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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20화 (420/563)

제420화

제20편 예언가의 방문 (1)

파견대는 생각보다 큰 어려움 없이 파견을 끝내고 카를로스 왕국으로 돌아가게 되었다.

이피로스 왕국의 새 왕이 돌아가는 길에 들르라고 했지만, 파견대는 이피로스의 수도를 들르지 않고, 바로 카를로스 왕국으로 돌아갔다.

괜히 이피로스의 수도에 들렀다가 붙잡힐 수 있었기 때문이었다.

이번에도 벤자민 선배를 뒤에 남겨 두어 일을 처리하게 한 뒤에 바로 국경을 넘어갔다.

그렇게 카를로스 왕국의 수도에 도착하니, 내 눈앞에 메시지창에 떠올랐다.

<위기 상황이 종료되었습니다. 새로운 ‘저장 시점’을 설정하시겠습니까?>

왕국을 떠난 지 한 달 만인가.

아쉽게도 메시지창에는 추가로 경험치를 준다는 것 같은 다른 말은 적혀 있지 않았다.

이번에는 마물 왕이나 마물 무리를 잡지 못했기 때문인 듯했다.

하기야, 마물과 마물 왕을 제국으로 유도했을 뿐이고, 한번 죽인 적이 있었던 여검호를 다시 죽인 것뿐이었으니, 그럴 만도 했다.

나는 이번에도 ‘예’라고 대답했다.

다행히 큰 문제 없이 파견도 마무리되었고, 이 기회에 해보고 싶은 것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수도에 도착한 뒤에 우리는 큰 환영 없이 각자의 자리로 돌아갔다.

어쩔 수 없었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수도에는 벌써 제국의 소식이 전해 왔었기 때문이었다.

마물 왕 셋과 수만의 마물이 제국 동부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있고, 제국의 기사와 귀족들이 마물과 격렬하게 싸우고 있다는 소식은 사람들을 겁에 질리게 했다.

먼 제국의 이야기였지만, 그 거대한 제국이 위협당하고 있다는 소식은 사람들에게 수백 년 전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게 했다.

대륙의 인류가 멸망하기 직전까지 갔었던 대전쟁 때의 일을.

이제 더 이상 여왕의 군사력 강화에 트집을 잡는 사람은 없었다.

오히려 여왕이 한 일을 칭송하면서 옆에 달라붙으려는 사람만 늘어났을 뿐이었다.

그리고, 왕국 수도에는 수많은 귀족이 몰려오고 있었다.

강한 기사, 강한 군사력이 있는 지역으로 사람들이 몰려들게 된 것이었다.

귀족들이 수도로 몰려오고 있었지만, 나는 바로 내 영지로 내려갔다.

여왕도 아쉬워하고, 카트린도 왕실 기사단장도 아쉬워했지만, 나는 영지에 가서 해야 할 일이 있었다.

* * *

그렇게 다른 왕국들이 제국의 소식을 듣고 놀랐을 때, 제국은 그야말로 난리가 났다.

마물들이 휩쓸고 있는 동부는 물론, 다른 영지들과 수도인 차르마니아까지, 사람들은 공황에 빠져 어쩔 줄을 몰라 했다.

다행히 제국 정부와 황실은 그 와중에도 침착한 모습으로 최선을 다해 마물을 막아 내고 있었지만, 그건 수백 년 동안 계속해 온 준비가 있었기 때문이었다.

실제로는 그들도 뜻밖의 실패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었다.

그중에서도 새 황제는 공황에 빠지는 대신에 모두에게 화를 내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그 잘난 검호들도, 그 대단하신 조직도 왜 하나같이 실패를 하는가 말이다!”

큰 회의실에 모인 귀족과 기사들에게 삿대질하는 새 황제의 모습에는 얼마 전의 자신감 넘치던 황태자의 모습이 보이지 않았다.

“그래도 검호들과 기사들, 각지의 귀족들이 나서 주어서 마물들이 더 전진하지 못하게 막을 수 있었습니다.”

“그게 막은 건가! 마물들이 거기서 주저앉은 거잖아! 그 영지의 인간들이 모두 죽으면 또 움직일 게 뻔하잖아!”

제국인들을 마물의 한 끼 식사 정도로 말하는 황제의 모습에 사람들은 표정을 굳혔지만, 황제의 말이 틀린 것도 아니라, 다들 반박할 수가 없었다.

“거기다, 봉인지에서 계속 더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연락까지 오고 있잖은가! 제국 안에 들어온 마물들을 막으면 뭐 하는가! 계속 유입되는 마물을 막았어야지!”

황제는 이어 그 자리에 모인 제국군 수뇌와 참모들을 향해 삿대질해댔다.

