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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40화 (340/563)

제340화

제15편 마물을 부르는 지팡이 (1)

오히려 내가 신관 기사에게 물었다.

“돕고 싶은가?”

“아, 그건…….”

내 반문이 뜻밖이었는지, 그는 제대로 대답하지 못했다.

“도와도 돼. 말리지 않겠어.”

나는 옆으로 몸을 피하며 신관 기사를 빤히 쳐다보았다.

신관 기사는 몸을 움찔거리더니, 뒤로 한걸음 물러났다.

예상대로였다.

어차피 나를 떠보는 말일 뿐이었다.

신관 기사가 저들을 도와줄 리가 없었다.

피식 웃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 그 순간이었다.

휘익.

마나 하나가 빠르게 내 옆을 지나가는 게 느껴졌다.

나를 공격하는 마나가 아니었다.

타격을 줄 만한 마나도 아니었고.

다만 내 옆을 지나간 마나는 엄청나게 빨랐다.

나조차도 놓칠 속도.

나는 이 마나가 누구의 것인지 알고 있었다.

파울라의 마나였다.

그녀의 능력. 공간 이동에 가까운 능력을 쓸 때의 마나였다.

그녀의 마나는 내 옆을 지나, 신관 기사와 미겔의 사이를 통과해서, 통로 저쪽까지 날아가 버렸다.

그리고, 한참 떨어진 통로에서 파울라의 모습이 나타났다.

‘순간이동 비슷한 거로 생각했는데, 몸을 마나로 만들어 움직이는 거였나?’

아니면 마나를 먼저 보내고 그곳에 나타나는 것일 수도 있었다.

어쨌거나,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사용해서 훌륭하게 석실을 빠져나갔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그녀는 도망치는 것 하나는 일품이었다.

그녀는 내 쪽을 돌아본 뒤, 다시 움직이려 했다.

생각보다 자주 능력을 쓸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그곳에서 또 능력으로 도망친다면 내가 따라가기도 쉽지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나는 그녀를 잡으러 가지 않았다.

파울라 때문에, 기껏 막아놓은 입구를 열어줄 수도 없었지만,

그것보다, 내가 잡으러 갈 필요가 없었기 때문이었다.

“앗!”

파울라가 서 있던 바닥이 꿈틀거리더니, 그대로 파울라를 삼켜버렸다.

파울라가 남긴 것은 짧은 비명뿐.

바로 다음 순간, 통로는 처음 그대로의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발레아가 파울라를 잡은 것이었다.

사실, 내 뒤를 지키고 있는 사람은 신관 기사와 미겔이 아니었다.

나를 받쳐주고 있는 사람은 발레아였다.

그녀가 지키고 있어서, 나는 사람들을 흘릴 걱정을 하지 않았다.

통로가 원래대로 돌아간 뒤, 발을 타고 발레아의 음성이 들려왔다.

[뭔가 알고 있는지 물어볼게요.]

벽에 얼굴을 만들어 말을 전하더니, 이제는 발을 통해 말을 건넸다.

전생에 들었던 ‘골전도 이어폰’에 대해 장난삼아 설명한 게 얼마 전이었는데, 이렇게 능력으로 만들어 낼 줄이야.

발레아의 실력에는 감탄이 절로 나왔다.

그녀가 파울라에게 평범하게 물어보지는 않을 터였다.

하지만, 제대로 된 정보만 얻을 수 있다면 나는 상관없었다.

더구나, 그녀가 파울라에게서 정보를 알아내겠다고 했으니, 다른 사람들에게는 볼일이 없었다.

“거기 있지 말고 같이 싸우자! 마물이 풀려나면 네 영지가! 왕국이 위험해진다!”

아직 버티고 있던 저들의 대장이 내게 소리쳤지만, 나는 전보다 더 열심히 그의 말을 외면했다.

신관 기사도 더 뭐라 안 하고 있고, 마물도 내 쪽은 신경도 안 쓰고 있으니, 이건 마치, 제국에 있다는 마물과 인간의 투기장을 보는 것 같았다.

그 이야기를 듣고, 제국의 야만성에 대해 서기관과 함께 한참을 씹어댔는데, 직접 보니, 확실히 그 사람들이 빠져들 만한 광경이었다.

“그렇지만, 넋 놓고 구경하고 있기는 그렇겠지.”

석실에 있던 조직원들이 모두 죽고, 대장 한 명만 남게 된 그 순간, 나는 그를 향해 몸을 날렸다.

내가 몸을 날리자, 앞만 가로막았었던 덩굴들이 나를 향해 쏘아졌다.

