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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41화 (341/563)

제341화

제16편 마물을 부르는 지팡이 (2)

나는 신검을 들고, 전갈 모양을 한 마물에게 달려들었다.

마물은 내게 커다란 집게가 달린 앞발을 휘둘렀고, 나는 신검으로 그 집게를 잘라버렸다.

서걱.

집게가 달린 앞발이 공중으로 솟구쳤다.

나는 잘린 다리 덕에 만들어진 공간을 파고들어, 마물의 몸을 난도질했다.

다른 다리도 잘려 나갔고, 머리로 보이는 부분도 잘라냈다.

하지만, 잘라낸 뒤의 광경은 나를 고개 젓게 했다.

“역시 이 정도로는 안 죽는 건가.”

다리가 잘리고, 머리가 잘려도 마물은 잘 돌아다녔다.

거기다, 잘려 나간 부분은 다시 물컹거리는 젤리처럼 변해서 마물의 몸에 흡수되었다.

동시에 다른 형태로 바뀌는 마물.

바뀌는 도중에 공격해보았지만, 먹히지도 않았다.

그사이, 물컹거리는 젤리 형태가 된 마물의 몸은 제대로 잘려 나가지도 않았다.

역시, 조직원들이 쇠사슬 같은 특이한 무기를 썼던 이유가 있었다. 물론 이번에는 그것도 안 통했지만.

마물의 수준이 높아지면 다른 것보다 죽이기가 어려웠다.

좀비 같은 거인 마물 왕도 그랬고, 이번 마물도 마찬가지였다.

마물은 그 뒤에 꿈틀거리는 거대한 지렁이로 변했다가 내 검에 다시 잘려 나갔다.

그리고, 공룡 비슷한 놈으로 변해 벽과 바닥을 부수고, 도마뱀 같은 것으로 변해 독침을 쏟아내기도 했다.

나는 그렇게 바뀌는 마물을 차례로 잘라냈다.

그렇게 여러 차례 박살을 내니, 마물은 제일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입에 불을 머금은, 돌 껍질을 가진 네발짐승으로.

아마, 저 모습이 마지막에 먹어 치운 제일 강한 마물이었을 듯했다.

느껴지는 기세도 제일 강했고.

하지만, 나는 마물을 보고 씩 웃었다.

“기다렸다.”

모습을 바꾸는 마물이라지만, 살아 있는 생명체가 심장, 뇌에 해당하는 핵이 없을 리가 없었다.

문제는 계속 모습을 바꾸는 마물이라 그 위치가 계속 바뀐다는 점이었다.

거기다 그 약점이 노출될 것 같으면 다시 모습을 바꿔버렸고.

죽은 조직원들은 그런 마물의 습관을 미리 알고, 변형하지 못하게 막을 생각이었던 것이었다.

물론, 무슨 이유에서인지 실패했지만.

나도 마물에게 몇 번 검을 휘둘러보니, 쉽게 죽일 수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아무 정보 없이 덤벼들었다가는 변형하는 마물에 나도 위험했을지도 몰랐다.

그래서 나는 변형되는 마물을 계속 쓰러뜨리면서 과거 변했던 마물의 모습으로 돌아오기를 기다렸다.

한번 보았던 마물의 핵 위치는 내 감각으로 기억해 두었다.

이 모습은 내가 직접 싸우지는 않았지만, 싸우는 것을 오래 지켜보아서 충분히 내부까지 파악이 끝났다.

나는 입에서 쏟아지는 불길을 가르며 정신을 모았다.

지금 같은 기회가 언제 다시 올지 알 수 없었다.

한 번에 맞추지 못하면 모습을 바꿔버릴 테고, 처음 보는 모습으로 변하면 알던 모습이 나올 때까지 또 반복해야 했다.

솔직히, 계속되는 반복은 지겨웠다.

나는 이번 한 번에 끝낼 생각이었다.

후우우우우우.

크게 공기를 내뱉고, 마나를 다리로 흘려보냈다.

그리고, 땅을 박찼다.

쿵!

석실이 울리는 소리가 뒤로 멀어졌다.

그리고, 마물이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불길을 머금은 입이 시야를 가득 메웠다.

나는 나머지 마나를 신검에 밀어 넣었다.

신검 안에서 마나가 변형되는 게 느껴졌다.

신검의 스위치가 켜지고, 신검의 능력이 활성화되었다.

‘방어 무시’, 마물의 마나 방어벽을 무시하는 능력.

나는 그 능력을 살짝 변형시켰다.

인간을 상대할 때 쓰는, ‘관통’, 침투경으로.

그사이, 마물의 벌린 입이 눈앞까지 다가왔다.

얼굴에 열기가 느껴졌다.

