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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55화 (355/563)

제355화

제5편 샤를 자작의 대답 (1)

제국의 10대 검호라고 자신을 소개했던 알리나와 비슷한 실력의 세 사람과의 싸움.

강력한 육체 능력자 외에도 처음 보는 신기한 능력을 가진 사람도 있어서 싸움은 처음부터 고전할 수밖에 없었다.

그들은 나를 죽이지 않기 위해 치명적인 공격은 자제했고, 덕분에 싸움은 바로 끝나지 않았다.

하지만, 그렇다고 내가 이길 수는 없었다.

사절단과 영지에 피해를 주지 않으려면, 여기서 도망칠 수도 없었고.

결국, 그렇게 싸움이 끝나고 말았다.

그리고, 그들도 원하는 것을 얻지 못했다.

나는 신검을 들고 싸워서 그들이 내 회복력에 대해 오해를 하게 만들었다.

내가 웬만해서는 죽지 않는다는 것을 알자, 그들은 신나게 공격했고, 나는 기력이 다하기 전에 대검으로 검을 바꿨다.

“젠장! 갑자기 왜 회복을 멈춘 건데!”

“치료해 봐요.”

“이 정도 상처는 신관도 치료 못 해.”

“하, 큰일인데. 황태자님이 가만히 안 계실 것 같은데…….”

나는 점점 어두워지는 시야 속에, 쓸 만한 정보를 하나 더 얻은 것 같았다.

그리고, 나는 또다시 죽게 되었다.

* * *

<사망하셨습니다. 저장 시점에서 다시 시작합니다.>

환하게 밝아오는 세상.

통증이 내달리는 몸.

나는 고통 속에서도 주변을 둘러보았다.

두 번이나 봤던 장면이 똑같이 반복되고 있었다.

공국의 관문을 지나가는 사절단과 멀리 앞에서 우리를 기다리는 제국 기사들.

나는 똑같은 저장 시점을 두 번째 다시 반복한 것이었다.

오랜만이었다.

이렇게 같은 시점을 두 번 이상 반복한 것은 수련검의 용사와 싸울 때 외에는 거의 없었던 일이었다.

그만큼 어려운 상황이었고, 중요한 일이었다.

그래도, 두 번이나 죽은 보람이 있었다.

생각보다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었다.

두 번의 죽음으로 예언자의 예언과 그 조직에 대해 많은 것을 알게 된 것이다.

문제는 예언자의 예언은 생각보다 끔찍했다.

얼마 뒤에 고대 제국을 멸망시킨 마왕이 봉인을 깨고 나온다니.

고대 제국은 지금의 제국과 달리, 대륙 전체를 지배했었다.

대륙의 초강대국이 아니라, 인류 그 자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그런 제국을 멸망시킨 마왕이 다시 나타난다니.

전생에 이런 일이 있었다면, 수백 년 동안 발달한 무기로 날려버리면 되었을 터였다.

하지만, 아쉽게도 이 대륙은 고대 제국 때의 역량조차도 가지지 못하고 있었다.

다른 왕국은 비교할 수도 없었고, 고대 제국의 후계라는 차르 제국마저도 대륙의 반도 차지하지 못한 초강대국일 뿐이었다.

제국의 기술과 유물은 묻혔고.

마왕을 봉인한 용사들의 후손이라는 귀족들도, 각각 나뉜 능력만 받아서 숫자만 많아졌을 뿐 더 약해져 있었다.

마왕이 봉인을 풀기도 전에 인류는 봉인지에서 쏟아져나온 마물과 마물 왕에게 멸망할 판이었다.

“정말 곤란한데…….”

그 예언은 당연히 내게도 무척이나 안 좋은 예언이었다.

계속 시비를 거는 조직이라는 곳만 처리하고, 영주로 행복한 삶은 누리겠다는 완전한 내 꿈을 박살 내는 이야기였다.

예언만 해도 머리가 지끈거리는데, 그 조직은 내게 더 심각한 위협이 되었다.

마왕을 대비하기 위한 조직이란 곳은 내 생각보다 훨씬 크고 강대한 조직이었다.

그곳에는 수많은 조직원은 물론, 적어도 내 급, 혹은 대전쟁 때 용사급 귀족이 네 명 넘게 소속되어 있었다.

아직은 각개격파가 아니면 내 무력으로는 어떻게 할 수 없는 곳이었다.

