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14화 (314/563)

제314화

제14편 성장

알렉스 일행이 유적에 들어간 지도 어느덧 주 단위의 시간이 지났다.

잠깐 낯선 사람의 방문에 소란스러웠던 협곡은 이제 예전 모습으로 돌아가 있었다.

작은 동물만 돌아다니는 조용하고 안전한 협곡으로.

철컹. 철컹.

하지만, 오늘 협곡의 모습은 어제까지와 완전히 달라져 있었다.

수많은 깃발과 번쩍이는 창과 칼날. 병사들이 협곡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그 병사들 선두에는 2 왕자와 귀족 장교들이 있었다.

왕자는 협곡을 둘러보며 입을 열었다.

“유적이 있는 협곡이 이렇게 생겼었나…….”

2 왕자의 말에 옆에 있던 젊은 귀족이 물었다.

“정말, 여기 있는 유적에 전세를 역전시킬 비장의 수가 있는 게 맞습니까?”

2 왕자의 말만 믿고 수천의 병사와 귀족 장교들이 이 협곡을 찾아온 것이다.

그런데, 2 왕자마저 여기를 처음 온 것 같은 모습이라니.

장교는 묻지 않을 수가 없었다.

“맞아. 왕국이 오랫동안 숨겨놓은 비장의 수가 있어. 걱정하지 마. 유적만 열면 일거에 전세를 뒤집을 수 있을 테니까.”

2 왕자는 부하의 불안한 모습에 씩 웃어주었다.

그의 자신 있는 모습을 보고, 귀족 장교들은 조금 안심이 되었다.

그들은 2 왕자를 따른 뒤로 계속되었던 패배로 사기가 많이 떨어져 있었다.

거기다, 갑자기 비장의 수를 찾으러 간다고 외진 곳으로 군대를 움직이니, 그를 따르던 귀족과 장군 여럿이 떨어져 나가버렸다.

지금 2 왕자를 따르고 있는 젊은 귀족 장교들은 발을 돌려 다른 곳으로 가기 어려운 이들이 대부분이었다.

결국, 그들은 2 왕자만 믿고 움직이는 상황이었고, 2 왕자의 말 한마디에 일희일비할 수밖에 없었다.

불안이 줄어드니, 귀족 장교들은 주변 지형을 보며 의견을 내기도 했다.

“입구가 좁고, 숲도 깊고, 협곡 절벽도 험한데요.”

“다른 것보다, 매복하기 좋은 지형이군요.”

장교들의 말에 2 왕자는 말을 멈춰 세우고, 지시를 내렸다.

“좋은 의견이야. 당장 협곡 입구에서부터 병력을 쪼개 매복을 세우도록.”

자신들의 의견을 받아들이는 왕자의 모습에 장교들은 기쁜 얼굴로 배치 인원을 물었다.

“장교들은 얼마나 배치할까요? 부대당 다섯 명 정도 남길까요?”

“너무 많습니다. 셋 정도가 좋을 것 같습니다.”

장교들의 의견에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장교는 남길 필요 없어. 병사들만 남긴다.”

왕자의 말에 장교들은 깜짝 놀랐다. 왕자의 말은 이해하기 어려운 말이었다.

“지형이 좋다고 해도 병사들만으로는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겁니다.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귀족들이 있어야…….”

재차 묻는 말에도 왕자는 고개를 저었다.

“아니, 1 왕자 쪽 부대를 지연시키는 정도로 충분해. 우리가 일을 마칠 시간만 있으면 되니까.”

왕자의 말에 장교들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었다.

몇몇 장교는 주위를 둘러보며 병사들이 듣지 않았는지 살피기도 했다.

장교 하나가 용기를 내서 왕자에게 다시 물었다. 그의 목소리는 조금 전과 달리 무척 작아져 있었다.

“하지만, 그러면 병사들이 전부 죽을 겁니다.”

“귀족들만 남아 있으면 충분해. 병사들이야 영주들에게 말하면 언제나 재 수급이 가능하니까.”

계속된 패배와 떠나간 귀족과 장군들로 병사 수가 줄어들었다고 해도, 이곳까지 따라온 병사는 족히 수천은 되었다.

2 왕자의 말은 그 병력 모두를 추격을 늦추는 소모품으로 쓴다는 말이었다.

장교들이 놀라지 않을 수가 없었다.

하지만, 그들도 계급의 차별에 익숙해져 있는 귀족들이었다.

거기다, 2 왕자의 말에 반대할 자들은 이곳에 오기 전에 모두 떠난 상황.

남은 장교들은 왕자의 말에 수긍하고, 사방으로 흩어져 병사들에게 지시를 내렸다.

