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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70화 (370/563)

제370화

제20편 귀환 파티 (1)

지팡이를 수리한 나는 대공녀에게 감사 인사를 하고, 사절단과 함께 공국을 떠났다.

아무래도 대공녀에게도 빚이 하나 생긴 것 같았다.

나중에 결혼 선물로 좋은 유물이라도 가져다줘야 할 것 같았다.

전과 달리, 공국에서 왕국 수도까지의 여행은 무척이나 여유로웠다.

뒤쫓는 사람도 없었고, 중간에 튀어나와 시비를 거는 사람도 없었다.

정말로 죽은 여자가 우리를 따라온 것을 아는 사람이 없었던 모양이었다.

여유로운 시간이 흘러가자, 나도 긴장을 풀고 여행을 즐기게 되었다.

수도로 향하는 길에 보게 된 왕국의 모습도 내전 때와는 많이 달라져 있었다.

난민도 보이지 않게 되었고, 강도나 도둑도 줄어든 것 같았다.

거기다, 기사와 병사들이 마을을 돌아다니며 치안을 잡고 있었다.

그들을 보니, 이제야 왕국이 제대로 돌아가는 것처럼 보였다.

나란히 마차 옆을 지나가는 기사들을 지켜보던 하비에르가 입을 열었다.

“지금은 사람보다 마물이 더 문제라고 하더군요.”

“마물요?”

“네. 내전 때문에 마물 정리를 제대로 못 한 탓이죠. 날이 따뜻해지니, 겨울 사이에 불어난 마물들이 사람들을 습격하기 시작한 모양입니다.”

하비에르의 말에 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럴 수밖에 없었다.

봉인지의 마물들이 아니더라도, 이 대륙은 마물이 계속 튀어나오는 곳이었다.

마왕이 고대 제국을 멸망시키며 대륙을 휩쓴 뒤, 마물들의 오염된 마나는 대륙 곳곳에 남게 되었고.

그 오염된 마나들은 계속 짐승들을 오염시켜 마물들을 만들어 냈다.

귀족들이나 영지의 기사들이 발생한 마물들을 계속 정리해 주지 않으면, 마을 한둘은 쑥밭이 되는 경우가 빈번하게 일어날 수밖에 없었다.

하비에르의 말은 아직, 영지민들의 고생이 끝난 게 아니라는 말이었다.

그러고 보니, 내 영지도 마물을 정리해 두어야 했다.

북부 산맥의 지류와 붙어 있는 영지니, 제때 정리하지 않으면 마물의 피해가 클 수밖에 없었다.

산맥에서 마물들이 튀어나오기 전에 정리해야 하니, 저번에 갔었던 사냥꾼 마을의 도움을 받아야 할 듯했다.

역시, 영주라는 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다른 사람들에게 열심히 일을 떠맡겨 놓았는데도 이렇게 할 일이 많다니.

공작이 영지 일 때문에 검을 휘두를 시간이 부족했다고 한탄을 하던 게 이해가 갈 정도였다.

어찌 되었건, 수도로 향하는 길은 무척이나 편했다.

여행만 아니라, 호위 책임자로서의 일도 제국으로 갈 때와 달리, 무척 쉬워졌다.

제국으로 향할 때는 내 말을 잘 따르던 기사들과 달리, 다른 사절단 일원들은 무척이나 내 지시를 따르지 않았었다.

오죽했으면, 다른 기사를 통해 지시를 내렸을 정도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게 할 필요가 없었다.

유적에서 사람들을 구하고, 황제에게서 상을 받은 뒤에는 사절단에서 나를 무시하는 사람은 없었다.

하녀와 고용인들, 관료들과 시드 백작까지 전부 내 눈치를 보게 된 것이다.

이제 그들도 알게 되었다. 내가 다른 이의 후광으로 작위를 받은 게 아니라는 것을.

내 실력이 가짜가 아니라는 것을 그들도 알게 된 것이다.

그렇게 편한 여행을 끝으로 우리는 왕국 수도로 돌아오게 되었다.

미리 기사를 보내 알린 덕에 우리는 활짝 열린 성문을 통해 도시로 들어가게 되었다.

“시드 백작과 왕국 사절단의 복귀입니다!”

성문을 지키는 기사의 외침과 옆으로 피해 있던 사람들의 시선을 받으며 우리는 수도로 들어섰다.

도시는 우리가 출발할 때보다 더 활기차 보였다.

길옆으로 피해 있는 상인들도 전보다 많았고, 사람들의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확실히 이제는 살만해졌다는 게 여실히 느껴졌다.

여왕과 재상이 왕국을 잘 다스리고 있다는 소리였다.