삿대질을 당한 귀족들은 입술을 깨물었다.

그런 의견을 낸 것은 사실이었지만, 따지고 보면 그 의견은 여러 의견 가운데 들어 있던 의견일 뿐이었다.

결정한 것은 결국, 저 위에서 삿대질을 하고 있는 황제였다.

그렇게 사람들은 황제에게 억울한 욕을 먹고 있었지만, 누구 하나 반발하는 사람은 없었다.

황제가 된 지 얼마 안 되는 시점이기도 했지만, 그보다, 사정이 그만큼 안 좋았기 때문이었다.

이미 제국의 오 분의 일이 마물들의 손에 들어가 버린 상황.

마물들이 더 서쪽으로 움직이지 않고 주저앉은 덕분에 병력을 정비해 조금씩 밀어내고 있었지만.

마물 왕들이 있는 곳은 밀어내기는커녕 접근도 못 하고 있었다.

거기다, 지금 봉인지에서 나온 새로운 마물들이 제국으로 들어오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니, 황제가 저렇게 화를 낼 만도 했다.

다른 이들도 이런 제국의 위기가 걱정되었지만, 이들 중에 있는 황제의 측근과 조직원들은 그 이상으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마물과 마물 왕의 웨이브가 끝이 아니기 때문이었다.

이 뒤는 무시무시한 마왕이 돌아올 터였다.

마왕을 막기 위해 준비한 병력의 상당수가 지금 마물과 마물 왕의 웨이브를 막기 위해 투입되고 있으니, 막상 마왕이 나타났을 때는 어떻게 될지…….

따지고 보면, 황제의 과한 분노도 마왕 때문이었다.

그렇다고 해도, 저렇게 이성을 잃은 것처럼 보이는 것이 좋아 보일 리가 없었다.

그는 사방으로 화를 내다가 결국, 상관이 없는 사람까지 건드려댔다.

“예언가는 뭘 하고 있나! 가문 안에 숨어 있지 말고, 당장 끌어내서 새로운 예언을 받아내라고 해!”

황제의 말에 다들 표정이 안 좋아졌다.

이 자리에는 조직과 황제의 측근만 있는 것이 아니었다.

물론, 제국 상층부의 귀족들은 알음알음 예언가에 대해 알고 있었지만, 그걸 저렇게 말해버리다니.

조직원들과 황제의 측근, 그리고 관계없는 사람들까지 모두 표정이 좋지 못했다.

“쓸모없는 자들 같으니라고.”

황제도 자신이 말을 잘못한 것을 알았는지, 버럭 화를 내고 회의실을 빠져나갔다.

황제가 나가고 다들 한숨을 내쉬었다.

뒤에서 지켜보던 투레 백작도 마찬가지였다.

백작은 황제가 빠져나간 문을 보며 고개를 저었다.

열심히 마물과 싸우던 사람을 수도로 불러내더니 이런 광경을 보여주려고 한 것일까?

사실은 어떻게 봉인지 경계가 뚫린 것인지 조직원이 아닌 제삼자 입장에서 듣기를 원해 불려온 것이었지만, 그것에 관해서는 백작도 달리 할 말이 없었다.

마물 왕과 마물의 웨이브가 밀려왔고, 제국군이 막지 못한 것일 뿐이었다.

중간중간 마물들의 행동이 이상하기도 했었지만, 그런 운을 기대는 것도 이상한 일이었고.

백작은 그것보다, 죽은 기사들과 검호, 알리나에 대해 한마디도 하지 않은 황제와 귀족들에 다시 한번 실망했을 뿐이었다.

조직도 마찬가지였다.

이리저리 위치도 높고, 조직과 여러 번 같이 일한 덕에 많이 주워듣기는 했지만, 목적을 위해 사람들을 부품으로 사용하는 조직에 정이 갈 수가 없었다.

회의실에서는 다시 회의가 시작되었지만, 그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무리 혼이 나더라도, 결국, 앞으로의 일은 황제의 측근과 조직이 결정하게 될 터였다.

몇 번이나 실패했지만, 수백 년간 준비해 온 조직이었다.

다른 대안이 없으니, 앞으로의 계획은 그들에게 맡길 수밖에 없었다.

투레 백작도 혀를 차기는 했지만, 별 불만은 없었다.

어차피 자신은 제국을 지키는 검으로써 살기로 맹세했으니, 잘못된 방향으로 자신을 쓰지만 않기를 바랄 뿐이었다.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숙소로 돌아온 그에게 찾아온 사람이 있었다.

그, 아니 제국의 검주가 필요한 사람이었다.

“가문 사람들과 힘을 합쳐서 예언을 듣고 있다고 들었습니다만…….”

