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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02화 (402/563)

제402화

제2편 언데드의 난 (1)

피를 뒤집어쓴 신관 기사.

아니, 신관 기사 갑옷을 입고 있는 악신의 추종자는 결국 교단의 힘에 쓰러지고 말았다.

하지만, 쓰러진 악신의 추종자를 보고 있는 사람들은 전부 표정이 안 좋았다.

“미친…….”

대주교도 쓰러진 기사를 보고는 자기도 모르게 욕설을 내뱉었다.

다른 때 같았으면, 신관도 신관 기사들도 대주교의 욕설에 크게 놀랐겠지만, 이번만큼은 같은 생각들이었다.

그도 그럴 것이, 저 한 명에게 교단의 가장 강력한 기사단인 추살대 1대가 삼 분의 이 이상이 죽어버린 것이다.

물론, 마지막에 쓰러뜨리기는 했지만, 그것도 추살대만의 힘으로 된 것이 아니었다.

대주교와 신관들이 힘을 모아, 악적의 능력을 약화했기 때문이었다.

능력을 약화하는 것이 정답이었는지, 기사단에게 등을 보이고, 대주교와 신관들에게 달려든 덕에 겨우 쓰러뜨릴 수 있었다.

대주교에게 피해가 가지 않기 위해 신관 여럿이 앞을 가로막아, 목숨을 잃기는 했지만, 악적을 쓰러뜨린 것에 비하면 작은 희생이었다.

“저희가 너무 얕보았습니다. 대륙의 삼 분의 일을 휩쓸었다는 악신의 추종자인데…….”

피투성이가 된 중년 기사, 1대대장의 말에 대주교는 고개를 저었다.

이건, 악신의 추종자라서 벌어진 일이 아니었다.

악신의 힘은 분명 완전히 막아낸 상황이었다.

유물의 힘도 막혔고.

결국, 본신의 능력으로 추살 1대의 태반을 쓸어버린 것이었다.

그것도 함정에 빠진 채로.

자신과 신관들이 능력을 약화하지 못했다면 놓쳤을지도 몰랐다.

그랬다면, 대륙에는 지옥이 펼쳐졌을 게 분명했다.

이렇게 잘 준비했는데, 이런 피해라니.

조그마한 피해도 보고 싶지 않아 과한 준비를 한 것이었는데…….

혼란이 다가온 지금 있어서는 안 되는 피해였다.

대주교는 양팔이 잘리고, 허리가 반쯤 잘려 나간 악신의 추종자를 가리켰다.

“투구를 벗겨라.”

이미 끝난 일이었지만, 누군지 확인해봐야 했다.

이렇게 강한 추종자라니. 진짜 검호 중 한 명일지도 몰랐다.

신관 한 명이 다가가, 투구를 벗겼다.

땀에 젖은 머리 아래로 얼굴이 보였다.

얼굴을 확인한 사람들은 다시 한번 놀라고 말았다.

“말도 안 돼. 이렇게 젊다니…….”

“동안이 아니라면, 20살도 안 되는 것 같은데.”

“그럴 리가. 내가 본 어떤 검호보다 강했는데.”

마지막에 능력이 약해지기 전까지는 추살대 전체를 압도했었다.

약해진 뒤에도 기사 여럿이 그를 죽이기 위해 목숨을 날렸었고.

“굉장한 실력을 가진 젊은 기사라면, 전에 들은 것 같은데…….”

“검호 실력의 젊은 기사가 있다고?”

“그건 아니지만…….”

기사들이 쑥덕이는 소리를 들으며, 대주교도 젊은 기사를 살펴보았다.

젊고 잘생겼지만, 본적이 없는 기사였다.

“아직, 살아있으니, 정보를 알아낼 수 있을까요?”

일이 끝난 뒤라, 대주교는 추살대장에게 존댓말로 물었다.

추살대장은 고개를 저었다.

“말은커녕, 마지막 숨만 남아 있을 뿐입니다. 지금까지 살아있는 것도 신기할 따름입니다.”

조금 아쉬웠지만, 대주교는 미련을 버렸다.

아직 할 일이 남아 있었다.

악신의 추종자가 숨겨 놓았을 해골 기사들을 찾아야 했고, 조직과의 일도 해결해야 했다.

그때, 신관 한 명이 그에게 물었다.

“이제 마나를 거둬도 되겠습니까?”

신관들이 땀을 뻘뻘 흘리며 그를 바라보고 있었다.

대주교는 깜빡했다는 얼굴이 되었다.

그가 신관들의 마나를 끌어다가 발동한 능력이었다.

