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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401화 (401/563)

제401화

제1편 사람을 잘못 보신 것 같습니다 (2)

대주교와 추살대의 기사들. 신관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나는 반쯤 내리고 있던 투구의 바이저를 완전히 내렸다.

어차피 함정에 빠졌는데, 얼굴을 보일 이유가 없었다.

더구나, 이들은 내가 죽음의 신의 사제라고 알고 있었다.

확실히 ‘기사의 검’이 아니었으면 이들의 말대로 ‘악신의 사제’가 되었을지도 몰랐다.

다만, 어떻게 알고 이렇게 함정을 만들었는지는 무척 궁금할 따름이었다.

나는 목소리를 바꿔, 굵은 목소리로 대주교에게 물었다.

“어떻게 알았지?”

대주교가 의기양양한 표정을 지으며 대답했다.

“내가, 교단이 악신의 성물을 그냥 방치해 놓을 줄 알았나? 그리고, 성물을 지키던 베네틱토 형제가 돌아오지 못했으니, 의심하는 것은 당연한 법.”

생각보다 성전의 경계가 허술한 것 같더니, 다른 보안이 더 있었던 모양이었다.

아마도, 유물을 썼을 터. 수백 년간 유물을 모아온 교단이라면 그런 용도의 유물도 가지고 있을 법했다.

“어떻게 성전에서 악신의 성물을 빼냈는지 모르겠지만, 성물을 가진 이상 악신의 신전에 초대를 받아 그의 사제가 되었을 테지.”

대주교는 그 뒤에 일어난 일도 잘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성물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

그럼, 다른 성물도 알고 있을 텐데.

지금 물어보면 알려주려나?

그런 생각을 하고 있는 동안, 대주교는 말을 이어갔다.

“교단이 누구에게서부터 시작되었는지 알았다면 반드시 찾아오리라 생각했다. 악신의 추종자라면 찾아오는 것도 어렵지 않았을 터.”

뭔가 악신과 교단을 만든 신관 용사와 접점이 있는 걸까?

거기다, 악신의 사제가 되면 뭔가 추적술 비슷한 것도 얻을 수 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조금 전에도 악신의 능력으로 내 계약도 막아냈을 테지.”

대주교는 완전히 잘못 알고 있었지만, 결론 자체는 틀리지 않았다.

그보다, 대주교의 말은 이미 다잡아 놓은 먹이에게 친절하게 설명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것이 추살대 수십 명이 나를 포위하고 있었다.

능력을 갖춘 것처럼 보이는 신관도 여러 명이었고. 대주교도 풍겨 나오는 마나가 만만치 않았다.

거기다, 이 지하는 신기하게도 검은 마나까지 움직이지 못하게 했다.

사람의 능력이 아니라면, 교단이 가진 유물의 능력일 터였다.

악신의 성물을 막을 만한 유물이라면 충분히 성물이라고 불릴만한 물건일 테고.

그럼, 교단의 성물이려나?

아니면, 이곳도 교단의 성전처럼 유적일지도 몰랐다.

나는 등에 맨 대검을 뽑아 들고, 다른 손을 주머니 속에 넣어 미리 빼놓은 구슬을 잡았다.

그리고, 구슬의 에고가 아는 유적인지 물어보았다.

하지만, 구슬은 대답이 없었다.

그러고 보니, 다른 손에 들린 대검도 느낌이 이상했다.

지금도 튼튼한 검이긴 했지만, 전처럼 절대로 부서지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설마…….”

내가 중얼거리는 소리를 들었는지, 노인은 손을 활짝 폈다.

“유물을 더 가지고 있었나? 그 설마가 맞다. 이 안에서는 모든 유물이 힘을 발휘할 수 없다. 고대 제국이 만든 유물이든, 이단들이 가지고 있던 유물이든.”

그는 활짝 핀 손을 높이 들어 올리며 말했다.

그는 지금 계시를 받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신이 교단에 내려주신 진정한 성물이다. 모든 유물의 힘을 막는 진정한 성물.”

그의 음성이 지하 광장을 울리니, 신관들도 기사들도, 손을 올려 성호를 그었다.

“마왕을 봉인할 때 없어졌다고 생각했겠지만, 신이 주신 성물은 영원히 우리 곁에 남아 있다! 신께 영광을!”

“신께 영광을!”

대주교의 외침에 호응하는 신관과 기사들의 구호가 지하 광장을 가득 메웠다.

대주교가 설명하기를 좋아해서 다행이었다.

설교하던 버릇 때문인 것처럼 보이긴 했지만, 어쨌거나 내게 도움이 많이 되었다.

