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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26화 (326/563)

제326화

제1편 자작의 영지 (2)

동료들을 손님방에 보내고, 오헨 기사는 마을 사람들과 함께 목책 밖 병사들을 도우라는 지시를 내린 뒤, 나는 집무실에 혼자 남아서 오헨이 남겨 둔 서류를 확인했다.

역시, 처음 느낀 대로 서류는 너무 잘 정리되어 있었다.

물론, 서류의 내용과 실물을 비교해 봐야 하겠지만, 몇 번 영지와 마을에 오면서 지켜본 바로는 크게 문제는 없을 터였다.

새로운 사업이나 개발을 한 내용은 없었지만, 영주 대리인이 그런 것을 할 수 있을 리도 없었고, 이 정도면 이상적인 영주 대리인에 가까울 듯했다.

이렇게 되면, 이쪽 영지는 생각보다 잘 풀릴 것 같고, 나머지는 다른 쪽 영지인데…….

“그쪽까지 떠맡길 수 있으려나…….”

벤자민을 데려왔으면 정말 좋았을 텐데, 아쉽게도 그는 내가 데리고 있기에는 너무 뛰어났다.

그는 앞으로 열심히 성장해서 대단한 관리가 될 터였다.

그렇게 서류에 한참 매달려 있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렸다.

“들어오십시오.”

내가 허락하자 문이 열리고, 한 소녀가 들어왔다.

이바나, 전 영주의 딸이었다.

그녀는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부르셨다고 들었어요.”

“오랜만입니다.”

사람을 단단하게 막아서던 시선도 사라졌고, 억지로 날을 세우던 표정도 더는 보이지 않았다.

입고 있는 옷도 고급스러운 옷이 아니었다.

먼지는 다 털어낸 것 같았지만, 한참 일을 하다 왔는지, 이곳저곳 더러워져 있었다.

세상을 모두 미워하고 홀로 서 있던 소녀가 이제는 평범한 소녀가 되어있었다.

하지만, 그녀는 전보다 더 품위가 있어 보였다.

“그때, 감사 인사를 제대로 못 했어요. 아버지를 구해주신 것 다시 감사드립니다.”

저번에 방문했을 때, 신검으로 오헨 기사를 살린 것에 대한 감사일 터였다.

하지만, 그 보상은 충분히 받았다.

그녀가 걸어준 능력 덕에 성장이 무척이나 빨라져서 여러 일을 처리할 수 있었다.

더구나, 그녀는 모르지만, 그녀의 진짜 아버지, 모레나 자작을 죽인 것도 나였다.

알고 보면 감사를 받을 게 아니라, 원수 취급을 받는 게 맞는 것일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알게 된다면 감사가 아니라 나를 죽이려 할지도 몰랐다.

모레나 자작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히 비밀로 간직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발레아도, 이바나도, 아이샤 공주, 아니 여왕도 전부 이상하게 얽혀버렸네.’

그들 모두 내 손에 가족이 죽어버렸다. 거기다 발레아는 내가 죽였다고 생각 중이었고.

도대체, 이게 무슨 막장 같은 이야기인지…….

그래도, 이제 내전이 끝났으니, 앞으로 그런 일은 없을 터였다.

“괜찮습니다. 저도 충분한 보상을 받았습니다. 영애의 능력 덕분이죠.”

내 말에 이바나는 고개를 저었다.

“말을 낮추셔도 되십니다. 모레나 자작님도 죽은 뒤, 저는 오헨 기사님의 양녀로 들어가게 되었습니다. 이제 귀족의 딸이 아니니 영애로 부르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확실히, 자작이 죽고, 내가 영주로 왔으니, 영주의 딸이라는 위치는 사라져 버렸을 터였다.

거기다, 후원해주던 왕세자도 죽었고.

생각해 보니, 이바나를 받쳐주었던 지위는 이제 남아 있는 게 없었다.

기사의 자녀는 평민일 뿐이었고.

하지만, 아직 그녀에게 남아 있는 게 있었다.

이 세상에서는 제일 중요한 것일 수 있는 각성한 능력이었다.

“능력을 가지고 있으니, 영애로 불리기에 충분합니다.”

이 세상의 귀족은 혈통보다 그 능력으로 결정되곤 했다.

각성을 하지 못하면 아무리 훌륭한 귀족의 자식이라도 평민으로 강등되었고,

각성만 하면 평민도 귀족 아카데미에 들어올 수 있었다.

