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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18화 (418/563)

제418화

제18편 마물 왕 웨이브 (3)

쿠쿠쿠쿵.

돔이 가라앉고, 알리나의 시체도 땅속으로 사라졌다.

모습을 감추었던 발레아도 다시 내 옆에 섰다.

만족스러운 싸움이었다.

발레아의 도움이 아니더라도 확실히 전보다 싸움이 쉬웠다.

여러 싸움으로 실력이 더 올라간 듯했다.

이 정도면 전성기의 용사 카를로스에게 도전해 볼 수 있을 듯했다.

나는 다시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그리고, 힘껏 마나를 불어넣었다.

부우우우웅.

자. 이리로 달려와라. 마물 놈들아!

내 마음속의 외침과 함께 지팡이의 마나가 다시 사방으로 뿜어져 나갔다.

* * *

같은 시각.

봉인지 경계의 제국 요새에서는 엄청난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다.

벌판을 가득 메우던 마물들은 어느 순간 전진을 멈추고 요새로 몰려드는 중이었다.

사람을 본 마물들은 먼저 사람을 공격하는 것이 당연하고, 요새를 드러내게 세운 것도 그런 이유였지만, 이렇게 대규모 군세가 넘어오는 와중에도 요새에 먼저 달려들 줄 예상치 못했었다.

마물들이 제국으로 넘어오는 것을 막아야 하는 윗분들로서는 다행스러운 일이었지만, 그 마물들과 싸워야 하는 요새의 기사나 귀족들은 죽을 맛이었다.

그건 봉인지 경계 5 요새. 속칭 빌헬름 요새도 마찬가지였다.

중간에 자리를 뜬 여검호를 제외하고도 검호가 둘이나 있었지만, 어이없게도 서쪽으로 향하던 마물왕 셋 중의 둘이 이 요새에 달라붙은 것이다.

그렇다고, 남은 마물왕이 다른 요새로 갔거나, 요새 사이를 지나간 것은 아니었다.

단지, 마지막 마물왕은 발이 느렸을 뿐이었다.

멀리, 밀림 일부가 차례로 허물어지고 있는 것을 보고, 열심히 성벽 위로 올라오는 마물들을 잘라내던 검호 메레트가 혀를 찼다.

“저건 아무리 봐도 두더지 마물 왕인데……. 그동안 잘 버티더라도 저놈이 도착하면 끝이겠군.”

아직 봉인지 밀림을 빠져나오지 못한 마물왕은 땅속으로 이동하는 마물이었다.

덕분에 속도가 다른 마물보다 느렸지만, 대신, 앞을 가로막는 것을 부수는 데는 따를 마물이 없었다.

대전쟁 때도 저 마물왕이 고대 제국 수도 성벽 대부분을 부쉈다는 이야기가 전해 내려올 정도였다.

“그래도, 이 정도면 최악은 아닌건가?”

마물왕 셋이 나타났을 때는 그 조차도 절망할 정도였다.

웨이브로 맛이 간 마물 군단과 마물왕 셋이라니.

이건 요새에 있는 기사와 귀족, 검호들이 막을 마물들이 아니었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중간에 상황이 바뀌었다.

“뭔가 중간에 정신을 차린 것 같은데……. 덕분에 여기에 발이 묶였고. 이제 잘하면 방향을 바꿀 수도 있을 것 같은데.”

주변을 살피며 중얼거리던 그는 성벽 위로 튀어 오른 도마뱀의 목에 창을 찔러넣었다.

웬만한 기사도 상대하기 어려운 중급의 마물이었지만, 수많은 마물을 상대해왔던 그에게는 어려운 상대는 아니었다.

덕분에 그가 맡은 성벽은 다른 성벽과 달리, 마물 시체가 보이지 않았다.

마물이 성벽 위로 올라오기 전에 모두 떨군 것이다.

하지만, 다른 곳들은 사정이 달랐다.

콰콰콰쾅!

요새 주변에 몰려든 마물들 위로 불덩어리들이 쏟아지고, 얼음창들이 내리꽂혔지만, 마물들이 성벽을 오르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이미 성벽 대부분은 성벽을 올라온 마물과 기사들의 싸움이 벌어지고 있었고, 전면의 기사들을 뚫고 뒤에서 능력을 퍼붓는 귀족에 접근하는 마물이 있을 정도였다.

상황은 무척 안 좋아 보였지만, 메레트의 표정은 나쁘지 않았다.

상황은 안 좋았지만, 당장 요새가 점령을 당할 것 같지는 않았기 때문이었다.

솔직히 이 요새는 마물왕이 아니면 무너뜨리기가 어려운 요새였다.

이 요새는 제국이 마물을 막기 위해 세운 요새였다.

유물과 강화능력을 가진 귀족이 요새의 성벽을 강화했고, 이 요새를 지키는 기사들은 수년에서 수십년까지 마물을 상대했던 자들.