백작을 찾아온 사람은 예언가. 율리아였다.

그녀는 로브로 자신의 모습을 숨긴 채로 한 사람을 대동한 채 백작을 찾아왔다.

방에 들어와 두건을 뒤로 넘긴 예언가의 얼굴은 무척이나 수척해 보였다.

“시간을 내줘요. 저와 같이 가줬으면 좋겠어요.”

그녀의 말에 백작이 풀어놓았던 검을 집어 들었다.

“율리아 님의 부탁을 거절할 수야 없죠. 그런데 무슨 일이죠?”

“미안해요. 내가 아는 사람 중에 투레만큼 강한 사람이 없어서…….”

예언가가 존칭을 쓰지 않은 것을 보고, 백작은 어렸을 때 그녀를 처음 봤을 때가 떠올랐다.

어린 시절, 지금과 똑같은 모습의 예언가가 찾아와 백작에게 나중에 그가 제국에서도 손꼽히는 기사가 될 것이라고 말했었다.

백작은 그렇게만 되면, 그녀가 원하는 것을 들어주겠다고 약속했었다.

존칭을 쓰지 않는 예언가를 보니, 아마 지금이 그 약속을 이행할 때인 모양이었다.

투레 백작은 예언가 뒤에 서 있는 사람을 쳐다보았다.

하지만, 예언가의 말은 이런 능력자도 부족하다는 뜻이었다.

“평범한 호위가 아니군요. 설마, 예언이 나온 겁니까?”

그의 물음에 예언가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가문의 능력자들을 모아 예언을 끌어내 보려고 했지만, 실패했어요.”

“그럼…….”

“대신, 알리나 하나로 대상을 좁혀서 누가 그녀를 죽였는지는 알아냈어요.”

예언가의 말에 투레 백작은 요새에서 있었던 일을 떠올렸다.

그때 분명, 알리나는 뭔가 이상한 것을 느꼈다고 봉인지 반대쪽으로 달려갔었다.

그리고, 실종.

여태까지는 복귀하다가, 마물들과 싸우게 되어 죽은 것으로 생각했었다.

“마물이 아니었습니까?”

“네.”

마물이 아니라면, 사람이 죽였다는 소리였다.

검호를 죽인 상대라…….

백작이 필요할 만했다.

하지만, 앞뒤 정황을 보면, 그녀를 죽인 상대가 평범한 사람일 리가 없었다.

백작도 조직이 벌인 일은 어느 정도 알고 있었다.

조직안에서 흘러 다니는 소문까지도.

“설마 적대자?”

“아직은 몰라요. 확인을 해 봐야 해요.”

“만약을 대비해서 조직과 황실에도 연락해야…….”

백작의 말에 예언가는 고개를 저었다.

“당장은 알리나, 제가 좋아하던 후손의 복수를 위해서 움직일 생각이에요. 백작이 있으니, 만나서 확인해 보죠.”

그녀의 말에 백작은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 안일한 듯한 말이었지만, 예언가의 말이니 반론을 말하기 어려웠다.

더구나 백작을 믿어주는 말이었고, 백작도 자신의 실력을 믿었다.

그렇게, 예언가와 백작은 수도를 떠났다.

현장으로 복귀하겠다는 핑계를 대기는 했지만, 백작은 조금 늦게 도착하면 될 것으로 생각했다.

수도를 떠나며 예언가는 앞서가는 투레 백작에게 사과했다.

사실, 그녀가 황실과 조직에게 말을 전하지 못하게 한 것은 다른 이유가 있었다.

‘확실히 볼 수는 없었지만, 그는 적대자가 맞을 겁니다. 적대자이기 때문에 오히려 그를 알릴 수 없었습니다. 저는 알리나를 사랑하는 그녀의 할머니지만, 오랜 세월 동안 마왕을 막기 위해 살아온 예언가이기도 합니다. 내가 이제껏 살아온 것은 한 가지 이유 때문입니다. 마왕을 막는 것. 그게 누가 되건 상관없습니다. 나는 이번에 확인해 볼 생각입니다. 그동안 많은 예언을 막아 낸 그가, 이번에도 이겨낼 수 있을지. 이겨내지 못한다면 그대로 끝이겠지만, 그가 당신을 포함해서 내가 준비한 것들을 넘어서면…….’

그녀는 마음속으로도 마지막 말을 맺지 못하고, 수도 차르마니아를 돌아보았다.

너무도 많은 실패 때문에 기대를 접은 제국이었지만, 어찌 되었건 지금 그녀는 제국과 제국인에게 큰 죄를 짓고 있었다.

그녀는 다시 한번 제국인에게 마음속으로 사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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