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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57화 (357/563)

제357화

제7편 생일 기념 사냥 (1)

요새에서 하루를 보내고, 사절단은 살기 어린 환송을 받으며 요새를 떠났다.

다른 이들에게는 평범한 일박 이일이었지만, 나에게는 다사다난한 시간이었다.

두 번이나 죽고, 많은 전투와 정보를 얻었던 시간.

시작부터 고생했으니, 이제는 평범하고, 평화로운 여행을 할 때였다.

요새를 떠나며 내가 투구를 벗자, 제국 기사들이 놀랐다.

생각보다 어린 얼굴에다가 멀쩡한 얼굴이어서 그런 것 같았다.

당연히 왜 여태 투구를 쓰고 있었냐는 질문이 있었다.

“첫 호위래서 긴장을 많이 했었습니다. 계속 긴장을 하며 지내기가 어려웠습니다. 제국도 안전해 보이고요.”

예언자가 떠났으니, 이제 제국은 안전해졌다.

“하하하, 그럼요. 제국의 치안이 얼마나 좋은데요. 약간의 위험도 저희들이 있으니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볼프 기사가 호탕하게 웃으며 가슴을 두들겼다.

볼프 기사는 예언자를 안내한 뒤에 더 친절해졌다.

그는 요새를 출발하기 전, 다시 나를 찾아왔었다.

어제 예언자가 떠날 때 말한 사과를 가져온 것이었다.

예언자가 말했던 사과는 작은 병에 담긴 향수였다.

“마물이 싫어하는 액체라고 하셨습니다. 1회분이긴 한데, 구명용으로는 큰 도움이 될 거라고 하셨습니다.”

설마, 지팡이를 사용할 때, 쓰려고 했던 걸까?

지팡이를 구하지 못하니, 선물로 준 거고?

볼프 기사의 말에 나는 병에 담긴 액체를 살펴보았다.

눈으로 볼 때는 평범한 물처럼 보일 뿐이었다.

그렇다고 일회용을 실험으로 날릴 수도 없었다.

나는 마물을 쫓는 액체를 유물 주머니에 넣어 두었다.

아마, 곧 쓸 일이 있을 듯했다.

차르 제국은 우리 왕국보다 훨씬 강력한 전제군주의 나라였다.

제국의 황제는 카를로스 왕국보다 황권이 훨씬 강했고, 영주들은 황제에게 꼬리를 흔들기 위해, 영지들을 다른 사람 맡기고, 대부분 수도에 올라와 있었다.

영지를 가진 영주마저 수도에 올라와 있는데, 다른 귀족들이 어디에 있을지는 물어보나 마나였다.

그렇기에, 제국의 수도는 대륙에서 가장 화려한 귀족들의 사교계가 펼쳐지고 있었고, 모든 행사도 수도에 집중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도 다른 영지를 들리지 않고, 작은 마을들을 거쳐서 수도로 향했다.

중간에 거쳐 간 마을들은 생각 이상으로 상태가 좋지 않았다.

남루한 옷차림과 빈궁한 집들.

우리에게 집을 빌려준 마을의 촌장 집만이 번듯해 보였다.

어느 마을에서나, 그 마을의 촌장과 마을 사람들은 제국의 기사들과 우리 일행을 보고, 처음부터 납작 엎드렸다.

왕국에서 보았던 몇몇 지독한 영지의 모습이 제국은 마을마다 펼쳐지고 있었다.

나뿐만 아니라, 사절단 대부분은 그 모습에 조금 거북해했지만, 제국 기사들은 이런 광경을 이상하게 여기지 않는 듯했다.

이렇게 강력한 신분 차별을 보니, 다른 나라에 온 것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런 실망과 함께 영지들을 가로질러, 우리는 제국의 수도에 도착했다.

‘차르마니아’라 불리는 차르 제국의 수도는 이곳까지 오면서 느꼈던 제국에 대한 느낌을 단번에 바꿔주었다.