마물 따위에게 쉽게 무너질 리가 없었다.

마물들이 요새를 무시하지 않는 한, 충분히 시간을 벌 수 있었다.

결국, 문제는 마물 왕들이었다.

모습을 드러낸 마물왕 중 하나는 이쪽으로 오고 있었고, 운이 좋게도 다른 마물왕도 건성으로 싸우고 있었다.

수많은 늑대와 늑대인간을 이끌고 나타난, 거대한 늑대를 타고 있는 늑대 인간이 바로 그 마물왕이었다.

초원의 왕이라 불리는 늑대왕.

초원과 벌판에서 늑대를 타고 달리며 싸우기를 좋아하는 마물이라, 지금 요새 성벽에서 벌어지는 공성전에는 관심을 두지 않고 있었다.

물론, 요새에서도 그 마물왕을 그냥 두고 보지 않고, 말을 탄 정예 기사단을 내보내 계속 주의를 끌고 있었지만,

그가 보기에는 솔직히 의미가 없는 일이었다.

마물왕 주위를 얼쩡거리는 기사단의 반이 이미 마물왕의 손에 작살 낫지만, 저 마물왕이 진심으로 싸웠다면 저 기사단은 예전에 끝이 났을 게 분명했다.

결국, 진심으로 싸우고 있는 위험한 마물왕은 하나밖에 없었다.

요새의 성벽보다 큰 키의 거대한 마물왕.

그 마물왕은 쏟아지는 피와 넝마가 된 피부와 근육, 뼈까지 보이는 괴물 거인이었다.

몸이 엉망이라고 얕볼 수 없었다.

그런 몸이라도 그 크기에서 나오는 힘은 어떤 마물보다 강했고, 더 큰 문제는 저 거인은 자신의 몸이 망가지는 속도 이상으로 회복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기사의 공격도, 귀족들의 능력도, 저 마물왕은 순식간에 회복해내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저 괴물 거인은 다른 기사와 귀족들의 공격에는 신경도 쓰지 않고 있었다.

“젠장, 이건 인정을 해야겠군. 투레 백작이 아니었으면, 진작 요새가 무너졌겠어.”

그 괴물 거인, 알렉스가 보았다면, 좀비 거인이라고 불렀을 마물왕을 상대하는 사람은 검주 투레 백작이었다.

그는 지금 거인을 상대로 잘 싸우고 있었다.

백작은 거인의 몸을 타고 넘나들며, 검으로 거인의 몸을 갈기갈기 잘라내고 있었다.

다리의 흉터를 밟고, 구부린 무릎을 밟고 뛰어올라, 드러난 갈비뼈 사이로 검을 꼽아 심장에 구멍을 뚫고,

등에 매달려, 척추 사이를 가르기도 했다.

머리까지 올라가 눈에 검을 꽂기도 하고, 귀로 파고들어, 검을 후비기까지.

싸우기 전 점잖았던 모습과 달리, 그는 온몸에 마물의 피와 살점을 뒤집어쓰고, 마물을 헤집고 있었다.

하지만, 다른 마물이었으면, 예전에 죽었을 공격을 마물왕은 아무렇지도 않게 받아내고 있었다.

잘려 나간 척추도, 뚫린 심장과 눈도 바로 회복되었고,

그래도, 철저하게 약점을 공격하는 투레백작 때문에 마물왕은 요새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겨우, 마물왕 하나만 막고 있는 것 뿐이었지만, 그래도 메레트는 투레백작의 싸움에 희망을 보았다.

마물들은 마물왕을 따르는 법.

저렇게 싸우며 마물왕을 남쪽으로 이끌기만 한다면, 이 웨이브 전체를 처음 계획처럼 남쪽으로 움직일 수가 있을지도 몰랐다.

쉽지 않은 일이었지만, 아예 방법이 없는 것과는 천지 차이였다.

투레백작도 같은 생각이었던 모양이었다.

그는 계속 상처를 한쪽으로 내며, 마물왕을 남쪽으로 움직이고 있었다.

백작을 잡기 위해 자신의 몸을 두드리며 천천히 방향을 돌리는 마물왕.

“북쪽으로 병력을 보내! 마물을 남쪽으로 밀어 내야 한다!”

동시에 지휘부 쪽에서 요새 전체에 명령이 내려졌다.

역시, 최전선에 있는 지휘부 다웠다.

빠르게 명령이 전달되고, 요새에 있는 병력이 빠르게 재편성이 되려는 순간.

우우우우우웅.

뭔가, 메레트 옆을 지나가는 기운이 있었다.

마나를 보지 못하는 메레트로서는 더욱 기분 나쁜 느낌일 뿐이었다.

하지만, 그 순간 그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놀란 그가 서쪽으로 고개를 돌린 순간, 마물들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크아아앙!

