본 실력을 발휘한 듯했다.

“저를 걱정해서 하는 말이에요. 걱정되신다면 저를 데리고 계시면 될 거예요. 그렇게 되면…….”

거기까지 말을 잇던 예언가가 놀란 눈으로 나를 쳐다보았다.

그리고, 다음 순간, 그 눈의 빛이 꺼져갔다.

나는 그녀의 가슴을 뚫은 신검을 뽑아냈다.

저렇게 도망치는 적이 있는데, 여기서 시간을 보낼 수는 없었다.

어차피, 예언가를 처음 죽이는 것도 아니었다.

물론, 필요한 정보를 다 얻은 것은 아니었지만, 나에게는 예언가에게서 정보를 더 얻을 방법이 있었다.

그리고, 저런 소리를 하며 달아나는 상대를 믿을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언제나 최선을 다한다는 내 신념대로 이번에도 저 여자를 잡기 위해 최선을 다할 생각이었다.

나는 바닥에 쓰러지는 예언가를 무시하고, 도망치는 여자를 추격하기 시작했다.

여자를 추격하면서 지켜보니, 그녀의 능력은 내 생각보다 더 신기했다.

그녀의 능력은 아예 외부의 영향을 무시하는 것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었으면, 땅을 박차고 달리는 것도 불가능했을 것이다.

중력 때문에 땅속으로 계속 처박혔을 테고, 아니면 숨을 쉬는 것도 불가능했을 터였다.

그녀의 능력은 외부의 환경 중에서 원하는 것을 가려 받는 것에 가까웠다.

그녀의 발은 땅을 디디고 있었지만, 갑자기 땅이 솟구쳤을 때도, 무시하고 땅을 뚫고 지나갔다.

내 검과 내 능력과 마나도 마찬가지였다.

그녀가 무시하기로 하면, 내 공격도 그녀를 통과해 지나갈 뿐이었다.

딱 봐도 평범한 방어막과 다른 절대적인 방어 능력처럼 보였지만, 당장 생각하기에도 몇 가지 약점이 떠올랐다.

물론, 지금 같은 경우에는 쓰기 불가능한 방법이었다.

나는 다른 약점을 찾고, 그녀의 목적지를 알기 위해 계속 추격했다.

그녀의 저 능력도 한계가 있을 터였다.

그 한계가 어디쯤인지 알아내는 것만으로도 이렇게 계속 추격할 만한 이유가 되기 충분했다.

그 대신, 나는 발레아에게 영지를 부탁했다.

“이게 함정일지도 몰라요. 발레아는 영지를 지켜줘요.”

내가 작게 중얼거리자, 잠시 뒤에 허공에서 발레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알겠어요. 하지만, 알렉스 님도 너무 깊게 따라가지 마세요.”

이제 곧 여자는 발레아가 만든 영역 밖으로 나갈 터였다.

앞으로는 발레아가 이렇게 모습을 숨기고 따라오기도 어려웠고, 내 속도를 따라오는 것도 힘들었다.

더구나, 여자에게는 발레아의 공격이 전혀 먹히지 않았다.

발레아는 영지에 남아서 적에 대비하는 편이 더 나았다.

발레아도 내 뜻을 거절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번에는 그녀답지 않게 나를 걱정했다.

“걱정하지 말아요. 내가 돌아오지 못한 적은 없었잖아요.”

걱정스러워하는 그녀의 말에 나는 호탕하게 대답했다.

나는 약속을 잘 지키는 사람이었다. 특히 돌아오겠다는 약속은 한 번도 어기지 않았다.

어겼던 약속은 모두 시간 속에 사라져버렸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약속을 지킬 생각이었다.

죽던, 살던.

하지만, 최악의 상황이 펼쳐진다면, 발레아에게 그 광경을 보여 줄 수는 없었다.

그래서 발레아를 영지로 돌려보내는 것이었다.

아마, 발레아도 내 말에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그 느낌은 언제나처럼 틀리게 될 터였다.

발레아가 돌아가는 것을 느끼며, 나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역시, 아무리 사이가 가까워져도, 나는 내 능력을 다른 사람에게 알려 줄 수 없었다.

어머니건, 발레아건.

오히려 사랑하는 사람에게는 더욱 알려 줄 수 없는 능력이었다.

“행운이 아니라, 저주이려나…….”

나는 쓴웃음을 지으며, 다시 추격을 시작했다.

여자는 내 영지를 넘어, 계속 북쪽으로 향했다.

쉬지도 않고, 잠도 자지 않았다.

최대한 추격을 들키지 않으려 했지만, 상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 모습에 상대의 능력에 대해 더 알 수 있었다.

아마도, 긴장을 놓거나, 잠들게 되면 능력을 쓰지 못하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되면, 바로 다시 능력을 쓰지 못하는 듯했고.

‘일종의 쿨 타임이겠지?’

다만, 그녀의 지구력은 내 예상을 한참 뛰어넘었다.

그녀는 내 영지를 넘어, 몇 개 영지를 더 지나, 공국에 도착해 버렸다.

수일 동안 자지 않고 계속 달린 덕이었다.

내가 쫓기에 벅찰 정도였다.

아마도, 환경에 영향을 받지 않는 그 능력의 도움이 있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대단한 것은 변함이 없었다.

여자는 밤사이에 공국 수도의 성벽을 통과했다.

그녀는 남쪽 성벽을 통과한 뒤에 수도의 거리를 달려, 그대로 북쪽 성벽까지 지나가 버렸다.

그녀의 뒤를 따라가며, 나는 공국이 경계를 강화한 것을 알게 되었다.

실력이 더 좋아지고, 공국을 자주 다녔기에 경비병에게 들키지는 않았지만, 전쟁 때와 비슷할 정도로 살벌한 경계에 깜짝 놀라고 말았다.

그리고, 그 이유는 여자를 쫓아 북쪽 성벽을 넘어간 뒤에 알게 되었다.

공국의 북쪽 성벽 너머에, 제국군이 가득 모여 있었다.

수많은 정예 기사단과 함께.

그녀가 제국군을 향해 달려가자, 제국군 전체가 환하게 불을 밝혔다.

그녀는 화려한 옷을 입은 귀족 앞에 멈춰 선 뒤, 귀족에게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적대자’가 그곳에 있습니다.”

그 말을 끝으로 여자는 자리에 쓰러졌다.

“데려가라. 목표를 확인했다. 모두 전투 준비!”

귀족은 다른 것은 하나도 묻지 않았다.

같이 간 예언가와 투레 백작이 어떻게 되었는지는 관심도 두지 않았다.

갑작스러운 제국군의 움직임에 공국 쪽에서 소란이 일었지만, 나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대신, 수풀 사이에 숨기고 있던 몸을 일으켰다.

그리고, 검에 마나를 불어넣었다.

환하게 타오르는 마나.

바쁘게 움직이던 제국군이 모두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그 모습에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어떻게 이렇게 나쁜 예상은 틀리지 않는 것인지…….

뭔가 반쪽짜리 예지 능력이 있는 게 아닌가 고민이 될 정도였다.

나는 검을 치켜들었다.

그래도 다행히, 저장 시점은 한참 전이었다.

충분히 문제를 되돌릴 수 있는 시간.

그리고, 지금은 이 자들을 박살 내놓을 시간이었다.

나 때문에 공국이나 내 영지가 피해를 보게 놔둘 수는 없었다.

죽게 되더라도, 내 죽음으로 이들이 되돌아가게 만들어야 했다.

그게 내가 죽은 뒤에도 이 세상이 계속 진행될 때를 위한, 내 마지막 노력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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