기사급도 막기 어려워 보이는 빠르고 강한 공격이었지만, 마물에게는 안타깝게도 나에게는 소용없는 공격이었다.

부우우웅.

나는 대검을 휘둘렀고,

앞을 가로막은 덩굴 전체가 잘려 나갔다.

바로 열리는 시야.

나는 쏟아져 내리는 덩굴을 밟고 다시 앞으로 쏘아졌다.

남자의 얼굴이 빠르게 다가왔다.

남자도 다가오는 나를 보고 표정이 밝아졌다.

“생각을 바꿨군요! 잘 생각……!”

안타깝게도 나는 그의 앞에서 멈추지 않았다.

나는 그의 옆을 스쳐 지나가며 검을 휘둘렀다.

서걱!

피가 흐르고, 지팡이를 잡은 팔이 공중으로 떠올랐다.

나는 공중에 떠오른 지팡이를 낚아챘다.

얼마나 세게 잡고 있었던지, 잘린 팔이 지팡이에 딸려왔다.

나는 지팡이를 흔들어 팔을 떨구고, 냉큼 몸을 돌려 입구 쪽으로 달아났다.

크아아앙!

“멈춰!”

마물의 괴성과 사람의 고함이 동시에 들려왔다.

나는 못 들은 척, 덤벼오는 넝쿨을 자르고, 원래 자리로 돌아왔다.

자리에 돌아온 내 손에는 지팡이가 없었다.

지팡이는 이미 유물 주머니에 들어가 있었다.

신관 기사가 의아한 표정으로 내 손을 살폈지만, 나는 그의 시선을 외면했다.

“그 지팡이가 무엇인지 아냐! 너는 제국의 저주! 마물의 저주를 받을 것이다! 크아아악!”

내가 입구로 돌아온 그 순간, 남자의 마지막 비명이 들려왔다.

팔이 잘린 뒤, 분노한 마물이 그를 덮친 것이었다.

뭔가 숨겨진 비밀이 가득 담겨있는, 저주에 가까운 비명이었지만, 이런 말을 한두 번 들은 것도 아니고.

나는 귀를 한 번 더 후볐을 뿐이었다.

크르르릉.

마지막 조직원을 죽이고, 마물은 바로 내게 덤비지 않았다.

대신 마물은 몸을 웅크리고, 다시 변형을 시작했다.

다시 젤리처럼 몸이 변하고, 이어서 넝쿨이 그 젤리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이어서, 넝쿨이 몸 안으로 흡수되고, 이어서 젤리처럼 변했던 몸이 다시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팔짱을 끼고 그 모습을 지켜봤다.

충분히 이길 자신도 있었지만, 마물 위에 떠 오른 정보창을 살펴보기 위해서였다.

< 변형된 마나를 가진 이계 생명체 >

< 사용 능력 >

- 흡수 능력 : 다른 마나 생명체를 흡수해서 그 능력을 자신의 능력으로 만듦.

*현재 마지막 단계 진입 중.

정보창을 보니, 마물이 왜 저렇게 마구 변하는지 있는지, 알 수 있었다.

마물 실험장이자 사육장인 이 유적에 왜 마물이 없는지도 알 것 같았다.

저 마물이 어떻게 지금까지 살아남은 것인지도 알 것 같았고.

추측일 뿐이었지만, 저 마물은 원래 젤리 형태로, 이 유적의 다른 마물들을 먹으며, 여태까지 살아남은 것 같았다.

넝쿨 나무의 모습과 암석 짐승의 모습도 마물이 잡아먹은 다른 마물의 모습일 터였다.

거기다, 지팡이에 마나를 넣어보니, 마물이 왜 여기 남아 있었는지도 알 수 있었다.

마물을 유혹하는 지팡이라니…….

생각해보면 조금 전에 외쳤던 남자의 저주가 이해될 만한 물건이었다.

대부분의 의문이 한순간에 풀렸다.

아직, 몇 가지 의문이 남아 있었지만, 그건 발레아가 잘 물어봤으면 알게 될 테고.

이제, 다른 볼일을 볼 차례였다.

나는 고개를 돌려 신관 기사를 쳐다보았다.

“이곳까지 나를 따라온 것은 내 일을 도와주기 위해서일 텐데?”

내 말에 신관 기사가 대답했다.

“죄송합니다. 영주님의 능력이 너무 뛰어나셔서 제대로 돕지 못했습니다.”

역시나 자신의 명예를 생각하지 않는 자의 말은 반박하기가 쉽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은 상관없었다. 어차피 시비를 걸 생각이었으니,

“그럼, 지금 도와주면 좋겠어. 저 마물과 한번 싸워봐 주었으면 해.”

