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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27화 (327/563)

제327화

제2편 물아센 영지 (1)

전날, 이유 없이 분위기가 싸늘하긴 했지만, 그래도 무사히 능력은 부여되었다.

그리고, 발레아 머리 위의 정보창에는 새로운 능력이 추가되었다.

< 창조형 영웅 능력자 >

< 사용 능력 >

- 영역 장악, 변형 : 레벨 4

- 마나 영역 구축 : 레벨 1

< 능력 부여 >

- 상태 보정 : 마나 영역 한계 돌파.

예상대로 이제는 육체 능력이 아니더라도 이바나의 능력이 효과를 보였다.

발레아에게는 새로 얻은 ‘마나 영역’의 한계를 없애는 방식으로 능력이 부여된 것이다.

원래 있었던 영역 쪽이 강화되는 편이 더 좋았을 테지만.

다른 능력에도 효과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된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되었다.

능력이 부여되었다고 바로 발레아의 능력이 달라지지 않았다.

거기다, 이바나의 능력이 바뀌면서 성장이 전만큼 빨라지지는 않는 것 같았다.

이제는 시간을 들여서 확인해 봐야 할 모양이었다.

“그래서, 저도 직접 확인해 보고 싶어서 같이 가겠다고 한 거예요. 물아센 영지에 대해 제일 잘 아는 사람이 저인 거도 맞고요.”

오늘, 이바나가 같이 떠나면서 하는 말에 반대할 말이 잘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의 말이 맞기 때문일 터였다.

그렇게 해서 우리는 다시 모레나 영지를 떠나 물아센 영지로 향했다.

이제 병력은 반으로 줄어 200명 정도였고, 그 대신, 이바나가 추가된 상황.

우리는 열심히 옆 영지로 향했다.

병사들을 이끌고 하루 반나절을 걷자, 새로운 영지가 나타났다.

물아센 영지. 그 영지는 모레나 영지의 경계에 있는 작은 개천 너머에 있었다.

영지가 엉망인 것은 개천을 가로지르는 돌다리에서부터 알 수 있었다.

물아센 영지 방향 돌다리 끝에는 낡은 가죽 갑옷을 입은 병사들이 지키고 서 있었다.

어떻게 봐도 낙오된 병사나 탈영한 병사로 보이는 자들이었다.

그들은 우리를 보고 비명을 지르며 달아났다.

“군대다! 도망쳐!”

“어서 가! 백인대장, 아니 두목에게 알려야 해!”

도망치면서 자신들끼리 외친 소리가 마나를 머금은 내 귀까지 들려왔다.

탈영한 병사들이 맞았다. 그것도 백인대장이 이끄는 탈영병들이었다.

다리를 막고 선 것을 보니, 영지를 넘는 사람들에게 통행료를 받는 모양이었다.

“탈영병 출신의 강도들이라…….”

어차피 영주가 왔으니 정리해야 할 자들이었다.

“추격한다.”

“알겠습니다.”

내 말에 레스티가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용병 출신이긴 했지만, 따지고 보면 레스티도 각성한 귀족이었다.

200명의 병사 정도는 충분히 통솔할 수 있었다.

그리고, 레스티는 내 예상대로 잘해주었다.

병사들은 속보로 돌다리를 건너기 시작했다.

“영주님이 움직이긴 그럴 테니, 제가 정찰을 할게요.”

병사들이 움직이는 것을 보고, 발레아가 나섰다.

발레아가 이렇게 먼저 움직인 적이 없었다. 의아해서 쳐다보니, 그녀는 이바나에게 미소를 지어주고는 돌다리 옆으로 몸을 날렸다.

그녀가 물 위에 내려서자, 작은 물결이 일어 그녀를 옮기기 시작했다.

물 위를 걷는 것도 아니고, 물이 움직여 사람을 데려다주다니.

곁눈질로 그 광경을 지켜보던 병사들이 놀라서 발을 엉킬뻔했다.

내가 봐도, 발레아의 능력 활용은 대단했다.

나중에 가면 하늘을 훨훨 날아다닐 수도 있을 듯했다.

“발레아 님은 정말 대단하세요.”

옆에서 이바나의 감탄이 들려왔다.

그런데, 이바나의 말은 비꼬는 것이 아닌 순수한 감탄이었다.

분명, 발레아가 쳐다보고 간 것을 알고 있을 텐데…….

“얼마 전이었으면 정말 약 올랐을 텐데……. 지금은 재미있네요. 이렇게 말하면 안 되겠지만, 발레아님은 정말 귀여우시네요. 전에는 저도 이렇게 보였으려나…….”

