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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19화 (319/563)

제319화

제19편 머리를 자르다 (2)

화염이 부딪치자, 엄청난 소리와 함께 솟아난 땅이 터져나갔다.

하지만, 터져나가는 양만큼, 아니 그 이상으로 계속 지상의 흙이 솟아난 땅을 메꿔나갔다.

거기다, 화염에 녹아내리던 땅이 다시 얼어붙었다.

그리고, 솟아난 땅에 부딪혀서 사방으로 퍼져나가던 화염이 소용돌이치는 바람에 갇혀 버렸다.

나는 그 광경에 입을 벌릴 수밖에 없었다.

솔직히 이 정도까지 대단할 줄은 예상 못 했었다.

내 방어만으로 부족하니, 발레아에게 도와달라고 한 것일 뿐이었다.

하지만, 마물이 쏘아낸 화염은 나에게 한 톨도 닿지 않았다.

검에 두른 보이지 않는 막도, 반지로 만들어낸 보호막도, 모두 필요가 없었다.

주변의 마나를 보니 발레아가 자신 있어 한 이유를 알 것 같았다.

확실히 이런 일은 발레아 혼자의 힘으로는 불가능했다.

하지만, 이곳에는 유적이 있었다.

발레아는 유적의 관리자였고, 적어도 이 협곡 안에서는 발레아는 유적의 힘을 빌릴 수 있었던 모양이었다.

지금, 유적에서 뿜어져 나온 마나가 이 모든 현상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화염을 가둔 마나도, 솟아오른 땅과 얼음도 모두 그 마나로 만들어진 것들이었다.

결국, 마물이 내뿜던 화염은 사그라들었다.

바람이 흩어지고, 땅이 원래대로 돌아갔다.

땅이 가라앉은 뒤에는 전과 달라 보이는 마물이 있었다.

마물 위로 세상을 뒤덮을 듯한 마나가 이제는 보이지 않았다.

마물에게서 느껴지는 압박감도 더는 느껴지지 않았다.

부러진 칼을 들고, 온몸이 하얗게 질려버린 마물은 단지 징그러운 마물일 뿐이었다.

물론, 시간만 주면 다시 옛 모습으로 돌아가겠지만, 그렇게 둘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가슴에서 신검을 뽑아 들었다.

상대는 어찌 되었건 마물 왕이었다.

방심할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나는 앞으로 달려가, 위로 몸을 띄웠다.

마물의 머리가 다가왔다. 나는 그 머리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마물은 부러진 검으로 신검을 막아 보려 했지만, 마나가 없는 마물의 움직임으로는 내 검을 막을 수 없었다.

서걱.

먼저, 검을 들고 있는 쪽 머리가 잘려 나갔다.

크아아아앙!

역시, 머리 하나를 자른 것으로 죽지 않았다.

반대쪽 머리가 비명을 지르며 내게 손을 뻗었다.

하지만, 그 손에서는 작은 불꽃만 일었다가 사라질 뿐이었다.

나는 다시 뛰어오르며 검을 휘둘렀다.

이번에는 반대쪽 머리.

서걱.

내민 손과 함께 머리를 잘라버렸다.

다행히 머리가 다 잘려도 살아 있지는 않았다.

털썩. 쿵.

머리 두 개와 한쪽 팔이 잘린 마물 왕은 그 자리에서 허물어졌다.

“이긴 건가…….”

나는 멍하니 바닥에 누운 마물을 쳐다보았다.

실감이 나지 않았다.

마물 왕을 이길 줄이야.

발레아의 도움이 있기는 했지만, 일대일로 이긴 것과 다를 바 없었다.

한번 나타나면 작은 왕국 정도는 무너뜨리는 그런 마물을 내가 쓰러뜨리다니.

물론, 마물 왕을 쓰러뜨렸다고 내가 왕국 전체와 싸울 수 있게 된 것은 아니었다.

다른 마물 왕은 이렇게 이기기도 어려울 것 같았고.

지금 기분은 무척이나 좋았다.

마물 왕의 사체가 내게 그동안의 고통과 노력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고 있었다.

멍하니 마물을 보던 나는 한쪽 시야를 가린 메시지에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갑자기 메시지창이라니…….

내가 후작 영지에서 마물 왕에게 죽은 뒤에 과거로 돌아왔으니, 저장 시점이 되려면 시간이 남아 있었다.

나는 급하게 메시지를 확인했다.

<마물의 왕을 죽였습니다. 정말 위대한 업적. 레벨이 올랐습니다.>

<새로운 ‘저장 시점’을 설정하시겠습니까?>

다행히 문제가 되는 메시지는 아니었다. 그리고, 전에도 비슷한 메시지를 본 적이 있었다.

생각해 보니, 그때도 좀비를 닮은 거대한 마물 왕과 싸웠었다.

