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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83화 (383/563)

제383화

제8편 성전 (1)

성전을 습격한 마물들은 우리가 해변에서 보았던 두 발로 걷는 도마뱀들이었다.

해변으로 올라온 마물들은 숲을 가로질러, 이곳 성전까지 온 모양이었다.

마물들은 발에 달린 빨판으로 성벽을 기어올랐다.

성벽 위에서는 기름을 붓고, 화살을 날려 마물들을 땅으로 떨궜지만, 죽은 마물들은 한 마리도 없었다.

마나가 담긴 공격이 아닌 이상, 마물을 쓰러뜨리기는 어려웠다.

하지만, 계속 쓸데없는 공격을 하는 것은 마물들이 성벽 위로 올라오는 것을 늦추기 위함이었다.

성벽 위에서 마물과 싸우는 기사들이 조금이나마 적은 수의 마물과 싸우게 하기 위해서였다.

3 황자는 쉬러 들어갔지만, 두 여사제와 나는 마물과의 싸움을 도왔다.

생각보다 손이 필요한 모양이었다.

비밀이 밝혀질까 걱정했던 기사도 내가 돕겠다고 하자, 냉큼 받아들였다.

주교도 바로 허락해주었고, 우리는 바로 성벽으로 돌아갔다.

그곳에서 조아나는 텔레파시로 명령을 전달했고, 엘레나는 지치고 날카로워진 사람들의 정신을 치료했다.

그리고, 나는 성벽 한쪽을 맡아 올라오는 마물들을 썰어버렸다.

기름을 부을 필요도, 화살을 쏠 필요도 없었다.

나는 두세 명이 지켜야 할 성벽을 혼자서 전부 지켜 냈다.

이것도 내 실력을 최대한 숨긴 것이었지만,

내 실력을 본 기사들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칭찬했다

“와, 대단하십니다. 신전 기사로 들어오실 생각은 없습니까?”

“하하, 지친 우리를 위해 신께서 기사를 보내신 모양입니다.”

뭔가 감사하는 방향이 다른 것 같았지만, 같이 싸우다 보니, 그들은 다른 기사들과 별로 다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이들은 추살대처럼 맹목적이지 않은 평범하고 사람 좋은 기사들이었다.

다만, 그들의 표정은 무척 어두웠다.

나이가 지긋한 기사가 마물의 사체가 흩어져 있는 바닥을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신이시여……. 이건 점점 숫자가 늘어나는데……. 몇 번이나 더 막을 수 있을지 모르겠군.”

“본 단에서 지원은 안 온답니까?”

그의 말에 젊은 기사가 옆에서 물었다.

“지원은 이 기사분이 다인 것 같은데?”

먼저 기사가 나를 가리키자, 젊은 기사가 그를 흘겨보았다.

“지원으로 오신 분이 아니잖습니까.”

“아니면 같이 온 사제 두 분?”

그의 말에 젊은 기사는 고개를 저었다.

“하하, 그동안 편하게 잘 지냈으니, 이런 고생도 할 때가 있는 거지. 성전을 지키다 순교를 하는 건 그래도, 보람 있는 일이 될걸세.”

“그런가요.”

“아마도…….”

두 사람의 대화를 들으며, 나는 성벽을 내려갔다.

그렇게 성전을 지키는 데 도움을 주었지만, 이곳에서 나는 외부인이었다.

싸움이 끝난 뒤, 나는 외진 방에 안내되었다.

왕궁의 별장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멋진 곳이어서인지, 외진 방도 무척 화려했다.

다만, 홀이 있던 본 건물도 아니라서, 나 혼자 뭔가 알아보기는 어려워 보였다.

하지만, 이곳도 내 편은 있었다.

[사람들에게 알아보니, 역시, 홀 지하에 유물들을 모아 놓았을 것 같아요.]

늦은 밤. 방 안에 있으니, 머릿속으로 조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교단이 나를 성전으로 보낸 이유는 한 가지. 셀린 교단의 성물을 찾기 위해서였다.

성기사를 대표하는 신검처럼, 셀린 교단을 대표하는 성물이 있었다.

그 성물은 대전쟁 이후 교단의 탄압 가운데 사라졌고, 교단은 수백 년 동안 성물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다.

당연히 교단의 성전이라면, 그 유물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물론, 오래전에 파괴해버렸을 수도 있겠지만, 셀린의 신도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고 있었다.

내가 이곳에 온 이유는 그것 말고 다른 것도 있었지만, 우선 셀린 교단의 성물을 찾기로 했다.