마물이 화염을 다시 쏠 모양이었다.

하지만, 그전에 나는 신검을 힘껏 내질렀다.

쑤우우욱.

화염을 뚫고, 마물의 입 안 깊숙이 검이 박혔다.

검신이 안 보일 정도로 깊게 들어가는 검.

나는 멈추지 않았다.

검에 이어 팔도 마물 입속에 밀어 넣었다.

푸욱.

무언가 꽤 뚫리는 느낌과 함께 어깨까지 들어가는 팔.

동시에 얼굴 전체에 이글거리던 열기가 푹 꺼졌다.

동시에 머리 위로 느껴지던 마물의 입김도, 석실에 가득 찬 살기도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마물이 죽은 것이었다.

나는 입에 박힌 검을 뽑았다.

쿠웅.

내가 검을 빼자, 마물이 바닥에 쓰러졌다.

동시에 마물의 모습이 이상하게 변해 갔다.

전갈의 집게와 돌머리, 뱀의 꼬리와 공룡의 다리를 모두 가진 이상한 괴물 시체가 되어버렸다.

“이건 장식도 못 할 것 같은데…….”

나는 그 모습을 보고 고개를 저었다.

마물 왕의 두 머리와 함께 걸어놓기에는 이 마물은 너무 괴기했다.

그래도, 그냥 놔둘 수 없어, 대충 목만 잘라 챙겼다.

돌 껍질 머리는 그래도 그럭저럭 볼만했기 때문이었다.

마물의 목을 챙기고 일어서자 미겔이 옆에 와 있었다.

“대련 때는 제 실력을 안 보여주신 거군요.”

미겔은 감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아직, 20대도 되지 않으셨는데……. 여기서 더 성장하실 수 있다니. 곧 왕국 최고의 기사가 되실 것 같습니다. 아니……. 잠깐 더 강한 분이 있었나?”

말을 하다 말고 미겔의 표정이 이상해졌다.

미겔도 뛰어난 기사인 만큼, 지금 싸움으로 내 실력을 엿보기는 충분했다.

그런 그가, 다른 기사와 내 실력을 저울질하지 못할 리가 없었다.

“아니, 그렇게 되면…….”

그가 놀라 큰 소리로 내게 물었다.

“설마, 1 왕자의 군대와 공멸했다는 마물 왕도 자작님이 쓰러뜨리신 건 아니겠죠?”

나는 그의 물음에 대답하지 않고, 주변을 둘러보았다.

석실은 엉망진창이었다.

석실의 벽과 천장도 다 부서져 있었고, 남아 있는 돌침대도 없었다.

시체들도 싸움에 휘말려 엉망이었다.

죽을 때도 평범하게 죽지 못했지만, 지금은 잔해를 찾아 맞춰야 할 정도였다.

그나마 온전한 것은 대장으로 보였던 남자의 시체와 신관 기사의 시체였다.

두 시체는 더 상처를 입지 않게 내가 노력한 덕분이었다.

나는 챙겨온 유물 배낭을 빼내, 두 시체를 넣었다.

이 시체들은 증거품이었다. 내 알리바이를 위한.

시체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다행히 조직원들이 챙겨 놓았던 유물이 들은 가방들은 무사했다.

유물 가방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최대한 내용물을 보호할 수 있게 만들어져서 유물들은 무사했다.

역시 특이한 모양과 기능을 가진 유물들이었다.

특이한 게 당연했다.

마물을 연구하고 실험하는데 쓰는 유물이었으니, 특이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유물들이 돈이 될지는 잘 모르겠지만, 레스티에게 맡겨볼 생각이었다.

돈이 좀 되었으면 좋겠는데…….

지팡이는 팔 수 없을 것 같으니, 레스티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결정을 내리고, 배낭에 유물들을 옮겨 담았다.

그렇게 석실의 뒤처리를 끝내고, 석실 밖으로 나가자, 발레아가 통로에서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다.

통로에는 그녀밖에 없었다.

여러 가지를 물어보겠다던 파울라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나도 미겔도 파울라에 관해 묻지 않았다.

“파울라에게서 몇 가지 재미있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어요.”

어차피 우리가 묻지 않아도 발레아가 말해 주었기 때문이었다.

“저는 움직이겠습니다.”

배낭을 멘 미겔이 발레아의 말을 듣더니, 우리를 놔두고 먼저 출발했다.

중요한 이야기가 나오니, 자리를 피한 것이다.

훌륭한 대처에 고개를 끄덕인 뒤, 나는 방음벽을 치고 발레아의 말을 경청했다.

발레아는 처음부터 충격적인 말을 꺼냈다.

“예언가라는 게 진짜로 있었던 모양이에요.”