장교들은 병력을 분리하고, 협곡 안으로 들어가면서 분리한 부대를 차례로 남겨두었다.

숙련된 용병들은 이곳을 오기 전에 계약을 해지하고 떠나버렸기에 낌새가 이상하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병사들은 몇 없었다.

그 병사들도 귀족들의 협박이 섞인 말에 입을 닫아야 했고.

그렇게, 2 왕자는 병사들을 사지에 남겨두며, 협곡 깊숙한 곳으로 나아갔다.

* * *

2 왕자가 협곡 안으로 들어선 그 순간에도, 나는 마물 왕과 싸우고 있었다.

지금 쌍두 마물과 내가 서 있는 곳은 유적의 폐허가 남아 있는 봉인지의 한 장소였다.

다른 마물 왕과 싸웠던 장소.

바로 신검을 얻었던 유적 앞이었다.

원래는 아직 셀린의 신전이 반파된 채로 남아 있을 터였지만, 지금 이곳의 신전은 잔해도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로 파괴된 상태였다.

신전 주변의 숲도 쑥밭이 되어 있었다.

전부, 나와 저 두 머리 마물이 벌인 싸움 때문이었다.

이게 현실이라면, 유적이 부서진 것에 난감해했겠지만, 지금 나는 주변이 어떻게 박살 나던지 개의치 않았다.

그도 그럴 것이 이 유적은 마물 왕과 싸운 여섯 번째 배경이었다.

첫 번째는 모레나 영지였고, 두 번째는 공국 수도, 세 번째는 정말 왕국의 수도를 만들어 냈다.

그 뒤에는 아카데미와 자신의 영지까지.

결국, 봉인지에 있는 유적까지 꺼낸 것을 보니, 발레아가 기억하고 있는 싸울만한 곳은 다 써먹은 것 같았다.

하지만, 발레아도 나도 걱정 없었다.

이제, 다른 세상을 만들어 내지 않아도 되었다.

다섯 번의 대련으로 나는 이 마물 왕과 어떻게 싸워야 할지 감을 잡게 되었다.

이 마물 왕은 전에 싸웠던 좀비 같은 마물 왕과 달리, 말도 안 되는 회복력을 가지지 못했다.

물론, 두 머리가 가지고 있는 여러 능력과 강대한 마나는 충분히 마물 왕으로 불릴 만했지만, 이 마물 왕은 좀비 마물 왕과 달리 검으로 썰면 썰리는 마물이었다.

“확, 확실히, 죽, 죽으면서 반복하는 것과는 느낌이 달라.”

나는 앞에 서 있는 마물 왕을 보며 씩 웃었다.

숨을 헐떡이고 있어서 그리 보기 좋은 모습은 아니었지만, 마물 왕 꼬락서니도 깔끔한 것은 아니었다.

마물 왕 가슴에 길게 베인 상처에서 피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마물은 자신의 가슴을 보고 곤욕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런 상처는 처음 본 듯한 표정.

마물은 자신의 실력 덕에 그동안 제대로 된 상처를 입어보지 못한 듯했다.

확실히 마물에게는 억울한 상처일 수도 있었다.

갑자기 주변 모습이 처음 보는 곳으로 바뀌고, 조금 익숙해지려면 또 바뀌는 상황,

거기다, 한 주 넘게 다쳐도 바로 회복하고 계속 덤벼드는 인간이 있으니,

충분히 마나도, 집중력도 떨어질 만도 했다.

그렇게 되어 운 좋은 일격을 맞게 되었다고 생각할 수도 있었다.

하지만, 과연 그게 운 좋은 일격이었을 리가 없었다.

역시, 살아서 계속 싸우는 것은 죽어 가며 싸우는 것과는 확실히 달랐다.

과거, 훈련검 속에서 용사와 싸울 때 몇 번이나 죽어 가면서 재도전해서 실력을 키운 적이 있었다.

그때, 죽어 가면서 계속 도전하니 확실히 검술 실력도 늘고, 대응도 더 잘하게 되었다.

훈련 뒤에 실력이 훌쩍 늘어나게 되어 무척이나 기뻤었지만, 지금 이렇게 죽지 않고 싸워보니, 그 훈련은 아쉬움이 가득했던 훈련이었다.

그 대련을 이어가며, 검술과 대응 능력은 확실히 늘었지만, 늘지 못한 게 있었다.

마나양과 육체 능력이었다.

죽어서 과거로 돌아갔으니, 아무리 대련을 이어가도 늘어날 리가 없었다.

더구나, 검술과 대응 능력도 죽음을 겪게 되면 재정비할 시간이 필요했다.

머리는 기억하는데 몸은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고 할까.

반사적으로 움직이려면 몸에 익숙해질 시간이 필요했다.