사절단은 밝은 분위기의 거리를 지나, 왕궁 앞에 멈춰 섰다.

왕궁은 전과 달라지지 않았다.

왕궁 앞에는 궁을 지키는 기사 말고도 사람들이 나와 있었다.

우리를 맞이하러 나온 하녀들과 고용인들이었다.

그들이 짐을 내리고, 사람들이 마차에서 내려 몸을 푸는 사이, 나는 기사들에게 마지막 명령을 내렸다.

“모두 수고했습니다. 여러분 덕에 무사히 다녀올 수 있었습니다. 이제 여러분은 기사단에 복귀하시면 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기사들이 내게 경례했고, 나도 가슴에 손을 올려 그들에게 답례했다.

기사들은 내게 인사를 한 뒤에 기사단으로 향했고, 나는 그들의 뒤를 따르는 하비에르를 불렀다.

“잠깐만 기다려 주시겠습니까? 하비에르 기사.”

내 말에 하비에르는 뭔가 생각난 얼굴로, 내게 가까이 다가와 작게 속삭였다.

“비밀은 꼭 지키겠습니다.”

나는 뜻밖의 말에 고개를 갸웃거렸다.

비밀?

잠시 기억을 더듬으니, 하비에르의 말이 무슨 뜻인지 알 수 있었다.

하비에르가 비밀로 할 만한 일은 한 가지밖에 없었다.

그가 요새에서 내 대역을 한 일이었다.

하비에르는 그 방안에서 정확하게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인지 알지 못했지만, 그게 중요한 일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을 터였다.

하비에르는 내가 비밀에 대한 다짐을 받기 위해, 그를 부른 것으로 생각한 모양이었다.

사실 그런 이유로 부른 것은 아니었지만, 알아서 비밀을 지켜준다니, 고마울 따름이었다.

“……그러면, 고맙고요. 그보다, 기사단장님께는 따로 찾아뵙겠다고 전해 주세요.”

사실 내가 그를 부른 이유는 기사단장에게 남길 말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아. 넵.”

내 애매한 대답에 하비에르도 어리둥절했지만, 그답게 깊게 생각하지 않고,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그는 내게 인사를 하고, 앞서간 기사들을 따라갔다.

기사들을 보내고, 사절단의 책임자 세 사람은 왕궁 집사장의 안내를 받으며 왕궁으로 들어갔다.

“여왕님이 계속 여러분을 기다리셨습니다.”

“오, 그런가. 좋은 소식을 가져와서 다행이군.”

집사장의 말에 시드 백작은 만족스러운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여왕이 계속 기다렸다고 해도, 공주일 때처럼 바로 만날 수는 없었다.

시드 백작, 카트린과 나는 각자 대기실로 안내되었다.

그곳에서 다시 몸을 씻고, 옷을 갈아입고 나서야, 우리는 여왕을 만나게 되었다.

알현실 문이 열리고, 여왕이 몇몇 귀족과 함께 우리를 맞이했다.

우리는 여왕 앞에 나아가, 한쪽 무릎을 꿇었다.

가운데에서 무릎을 꿇었던 시드 백작이 고개를 들고, 입을 열었다.

“여왕님의 성은으로 무사히 제국을 다녀왔습니다. 저희는 온 힘을 다해 제국의 모습을 확인하고, 그들과 여러 이야기를 나누고, 여러 가지 사항을 조율했습니다.”

입에 발린 소리일 뿐이었지만, 언제나처럼 시드 백작의 입에서 나온 말들은 귀를 현혹했다.

“……첫 방문이라 확실한 결과는 들고 오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사절단의 왕래가 이어진다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으로 생각됩니다.”

이어진 말들도, 알맹이는 없었지만, 그의 능력과 갈고닦은 그의 말솜씨 덕에 대단한 업적인 양 느껴졌다.

사람들은 만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고, 시드 백작은 품에서 둘둘 말린 서류를 꺼내 공손히 앞으로 내밀었다.

“돌아오는 동안 정리한 문서 안에 그동안의 일을 적어놓았습니다. 받아 주십시오.”

옆에 서 있던 집사장이 시드 백작이 내민 서류를 받아 여왕에게 건네주었다.

여왕은 서류를 받아 휘리릭 넘겼다.

여왕의 성의 없는 모습은 서류가 몇 장인지 확인하는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하지만, 그녀는 전부 읽어냈을 게 분명했다.

나와 달리, 여왕은 진짜 천재였다.

여왕은 서류를 내려놓고, 작게 웃었다.

그녀는 시드 백작을 보며 입을 열었다.