의심하기는 했지만, 그게 사실이라는 것을 듣게 되니 놀랄 수밖에 없었다.

내 놀란 눈을 보며, 발레아가 말을 이었다.

“이 유적을 찾아온 것도, 유적 안에 있는 유물도, 마물도 전부 예언으로 미리 들었던 모양이에요.”

어떤 식으로 알아냈는지 모르겠지만, 발레아는 파울라가 알고 있는 조직의 비밀을 전부 들은 것 같았다.

그만큼, 발레아의 말은 디테일했다.

그녀 덕에 나는 조직에 예언가가 있다는 것과 그 예언가의 예지가 갈수록 안 맞는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설마 내가 원인일까?’

내가 조직의 일을 방해한 게 한두 번이 아니니, 그런 생각이 들 수밖에 없었다.

발레아에서 예언가에 대한 것 말고도 여러 가지 내용을 들을 수 있었다.

파울라와 함께 제국으로 돌아간 요하힘이 조직에 들어갔다는 것과 조직이 제국 중심부에 깊숙이 박혀 들어가 있다는 것.

그리고, 조직의 별명까지.

“조직의 이름은 따로 없지만, 자신들끼리는 ‘당직자’, ‘망보는 사람들’, 고대어 ‘와쳐’로 부르는 모양이에요.”

발레아가 말을 마치자, 나는 조금 걱정이 되었다.

“이런 큰 조직과 제가 적이 되었는데 걱정되지 않나요? 괜히 따라왔다던가, 아니면…….”

발레아는 손을 들어 내 입을 막았다.

그리고, 나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내 눈을 봐요.”

발레아의 눈이 별빛처럼 반짝이고 있었다.

“이 눈이 걱정하는 눈으로 보여요?”

아니었다. 거대한 사건을 기대하는 꿈 꾸는 소녀의 눈이었다.

“나는 정말 잘 따라왔다고 생각하고 있어요. 그리고, 전 이미 결정했으니, 상황이 바뀌게 되더라도 이제는 상관없어요.”

발레아의 말에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확신에 찬 말에 또 무슨 말이 필요할까.

나는 두 손을 들었다.

그 뒤에 발레아는 능력으로 석실의 문을 막아버렸다.

그리고, 우리는 먼저 떠난 미겔을 따라잡은 뒤 함께 유적을 빠져나왔다.

유적을 빠져나오는 동안, 중간중간 통로를 막아버렸다.

남은 것은 없었지만, 앞으로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었다.

유적을 나오자, 먼저 빠져나온 사냥꾼들이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었다.

디오구 기사도, 여사제들을 지키던 신관 기사들도 모두 구덩이 옆에 나와 있었다.

여사제들도 나와 있는 것을 보니, 급한 치료는 끝난 모양이었다.

사냥꾼들에게 이야기를 들어서 다들 걱정하고 있었던 것 같았다.

우리가 나오자 모두 안심하는 표정이 되었다.

하지만, 신관 기사들의 표정은 얼마 지나지 않아 딱딱하게 굳어져 버렸다.

“에드가 형제님은 어디 계십니까?”

신관 기사 중 하나가 나에게 질문을 던졌고, 다른 기사들은 이상하게도 자신들의 여사제를 쳐다보았다.

반응이 조금 이상했지만, 예상했던 질문이었다.

나는 미겔에게 지시를 내렸다.

“시체를 꺼내도록.”

내 말에 미겔이 배낭에서 신관 기사의 사체를 꺼냈다.

사체에는 마물과 싸운 흔적과 배에 관통된 상처가 남아 있었다.

“안타깝게도 에드가 기사님은 마물과 싸우다 돌아가셨습니다.”

“아…….”

내 말에 엘레나와 신관 기사들이 신음을 흘렸다.

그들은 미겔이 꺼낸 사체를 확인하고, 눈을 감고 기도를 올렸다.

상처를 보고, 우리를 의심하는 사람은 없었다.

발레아도 나도 이런 표정 관리는 자신 있었고, 미겔이 걱정되기는 했지만, 생각보다 잘했다.

아무 말 없이 무뚝뚝하게 서 있기만 했으니, 어려울 것도 없어 보이긴 했지만,

아무튼 시체를 가져온 덕에 잘 넘어갈 것 같았다.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음성이 들려왔다.

[에드가 기사가 죽기 전에 제게 알려 주셨습니다. 자작님이 에드가 기사님을 죽게 하셨다고. 마물과 혼자 싸우게 하셨다면서요?]

나는 머릿속의 음성을 따라 시선을 돌렸다.

엘레나 옆에 서 있는 여사제.

머릿속으로 음성을 보내던 사제가 나를 똑바로 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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