거대한 도시를 감싸는 높고 끝없이 긴 성벽.

그리고, 성벽 위로 보이는 길고 높은 탑. 저 탑이 그 유명한 제국의 황궁의 탑일 터였다.

제국 수도의 외성문은 수도의 규모에 걸맞게 거대했다.

수십 명이 한 번에 통과할 수 있는 그 문은 활짝 열려 있었다.

황제의 탄생일이 다가와서인지, 외성문은 북적였다.

사절단은 열린 문을 통해 ‘차르마니아’ 안으로 들어섰다.

“우와!”

안으로 들어선 사절단의 입에서 감탄사가 흘러나왔다.

성문을 넘어서자, 우리 앞에 5층 높이의 건물이 늘어서 있는 거대한 도시가 펼쳐졌기 때문이었다.

마차가 여섯 대 이상 나란히 지나갈 수 있을 것으로 보이는 너른 대로와 길옆에 늘어선 높은 벽돌 건물들이 눈을 가득 메웠다.

길에는 고급 마차들이 지나다니고 있었고, 사람들은 고급스러운 외출복을 입고 길을 걷고 있었다.

눈앞의 도시는 전생에 동유럽을 여행 갔을 때 보았던 그 거리를 보는 듯했다.

사절단의 다른 이들은 수도의 압도적인 모습에 넋을 놓은 것 같았지만, 나는 이 대단한 수도의 모습이 어떻게 만들어진 것인지 알 것 같았다.

거대한 제국의 모든 권력과 힘을 모아서 만들어 낸 거대 도시.

권력과 계급이 한곳에 집중되면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 주는 곳이랄까.

전생을 경험한 나에게는 무척이나 불합리한 도시였지만, 이 세계를 사는 이들에게는 감탄만 나오는 곳일 따름이었다.

사절단도 마찬가지였고, 제국 기사들은 사절단의 모습에 자기가 칭찬을 받은 양 어깨를 으쓱거리고 있었다.

하지만, 제국 기사들의 표정은 금방 안 좋아졌다.

거리 한쪽에서 낡은 옷을 입은 사람들이 병사들에게 두들겨 맞으며 끌려가는 모습이 보였기 때문이었다.

끌려가는 사람 중에는 어린아이와 노인, 여자까지 포함돼 있었다.

“무슨 일인가요?”

“유랑민들입니다. 마물의 난동도 있고 해서, 근래 유랑민들이 도시에 많이 스며들었습니다.”

확실히 낡은 신발과 지저분한 봇짐을 보니, 이 도시에 사는 사람들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빈민가에 있는 자들은 자신들의 처지를 알고 빈민가 밖으로 잘 안 나오는데, 유랑민들은 그런 걸 안 따지니…….”

내가 보기에는 그런 것이 아니라, 빈민가에서도 떠밀려 나온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런 이야기를 제국 기사에게 할 필요는 없을 터.

나는 조용히 그의 말을 경청했다.

“보는 족족 병사들이 밖으로 계속 내보내고 있는데, 아직도 저렇게 보이는군요. 그래도 곧 황제 폐하의 탄생일이니, 금방 안 보이게 될 겁니다.”

큰 행사가 있을 때 거리의 부랑아와 거지들을 모두 치워버리는 청결 작업.

전생에서는 독재자가 다스리는 나라에서 주로 행하던 일이었지만, 귀족과 황제가 있는 이 세계에서는 당연한 일이었다.

다만, 끌려가는 사람들을 보니, 이 제국도 그리 단단한 나라는 아닌듯했다.

중앙에 집중된 힘, 굶주림과 고통으로 불만이 가득한 평민들.

귀족과 기사들이 눈에 보이는 무력을 가지지 않았다면, 이 제국도 유지되기가 쉽지 않아 보였다.

끌려가는 유랑민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떠올린 것은 나밖에 없었다.