작위와 영지를 가지지 못해도 각성을 했다면 사람들에게 귀족 대우를 받을 수 있었다.

물론, 귀족이라도 그 신분에 따라 취급이 하늘과 땅만큼 차이가 나긴 했지만,

그래도 평민과는 차이가 날 수밖에 없었다.

“아, 그 능력 말인데요. 얼마 전에 달라진 것 같아서……. 공자, 아니 영주님은 괜찮으신가요?”

그녀의 말에 나는 주머니에 손을 넣어, 그 안의 구슬을 쥐고, 이바나의 머리 위를 쳐다보았다.

내가 이바나를 부른 것도 이것 때문이었다.

그녀의 머리 위에 이바나의 정보가 떠올랐다.

< 부여형 영웅 능력자 >

< 사용 능력 >

- 상태 보정 부여 : 한계 돌파. (최대인원 3명)

* 피부여자와의 연동으로 능력이 확장되었습니다.

처음 본 것이었지만, 그녀의 말대로 달라진 게 분명했다.

전에는 ‘한계 돌파’가 아니라 ‘최적의 신체’였을 터였다.

이바나에게 언제 능력이 바뀌었는지 물어보았다.

정확하지 않지만, 내가 마물 왕을 쓰러뜨렸을 때였다.

확실히 나 때문에 그녀도 능력이 바뀐 것이다.

바뀐 내용도 내 생각과 달랐다.

나는 ‘한계 이상의 신체’였는데, 이바나의 정보창은 그냥 ‘한계 돌파’였다.

‘나와 달리 제한이 없다는 건데…….’

“오헨 기사는 달라지지 않았답니까?”

오헨 기사도 이바나에게 능력을 받았었다.

좀 전에 보았을 때도 나이답지 않게 건장했고, 마나도 전성기의 기사처럼 느껴졌었으니,

지금도 이바나에게 능력을 부여받고 있을 게 분명했다.

“네, 달라지지 않으셨다고…….”

하기야, 저 나이에 ‘전성기의 육체’ 이상으로 강해지는 것은 무리가 있었다.

그는 앞으로도 ‘최적의 육체’ 상태로 머물러 있을 것이었다.

“내전을 치르다 보니, 저는 좀 달라졌습니다. 한계를 깬 것 같달까……. 지금 저는 제가 낼 수 있는 육체의 한계를 넘어선 것 같군요.”

같은 게 아니라, 확실한 것이었지만, 그 정보가 눈에 보인다고 할 수는 없었기에 두리뭉실 말할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이바나는 내 말에 맞장구를 쳐주었다.

“아, 맞아요. 그런 느낌이었어요. 한계를 깬다……. 맞아요. 저도 그런 식으로 느껴졌어요.”

저 한계 돌파는 이바나에게도 적용된 모양이었다. 그래서 저렇게 바뀐 것일 테고.

거기다, 능력이 바뀐 것은 그것만이 아니었다.

“그리고, 그때 이후로, 한 명 더 능력을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부여할 사람은 정했습니까?”

내 말에 이바나는 씁쓸한 얼굴로 고개를 저었다.

“평화로운 이 영지에서는 쓸 이유가 없는걸요. 이제 아버님과 같이 영지를 떠나게 되면 이 능력을 이용해서 지낼 곳을 알아봐야 할까 봐요.”

나이가 들었지만, 오헨 기사는 이바나의 능력 덕분에 젊은 기사 이상으로 실력이 출중했다.

거기다, 이바나의 능력을 알아보는 영주가 있다면 어느 영지에 정착하든지 두 사람은 문제가 없을 터였다.

하지만, 이바나는 이 영지를 떠나는 게 내키지 않는 것 같았다.

그리고, 나도 그녀와 오헨 기사가 이곳을 떠나는 것을 바라지 않았다.

나는 우울한 표정의 이바나에게 말을 건넸다.

“그럼, 그 남은 능력을 제 쪽에 주시고, 두 분 다 이 영지에 남아주실 수 있겠습니까?”

“네?”

내 말에 이바나는 어리둥절한 얼굴이 되었다.

그리고, 나는 계속 말을 이었다.

“집을 옮기지 않아도 됩니다. 전처럼 이 저택을 사용하시죠. 오헨 기사도 전처럼 영지 대리인을 하시면 됩니다.”

“정말요?”

이바나의 얼굴이 밝아졌다.