신관들의 마나로 계속 유지되고 있으니, 신관들이 힘겨워할 수밖에 없었다.

“아, 이제 끝났으니, 거둬들여도 됩니다.”

그의 말에 신관들이 한숨을 내쉬며 마나를 거두어들였다.

지하 광장에 가득 퍼졌던 마나가 사라졌다.

직접적으로 당한 것은 아니지만, 거북한 기분을 느꼈던 기사들은 표정이 좋아졌다.

그리고,

번쩍.

죽은 듯이 눈을 감고 있었던 악신의 추종자가 갑자기 눈을 떴다.

그는 대주교를 보며 미소를 지었다.

어딘가 섬뜩한 미소.

그리고, 다음 순간 악신의 추종자는 숨이 멈추었다.

* * *

<사망하셨습니다. 자동 저장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어두웠던 세상이 점점 환해졌다.

그리고, 통증이 밀려왔다.

양팔이 잘리고, 허리가 두 쪽 났던 고통.

엄청난 고통이었지만, 새로운 고통은 아니었다.

능력이 거두어들여지기까지 버티느라 죽기 전에도 이 고통은 계속 느끼고 있었다.

마나를 돌려 억지로 생명을 이어간 시간들.

다행히, 보람이 있었다.

환해진 시야 전방에 수도원이 작게 보였다.

그리고, 내 옆에는 왕실 기사들과 발레아가 있었다.

나는 고통 속에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었다.

수도원으로 들어가기 전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가 고통을 참고 있자, 발레아가 걱정스럽게 나를 바라보는 게 느껴졌다.

계속 옆에 있으니, 중간중간 내가 고통스러워한다는 것을 그녀도 알게 되었다.

다만, 그 이유는 알지 못할 터였다.

미래에서 죽어, 그 고통을 느끼는 중이라는 것을.

나는 아무것도 묻지 않는 발레아에게 다시 한번 감사했다.

고통이 조금 가라앉은 뒤, 나는 다가오는 2 황자의 병력을 확인했다.

선두에 선 2 황자와 그 옆의 이피로스의 막스 왕자.

막스 왕자의 얼굴에는 불만이 가득했다.

‘저건 써먹을 수 있을 듯한데…….’

막스 왕자의 성향을 봐도, 지금 상황을 마음에 들어 할 리가 없었다.

하지만, 이건 좀 더 알아봐야 할 일이었다.

나는 그 일은 뒤로 제쳐두고 레스티를 불렀다.

우선 확인해봐야 할 일이 있었다.

“마지막으로 조아나의 연락을 받은 게 언제지?”

분명, 저 수도원 안에는 3 황자도 조아나도 보이지 않았다.

내가 모르는 곳에 숨겨져 있었을 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더 컸다.

처음 생각과 달리, 2 황자가 3 황자를 만나기 위해 찾아온 게 아니라면, 교단은 3 황자를 따로 숨겨놓았을 터였다.

내 질문에 레스티가 바로 대답했다.

“사흘 전, 교단 본단에서 기사들이 왔을 때 마지막 연락이 왔었습니다. 중간에서 연락을 해왔던 교인이 갑자기 일자리를 잃게 되어서…….”

그동안 조아나는 수도원에서 일하는 사람을 통해 연락해온 모양이었다.

당연히 그 고용인은 셀린 교단의 교인이었다.

그런데, 이번에 교단의 본단에서 기사들이 오는 바람에 고용인들을 다 자른 모양이었다.

사제가 직접 일을 안 하고 사람을 썼다는 것을 본단에 들키면 안 되었기 때문이었다.

“그래도 그가 우리가 오기 전까지 계속 수도원을 살피고 있었습니다. 황자가 빠져나가는 것을 보지는 못했다고…….”

3 황자가 오고, 악신의 추종자를 잡기 위해 함정을 파고 있는데, 교단이 3 황자를 드러낸 채로 운반할 리가 없었다.

“그럼, 황자 말고 다른 사람이 나간 일이 있는지 알아봐 주시겠습니까?”

“알겠습니다.”

뜬금없는 질문과 요구였지만, 레스티는 의문을 가지지 않고, 바로 교인을 만나러 떠났다.

생각을 정리한 뒤에 나는 뒤로 물러났다.

지금 상황에서는 수도원에서 바로 뭘 하기는 어려웠다.

나는 선임 기사를 부른 뒤, 지시를 내렸다.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우선 물러나죠.”

“철수하는 겁니까?”

기사의 말에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뇨. 우선 사냥부터 하죠.”