유랑민들이 보이지 않게 되자, 제국 기사들과 사절단 모두 유랑민들을 잊어버렸다.

사절단은 건물과 거리와 사람들의 의상에 감탄했고, 그 감탄은 황궁에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황궁도, 우리 왕국의 왕궁보다 훨씬 크고 화려했다.

거대한 제국의 황궁답다고 할까.

거대한 본궁과 아름다운 별궁들. 그리고, 어떻게 지었는지 이해가 안 되는 길게 솟아 있는 황궁의 탑까지.

그 앞에 서니, 이 도시와 다른 방식으로 압도되었다.

“저희는 복귀하겠습니다. 나중에 돌아갈 때 다시 뵙겠습니다.”

“수고하셨습니다.”

황궁 앞에 도착하자, 우리를 호위하던 제국 기사들이 인사를 하고, 자신들의 거처로 돌아갔다.

대신 황궁에서 나온 사람들이 우리를 안내했다.

병사들은 황궁 밖 병사들의 숙소로, 기사들은 황궁에 붙어 있는 황실 기사들의 숙소로.

그리고, 귀족들과 그에 딸린 고용인들은 황궁으로 안내되었다.

그렇게 시드 백작과 카트린과 나, 발레아는 고용인들과 함께 황궁으로 들어갔다.

다행히 방에 돌아올 때까지 이상한 낌새는 느껴지지 않았다.

수도에 들어온 뒤, 그리고 황궁 안에서도 주의 깊게 주위를 살폈지만, 별다른 느낌은 받지 않았다.

요새를 떠나 황궁에 도착할 때까지 사절단이나 나에게 다시 접근하는 사람은 없었다.

수도로 오는 도중에는 간간이 감시의 눈길을 느끼기도 했지만, 나를 감시하는 것이 아니라 사절단 전체를 감시하는 것이었다.

황궁 안에서도 별다른 감시가 없는 것 같으니, 당분간은 조직에 대해서는 걱정하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조직에 대한 걱정이 덜해지니, 이제 이 앞으로 할 일이 걱정되었다.

사절단에서의 역할과 개인적인 일.

문제는 둘 다 쉽지 않았다.

먼저, 사절단의 일원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지 않았다.

사절단의 호위 책임자라는 낮지 않은 위치이긴 했지만, 그 일은 사절단 안에서만 통용되는 위치였다.

황제에게 생일 예물을 바치는 것도 사절단의 대표인 시드 백작이었고, 나라끼리의 협의는 시드 백작과 관료들이 하는 일이었다.

제국 수도의 사교계는 카트린과 발레아가 담당할 테고.

나는 제국 기사들과 친목을 하라는 말을 듣기는 했지만, 솔직히 그 친목은 별 의미가 없었다.

여기까지 오는 동안, 제국 기사들과 이야기를 나눈 것만으로도 충분해 보였고.

그 친목이 왕국에 도움이 될 것 같지도 않았다.

그런 친목으로 나를 사절단에 포함한 여왕의 기대에 답할 수 없었다.

어린 여왕은 내가 뭔가 해 주기를 바라서 사절단에 포함한 것일 터였다.

거기다, 돌아가는 꼴을 보니, 시드 백작과 관료들은 내가 뭔가 하려고 하면 열심히 막을 것 같았다.

그래도, 한 가지, 할 수 있는 일이 있기는 했다.

이제부터 제국 수도에서는 황제의 생일을 맞아 여러 가지 행사가 벌어졌다.

사절의 선물 전달식 같은 공식적인 축하연과 각종 파티, 그리고, 도시를 가로지르는 행진까지.

그리고, 그 행사 중에는 제국 탄생 때부터 이어져 오는 중요한 행사가 있었다.

황제와 후계자들이 직접 나서는 대규모 사냥이었다.

제국 탄생부터 이어져 오는 중요한 행사이니만큼 평범한 사냥이 아니었다.