거기다, 조직은 제국과도 한없이 얽혀 있었다.

죽을 때 들었던 말이 사실이라면, 황태자까지 그 조직의 소속이라는 말이었다.

그렇다면, 지금도 조직은 제국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을 터였고, 나중에 황태자가 황제라도 된다면, 제국 자체가 될지도 몰랐다.

그렇게 되면, 조직을 이용하지 않고, 제국군이 직접 밀고 들어올 터였다.

“막막하기는 하지만, 그래도, 하나씩 해 나가야겠지.”

어차피, 뒷일까지 생각할 상황이 아니었다.

우선, 곧 만나게 될 예언자를 해결해야 했다.

그러려면 다른 사람의 도움이 필요했다.

나는 방음벽을 펼친 뒤, 옆에서 말을 모는 하비에르에게 말했다.

“요새에 가서 저를 좀 도와주었으면 합니다.”

“네?”

“잠깐만 시간을 내주시면 됩니다.”

하비에르는 뜬금없는 내 말에 의아한 표정을 짓기는 했지만,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네. 알겠습니다.”

좋아, 어찌 되었건 연기자에게 허락을 받았으니, 이제 연출가를 만날 차례였다.

나는 발레아가 탄 마차로 말을 몰았다.

내가 다가가자, 발레아가 창문으로 얼굴을 내밀었다.

내가 다가오는 것을 알아차린 것이었다.

“무슨 일이세요?”

나는 이번에도 방음벽을 치고, 발레아에게 말했다.

“한 가지 부탁할 게 있어서요.”

“네. 말씀만 하세요. 제가 전부 이뤄드릴게요.”

너무도 적극적인 발레아의 말에 나는 소름이 일어난 팔을 쓰다듬었다.

“뭐냐 하면요…….”

어찌 되었건, 발레아가 없었으면 시도도 못 할 일이었다.

나는 차분히 발레아에게 설명했다.

우리를 호위하는 제국의 기사들은 죽기 전에 보았을 때와 다르지 않았다.

친절한 기사들은 우리를 정중하게 안내했고, 사절단들은 뜻밖의 친절 덕에 편안한 여행을 하게 되었다.

나도 제국 기사들과 인사를 했다.

나는 만약을 대비해, 바이저로 얼굴을 숨겼다.

얼굴을 가리고 인사를 하는 것은 예의가 아니었지만, 호위 기사가 투구를 내리고, 호위에 임하는 것도 이상한 것은 아니었다.

조금 어색한 인사가 되었지만, 친절한 제국 기사들 덕에 대충 넘어가게 되었다.

그렇게 전과 다르지 않은 이동 끝에 우리는 요새에 도착하게 되었다.

전과 같은 살벌한 분위기에 사절단은 다들 질린 기색이 역력했다.

그래도, 요새에 도착하기 전에 내가 어느 정도 주의를 준 만큼, 사절단은 죽기 전에 봤을 때 정도로 질린 표정들은 아니었다.

그렇게 요새에 들어선 사절단은 각각 숙소로 안내되었다.

기사들과 귀족들을 분리한 숙소로 안내되자, 모두 응접실에 모여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하지만, 나는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나겠습니다. 주위 분위기를 신경 썼더니, 피곤해져서.”

내 말에 카트린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나답지 않은 말이었기 때문이었다.

“실력만큼 경험이 있지는 않은 모양이군. 그래도, 익숙해지려고 노력해보게나. 다른 왕국이나 제국과 외교를 하려면 이 정도 적대적인 분위기는 익숙해져야 하네.”

시드 백작은 먼저 침실로 들어간다는 내 말에 혀를 찼다.

나를 얕보는 말이었지만, 지금 딴지만 안 걸어준다면 무슨 말을 하든지 상관없었다.

“그럼, 먼저 들어가겠습니다.”

나는 응접실에서 나와, 응접실에 붙어 있는 내 방으로 들어갔다.

* * *

사절단의 귀족들을 직접 방에 안내한 뒤에 방으로 돌아왔던 볼프 기사는 그곳에서 뜻밖의 사람을 만나게 되었다.

“오랜만이야.”

“알리나 경! 그동안 어디에 계셨던 겁니까?”

최연소 여성 황실 기사라는 지위를 때려치우고 사라졌던 여성이 그를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다.

“미안하지만 그건 말하기 좀 그래.”