얼마 전까지 마물 사체를 처리하느라 바빴던 교단의 사제와 기사들도 모두 잠자리에 들어갔다.

몇몇 기사가 순찰하고 있었지만, 전부 성벽 위에서 성전 밖을 살피고 있었다.

하지만, 이 방에 나를 안내했던 사제도 해가 진 뒤에 방에서 나오지 말라고 했었다.

기사들 말고도 내부를 감시하는 것이 있다는 말이었다.

하지만, 나는 유물 주머니에서 검게 칠해진 옷을 꺼냈다. 그리고, 검은 두건을 쓰고, 마나를 움직였다.

깊숙이 마나를 숨기고, 호흡도 가라앉히고, 주변에 동화해 나갔다.

암살자들과 싸우며 배우고, 그동안 스스로 개조한 마나 심법.

이 마나 심법과 움직임은 ‘마나 감응력’을 가진 사람들에게는 통하지 않겠지만, 일반인에게는 바로 옆을 지나가도 들키지 않으리라고 자신했다.

물론, 눈에 보이면 들키겠지만.

이런 조용하고 깜깜한 밤에는 그럴 걱정은 없었다.

나는 본 건물과 떨어져 있는 숙소에서 나와 별빛에 반짝이는 꽃밭을 가로질렀다.

사제가 경고했던. 교단 성전의 내부 경비는 꽃밭에 숨겨져 있는 유물들인 모양이었다.

처음 들어왔을 때와 달리, 꽃밭 사이사이 펼쳐져 있던 마나가 더 넓고 강하게 펼쳐져 있었다.

중앙 대로도 그 마나의 영역에 들어가 있어, 이 시간에 함부로 대로를 걸으면 마나에 걸릴 수밖에 없었다.

마나를 보고 느끼지 못한다면 누구나 걸릴 수밖에 없었다.

걸리면 어떻게 되는지 궁금하긴 했지만, 걸릴 생각은 없었다.

나는 ‘마나 감응력’과 내 감각을 따라 마나가 펼쳐진 사이로 계속 달려 나갔다.

자신들도 다닐 곳이 필요했는지, 중앙 건물까지 마나가 미치지 않는 길이 있었다.

직선이 아니라 이리저리 꼬여 있긴 했지만, 마나가 보이니, 어렵지는 않았다.

그렇게 중앙 건물에 도착한 뒤에 나는 벽을 타고, 2층으로 올라갔다.

건물 2층에 살짝 열린 창문이 있었다.

나는 그 창문 옆에 붙어 신호를 보냈다.

[도착했어요.]

머릿속으로 말을 전하자, 안에 있던 사람이 창문을 활짝 열었다.

조아나 사제였다. 그녀는 여태 침대에 누워 있었는지, 실내복만 걸치고 있었다.

나는 그녀가 창문을 연 순간 안으로 들어갔다.

조아나는 의아한 듯 주변을 둘러보더니, 다시 창문을 닫았다.

조아나의 연기가 그럴듯했다.

조아나는 방안에 들어온 내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지만, 곧 나를 알아보았다.

나인 것을 확인한 뒤에, 조아나가 안의 상황을 설명해 주었다.

[복도에는 신전 기사가 일정 간격으로 순찰을 하고 있어요. 다만, 홀 입구는 지키는 사람은 없지만, 밤에는 닫혀 있는 모양이에요.]

순찰은 1시간 간격이고, 10분 정도 전에 지나간 모양이었다.

거기다, 홀 입구의 문은 정해진 사람이 아니라면 열리지 않는 문이었고.

조금은 허술한 경계였지만, 솔직히 교단의 신도들만 있는 이곳이라면 허술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웠다.

게다가, 아무나 열지 못하는 문이라면 강제로 열기도 쉽지 않을 터였다.

적어도 다른 사람들을 깨우기 충분할 터.

어찌 되었건, 접근하기 어렵다는 말은, 그녀의 말대로 홀 안에 우리가 찾고 있던 물건이 있을 가능성이 컸다.

조아나는 걱정스럽다는 듯이 말했지만, 나는 자신 있다는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충분해요. 걱정하지 않아도 돼요.]

나는 그녀를 안심시키고, 방문을 열고 복도로 나섰다.

복도는 어둡지 않았다.

벽 곳곳에 달린 유물 등이 복도를 밝히고 있었다.

거기다, 복도 전체를 수놓는 화려한 조각들과 그림.

