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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64화 (364/563)

제364화

제14편 파티장에서

황제의 탄생을 기념하는 사냥터에서 벌어진 사건은 수도를 넘어 주변 영지로 퍼져나갔다.

처음 계획대로 유적 입구를 틀어막아 마물들이 나오지 못하게 했다면, 황제의 권위로 소문을 틀어막을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이미 마물은 수도 주변과 주변 영지로 퍼져나가 버렸다.

수도 차르마니아의 성문은 한동안 닫히게 되었고, 오가는 상인들은 마물들의 습격을 받아 큰 피해를 보게 되었다.

그렇다고, 문을 닫지 못하게 막은 발레아에게 뭐라 할 수도 없었다.

그녀가 문을 닫지 못하게 한 것을 아는 사람도 몇 없었고, 그녀가 했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도 없었기 때문이었다.

더구나, 그녀 덕분에 3 황자와 사람들을 구하게 된 것이었으니, 그녀가 한 일이라는 것을 아는 사람들은 그냥 모른 척하는 것으로 일을 마무리했다.

유적에서 쏟아져 나온 마물들을 잡기 위해 기사와 병사들이 사방으로 달려 나가고, 황실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퍼져나갈 때.

황궁에서는 사냥 시상식이 거하게 치러졌다.

상황이 안 좋을 때는 다른 일로 사람들의 눈을 돌리는 것이 정석이었다.

시상식 장소도 중앙 홀로 바뀌었고, 시상품도 더 좋은 유물로 정해졌다.

거기다, 상을 받게 되는 사람도 사람들의 예상과 달랐다.

가장 강한 마물을 잡은 사람과 가장 많이 잡은 사람이 같은 사람이었다.

거기다, 제국인도 아니었고.

물론, 마지막까지 유적에 남았던 사람이라면 모두 인정했지만, 그 상황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라면 의아해할 수밖에 없었다.

“황제 폐하 탄생일 기념 사냥의 우승자는 카를로스 왕국의 알렉스 디 샤를 자작입니다.”

짝. 짝. 짝.

환호성도 없고, 홀 전체에 박수 소리가 가득 차지도 않았다.

하지만, 박수가 아예 없지는 않았다.

모여 있는 수백 명의 귀족 사이에서 여러 명의 귀족이 열심히 손뼉을 쳐주고 있었다.

본인이 유적에서 나에게 구해졌거나, 동료와 가족이 내게 구해진 귀족들이었다.

그렇게 열심히 손뼉을 쳐주는 사람 중에는 3 황자도 있었다.

그는 처음 구했을 때와 달리, 두 번째 구해주었을 때는 나를 보는 표정이 달라져 있었다.

3 황자는 유적 밖으로 나올 때까지 내 옆에 붙어있었고, 그 뒤에도 유독 친한 척을 하고 있었다.

역시, 두 번이나 구한 보람이 있었다.

이런 자리에 아무 옷을 입고 나설 수는 없었다.

나는 하비에르 기사가 빌려준 왕실 기사단 정복을 입고 황제 앞에 섰다.

카를로스 기사 정복을 입은 채로 제국 황제에게 상을 받다니.

대전쟁 이후 수백 년의 역사 중에도 처음 있는 일일 터였다.

황제는 내게 유물을 건네주며 덕담 같지 않은 덕담을 건넸다.

“카를로스에도 쓸 만한 기사가 있었군.”

“여왕 폐하의 은덕이십니다.”

황제는 내 평범한 대답이 마음에 안 든 모양이었다.

“어린아이의 덕이라……. 어떻게 될지는 지켜보면 알겠지.”

뭔가, 뒤끝이 남는 말로 시상식이 끝났다.

이어진 화려한 파티.

거대한 홀 전체가 대형 파티장으로 변했다.

황제는 피곤하다는 이유로 먼저 들어가고, 파티장은 황자들과 제국 귀족들의 거대한 사교장이 되어버렸다.

궁 밖에서는 불꽃놀이가 화려하게 이어지고 있었다.

아침까지 이어질 파티를 끝으로 황제의 탄생제는 끝이 날 터였다.

성문이 닫혀서 뒤숭숭한 수도의 분위기를 지우기 위해 더 화려해진 파티.

각국의 사절단은 파티장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마지막까지 사절단의 임무를 잘 마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카를로스 왕국 사절단도 마찬가지였다.