그때는 그런 불편함을 겪으면서도 충분히 만족했던 시간이었지만, 이번에는 그런 불편함이 없었다.

더구나, 위험할 때 싸움에서 빼내 주는 발레아와 부상에서 바로 회복시켜주는 신검이 있으니, 싸움의 격렬함은 죽음을 각오한 싸움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그렇게, 마물 왕과 싸우는 동안, 나는 마나양과 육체 능력 모두가 크게 성장했다.

마물 왕이 당장 공격할 것 같지 않자, 나는 눈을 돌려 허공을 바라보았다.

< 기사형 영웅 능력자 >

< 사용 능력 >

- 육체 최적화 : 레벨 (40/?)

- 마나 회로 구축법 : 레벨 7

- 마나 감응력 : 레벨 5

- 장비 소환 : 레벨 1

- 마나 방출 : 레벨 2

< 비인가 능력 >

- 마나 유형화 : 레벨 3

- 사자 회귀 : 레벨 3

< 능력 부여 >

- 상태 보정 : 한계 이상의 신체

시야 한쪽에 떠 있는 정보창도 전과 많이 달라져 있었다.

‘육체 최적화’의 레벨은 10이나 올라가 있었고, 한계 레벨은 물음표로 변해버렸다.

‘마나 회로 구축법’과 ‘마나 감응력’도 각각 두 단계로 올라가 있었다.

덕분에 마나양도 폭증해 있었다.

폭증한 마나양 덕에 ‘마나 방출’과 ‘마나 유형화’도 한 단계씩 올라가 있었고,

이바나에게 얻었던 상태 보정도 그 내용이 달라졌다.

원래 ‘최적의 신체’였던 것이 ‘한계 이상의 신체’로 변한 것이었다.

‘아니, 잠깐만. 이건 이바나의 능력이잖아. 설마, 이바나도 능력이 달라진 걸까?’

아무래도 이건 확인해봐야 할 것 같았다.

어찌 되었건, 이 짧은 시간 동안 나는 확실히 두 머리 마물 왕을 따라잡게 되었다.

크르르르릉.

그렇게 정보창을 확인하는 사이, 상처에 넋이 나갔던 마물 왕이 정신을 차렸다.

아니, 정신을 차렸다고 하기에는 너무 화가 나 있었다.

저렇게 되면 앞뒤 없이 공격을 퍼부을 게 분명했다.

그런 싸움에서는 배울 것도 없었고, 잘못하다가는 마나로 만들어진 세상이 흔들릴 수도 있었다.

나는 마물 왕이 덤비기 전에 하늘을 향해 외쳤다.

“지금 빼내 주세요!”

크아아아앙!

마물 왕도 몇 번 들은 덕에 내 말이 무슨 뜻인지 알아차린 듯했다.

마물 왕은 나를 향해 미친 듯이 달려들었지만, 아쉽게도 발레아가 더 빨랐다.

마물 왕의 공격이 닿기 전, 내 시야가 바뀌었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것은 마나로 이루어진 세계 바로 앞, 유적의 통로였다.

그 통로는 전과 달라져 있었다.

넓은 통로가 막힐 정도로 여러 개의 천막이 펼쳐져 있었고, 그 앞에는 모닥불과 야영 장비가 가득 펼쳐져 있었다.

이곳에서 지내게 되면서 여기에 숙영지를 세워버린 것이었다.

사람도 늘어나 있었다.

유적 밖 나무집에 던져 놓았던 기사와 병사들도 이곳에 있었다.

계속 그 나무집에 가둬둘 수도 없었고, 그렇다고 죽이거나 풀어줄 수도 없으니, 이곳에 같이 둔 것이었다.

넉살 좋은 병사들은 이미 일행처럼 굴고 있었고, 기사도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반포기한 상태로 편하게 지내고 있었다.

일행은 내가 돌아온 지도 모르고 카트린이 떠드는 이야기를 듣고 있었다.

“……그래서 말이야, 나는 발레아가 알렉스를 좋아하는 줄 알았었거든?”

아무래도 카트린은 발레아와 내 이야기를 하는 듯했다.

귀족들을 상대했던 반동 때문일까?

지금 일행에게 떠들고 있는 카트린은 정말 오래 구른 용병 같았다.

“그런데, 여기서 지켜보니까 좋아하는 게 아닌 것 같아. 좋아한다면, 상처가 낫는다고 해도 그런 부상을 입은 사람을 어떻게 다시 싸우게 하겠어. 안 그래?”

카트린의 물음에 아무도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발레아가 나를 보며 입을 열었다.

“어서 오세요.”

나는 인사하는 발레아의 머리 위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정보창이 보였다.

발레아는 이곳에 있는 동안 나보다 더 달라져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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