낮에 보았으면, 이 복도의 광경도 감탄했을지도 몰랐다.

하지만, 오래되어 약해진 유물 등 아래에 펼쳐진 오래된 조각과 그림은 을씨년스럽고 처량하게 느껴질 뿐이었다.

다행히 복도에는 다른 감시 장치는 보이지 않았다.

하긴 순찰을 돌고 있는데 감시 유물 같은 게 있을 리가 없었다.

나는 빠르게 움직였다.

방마다 잠든 사람들의 기척이 느껴졌다.

낮의 일이 피곤했는지, 깨어있는 사람들은 없었다.

그렇게 복도를 가로지른 뒤, 층계를 내려가, 1층 로비로 향했다.

로비에는 아무도 없었다.

건물 정문도 닫혀 있었고, 홀로 들어가는 입구도 굳게 닫혀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 보니, 낮에 확인한 것처럼 평범한 문이 아니었다.

이 건물과 같이 만들어진 오래된 문.

이 문도 유적의 일부이자, 유물이었다.

꽃밭의 유물 감시 센서도 그렇고, 이 문도 그렇고, 이 유적은 아직 잘 가동되고 있었다.

교단이 이곳을 성전으로 삼은 것도 그런 이유일 터였다.

그렇다는 건, 이 문을 강제로 부수면, 이 건물과 요새 전체가 비상이 걸릴 거라는 말이었다.

벌써, 비상이 걸리게 할 수는 없었다.

나는 가슴에 손을 넣어, 구슬을 꺼냈다.

[용사 관리 체계. 12번 예비 에고입니다. 관리자 접속을 확인했습니다.]

머릿속으로 구슬의 목소리가 흘러들어왔다.

구슬에 들어있는 에고의 목소리였다.

나는 에고에게 물었다.

‘앞에 문이 있지?’

[황실 별장, 중앙 홀 문입니다. 임시 사용자가 잠가 놓은 상태입니다.]

내 물음에 에고 구슬은 바로 대답했다.

설마 했던 예상대로 이 성전은 고대 제국의 황실 별장이 맞았던 모양이었다.

무슨 이유에서인가 교단은 이곳을 성전으로 활용하고 있었다.

교단이 직접 만들었다면 방법이 없었겠지만, 이곳은 고대 제국의 유적이었다.

그렇다면, 에고 구슬이 어떻게 할 수 있을 터였다.

‘열 수 있지?’

[네. 문을 잠근 것은 임시 사용자입니다. 권한이 낮아서 충분히 가능합니다.]

역시 가능했다.

‘열어.’

철컹.

내 말이 끝나기 무섭게 문이 열렸다.

밤의 예배당.

스테인드글라스의 빛도 낮과 달리 은은하게 홀을 비추고 있었다.

무척이나 아름다운 광경이었지만, 나는 그런 광경에 눈을 돌릴 시간이 없었다.

문을 닫고, 바로 제단으로 향했다.

카를로스 왕국 수도에 있던 예배당과 비슷한 구조로 개조했다면, 분명 제단 근처에 지하로 향하는 계단이 있을 터였다.

하지만, 예배당을 가로질러, 제단 너머에 가 보아도, 주변을 살펴보아도 지하로 향하는 계단 같은 것은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감각을 조금 더 확장해보자, 바람이 흘러 다니는 곳을 느낄 수 있었다.

제단 바로 아래였다.

지하로 향하는 계단은 제단 아래에 있었다.

제단과 주변에는 스위치 같은 것도 보이지 않았고, 제단에 마나를 흘려보아도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나는 마지막으로 제단을 힘으로 밀기 전, 에고 구슬에게 물어보았다.

[별장의 코어로 향하는 통로가 있습니다. 같은 사용자 권한이라 충분히 열 수 있습니다.]

먼저 구슬에게 물어볼걸.

괜히 시간을 버린 것 같았다.

당연히 구슬에게 문을 열게 했다.

드드드득.

제단이 옆으로 움직이고, 그 아래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움직이는 모습을 보니, 지하 통로를 덮는 덮개 위에 제단을 붙여놓은 모양이었다.

‘머리를 잘 썼네.’

이런 식이라면, 다른 이들에게는 교단이 숨겨놓은 비밀 통로처럼 보일 테니.

숟가락을 얹은 것에 불과했지만, 이 정도면 유적을 멋지게 활용했다고 할 만했다.

나는 열린 통로를 통해, 계단을 내려갔다.

그리고, 통로를 내려가는 내 뒤로 다시 뚜껑이 덮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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