“네?”

나는 수도원 남쪽에 보이는 높은 산을 가리켰다.

“꽤 울창한 산이니, 마물이 있을지도 몰라요. 마물이 없더라도 곰이나 늑대라도 잡으면 좋을 것 같은데…….”

내 말에 기사는 더 이해하기 어렵다는 표정을 지었다.

나는 따로 설명하지 않고, 일행을 이끌고 산으로 향했다.

운이 좋았다.

북부 산맥은 아니었지만, 산맥과 이어진 산이라서 그런지, 마물이 있었다.

물론, 대단한 마물은 아니었다.

껍질이 벗겨진 늑대를 닮은 마물.

내가 어렸을 때 만났던 늑대 돌연변이. 좀비 늑대 마물이었다.

기사 혼자 처리가 가능한 마물이라, 다음 날 동안에 산에 있는 마물을 거의 다 잡을 수 있었다.

총 여섯 마리.

개수도 딱 맞았다.

기사들은 의아한 얼굴로 마물을 잡으러 다녔지만, 그래도 내 지시를 잘 따랐다.

그렇게 마물을 잡아 한자리에 모아 놓았을 때, 레스티가 좋은 소식을 가지고 돌아왔다.

“말씀하신 대로입니다. 기사단이 온 뒤에 일단의 기사들이 수도원을 빠져나갔던 모양입니다. 갑옷을 입은 기사들밖에 없어서 황자 일행이라고는 생각하지 못한 듯합니다.”

그의 말에 나는 반색을 했지만, 레스티의 표정은 그리 좋지 않았다.

“영지에 붙어 있는 교역 도시의 신전으로 갔다고 합니다. 백작이 다스리는 도시라 병력도 많고, 기사단도 있어서 우리 일행이 들어가기가 어렵습니다.”

하지만, 내 표정은 더 좋아졌다.

사람들이 많이 사는 도시면 일을 벌이기에 더 좋았다.

나는 선임 기사에게 지시를 내렸다.

“선임 기사는 기사들을 데리고 먼저 출발하세요. 저는 이 마물들을 처리하고 따라가겠습니다.”

기사는 이번에도 의문 어린 표정을 지었지만, 나는 그의 표정을 무시했다.

레스티의 안내로 기사단이 산을 내려갔다.

도시의 방향은 레스티에게 들었고, 옆에 발레아도 있으니, 도시를 찾지 못할 염려는 없었다.

기사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나는 검은 마나를 풀어 마물들을 일으켰다.

스르르 일어나는 마물들을 보고는 발레아가 눈을 빛냈다.

“저번 여행에서 새로 얻은 능력인가 봐요?”

죽기 전에 들었던 말과 비슷한 말.

나는 속으로 쓴웃음을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마물들 앞으로 걸어가 이리저리 마물들을 살폈다.

“흐음. 이런 식이구나.”

그때와 마찬가지로 발레아는 다시 살아난 마물들을 무서워하지 않았다.

이번에도 내 능력이 늘어난 것을 기뻐해 줄 뿐이었다.

“그런데, 이 아이들은 왜 살려놓은 건가요?”

기사들이 잡은 마물들이라, 마물들은 절대로 살아있는 것처럼 보이지 않았다.

마물이라도, 심장이 잘려 나가고, 머리가 사라진 모습을 보고 살아있다고 말할 사람은 없었다.

죽기 전, 기사들을 되살려 보니, 인간이 얼마나 약한지 알 수 있었다.

그전에 되살려 보았던 마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다.

도대체 평범한 짐승보다 약할 정도라니.

혼란을 일으키기 위해서가 아니었다면, 절대로 쓰지 않았을 터였다.

어차피 상대는 악신의 추종자가 온다는 것을 알고 있으니, 제대로 된 언데드를 보여줄 생각이었다.

“이 마물들을 데리고 도시로 가는 건가요?”

이미, 함정에 빠져봤는데 다시 들어갈 이유가 없었다.

이번에는 내가 함정을 끄집어내 줄 생각이었다.

“네. 도시로 가죠.”

내 말에 발레아가 신이 난 얼굴로 손을 번쩍 들었다.

“마물들을 데리고 도시로 가다니. 이런 경험은 처음이에요!”

나는 기뻐하는 발레아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정말 물가에 내놓은 어린이, 아니 우리밖에 내어놓은 호랑이를 보는 기분이었다.

내가 없다면 발레아가 어떻게 될지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우리는 마물들을 이끌고, 산에서 내려갔다. 3 황자가 있다는 도시까지는 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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