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검술천재는 무한리셋 중-311화 (311/563)

제311화

제11편 봉인 유적 (2)

세우타 공작에게 들은 유적에 대해 조언을 듣기 위해 나는 단도와 구슬의 에고에게 물어보았다.

역시 예상대로, 단도는 유적에 대해 아는 게 없었지만, 구슬은 달랐다.

처음부터 고대 제국에 대한 지식이 많은 것은 알고 있었지만, 구슬의 에고는 마물이 봉인된 유적에 대해서도 잘 알고 있었다.

[용사 관리 체계의 예비 에고는 용사 훈련용 시설에 대한 출입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원하신다면 제가 유적을 통과시켜드릴 수 있습니다.]

문제는 유적에 대한 뜬금없는 설명이었다.

‘용사 훈련용 시설’이라니.

훈련 과목에 미로찾기라도 있는 것인가?

그러고 보니, 구슬을 찾았던 유적 지하 깊숙이 있던 미로도 왜 있는지 알 수 없었던 시설이었다.

어쨌거나, 구슬로 문을 열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는 이 유적에 먼저 오기로 한 것이다.

구슬을 문에 대자, 바로 구슬 속 에고가 내게 말했다.

[확인했습니다. 시설을 열 수 있습니다.]

‘열어.’

구구구구구궁.

살짝 구슬에서 문으로 마나가 흐르는 느낌이 나더니, 커다란 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도대체 그건 무슨 유물이야?”

카트린이 대표로 물었다.

사라진 시간대에서 공주와 함께 찾아낸 구슬이고, 그 뒤에 카트린과 함께 봉인지에서 낙오했을 때, 몰래 가져온 유물이었다.

하지만, 여기서 그 이야기를 다 해주기는 힘들었다.

“운이 좋게 구한 유적을 여는 열쇠입니다. 대공녀와 유물을 모으다가 발견한 것입니다.”

대신, 대공녀 핑계를 댈 수밖에 없었다.

대공녀는 구슬을 직접 고치기도 했었고, 앞뒤가 바뀌긴 했지만, 대공녀와 유물을 모으다 발견했다는 것도 크게 틀린 말도 아니었다.

내 말에 카트린은 대충 수긍을 한 모양이었다.

다른 두 사람은 내 말을 듣고도 별로 표정이 달라지지 않았다.

지금도 싱글거리는 발레아를 보면, 내 말을 믿는 것인지, 아니면 전혀 안 믿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열린 문 안에는 절벽 안으로 이어진 긴 통로가 있었다.

두꺼운 돌벽을 깎아 만든 것 같은 커다란 통로였다.

내가 안으로 들어서려 하자, 카트린이 먼저 나섰다.

“내가 먼저 확인해볼게. 내가 왜 따라왔는데.”

하기야, 내가 들어가 본 유적 중에 멀쩡한 곳은 없었다.

이렇게 평범해 보이는 통로도 뭐가 숨겨져 있을지 알 수 없었다.

아니 잠깐.

우리는 분명, 구슬을 이용해서 정식으로 문을 열었었다.

그렇다면, 정식으로 들어온 것이고, 그렇게 되면, 함정 같은 것은 발동하지 않는 것이 아닐까?

구슬에게 그 점을 물어보았지만, 아쉽게도 그렇지는 않은 듯했다.

[제 기능을 이용해 문을 열기는 했지만, 주인님이 이 시설에 정식으로 인가된 제국인이 아니라서 보안은 제대로 가동될 것입니다. 보안을 해제하려면 시설 중추에서 보안을 해제하셔야 합니다.]

치밀한 고대 제국인들 같으니라고.

뭔 보안 설정을 이렇게 이중삼중으로 해 놓았는지…….

용사와 관련된 시설이라고 했으니, 그럴 만도 한 것 같았지만, 수백 년이 지난 지금까지 멀쩡하게 움직이는 것을 보면 어이가 없게 느껴질 정도였다.

나는 이런 유적을 볼 때마다, 이해가 되지 않았다.

고대 제국은 어떻게 이런 오버 테크놀로지를 가지고 있었는지와,

이런 말도 안 되는 기술을 가지고 있던 고대 제국이 어떻게 마왕에게 멸망했는지도.

물론, 구슬 에고의 말이 사실이라면, 고대 제국은 용사들을 키워서 마왕을 봉인하는 데 성공했다지만,

그 제국에 관한 이야기는 자신들이 키운 용사들에 의해 어둠에 묻히게 되었을 뿐이었다.

아무리 생각해도 뭔가, 이해가 안 되고 앞뒤가 맞지 않는 이야기였다.

어떻게 된 것인지 알려면, 역시 고대 제국에 관한 이야기를 묻어버린 당사자들에게 물어봐야 할듯했다.

교단이라고 불리는 곳.