‘이런……. 이번에는 발레아가 지는 건가.’

항상 다른 사람 머리 위에서 놀던 발레아였다.

이번에도 무슨 이유에서인지, 이바나를 약 올릴 생각인듯했지만, 아쉽게도 이바나는 전과 사람이 달라져 있었다.

결국, 발레아는 허공에 주먹질한 꼴이 되어버린 듯했다.

하지만, 나는 이바나에게 주의를 주었다.

“그래도 조심해요. 발레아가 그렇게 쉬운 상대는 아닐 테니.”

왜 둘이 티격태격하는지 모르겠지만, 발레아가 실수한 채로 일을 끝낼 리가 없었다.

“네?”

이바나는 의아한 얼굴로 나를 쳐다보았지만, 나는 더 말해주지 않았다.

어차피 앞으로 같이 지내게 되면 알 터였다. 발레아가 어떤 사람이라는 것은.

레스티가 괜히 발레아를 보고, 질겁하는 게 아니었다.

강도들은 사방으로 흩어졌지만, 놓친 강도는 없었다.

너무 빨리 도망치는 강도는 내가 나서서 잡아들였고, 다른 강도들은 병사들이 힘을 합쳐서 붙잡았다.

그리고, 강도 일부는 도망치게 놔두었다.

그 강도들은 자신들의 산채로 도망치는 자들이었다.

누가 미끼고 누가 진짜인지는 내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알 수 있었다.

다만, 그들이 도망친 곳은 내 예상과 달랐다.

강도라 작은 산의 동굴 같은 곳을 산채로 삼을 줄 알았는데, 이들은 마을 하나를 통째로 점령해서 자신들의 거점으로 삼고 있었다.

그들은 마을 사람들을 하인이나 노예처럼 부리고 있었고, 자신들은 사방에서 털어온 물건들을 광장에 쌓아놓고 술을 들이켜는 중이었다.

마을이 내려다보이는 언덕 위에 서서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뻔한 광경이었고, 내전으로 피폐해진 영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이었다.

다만, 문제는 그 광경이 내 영지에서 벌어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내가 지켜보고 있는 동안, 마을에서 소란이 일었다. 일부러 놓아준 강도들이 도착한 것이었다.

마시던 술을 던지고, 검과 창을 들고, 고함을 질러댔지만, 제대로 싸울만한 놈은 보이지 않았다.

더 볼 게 없었다. 나는 뒤에 늘어서 있는 레스티와 병사들에게 명령했다.

“공격. 상처 없이 잡거나 죽여라. 부상자는 필요 없다.”

이런 상황에서 강도가 된 탈영병은 쓸데가 없었다.

괜한 짐을 늘릴 이유가 없었다.

“공격!”

와아아아아아!

내 말에 병사들이 언덕을 내려가기 시작했다.

놀란 강도들이 이쪽을 쳐다보았다.

그리고, 황급히 반대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마을에 있던 강도, 탈영병의 숫자는 겨우 수십. 병사 200을 당해 낼 수 없었다.

그들에게는 도망치는 길밖에 없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그들은 도망칠 수 없었다.

광장을 벗어나는 길목 곳곳에서 담벼락이 솟아났기 때문이었다.

담벼락이라기보다는 단단하게 굳어진 흙이 솟아난 것이었지만, 병사들의 창으로는 뚫리지 않는 흙벽이었으니, 담벼락과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도망치는 길이 막힌 강도들에게 병사들이 들이닥쳤다.

나는 이바나와 함께 천천히 언덕을 내려갔다.

이번에는 싸움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참여하면 학살이 될 뿐이었다.

너무 거칠게 싸워서였을까? 아니면 너무 강한 상대와 계속 싸워서였을까.

이런 싸움에는 사람을 죽이는 것보다 죽이지 않는 게 더 어려웠다.

이 마을 사람들도 모두 내 영지민일 텐데, 영지민에게 학살자인 영주를 보여 줄 이유는 없었다.

전투는 금방 끝났다.

도망갈 길이 막힌 강도, 탈영병들은 격렬히 저항했지만, 실력도 숫자도 상대가 되지 않았다.

삼 분의 일 정도가 죽어버리자, 그들은 결국 항복했다.

강도들을 모두 묶어버린 뒤 레스티가 보고했다.

“부상자 4명이 나왔습니다. 큰 부상은 아니라서 이동은 가능합니다.”

“전부 포션을 지급하도록.”