이로써 당장 알아야 할 내용은 거의 다 들은 것 같았다.

어떻게 함정을 팠는지, 그리고, 교단의 성물이 무엇인지도.

유물의 능력을 봉인하는 성물이라니.

고대 제국의 일을 숨기고, 유물을 회수하는 교단다운 성물이었다.

물론, 더 듣고 싶은 일들이 아직 많이 남아 있었다.

교단이 왜 고대 제국의 일을 숨기는지, 이곳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3 황자의 위치나, 교단의 성물이 무엇인지 같은 것들.

하지만, 지금은 더 듣기는 어려워 보였다.

대주교가 나를 잡으라는 명령을 내렸기 때문이었다.

“이제, 악신의 종자를 잡아라. 목숨과 대답할 입만 남아 있으면 되니, 사정을 보지 마라!”

가짜 신을 섬겨서 그런지, 종교인답지 않은 과격한 명령이었다.

그의 명령에 기사들이 기세를 올렸다.

지금은 악신의 능력만 아니라, 유물 전체가 봉인된 상황.

지금부터 저 많은 기사와 신관들을 본신의 힘만 가지고 싸워야 했다.

내가 진짜 언데드 군단을 끌고 다니는 ‘악신의 사제’라면 여기서 그냥 개같이 잡혀야 할 상황이었다.

“형제들. 악적을 구속하도록. 혹시 모르니 주의하고.”

대주교의 명령에 이어, 중년 기사가 기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아마도, 그가 이 추살대 기사들의 대장인듯했다.

내가 상대했던 두 추살대장보다 강해 보이는 상대였다.

다만, 그가 직접 나서지는 않았다.

다른 기사들이 나를 포위한 채로 두 기사가 조심스럽게 내게 다가왔다.

교단의 성물로 능력을 모두 잃었다고 알고 있었을 텐데도 저렇게 조심하다니.

고대 제국이 강성하던 시절. 제국의 삼 분의 일을 날려버려서였을까?

생각보다 이들은 악신의 신관을 무서워하는 듯했다.

물론, 나는 악신의 신관이 아니었고, 신관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무서운 사람이었다.

이미, 계획도 일도 개판이 되어버린 상황.

이제는 뭔가 고민하면서 일을 진행할 필요가 없었다.

나는 다가오는 기사들을 향해 몸을 날렸다.

“조심해! 강한 기사다!”

서걱. 서걱.

내가 뛰쳐나가는 것을 보고는 중년 기사가 소리를 쳤지만, 그가 말을 마치기도 전에 내 검이 두 기사를 휩쓸었다.

몸이 갈라지고, 피가 솟구쳤다.

세상이 느려졌다.

기사들의 움직임이, 마나의 움직임이 눈에 잡혔다.

솟구치는 피 사이로, 다른 기사들의 눈이 커지고 있는 게 눈에 들어왔다.

나는 허공에 퍼지는 피를 뚫고 더 앞으로 나아갔다.

갈라진 기사들 뒤에 서 있던 기사들의 눈이 더 커졌다.

몇몇 기사들은 내 움직임을 따라오지도 못했다.

나는 정면의 기사의 목에 검을 찔러넣고, 기사 채로 검을 휘둘렀다.

퍽! 퍽!

옆에 있던 두 기사가 동료에게 얻어맞아 볼링공처럼 튕겨 나갔다.

목이 찔린 기사는 그 여파에 목이 잘려 나갔고,

다시금 허공에 피가 퍼져 나갔다.

나는 튕겨 나간 두 기사를 따라 몸을 날렸다.

그리고, 검을 휘둘렀다.

피가 솟고, 살점이 휘날렸다.

“물러서! 진형을 갖춰라! 기사단장, 아니 왕실기사단 장급……. 이런, 검호급이다!”

호흡을 멈추고, 한바탕 검을 휘두르고 나니, 그제야 중년 기사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주위는 온통 피바다였고, 조금 전까지 신관 기사였던 이들은 조각조각 분해되어 바닥을 구르고 있었다.

일을 치는 내가 봐도 꽤 경악할 만한 광경이었지만, 생각보다 죽인 기사의 수는 많지 않았다.

그동안 상대했던 추살대보다 이 기사들이 훨씬 강했다.

거의 왕실 기사급.

훈련이 잘되었는지, 남은 기사들은 뒤로 물러서서 진형을 갖추고 있었다.

물러선 기사들의 표정에는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광신도들답게 공포를 느끼는 기사는 없어 보였지만, 적어도 그들이 예상치 못한 광경이 분명했다.

그때, 중년 기사가 앞으로 나서며 이를 갈았다.