시드 백작은 제국의 귀족들과 열심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고, 카트린과 발레아도 파티장의 귀부인들과 열심히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두 사람과 대화를 하는 제국 쪽 귀부인들이 가끔 내 쪽을 쳐다보는 게 특이했지만, 특별히 관심을 둘 만한 모습은 아니었다.

나를 힐끔거리는 게 그 귀부인들만이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황제에게 상을 받은 뒤, 나를 살피는 사람이 무척이나 많아졌다.

전에는 내게 구해진 사람들만 관심을 보였지만, 이제는 파티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이 나를 아는 것 같았다.

그런 시선을 받으면서도, 나는 술잔을 들고, 홀 구석에 서서 파티장을 구경하고 있었다.

나에게 이 파티 시간은 휴식 시간이었다.

내가 해야 할 일은 이미 유적 안에서 기대 이상으로 해낸 상황.

황제에게 직접 상을 받았으니, 사절단에서의 입지도 확실히 새겨놓았고, 지팡이의 테스트도 제대로 끝냈다.

예상과 다른 상황에 놀라긴 했지만, 지팡이가 기대 이상으로 작동해 주었다.

사실인지는 모르겠지만, 소문에 의하면 유적 지하에서 쏟아져 나온 마물들은 황실에서 숨겨둔 마물들이라고 했다.

그 마물들은 사냥감으로 잡아 온 마물의 마나로, 변형된 벌레와 짐승이라는 모양이었다.

그렇게 백 년이 넘게 지하 깊은 곳에서 생활하던 마물들이 지팡이의 마나를 느끼고, 유적의 벽과 바닥을 뚫고, 쏟아져 나온 것이다.

지팡이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는 확실히 알 수 있었다.

이제 얼마나 멀리까지 유인할 수 있는지 확인할 차례였다.

그건, 떠나기 전, 지팡이를 남겨두면서 확인하면 될 터였다.

테스트할 마물들은 지금도 열심히 사방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하려고 했던 두 가지 일도 끝냈고, 예언가에 대한 정보도 알게 되었으니, 이제 떠나기 전에 지팡이만 설치해 놓으면, 될 터였다.

계획 이상으로 많은 것을 경험하고, 이득을 얻은 시간이었다.

거기다, 황제가 직접 건네준 유물도 있으니.

나는 슬쩍 가슴에 손을 올려 보았다. 유물 주머니가 느껴졌다.

이번에 받은 유물은 내가 쓸 생각이었다.

황제에게 받은 유물은 건틀릿이었다.

팔목까지 덮는 아름다운 문양의 쇠 장갑.

원래는 방어막을 만들어내는 반지였지만, 앞서 일어난 사건으로 바뀐 상품이었다.

좀 더 눈에 띄고, 화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결정된 건틀릿.

그들의 생각대로 사람들은 이 화려한 건틀릿을 보고 감탄했다.

다만, 이 건틀릿은 내 대검처럼 단지 단단하기만 할 뿐이었다.

다른 사람들은 건틀릿을 보고, 장식용으로 사용하는 게 더 좋을 거라고 했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다.

마침 제대로 된 건틀릿이 필요한 참이었다.

양손으로 대검을 사용할 때는 크게 필요치 않았는데, 신검을 쓰게 되면 한 손이 자주 놀게 되었다.

다른 손으로 단검을 쓸 때도 있었지만, 단검을 쓸 때도 그 손에 건틀릿을 차고 있으면 활용방법이 무궁무진했다.

물론, 그렇게 사용할 건틀릿은 단단해야 했다.

마나를 씌운 검과 마물의 공격도 막을 수 있을 정도로 단단한 건틀릿.

그런 용처로는 황제가 준 이 건틀릿이 안성맞춤이었다.

그렇게 유물 주머니를 쓰다듬으며 생각에 잠겨 있는데, 내 옆으로 다가오는 사람이 느껴졌다.

이렇게 혼자 있고 싶다는 기색을 가득 풍기고 있는데 다가오다니, 만만치 않은 사람이었다.

그리고, 내게 다가온 사람은 생각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었다.

“왜 여기 혼자 있는 거지? 다들 말이라도 붙여보고 싶어서 눈치를 보는 것 같은데. 특히 내 동생은 안달 중인 것 같네만.”

황태자가 미소를 띤 채로 내게 물었다.

나는 속으로 한숨을 내쉬었다.

황태자는 이 파티장에서 제일 만나기 껄끄러운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발레아라면 정체를 속이고 황태자를 만나는 것을 재미있어 할 것 같았지만, 나는 평범한 사람이었다.