“네, 그동안 이바나 영애의 능력에 도움을 많이 받아서 동료에게도 부여해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었습니다.”

솔직히 말하자면 정보창을 보고 방금 떠올린 생각이었다.

‘한계 이상의 신체’가 아니라 ‘한계 돌파’라면 다른 능력에도 효과가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렇다면 테스트를 해봐야 했다.

동료 중에는 테스트를 해 볼 만한 사람도 있었고.

“어차피 제가 받은 영지는 또 있습니다. 그쪽 영지에도 영주의 집이 있을 테니, 이 저택에 고집을 부릴 이유가 없습니다.”

그 많은 영지병을 끌고 왔던 영주가 이 집보다 허름한 저택에 살 리는 없을 터였다.

“어떻습니까? 좋은 거래라고 생각하는데…….”

내 말에 이바나가 머리를 조아렸다.

“정말……. 그래 주시면 정말 감사해요.”

솔직히 말하자면, 내가 더 감사했다.

오헨 기사를 어떤 핑계로 눌러 앉힐까 고민했는데, 이바나가 핑계를 만들어 준 것이었다.

겨우 입양한 딸이 이곳에 남겠다는데 오헨 기사가 떠날 수는 없을 터.

아무리 생각해도 이건 꿩 먹고 알 먹기였다.

다음날, 나는 서류를 모두 확인하고, 오헨 기사와 함께 현장을 확인했다.

예상대로 현장과 그가 준 서류는 다르지 않았다.

한겨울에도 얼음이 얼지 않는 온난한 지방이긴 했지만, 그래도 한겨울 중인데, 식량 창고에 식량이 많이 남아 있었다.

영주가 수도에 가 있는 바람에 식량 수탈이 벌어지지 않아서 생긴 일이었지만,

내전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다른 영지들을 생각하면 정말 대단한 일이었다.

이 정도면 내가 데려온 병사들을 굶기지 않아도 될 것 같았다.

다른 곳도 마찬가지였다. 영지전 중에 다친 사람들의 치료도 잘 되어가고 있었고, 사람들의 표정도 나쁘지 않았다.

마을의 분위기를 보니, 서류로 보는 것보다 더 훌륭했다.

나는 한나절 동안 마을을 둘러본 뒤에 오헨 기사에게 말했다.

“아무래도 영지 대리인을 계속해 주어야겠습니다. 아직 어려서 제가 이 정도로 관리하기는 어려울 것 같군요.”

내 말에 나이 든 기사는 잠시 멍하니 마을을 바라보았다.

그는 마을을 뛰어다니는 아이들을 보고 결국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습니다. 어제 이바나에게 들었습니다. 우리 두 부녀를 도와주신 것에 감사드립니다.”

그는 다시금 내게 고개를 숙였다.

이틀에 걸쳐서 부녀 두 사람에게 감사 인사를 받다니…….

아무래도 조금 미안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예상보다 훨씬 빨리, 편하게 모레나 영지 사찰을 끝내고, 다음 영지로 가게 되었다.

그쪽 영지는 어떻게 돼 있을지 모르니, 병사 반을 데려가기로 했다.

나머지 반은 이곳에서 내가 돌아올 때까지 오헨 기사가 맡아 주기로 했다.

‘영지 대리인에 기사단장까지 맡는 것은 조금 과하려나…….’

순식간에 병사들을 휘어잡는 오헨 기사를 보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다.

하지만, 지금은 다른 영지를 먼저 살펴야 했다.

그리고, 그쪽 영지에 대해 아는 사람을 찾아달라고 부탁했더니, 뜻밖의 사람이 오게 되었다.

“제가 여러 번 방문해봐서 물아센 영지에 대해 잘 알고 있어요.”

이바나가 찾아온 것이었다.

이바나가 오자, 발레아의 눈이 가늘어졌다.

두 사람은 전날에도 한참 신경전을 벌였었다.

이바나의 능력을 부여받기 위해 집무실로 두 사람을 불렀더니, 그때도 지금 같은 모습이었다.

평범한 인사와 평범한 대화가 이어졌지만, 그 자리에 있는 나는 마치 살얼음판에 서 있는 기분이 들었다.

“흐음. 그래서 제가 그 능력을 받아야 한다는 이야기인가요?”

“설마, 능력을 받는 게 발레아 영애는 아니시겠죠?”

나를 보며 담담히 이야기하는 두 소녀를 보고, 나는 식은땀을 흘리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다행히 집무실이 쑥밭으로 변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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