시간이 나면 다시 찾아봐야 할 것 같았다.

카트린은 한 손에는 검을 들고, 다른 손에는 방패를 들었다.

오랜만에 보는 카트린의 장비였다.

특히 저 방패는 카트린과 나, 둘이 찾아냈던 단검과 함께 찾아낸 방패였다.

카트린은 방패를 들고 천천히 주위를 살피며 앞으로 걸어갔다.

그렇게, 걸어가다가, 멈춰서서 평범한 벽에 검을 찔러넣었다.

거리가 꽤 먼 곳에서 검을 찔러넣어서인지 검은 목표한 벽에 닿지 않았다.

퍽! 퍽!

하지만, 닿지도 않은 벽이 푹푹 파여나갔고, 이어서 반대편 돌벽 구석에서 작은 꼬챙이들이 쏟아져 나왔다.

바로, 반지를 이용해 방어막을 펼치려 했지만, 그럴 필요가 없었다.

쏟아져 나온 꼬챙이들이 카트린이 들고 있던 방패에 모두 막혀버린 것이었다.

방패와 멀찍이 떨어져서 쏘아져 오던 침들도 많았지만, 쏟아져나온 모든 침은 방패를 중심으로 펼쳐진 반투명 막을 뚫지 못했다.

카트린의 실력이 전보다 더 올라간 것 같았다.

처음에는 방패 주변만 방어막을 만들어 냈던 카트린이었다.

그 뒤에는 자신과 주변을 감싸는 방어막 구를 만들었었는데…….

이제는 그 형태를 더 자유롭게 변형할 수 있었다.

지금도 반투명 막은 방패를 중심으로 펼쳐져, 통로를 막아버리고 있었다.

정면에서 날아오는 어떤 것이든 모든 막아 낼 수 있을 정도로 커다란 통로 전체를 막고 있었다.

함정을 막기에도 안성맞춤이었지만, 전쟁에 쓴다면 그 효용 가치가 얼마나 올라갈지 알 수 없을 정도였다.

넓은 범위에 펼쳐진 화살이나, 능력 공격을 모두 막아 내는 막이라니…….

나도 능력을 많이 올렸다고 생각했지만, 그녀도 만만치 않았다.

역시, 원 능력자를 넘어서기는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카트린과 함께 온 것이 정답이었다.

우리는 편하게 긴 통로를 지나갈 수 있었다.

그렇게 함정들을 지나, 우리는 통로가 끝나는 지점에 멈춰 서게 되었다.

모두, 통로가 끝나는 지점에 서서 멍하니 앞을 바라보았다.

그곳에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이 펼쳐져 있었다.

“맙소사…….”

“이건 어떻게 만든 거지?”

레스티와 카트린의 황망한 말이 이상하게 들리지 않았다.

내가 봐도 이해하기 어려운 광경이었다.

통로가 끝나는 지점, 그곳에는 거대한 숲, 아니 밀림이 펼쳐져 있었다.

봉인지에서 보았던 그 밀림과 숲이었다.

그런데 이건 거대하다고 말하기도 어려울 정도였다.

끝없이 이어진 숲과 그 너머로 보이는 산맥을 보면 어디까지 이어져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문제는 앞에 보이는 숲만이 아니었다.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보니, 하늘과 구름이 보였다.

“설마, 절벽을 빠져나온 걸까?”

“아니면 협곡 절벽 안에 이런 지역이 숨겨져 있는 걸까요?”

레스티와 카트린이 그렇게 이야기할 만했다.

우리가 서 있는 곳은 반대편에서 보면 절벽에 나 있는 동굴로 보일 것 같았다.

고개를 내밀지 않아도, 높은 절벽이 위로 뻗어있는 게 눈에 들어올 정도였다.

하지만, 발레아는 두 사람이 이야기를 나누는 동안에도 눈을 감고 무언가 생각하고 있었다.

한참 여러 가능성을 이야기하던 카트린이 주변을 살피며 통로 밖으로 나가려 했다.

“함정은 없으니까, 천천히 따라와.”

하지만, 나는 카트린을 멈춰 세웠다.

“나가지 마세요. 함정이 없는 게 아니에요.”

다른 사람들은 단지 신기한 광경이겠지만, 마나를 볼 수 있는 나에게는 전혀 다르게 보였다.

숲과 하늘 전체에 휘몰아치는 마나.

속도와 규모도 대단했지만, 지금 눈에 보이는 마나는 세상에 흐르는 평범한 마나와 달리, 전부 규칙을 가지고 움직이고 있었다.

마치, 마나가 눈앞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았다.

이런 규모는 아니었지만, 이런 광경은 본 적이 있었다.

나는 고개를 돌려 발레아를 보았다.

때마침 발레아가 눈을 떴다.