“알겠습니다.”

아직 배낭과 유물 주머니에 포션이 많이 남아있었다.

영지와 함께 받은 보상도 있었고, 병사들에게 준 식량에 대한 보상도 한껏 받았었다.

영지를 관리하게 되면 마구 사라지겠지만, 나는 아직도 꽤 부자였다.

다친 병사들에게 포션을 먹이고, 나는 묶인 강도들에게 걸어갔다.

기가 죽어 있는 강도들 사이로, 아직 고개를 번쩍 들고 있는 강도가 있었다.

딱 봐도 제일 실력이 좋아 보이는 강도. 이자가 이들의 두목인 백인대장이었다.

마나도 조금은 다룰 수 있는지, 술기운도 보이지 않았다.

정보를 알아내기에 딱 좋은 모습이었다.

나는 친절한 표정을 지으며 그에게 물었다.

“자, 고문 전에 이 영지 상황에 대해 아는 것을 말해볼까.”

현지의 상황은 현지인이 가장 잘 아는 법이었다.

“누구십니까?”

그는 나를 보며 물었다.

“보면 몰라? 새로운 영주지.”

“무척 어린……. 아니 젊으시군요.”

틀린 말은 아니었다.

“영주와 어린 것은 상관없으니까. 그보다, 물아센 시는 누가 차지하고 있어? 이렇게 영지 변두리에 탈영병이 날뛰고 있는데, 도시가 멀쩡할 리 없을 테지.”

목가적인 모레나 영지와 달리, 물아센 영지는 중심 마을이 상당히 커서 도시로 불릴 정도였다.

물론, 후작가나 공작의 영지의 중심도시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모레나 영지의 마을에 비해서는 차이가 크게 났다.

내 말에 강도 두목, 전 백인대장은 주위를 둘러보았다.

“200명 정도 되는 것 같군요. 그래도 많이 데려오셨습니다. 이 정도 인원이면 살아서 돌아갈 수는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생각보다 힘이 있는 자가 도시를 장악한 걸까?

강도 두목은 나름 우리를 생각해서 말한 것이겠지만, 둘러 가는 그의 말에 나는 짜증만 날 뿐이었다.

그리고, 짜증 나는 것은 나만이 아닌 모양이었다.

쿠구구구구구.

높이 솟아있던 땅이 가라앉고, 어느새 나타난 발레아가 내게 말했다.

“제가 물어볼까요? 금방 제대로 대답할 수 있을 거예요.”

부드러운 음성이었지만, 강도 두목의 팔에는 소름이 가득 일어났다.

두목의 눈이 빠르게 움직였다.

그는 원상태로 돌아간 길과 아름다운 발레아를 번갈아 가며 보더니, 급하게 입을 열었다.

“영주님이 죽은 뒤에, 도시를 지키던 두 번째 부인과 선임 기사가 내통해서 도시를 장악해버렸습니다.”

두 번째 뭐?

“저희는 죽은 영주님을 따르기 위해 영주님을 배반한 저들을 따르지 않고 이렇게 기회를 엿보…….”

퍽.

뜻밖의 소리를 들어서, 나도 모르게 주먹이 나가버렸다.

두목은 눈이 돌아간 것 같지만, 다행히 죽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쓰러진 두목에는 관심이 없었다.

내 영지에서 불륜이라니. 중세의 막장이라니.

내가 한숨을 내쉬자, 이바나가 누군지 기억이 났는지, 영주 부인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아, 두 번째 부인이라면 약혼했던 기사와 파혼한 뒤에, 영주와 결혼해서 유명했던 분이에요. 음유 시인의 노래도 있었는데…….”

아니, 이건 또 무슨 말인지……. 불륜이 아니라 애절한 사랑이었던 건가.

나는 고개를 흔들었다.

뭐가 되었건 상관없었다.

어차피 전부 치워야 하는 사람들이었다.

나는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물아센 시로 간다. 데리고 갈 수 있는 강도들만 데려가도록.”

부상자는 남기지 말라고 했으니, 지금 움직이지 못하는 강도는 한사람밖에 없었다.

우리는 마을 사람들에게 약간의 식량을 나누어 준 뒤, 남은 강도들을 데리고 수도로 향했다.

살아남은 마을 사람들은, 마을 광장에 사람을 묶은 기둥을 하나 세웠다.

강도 두목, 전 백인대장은 팔다리 힘줄이 잘린 채로 그렇게 오랫동안 기둥에 매달렸다. 아주 오래, 생명이 끊어진 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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