정체를 들킬까 봐 심장이 두근거리는 평범한 사람.

여태까지 잘 해결해 왔는데, 여기서 황태자를 죽이고, 또다시 반복하고 싶진 않았다.

황태자의 말에 나는 최대한 평범하게 대답했다.

“저야 이런 자리에 잘 어울리지 않는 기사일 뿐입니다. 곧 떠나야 할 다른 나라의 기사이고요.”

“그렇기도 하겠군.”

다행히 황태자는 내 말을 수긍해 주었다.

하지만, 그 뒤에 이어진 황태자의 말은 팔에 소름을 돋게 했다.

“카를로스 왕국은 참 대단한 사람들로 사절단을 보냈어. 대단한 실력의 여자 기사에 지형을 마음대로 조작하는 여성과 3 황자를 구해내는 어린 기사라니. 설마 제국에 경고라도 보낼 생각이었나?”

황태자 앞에서 너무 날뛴 걸까?

그래도 카트린과 발레아가 더 설쳐준 덕에 오히려 내 행적이 조금 가려진 것 같았다.

그래도, 지금은 최대한 고개를 숙일 때.

“그럴 리가요. 그보다, 그런 이야기는 책임자이신 시드 백작님께 말씀하시는 게 어떠실지.”

나는 고개를 숙이고, 시드 백작에게 일을 떠넘기려 했다.

하지만, 황태자에게는 안 통했다.

“사절단 대표에게 말할, 공식적인 이야기가 아니니까 그런 거지. 어차피 이런 파티에서 하는 말은 다 그런 말들인 거고.”

그는 조목조목 내 말을 격파해나갔고, 나는 입을 꼭 닫을 수밖에 없었다.

“이야기를 나누어보니, 자네는 확실히 이런 자리는 많이 하지는 않은 것 같군.”

확실히 황태자의 말이 맞았다.

이런 파티장에서 죽을 이유가 없으니, 파티를 많이 경험해볼 방법이 없었다.

내 능력과 검술에 비하면 파티장의 경험은 확실히 떨어질 수밖에 없었다.

“거기다, 내가 눈여겨보는 사람들은 시드 백작과 친한 것 같지도 않고. 그 눈여겨보는 사람 중에 내가 편하게 말할 수 있는 사람은 자네밖에 없으니까.”

내 생각보다, 황태자는 사절단을 자세히 살피고 있었다.

모든 사절단을 관찰하고 있었던 것인지, 우리 사절단만 세밀하게 살피고 있었던 것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상관없이 내 경각심은 더 올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 황태자는 확실히 뛰어난 사람이자, 대단한 적이었다.

“그렇습니까.”

“자네도 재미있군. 여왕의 호위 기사여서 그런가. 내가 황태자라는 것을 개의치 않는 느낌인데.”

황태자의 말에 나는 재깍 사과했다. 아무래도 내 성격이 또 일을 벌인 모양이었다.

“예의에 어긋났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제국 쪽 궁정 예식은 알기 어려워서…….”

내 말에 황태자는 손을 저었다.

“아니, 아니, 내 주위에는 이렇게 편하게 말하는 사람이 거의 없거든. 마음에 들어서 그러네. 몇 가지 일로 얽혀 있지 않으면 강제로라도 데려오고 싶은 기분이야.”

아니, 그건 좀.

아름다운 공주도 아니고.

적의 수뇌로 보이는 자에게 그런 소리를 듣고 싶지 않았다.

“죄송합니다. 저는 여왕님의 호위기사입니다.”

물론, 아이샤가 여왕이 되었으니, 이제는 호위 기사 임무도 끝나버렸다.

하지만, 지금은 그 지위를 써먹어야 했다.

“아니, 그게 아니라도 그건 무리니, 걱정하지 않아도 되네. 다만, 아쉬워서 하는 이야기니까.”

그는 그 말을 끝으로 내게 작별을 고했다.

“그럼, 파티를 즐기고. 다음에 만나게 되면 서로 반갑게 마주할 수 있기를 바라네.”

“저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겠습니다.”

황태자와 나는 둘 다 서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하지 않는, 의미심장한 말로 작별 인사를 나누었다.

그렇게 황태자가 떠난 뒤, 나는 먼저 방으로 돌아왔다.

파티는 훨씬 더 오래 계속되겠지만, 모래 사절단이 떠나긴 전, 할 일이 있었다.

바로 발레아와의 데이트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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