내 말에 신관 기사는 나와 모습이 변해가는 마물을 번갈아 가며 쳐다보았다.

도무지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장난이 지나치십니다.”

“한 영지의 영주가 이런 장난을 칠 거로 생각해?”

내 대답에 신관 기사는 표정을 굳혔다.

그리고, 차가운 목소리로 내게 물었다.

“설마, 저를 죽이실 생각이십니까?”

나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 생각은 없어. 마물에게서 살아남으면 같이 돌아갈 생각이야.”

물론, 거짓말이었다.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교단, 아니, 너도 마찬가지였잖아. 마을에서 구경만 하고 있었던 것도, 살아남았으니 모습을 드러낸 거잖아.”

“그건…….”

솔직히 말하자면, 마을 일과 상관없이 살려 둘 생각이 없었다.

교단과 나는 적이었다. 사람들의 눈이 없는데 살려 둘 이유가 없었다.

오히려, 미겔이 이상하게 여기지 않을 핑곗거리를 만들어 주어서 감사할 따름이었다.

“오, 오해십니다. 전에 말했지만, 저희는 교단의 뜻 때문에 함부로 나설 수가…….”

나는 손을 들어 그의 말을 막았다.

“오해든 아니든 상관없어. 내가 그렇게 생각하고 있으니. 자, 가서 싸워.”

나는 손을 들어, 변형을 끝내고 몸을 일으키는 마물을 가리켰다.

마물은 어느새 전갈 비슷한 모습으로 모습이 바뀌어 있었다.

신관 기사는 나를 쳐다보았다가, 미겔을 보았다.

미겔은 검을 들고, 그의 뒤를 막아서고 있었다. 역시, 미겔은 훌륭한 기사였다.

자신의 편이 없는 것을 확인한 신관 기사는 나를 노려보았다.

“교단이 용서하지 않을 겁니다.”

“그건 조금 전에 죽은 녀석도 한 말이야. 저쪽은 제국까지 팔았어.”

그는 내 대답에 입술을 깨물더니, 석실 안으로 걸어갔다.

걸어가는 그의 검에 마나가 모여들기 시작했다.

싸움이 시작되었다.

생각과 달리, 싸움은 치열했다. 신관 기사는 정말 잘 싸웠다.

싸움을 보고 미겔이 말했다.

“실력을 숨기고 있었군요.”

“그런 자신이 있으니, 혼자 따라온 거겠지.”

‘마나 감응력’이 없었다면 나도 눈치채지 못할 정도였다.

“우리 둘 중 한 명만 있었으면, 마물을 공격하는 대신에 우리를 공격했을 거야.”

여기까지 오면서 실력을 보여주기는 했지만, 내 실력을 정확히 알기는 어려웠을 터였다.

“그런데, 저렇게 죽으면 교단이 항의할 텐데 괜찮으시겠습니까?”

“괜찮아. 어차피 이들이나 추살대들은 공식적으로 말하고 다닐 수 있는 인원이 아니니까.”

치유의 종교인 교단이 사람들을 죽이고 다닌다는 것을 말하고 다닐 리가 없었다.

“아니면, 누님에게 잘 말해달라고 해도 되고.”

내 말에 미겔은 묘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다.

별로 이상한 말도 아니었는데, 저런 표정이라니.

미겔이 조금 괘씸해졌다.

“그런데, 꽤 대단한 마물이잖아. 처음과 달리, 별말이 없네.”

전부터, 나를 보호하려고 애썼던 미겔이었다.

이리저리 이유를 댄 덕에 이해를 시킬 수 있었지만, 지금처럼 내 안전에 무심해진 적은 없었다.

“발레아 님이 계시니까요. 문제가 생겨도 충분히 빠져나갈 수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생각 외의 대답이 돌아왔다.

나를 믿는 게 아니라 발레아를 믿는 거였다.

같이 다니는 중에, 나 보다도 발레아의 신뢰가 더 올라간 모양이었다.

뭔가, 씁쓸하면서도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미겔의 말도 틀리지 않았다.

이런 유적 안에서 영역을 펼쳐놓은 발레아라면 무적에 가까울 터.

‘설마, 발레아 혼자 저 마물을 쓰러뜨릴 수 있는 것은 아니겠지?’

다른 의미로 목 뒤가 서늘해졌다.

“크아아아악!”

열심히 상대했지만, 역시 마물을 이길 수는 없었다.

신관 기사는 집게에 배가 뚫려 죽어 버렸다.

이제 내가 나설 차례였다.

나는 가슴에서 신검을 꺼냈다.

저렇게 마구 몸이 변하는 마물에게는 신검이 제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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