그가 존경했던 여기사의 말에 볼프 기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처럼 공식적인 위치에서 내려와 다른 곳에서 제국을 위해 힘쓰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을 그도 알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갑자기 이곳에는 왜…….”

“아, 사절단의 수뇌부와 잠깐 만날 수 없을까 해서. 사절단 중 한 사람에게 물어볼 이야기가 있는데, 황궁에 도착한 뒤에 만나서 묻기는 좀 그렇잖아.”

“아. 그건 그렇죠. 사람들의 눈을 신경 써야 하니.”

“그래서, 친했던 후배에게 부탁하려고.”

“알겠습니다. 혹시 두 분이 다 만나실 겁니까?”

“응, 알다시피 물어볼 사람은 내가 아니라, 이분이시지.”

알리나는 자신의 뒤에 서 있는 로브로 모습을 감싼 여성을 가리켰다.

“알겠습니다. 알리나 경이라면 믿을 수 있죠. 제가 안내하겠습니다.”

“고마워. 덕분에 번잡한 수고를 하지 않게 되었어.”

볼프 기사는 두 여성을 데리고, 왔던 길을 되돌아갔다.

볼프와 알리나는 복도를 걸으며 과거의 추억을 이야기했고, 얼마 지나지 않아, 사절단의 귀족이 모여 있는 응접실에 도착하게 되었다.

그는 응접실 문을 두드리고, 문에 대고 말했다.

“잠시 면담을 원하시는 분이 계십니다.”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사절단의 대표인 시드 백작이었다.

“중요한 분인가?”

“네.”

“그럼, 피곤하지만 만나 뵙도록 하지.”

시드 백작의 말에 볼프 기사는 죄송한 마음이 솟아났다.

개인적인 생각으로 백작을 힘들게 하다니.

나중에 사과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문을 열었다.

그가 문을 열 때, 뒤에서 여성들의 이야기가 들려왔다.

“꽤 실력 있는 귀족이네. 외교관답고.”

“나는 싫어. 저렇게 다른 사람의 머릿속을 건드리는 능력은 체질적으로 혐오가 일어난단 말이지.”

볼프 기사는 여성들의 말에 눈썹을 찡그렸다.

뭔가, 마음속으로 걸리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다만, 지금은 그런 기분에 신경 쓸 때가 아니었다.

그는 문을 열고, 안의 귀족들에게 머리를 숙였다.

“죄송합니다. 존경하시는 분의 부탁이라 거절하기 어려웠…….”

하지만,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알리나가 방안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어라. 없는데? 없죠?”

“그렇네요.”

로브를 뒤집어쓴 예언가도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시드 백작은 표정이 안 좋아졌다.

온화했던 말투도 확 바뀌었다.

“무슨 말이지?”

“샤를 자작은 어디 있나요?”

이어진 예언가의 말에 그는 한숨을 내쉬었다.

“또, 그 자인가.”

그리고는 방문 앞에 서 있는 세 사람에게 손을 내저었다.

“그는 방에 돌아갔소.”

“방은 어디?”

이어진 알리나의 말에 시드 백작은 화를 내려 했지만, 볼프 기사가 먼저 입을 열었다.

“제가 알고 있습니다.”

“그럼 가자고.”

알리나의 말에 볼프 기사는 다시 시드 백작에게 고개를 숙였다.

“시간을 뺏어서 죄송합니다. 나중에 다시 사과드리겠습니다.”

“됐습니다. 볼일이 없으면 그만입니다.”

시드 백작은 그의 말에 손을 저었다.

흥분이 가라앉았는지, 말투도 원래로 돌아와 있었다.

볼프 기사는 응접실 문을 닫고, 응접실과 붙어 있는 옆 방의 문을 두들겼다.

“자, 어떤 기사려나.”

알리나는 싱글거리는 얼굴로 문을 쳐다보았고.

문 안에서 대답이 들려왔다.

“열려 있습니다.”

알고 있었던 목소리에 볼프 기사는 문을 열었다.

침대와 작은 테이블이 있는 크지 않은 방 안쪽에 갑옷을 입은 기사가 서 있었다.

방에 들어온 지 얼마 안 되는지, 갑옷도 벗지 않고, 바이저가 내려진 투구도 그대로였기에 겉모습만으로는 누구인지 알기 어려웠다.

하지만, 볼프는 목소리만으로도 누구인지 알 수 있었다.

사절단의 호위 책임자인 알렉스 디 샤를 자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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