그리고, 죽지 않고 살아남았다고 지금과 비슷한 메시지를 보여 주었었지.

나는 놀란 가슴을 쓸어내리고, 정보창을 확인하려 했다.

하지만, 그전에 발레아가 내 옆으로 내려왔다.

움직이는 나뭇가지에 서서 아래로 내려오는 발레아의 모습은 마치, 전생에서 말하던 선녀 같았다.

아니면, 숲의 마녀던가.

뭔가 정반대의 이미지 같지만, 내가 보는 발레아는 두 모습을 다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 발레아는 전보다 더 비현실적으로 보였다.

아마도, 마물 왕과 싸운 여파가 남아서 일 터였다.

그렇게 생각하며 바닥에 내려온 발레아에게 한 손을 내밀었다.

발레아는 내 손을 잡고 나뭇가지에서 내려섰다.

“수고하셨어요.”

“도와준 덕분에 이겼습니다.”

“당연히 해야 할 일이었는 걸요. 저도 돕게 되어서 기뻤어요.”

고개를 저으며 발레아가 미소를 지었다.

그녀가 미소를 짓자,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웠다.

하지만, 나는 쓴웃음을 지을 수밖에 없었다.

조금 전부터 발레아가 다르게 느껴진 것은 이 협곡에 넘쳐나고 있는 유적의 마나 때문이었다.

유적의 마나는 발레아가 고의로 능력을 쓰지 않아도, 현실에 영향을 주고 있었다.

그녀가 전보다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내 감정이 마구 흔들리는 것도 모두 그 마나 일터였다.

나는 마나를 끌어올려 몸 안으로 순환시켰다.

흥분된 감정이 가라앉자, 세상이 원래대로 돌아오게 되었다.

발레아도 원래 모습으로 돌아왔다.

아니, 내가 제 모습을 보게 되었다고 할까.

내가 고개를 흔들자, 발레아는 입술을 삐쭉 내밀었다. 거기다, 무척이나 아쉬워하는 표정까지.

아쉬워하는 표정을 보니, 조금 전 판단에 확신이 서지 않았다.

분명, 고의가 아닌 게 맞겠지?

내가 혼란에 빠지려 할 때, 발레아는 마물 앞으로 걸어갔다.

그녀는 마물을 살피며 내게 말했다.

“진짜 혼자 잡으셨네요. 마물 왕을 혼자 잡다니, 대전쟁 때 용사 이후로 처음일 거예요.”

확실히 그녀 말대로였다. 그래서 더욱, 다른 사람들에게 알려져서는 안 되었다.

“비밀을 지켜 주세요.”

내가 잡았다는 게 알려지면 공주가 왕위를 계승하는 것도, 내 편안한 영지 생활도 보장받기 어려워질 뿐이었다.

마물 왕을 다른 사람들과 함께 봉인한 정도면, 영지를 받기에 넉넉한 성과일 테지만,

마물 왕을 혼자 죽인 것은 평지풍파를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못해 넘쳐나는 성과였다.

“알겠어요.”

발레아도 내 말을 이해해 주었다.

그리고, 비밀을 지켜 주어야 할 사람이 한 사람 더 있었다.

“레스티는요?”

“지금 내려오고 있어요.”

발레아가 절벽을 가리켰다.

그녀가 가리킨 곳을 보니, 절벽 중앙에 레스티가 매달려 있었다.

그는 열심히 절벽을 기어 내려오고 있었다.

그도 용병 출신의 각성자라, 내려오는 정도는 가능할 듯하지만…….

도대체 왜 저렇게 내려오는 거지?

다른 때라면, 분명 발레아와 같이 내려왔을 터였다.

위에서 무슨 일이 있었나?

하지만, 나는 발레아에게 묻지 못했다. 단지 레스티가 무사히 내려오기를 여신에게 기도했다.

* * *

그 뒤에 우리는 협곡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시체를 수거했다.

마물 왕은 물론, 1 왕자, 2 왕자의 시체(2 왕자는 시체의 남은 부분이 많지 않았다), 그리고, 기사들과 장교의 시체까지.

내가 유물 주머니 속에 시체를 넣은 뒤, 발레아는 지형을 움직여 싸운 흔적을 지웠다.

그렇게 한참을 움직이니, 유적은 얼추 싸우기 전 모습으로 돌아갔다.

마지막으로 돌로 부서진 유적의 문을 메워버린 뒤,

발레아가 반지를 쓰다듬으며 내게 물었다.

“정리가 끝났으니, 이제 이 반지를 돌려드려야겠죠?”

누가 봐도 미련이 뚝뚝 흐르는 모습이었다.

멀리 떨어지면 이 유적의 마나를 쓰지는 못하겠지만, 저 반지만으로도 발레아의 능력에 많은 도움이 되는 듯했다.