“재미있는 일들이 많았군요. 항목마다 시드 백작의 생각도 잘 정리되어 있고. 잘 봤어요.”

“감사드립니다.”

여왕의 말에 백작은 감사 인사를 했다.

하지만, 그의 인사는 너무 빨랐다.

“저도 따로 들은 이야기가 있으니, 그대가 준 이 내용과 비교해 보고, 포상하도록 할게요. 포상을 정하는 일이 제법 재미있을 것 같네요.”

내 눈에 시드 백작의 목덜미에서 땀이 솟는 게 보였다.

아무래도, 서류에는 백작의 생각이 조금 과하게 적혀 있었던 것 같았다.

여왕은 거기까지 말한 뒤에 자리에서 일어났다.

“다녀온 결과를 정리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테니, 보고는 여기까지 하죠.”

시드 백작에게 무서움을 보여 준 여왕이, 나와 카트린을 보며 미소를 지었다.

“모두 고생했어요. 저녁에 여러분을 위한 파티가 준비되어 있으니, 모두 참석하세요. 이번에는 빠지는 사람이 없어야 해요.”

여왕이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아무래도 마지막 말은 나에게 한 말인 듯했다.

여왕은 자신의 즉위식이 끝나자마자 내가 영지로 도망간 것을 마음에 담아 두었던 모양이었다.

솔직히 이번에도 슬쩍 떠날 생각이지만, 여왕이 저렇게 말했으니, 영지로 도망치는 것은 불가능했다.

결국, 나는 왕궁 중앙홀에서 열린, 사절단 귀환 파티에 참석하게 되었다.

그날 밤. 시드 백작은 자신의 딸을 파트너로 삼아 파티에 참석했고.

남은 사절단 책임자인 두 사람은 파트너가 되어 파티에 참석할 수밖에 없었다.

“흥. 흥. 흥.”

내 팔짱을 끼고, 홀에 들어선 카트린은 무척이나 즐거워 보였다.

나는 쏟아지는 사람들의 시선에 시작부터 지쳐버렸는데, 저런 콧노래라니.

나는 카트린에게 묻지 않을 수 없었다.

“원래 이런 자리 싫어했잖아요. 그런데, 오늘은 꽤 신이 난 것 같네요.”

“맞아, 지금 꽤 흥분되거든. 주위를 둘러봐. 사람들의 시선이 장난 아니잖아.”

확실히 홀에 모인 사람들이 모두 쳐다보는 것 같았다.

제국에서의 활약이 사람들에게 전해진 모양이었다.

당연히 나를 보는 시선이 달라진 것일 터였다.

“저는 불편하기만 합니다만…….”

시기와 질투. 나를 가지고 이리저리 재는 시선들은 사람을 지치게 했다.

친밀감과 적대감으로 나뉘는 전장이 오히려 편할 지경이었다.

이럴 때면, 다른 사람보다 감각이 예민한 게 무척 불편했다.

“너 말고, 나를 쳐다보는 시선을 봐봐. 나를 노려보는 시선이 굉장하다니까.”

그러고 보니, 젊은 여자들의 눈은 카트린에게 가 있었다.

뭔가, 나를 보는 시선과는 조금 다른 시선들이었다.

“먹이를 빼앗긴 늑대들의 눈이잖아. 거기다, 그 위에 아직 포기하지 않은 하이에나의 눈들이 보이고. 어디서 이런 시선을 받아보겠어.”

카트린의 말을 들으니, 표현이 이상해서 그렇지, 무슨 상황인지는 알 것 같았다.

“내가 끼어들어서 분노한 여자가 하나 가득이야. 내가 팔만 빼내기만 해도, 젊은 영애들은 말을 걸려고 할걸.”

카트린의 말대로, 젊은 영애들 눈에는 내가 멋진 먹잇감으로 보이게 된 모양이었다.

어린 나이에 작위와 영지를 얻고, 사절단에서 실력도 보여 주었으니, 제법 쓸 만한 남편감이 된 것 같았다.

다만, 상황을 알게 되니, 나는 더욱 어이가 없었다.

카트린은 여자들의 살기 어린 시선을 받고 즐거워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렇게 시선을 즐기던 카트린이 어느 순간 움찔 놀랐다.

“읏, 근데, 이건 좀 위험한데. 아무래도 여기까지네, 이따 봐. 나는 가문 사람들을 좀 만나고 있을게.”

그녀는 급히 팔을 빼낸 뒤, 빠르게 내 곁을 벗어났다.

그와 동시에 내 옆에 다가오는 사람이 있었다.

내게 다가오려던 여성들이 모두 걸음을 멈추게 만든 아름다운 여성.

발레아가 환하게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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