제일 먼저 달라진 마물은 초원의 왕. 거대한 늑대를 타고 있는 늑대 인간이었다.

늑대 위에 늘어져 있던 마물왕은 인간의 몇 배나 되는 몸을 일으켰고, 손에서 발톱을 길게 뽑아냈다.

발톱이 수 미터나 자라나고, 이어 마물왕은 알짱거리는 기사단을 향해 그 발톱들을 휘둘렀다.

서걱, 서걱.

한순간이었다. 수십의 기사가 말과 함께 잘려 나간 것은.

발톱에서 튀어 나간 다섯 가닥의 검은 선이 가로막은 기사들과 말들을 잘라낸 것이었다.

범위에 들지 않은 몇몇 기사들은 살아남았지만, 그 기사들도 이어진 늑대 인간들의 돌진에 휘말려 모두 목숨을 잃고 말았다.

가로막는 장애물을 치운 마물왕과 그 수하들은 늑대를 타고 앞으로 달려 나갔다.

그들의 목적지는 요새가 아니었다.

마물왕과 그의 수하들은 요새를 무시하고 서쪽으로 달려 나갔다.

그 마물왕이 시작이었다.

요새를 공격하던 다른 마물들도 뭔가에 홀린 것처럼 서쪽으로 향하기 시작했다.

외곽에 있던 마물부터, 점차 요새를 직접 공격하던 마물들까지, 차례로 요새를 버려두고 서쪽으로 움직이기 시작한 것이다.

공격이 느슨해지자, 한참 죽기 살기로 싸우던 기사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지만, 반대로 지휘부와 귀족들의 얼굴은 하얗게 질려버렸다.

제일 걱정하던 일이 벌어진 것이었다.

“막아! 못 가게 해야 해!”

“다들 지쳤습니다. 더구나 요새의 성벽이 없으면 마물들에게 휩쓸릴 뿐입니다!”

지휘관인 자작의 고함에 참모가 말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싸우던 마물이 다시 성벽을 내려가버려 손이 비게 된 메레토가 성벽 아래를 내려다보았다.

벌판을 가득 메운 마물들.

마물들이 모두 뭐에 홀린 것처럼 서쪽으로 달리고 있었다.

“저건 나도 휩쓸리면 벗어나기 힘들지…….”

수많은 마물들을 잡아 온 그였지만, 이 정도 웨이브는 본 적이 없었다.

더구나 마물왕이 포함된 웨이브였다.

이런 웨이브를 평지에서 상대할 수는 없었다.

크릉…….

모든 마물들이 서쪽으로 가기 시작한 그때, 마물 하나는 그 자리에 멈춰서서 서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백작과 싸우던 거인 마물왕이었다.

크르르르릉.

거인 마물왕은 다른 마물과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마물왕은 백작의 공격에 신경을 쓰지 않고 있었다.

크르르르르릉!

대신, 마물왕의 낡은 투구 안의 입이 벌어지며, 점점 거친 소리가 흘러나왔다.

“왜 저러지? 뭔가 화가 난 것 같은데…….”

백작도 이상해서 공격을 멈추고 있었는데, 마물왕의 소리는 더욱 커졌다.

결국. 거인은 고개를 들고, 괴성을 내질렀다.

크아아아아아앙!

누가 들어도 분노에 찬 괴성이었다.

다음 순간, 거인은 그대로 서쪽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막아!”

“아니, 피해!”

문제는 거인이 달리는 앞에는 요새의 성벽이 자리하고 있었다.

놀란 성벽 위의 기사와 귀족들이 공격을 하거나 몸을 피했다.

다행히도 성벽 위에 있던 그들은 무사할수 있었다.

그것은 마물왕이 공격을 하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크아아아앙!

“맙소사……. 날았어?”

마물왕이 날아……. 아니, 성벽을 뛰어넘었기 때문이었다.

거대한 거인이 수십미터의 성벽을 뛰어넘는 광경은 보는 사람들의 입을 떡 벌어지게 했다.

알렉스라면 물리법칙이 개판 났다고 한탄을 할 그런 장면이었다.

성벽을 뛰어넘은 거인은 요새 안을 쑥밭으로 만들고는 다시 반대편 성벽을 뛰어넘은 뒤, 서쪽으로 달려 나갔다.

모두 얼이 빠져서 난장판이 되어버린 요새를 지켜볼 수밖에 없었다.

다른 요새를 공격하던 마물들도 모두 마찬가지였다.

그렇게 수만의 마물이 마물왕과 함께 요새를 벗어나 제국 안으로 밀려들기 시작한 것이다.

안타깝게도 빌헬름 요새의 성벽은 무사하지 못했다.

뒤이어 도착한 두더지 마물왕이 요새를 뚫고 지나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제국은 모든 준비에 무색하게 마물들의 공격을 받게 되었다.

결국, 이것은 모두 ‘적대자’라 불리는 한 기사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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