그러니, 저런 모습을 보일 터.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냥 쓰세요. 어차피 발레아 영애 말고는 제대로 쓸 수 있는 사람이 없을 겁니다.”

“네! 고마워요!”

내 말에 발레아는 환하게 웃었다.

또다시 눈이 부신 것을 보니, 하루빨리 이 유적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우리는 서둘러 무너뜨린 협곡의 입구로 향했다.

잠시 뒤 도착한, 협곡의 절벽은 나조차도 쉽게 빠져나가기 어려울 듯했지만, 내 옆에는 발레아가 있었다.

발레아는 절벽 앞으로 나아가 벽에 손을 올렸다.

구구구구궁.

그녀의 손을 중심으로 벽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좌우로 위아래로 벌어지는 절벽.

절벽 안으로 동굴이 만들어지기 시작했다.

잠시 뒤, 우리는 발레아가 만든 동굴을 통해서 절벽 밖으로 나갈 수 있었다.

절벽 밖에는 1 왕자의 나머지 병력이 모여 있었다.

하지만, 그들은 절벽 밖으로 나온 우리를 보지 못했다.

병사들은 모두 반대쪽을 보고 있었다.

병사들이 보고 있는 방향에는 카트린이 검을 잡고 서 있었고, 그녀 주변에는 기사 여럿이 쓰러져 있었다.

“나는 이 나라 왕비의 여동생이다! 조카를 도와주기 위해 왔다는데 뭔 소리가 그렇게 많은지. 또 덤빌 놈 있으면 튀어나와!”

방법은 이상했지만, 그녀는 나머지 병력을 묶어달라는 내 지시를 잘 해내고 있었다.

반항하던 기사들은 모두 박살 나서 바닥을 구르고 있었고, 그녀와 같이 갔던 병사들과 기사는 열심히 병사들을 통제하는 중이었다.

이제, 이들만 잘 이끌고 돌아가면 내가 할 일은 끝이었다.

영지와 작위가 눈앞에 다가왔다.

다행히 급하게 나설 필요는 없어 보였다.

나는 병사들에게 나서기 전에 정보창을 확인하기로 했다.

큰일이 끝났으니, 아까 온 메시지를 살펴봐야 했다.

나는 마음속으로 정보창을 불렀다.

< 기사형 영웅 능력자 >

< 사용 능력 >

- 육체 최적화 : 레벨 (41/?)

- 마나 회로 구축법 : 레벨 7

- 마나 감응력 : 레벨 5

- 장비 소환 : 레벨 1

- 마나 방출 : 레벨 2

< 비인가 능력 >

- 마나 유형화 : 레벨 3

- 사자 회귀 : 레벨 4

<능력 부여>

- 상태 보정: 한계 이상의 신체

아쉽게도 육체 최적화가 한 단계 올랐을 뿐 다른 능력은 변화가 없었다.

당연한 일이었다.

이 세상은 게임이 아니었다.

마물을 죽였다고 레벨이 올라주는 그런 세상이 아니었다.

게임과 같은 것은 단 하나. ‘사자 회귀’ 능력이었다.

지금 그 능력은 메시지창이 알려 준 것처럼 마물 왕을 죽인 뒤에 레벨이 올라가 있었다.

나는 전에 했던 것처럼 사자 회귀 글자에 손가락을 가져다 댔다.

창이 변하고, 사자 회귀에 대한 설명이 쭉 이어졌다.

설명은 전과 다르지 않았지만, 마지막 레벨 4에 설명이 추가되어 있었다.

확실히 레벨이 오르면서 새로운 능력이 생긴 것이었다.

[……레벨 4 – 과거로 돌아갈 때, 능력 중 하나를 현재 능력으로 가져갈 수 있습니다. 현재 가져갈 수 있는 능력은 ‘마나 감응력’입니다.]

“맙소사…….”

나는 입을 딱 벌렸다.

말도 안 되는 내용이자, 황당할 정도로 대단한 보상이었다.

이게 사실이라면, 앞으로 과거로 돌아간 뒤에 남는 것은 경험과 지식만이 아니었다.

죽기 전에 열심히 쌓아 놓은 ‘마나 감응력’, 결국 내가 가진 마나와 감각도 과거로 가지고 갈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렇다는 것은 죽는 동안에도 능력은 계속 성장할 수 있다는 소리였다.

“거기다, 사자 회귀 레벨이 더 오르면 다른 능력도 가져갈 수 있다는 말이잖아.”

나는 기쁜 가운데에서도 걱정이 될 수밖에 없었다.

도대체 뭘 시키려고 이렇게 나에게 퍼주는지 알 수가 없었다.

마물 왕도 잡았겠다, 두 왕자도 죽었으니 내전도 끝날 터이니, 영지를 얻어서 어머니하고 여유로운 인생을 보내려고 했는데…….

눈앞의 메시지는 나를 놀게 놔둘 생각이 없다고 외치는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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