“이건. 제 능력과 비슷해요. 능력으로 세상을 속이는……. 아니 그게 아니에요. 제 능력하고는 하늘과 땅 차이예요. 저와 달리 여긴 현실과 다름이 없어요.”

발레아는 질린 얼굴로 앞의 숲과 하늘을 가리켰다.

“저는 사람에게 환각을 보이고, 그에 맞춰서 현실도 변형하는 능력을 가지고 있지만, 여기는 모두 만들어진 세계에요. 현실에 없지만, 존재하는 그런 세상.”

만들어진 세상, 혹은 만들어진 다른 차원이라는 걸까?

나는 전생에 이런 세상을 들은 적이 있었다.

“설마, 가상 현실인가?”

나도 모르게 꺼낸 말에 발레아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짜 현실보다 마나로 구현된 현실이라고 보는 게 맞을 것 같지만……. 그리 다르지도 않겠네요.”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었지만, 결론은 다르지 않았다.

나는 한숨을 내쉬었다.

결국, 어떻게 된 일인지 알 것 같았다.

이 유적이 왜 용사 훈련용 시설인지, 마물 왕을 어떻게 가두게 된 것인지.

모두 알 수 있었다.

고대 제국이 쓸데없이, 용사에게 미로 훈련을 시킬 리도 없었고, 이 유적이 미로나 환상을 보여 주는 유적도 아니었다.

이 유적은 마나를 움직여 가상의 세상을 만들어 내는 유적이었다.

과거에는 용사들을 훈련하는 데 사용했던 곳으로, 세우타 공작은 이 마나로 만든 세상을 마물을 가두는 데 썼던 것이다.

세우타 공작이 이 유적을 미로와 환상의 유적이라고 생각한 게 이해가 되었다.

세우타 공작은 마물 왕을 유인해서 저 가짜 세상에 마물 왕을 던져넣고, 자신만 빠져나온 것이었다.

세우타 공작만 이곳에서 빠져나오게 된 것도 그가 가지고 있던 열쇠 덕분이었다.

지금은 2 왕자가 가지고 있는 열쇠.

우리는 그 열쇠가 없으니, 이 안으로 들어가면 마물처럼 갇히게 되었을 터였다.

“그럼 저 이상한 세상 속에 그 마물 왕이 돌아다니고 있다는 거야?”

내 말을 듣고, 카트린이 뒤로 더 물러섰다.

“네. 그럴 겁니다.”

내 대답에 카트린이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데, 이제 어떻게 하지? 이런 이상한 유적은 내가 어떻게 할 수 없는데…….”

발레아도 고개를 저었다.

“저도 제어가 불가능해요. 마나양도 그렇지만, 어떻게 한 건지 반도 모르겠어요.”

마나를 볼 수 있는 나도 솔직히 저 안에 들어갔다가 무사히 나올 자신은 없었다.

이럴 때는 자신 있게 이야기했던 당사자에게 물어보아야 했다.

[훈련실 근처에 통제실로 연결된 문이 있을 겁니다. 제가 그 문을 열어 드리겠습니다.]

아니, 그건 미리 말을 할 것이지…….

어쨌거나 나는 일행과 함께 문을 찾기 시작했다.

평범한 문이었다면 바로 발견했을 터였다.

결국, 평범하지 않은 모습을 한 문이라는 소리였다.

그리고, 그 문은 오래지 않아 발견되었다.

“이게 문이었어? 함정이 아니고?”

바닥에 나 있는 금을 보고, 카트린이 투덜거렸다.

그도 그럴 것이, 숨겨진 문은 그녀가 함정이라고 이야기해서 모두 멀찍이 피해갔던 곳이었다.

“아니, 계속 비슷한 함정이 나왔는데, 이것도 함정이라고 생각하지, 문으로 생각할 리가 없잖아. 거기다, 제대로 함정도 발동되었어.”

[관계자가 아닌 사람이 접촉하면 당연히 방어 장치가 가동됩니다.]

이야기를 듣다 보니, 이 구슬 에고도 왜인지 모르겠지만, 묘하게 까다롭게 느껴졌다.

평범하게 도와주는 에고였으면 좋았을 텐데…….

언제나처럼 쉬운 일이 없었다.

나는 한숨을 쉬며, 구슬을 문에 가져다 댔다.

[통제실로 향하는 문을 열겠습니다.]

스르르르륵.

구슬 에고의 말과 함께 바닥의 금이 밀려 나가고, 계단이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계단 끝에 작지 않은 광장이 있었고, 그 중앙에는 받침대 하나가 놓여 있었다.

광장도, 받침대도 전에 본 적이 있었다.

이 구슬을 찾았을 때 봤던 광경이었다.

그때, 저런 받침대 위에 구슬이 놓여 있었다.

그리고, 지금도 받침대 위에 물건이 하나 놓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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