그 사냥은 고대 제국의 멸망과 그 뒤를 잇는 제국이라는 뜻을 기리는 행사였고, 제국의 적이 누구인지 기억하기 위해 하는 사냥이었다.

그런 행사의 사냥감이 평범한 동물일 리가 없었다.

이 행사의 사냥감은 마물이었다.

그리고, 나는 마물을 잡는 데 일가견이 있었다.

개인적인 일도, 그 사냥부터 시작할 생각이었다.

여기까지 오면서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이제 남은 것은 지팡이를 어떻게 써먹느냐였다.

조직이 자리 잡은 곳 지하에 묻는 게 정답이었지만, 그 위치는 아직 알지 못했다.

사냥 때에도 뭔가 조직에 대해 알아내지 못한다면, 황궁의 앞뜰이나, 황궁 옆에 있는 교단의 지하에 지팡이를 묻을 생각이었다.

황태자도 조직 소속이고, 교단도 내 적이니, 지팡이를 묻기에는 충분했다.

그 뒤에 평범한 며칠이 지나갔다.

수도에는 사람들이 계속 찾아왔다.

다른 왕국의 사절들과 제국 영지에서 올라온 사람들까지.

제국의 수도는 축제 분위기로 들썩거렸다.

발레아와 카트린이 수도를 구경하자고 여러 차례 꼬셨지만, 이번에는 그들의 요청을 모두 거절했다.

사냥 때까지는 자중할 생각이었다.

기껏 예언자를 피했는데, 눈에 뜨이는 행동을 할 수는 없었다.

그리고, 황제의 생일날.

아침부터 제국의 수도에는 꽃종이가 거리를 메우고, 음유시인과 악사들이 거리에서 공연을 펼쳤다.

나는 거대한 홀 끝에 서서 각 나라의 사절들에게 선물을 받는 황제의 모습을 구경했다.

수많은 귀족으로 가득 찬 홀을 보니, 제국의 강대함을 여실히 느낄 수 있었다.

그렇게 본 행사가 끝나고, 홀에 있던 황제와 귀족들은 모두 수도 밖으로 향했다.

북쪽 외성 밖에는 고대 제국의 옛 유적지가 펼쳐져 있었다.

차르 제국의 수도는 고대 제국의 제2 도시, 그 유적 옆에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리고, 사냥은 고대 도시의 유적 일부를 이용해서 진행되었다.

제국인은 마물을 유적에 밀어 넣어, 텅 빈 유적을 던전화 시킨 것이었다.

엄청나게 많은 이들이 유적 앞에 모여들었지만, 이들이 모두 유적에 들어가는 것은 아니었다.

당연히 소수의 인원만 뽑았다.

그리고, 카를로스 왕국 사절단의 대표는 나였다.

시드 백작은 아직도 내가 나선 것이 마음에 안 드는 모양이었다.

“마물 사냥이라……. 사람과는 잘 싸운다고 들었지만, 마물은 사냥해 보았는가? 내가 보기에는 다른 기사들이 해도 될 것 같은데…….”

시드 백작의 말에 발레아의 표정이 이상해졌고, 카트린은 결국 웃음을 참지 못했다.

“풋!”

“죄송해요. 발레아가 장난을 쳐서…….”

카트린이 발레아의 핑계를 댔지만, 엉망이 된 분위기는 돌아오지 않았다.

시드 백작은 화난 얼굴로 물러났고, 나는 가슴을 슬쩍 매만졌다.

유물 주머니가 느껴졌다.

유물 주머니 안에는 ‘마물을 부르는 지팡이’가 들어 있었다.

사냥을 이기려면, 사냥감을 많이 잡아야 했다.

하지만, 혼자서는 아무리 열심히 뛰어도 기사들을 거느린 황족과 제국의 귀족들을 따라잡을 수 없었다.

그렇다면, 다른 방법을 써야 했다.

마물을 쫓아가는 대신, 부르는 방법.

드디어, 그 지팡이를 테스트 해 볼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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