“으득, 검호급 기사라니! 도대체 넌 누구냐!”

여태, 신경도 안 써놓고, 이제야 저런 소리라니.

내가 알려줄 리가 없었다.

“상대는 검호급 기사다. 검호 대응진을 펼쳐라!”

검호 대응진이라니.

이곳에서 여러 가지 경험을 하게 된 모양이었다.

나는 바로 덤비려다가, 그들이 진형을 갖추기를 기다려주었다.

망한 회차니 이번에도 최대한 정보를 모을 생각이었다.

거기다, 생각보다 상대에게서 큰 위협이 느껴지지 않았다.

지금 검호 대응진이라며 준비하고 있는 검진도 광신도 특유의 자폭진이었다.

마나가 연계되고, 공수가 잘 연계될 것처럼 보이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목숨을 버려가며 강자의 발목을 잡고, 허점을 만들어내는 검진이었다.

“이거 잘하면 죽지 않고 끝낼 수도 있을 것 같기도 한데…….”

생각보다 적이 약한…… 아니 내가 강했다.

유물 없이도 추살대, 기사단 하나는 혼자서 충분히 감당할 만한 실력이 된 것이었다.

상황을 보니 운이 나쁘지 않으면, 이번에도 살아서 끝낼 수 있을 것 같았다.

“목숨은 신의 것! 신께 영광을!”

“신께 영광을!”

중년 기사의 선창에 남은 기사들이 크게 외쳤다.

그들의 표정은 조금 전과 달라져 있었다.

죽음을 각오한 순교자의 모습. 달리 말하면 자살 폭탄범 같은 모습이었다.

이번에는 기사들이 먼저 내게 달려들었다.

서걱! 캉! 캉!

선두에 선 기사들이 검을 앞으로 내밀고 나를 덮쳤다.

내 검이 그들을 베어버렸지만, 그들의 검은 끝까지 나를 노렸다.

나는 검을 튕겨낼 수밖에 없었고, 뒤이어 다른 기사들의 검을 상대해야 했다.

역시, 죽음을 각오한 자들의 합격은 무시무시했다.

나도 조금 전처럼 일방적으로 기사들을 쓸어버릴 수 없었다.

덮쳐오는 기사의 몸을 치워야 했고, 죽은 뒤에도 이어지는 공격을 막아내야 했다.

기사단 전체와 나 사이에 전투가 이어졌다.

다만, 내 예상대로 내가 더 유리했다.

검호 대응진이라 불릴 정도로 대단한 진이었지만, 대응만 가능할 뿐 이길 수 있는 진은 아니었다.

기사들이 차례로 쓰러지며, 내게 가해지는 압박이 점점 약해졌다.

그렇게 죽지 않고 끝낼 것 같은 예감이 점점 커지는 순간.

화아악!

지하 광장 전체에 마나가 퍼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한 사람이 펼칠 수 있는 마나가 아니었다.

분명, 유물들은 봉인되었을 텐데?

그런 생각을 하는 순간, 마나가 내 몸에 영향을 미치는 게 느껴졌다.

드드득.

내 몸에 흐르는 마나가 마구 흔들렸다.

검의 빛이 흐려지고, 주위에서 느껴지는 감각이 약해졌다.

검기가 날아가다가 소멸되었고, 잘 보이던 마나가 희미해졌다.

맙소사.

내 능력들이 엄청나게 약해진 것이다.

놀란 나는 덤벼오는 기사들을 밀어내고, 마나의 시작점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대주교와 신관들이 모여있었다.

그들의 모습을 보고, 나는 신관들이 왜 나서지 않았는지 알게 되었다.

대주교를 중심으로 신관들이 힘을 합쳐서 하나의 능력을 발동시키고 있었다.

조금 전 유물의 힘을 봉인했던 성물의 능력과 비슷한 능력이었다.

대주교의 능력인지, 아니면, 성물의

힘을 빌린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다만, 그들은 유물의 힘을 봉인하는 것처럼 귀족의 능력도 줄이는 방법을 알고 있었다.

마왕을 봉인하는 데 성물을 썼다는 말이 이걸 말하는 걸까?

그런 의문이 스쳐 지나갔지만, 지금은 그런 생각을 할 때가 아니었다.

최악의 상황이었다.

상대의 능력을 봉인하는 능력이라니.

잘못했다가는 내 회귀 능력도 막힐지도 몰랐다.

진짜 죽다니.

나는 나를 공격하는 기사들을 무시하고, 대주교를 향해 몸을 날렸다.

검이 살을 가르고, 온몸이 피로 뒤덮였지만, 나는 개의치 않았다.

내가 죽기 전에 이 능력을 막아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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